STAR WARS

EPISODE ETC...

BATTLE AT AVERAM

- 08 -


궤도조선소


  전투 시작으로부터 3시간. 전세는 점차 굳어지고 있었다. 반군 함대는 휘하 전력의 30%를 잃고 있었지만, 어벤져 휘하의 제국 함대가 손상을 입고 물러난 상황에서 양 군의 전력은 거의 비슷한 수준에 이르고 있었다.

  반군과 제국군이 서로 팽팽하게 대치되고 있는 상황. 양 군 모두 최고로 불리는 명장들이 지휘하고 있었고 병사들 각자의 사기도 높았다. 그러나 4시간에 걸친 긴장의 시간은 병사들을 그리고 그들이 신뢰하고 있는 지휘관들을 지치게 하기에 충분한 시간이었다. 양측의 전사들은 조금씩 반응이 느려져 갔으며 전투 의욕을 잃어가고 있었다.

  한편, 격전지로부터 조금 떨어진 성간 조선소에서는 전투의 와중에서도 비교적 한가로운 시간이 계속되고 있었다. 눈앞에선 격전이 펼쳐지고 있었지만 조선소까지 그 여파가 밀려온 것은 아니었으며 반군은 다가오기는커녕 조금씩 뒤로 밀려나고 있었기 때문이다.

  때문에 애버람 조선소의 제국군은 한가로운 태도로 전투를 관망하고 있을 뿐이었다. 마치 그들에겐 아무런 관계가 없는 일인 듯, 전투를 바라보는 병사들의 모습에선 일말의 긴장감조차 느낄 수 없었다. 처음에는 제독의 명령에 따라 철저한 경계 태세를 취하고 있었지만 다가오지도 않는 적을 뒤에서 바라보는 것만큼 지루한 일은 없었으며 이 점은 그들의 긴장감을 풀고 따분한 태도를 보이게 한 것이다. 그리고 그것은 어떤 피로보다 사람을 실수에 빠지기 쉽게 만드는 것이다.


  '아무래도 무사히 빠져나가긴 그른 것 같군.' 제4 행성계에 있는 궤도 조선소의 도크 한쪽에서 화물을 수송 중인-척하고 있던- 수송선 함장 죤 프리드리는 이렇게 생각하고 있었다. 그는 이 전투가 시작되기 7일 전에 이곳 애버람의 제국군 조선소에 도착한 벌크 수송함 루빈의 함장이었다.

  그는 이 시대에 흔히 존재하는 무역업자였지만 실제로는 밀수업자 중의 하나였으며, 제국을 위해 일하는 외적인 모습과는 달리 돈에 의해 혁명에 고용된 이중 첩자 중의 하나였다. 아니, 사실 돈보다는 자신의 고향, 앨더란이 사라진 것에 대한 분노의 표현에 더 가깝지만 말이다.

  어릴 때부터 우주선에서 생활한 그가 앨더란 출신이라는 것은 거의 알려진 바가 없었다. 그러나 같은 앨더란 출신의 그리고 마찬가지로 제국을 배신한 크릭스 마딘 장군은 개인적인 친분 관계가 있는 그가 제국의 물자를 수송하는 상황을 반대로 이용할 작전을 세울 수 있었다.
  그에 따라 죤은 전투가 시작되기 일주일 전 적당한 화물을 실은 화물선 2척과 함께 이곳 애버람 조선소에 도착할 수 있었다. 그의 목적은 이 튼튼한 조선소를 한 번에 날려 버리고자-그리고 처리 불능의 혼란을 일으키려고- 호프레디움 가스를 가득 채운 화물선을 조선소 한쪽에 놔두는 일이었다.

  이를 위해 그는 평소와는 달리 두 척의 화물선을 갖고 이곳에 도착해 있었으며 호프레디움 가스를 실은 또 한 척의 화물선은 고장이라는 이유로 도크, 즉 조선소의 가장 중요한 시설에 박아 두었다.
  본래 작전에 따르면 그는 반군의 공격 직전에 이 자리를 뜨고 남겨둔 화물선을 반군이 공격하여 폭발시키게 되어 있었다. 호프레디움 가스에는 여러 가지 성질이 있지만 금속 기체라는 별명으로 불리는 이 가스에는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특정 형태의 에너지에 폭발적으로 반응한다는 특성이 있었다.
  다시 말해, 그 에너지에 노출되는 순간 화물선에 가득한 호프레디움 가스는 엄청난 반응을 일으켜 조선소를 송두리째 날려 버리게 되어 있었다. 본래의 예정에 따르면 말이다.

  그러나 본래 일부 방위 부대를 제외하면 완전히 비었을 이 구역엔 불과 몇 시간 전에 나타난 대규모 제국 함대가 지키고 있었고 난데없이 폐쇄령이 내려져서 그가 빠져나갈 기회는 사라지고 말았다. 자신들이 머무르고 있던 조선소가 위험해지지않는 것은 다행이라 하겠지만, 이대로라면 모처럼 화물선 한 척을 낭비하기로 한 이 작전도 무용지물이 되고 말 것이었다. 물론, 작전이 실패하면 화물선을 날려버릴 필요는 없겠지만 그 화물마저 무사하다고 할 수는 없었다. 전투가 끝난 후 당장 물자가 필요한 제국군이 고장 난 화물선에 실려있다는 호프레디움을 가만히 놔둘 리가 없었으니까. 아니, 화물선마저 징발해버릴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자칫하면 이래저래 제국군에게만 좋은 일을 시키는 신세가 될 위험도 남아있었다.


  "반군이 고전하는 모양이군요. 짐이 무사하면 좋겠는데…"

  조종석에 앉아 함께 전투를 관망하고 있던 테디가 이렇게 말을 꺼냈다. 사실, 죤과 마찬가지로 혁명군 첩자-라기보다는 마딘 장군의 비밀 첩보원-인 테디 역시 아군이기도 한 그들을 반란군이라 부를 이유는 없었지만, 제국군의 중요한 시설 중 하나인 이곳에서는 혹시라도 제국군 정보대에게 도청당하고 있을 가능성을 고려할 필요가 있었다.
  제국 정보대는 여러 가지 이유로 감시 대상을 늘려가는 것으로 유명했는데, 혁명군이나 연합군이라는 말은 바로 그들을 자극할 수 있는 마법의 단어이기도 했다.

  죤은 시큰둥한 얼굴로 고개를 끄떡이는 것으로 대답을 대신하였다. 솔직히 외형적으로 볼 때 소규모 무역업자에 불과한 그는 자칫 정보대의 수배 리스트에 자신의 이름이 등록될지도 모르는 이번 작전이 그리 마음 내키는 것은 아니었다. 모험심이 남아있는 밀수업자로서 고향을 소멸시켜버린 제국에 한 방 먹일 기회로 나쁘지는 않았지만 왠지 예감이 좋지 않았다고 할까?
  솔직히 스론 제독이 버티는 이곳 애버람 성계를 친다는 것부터가 바보 같은 짓이었다. 반란군-그는 아직 혁명군이란 표현에 익숙하지 않았다.-은 그 제독을 완전히 속였다고 생각했겠지만 어림도 없는 소리, 도리어 이렇게 함정에 빠져서 고생하고 있지 않은가?

  물론, 그로서는 이 작전으로 스론 제국에게 쫓기는 수배자 신세가 되기보다는 지금까지처럼 반쯤만 정보원 역할을 하는 게 나았다. 이 상황에서야 제국에 한 방 먹이고 싶어도 먹일 수 없다는 아쉬움이 더하긴 했지만 그의 나이 이제 50. 모험을 할 시간은 이미 오래전에 지나가 버렸다.


  "어떻게 하죠?"

  테디가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말을 꺼냈다. 물론 그로서는 뭔가 연합군을 도울 길이 없겠냐는 뜻이겠지만, 혹시라도 그들을 도청하고 있는 정보대가 있다면 그들은 그것을 전투에 말려든 무역업자의 걱정이라고 해석할 것이다. 내면이야 어떻든 죤과 그의 올드 스미스호는 제국에겐 단순한 교역품을 실어나르는 장사꾼에 불과했으니까.

  죤은 역시 대답을 하지 않았다. 아니 대답을 할 수가 없었다는 게 옳으리라. 사실 어떻게 해야 할지는 무역상인에 불과한 그보다 비밀 첩보원인 테디 쪽이 익숙한 게 아닐까? 솔직히 지금의 그 질문은 죤이 테디에게 던지고 싶은 질문이기도 했던 것이다.

  하지만, 잠시 생각해 보면 분명히 그것은 죤이 생각해야 할 일이기도 했다. 테디는 혁명군의 첩보원이라곤 하지만 사실 주 임무는 제국 정보대와의 직접적인 대결, 바로 전투였던 것이다.
  페이지 중위 휘하의 특전대로서 여러 비밀 임무에 뛰어들어 제국군 스톰 트루퍼를 상대로 실력을 발휘했다고 했지만 그것은 다른 대원들과 함께 충분한 장비와 지원을 받았을 때나 가능한 일. 이와 같은 독특한 상황을 해결하기엔 그의 나이는 너무 어렸고 또한 경험도 많지 않았던 것이다.

  죤은 잠시 지금의 상황을 생각해 보았다. 아무리 생각해도 반군 함대는 이 작전을 제대로 완수할 것 같지 않았다. 비록 조금씩 상황이 호전되어 보였지만 밀수업자로서의 오랜 경험을 볼 때 처음부터 승기를 장악하고 있던 제국군 측이 절대적으로 유리하다는 것은 불을 보듯 뻔했다. 만약 지원군이 있다면 상황은 역전될지도 모르겠지만, 반군 함대의 상당 수를 투입한 이 전투에서 더 이상의 지원군이 밖에서 올 가능성은 없었다. 그래, 이 곳 밖에서는 말이다. 하지만, 만약 안에서 지원군이 생긴다면 어떨까? 그러니까, 제국군의 뒤쪽에서 깜짝 놀랄 일이 생긴다면.

  이렇게 생각한 죤은 문득 자신이 진행하고 있는 작전이 생각보다도 훨씬 중요할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반군이 노리는 목적이 처음부터 이곳 조선소였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위풍당당한 제국군의 등 뒤에서 놀랄만한 일을 일으켜 전세를 바꿀 수 있을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한 마디로, 성공하기만 한다면 그는 반군의 영웅으로 환성을 받을지도 모르는 것이었다. 하지만, 이 나이에….

  "죤?"

  상대로부터 아무런 대답이 없자, 테디가 다시 한번 그를 불렀다. 그러자 죤이 처음으로 고개를 돌리며 말을 꺼냈다.

  "그런데 화물은 괜찮을지 모르겠군. 비록 얼마 동안은 묵혀두어야겠지만 혹시 사고라도 나면 엄청난 손해가 날텐데. 게다가, 전투가 끝나면 여기의 제국 함대에 비싸게 팔 수 있을지도 모르잖는가? 자네가 가서 한번 보고 오겠나. 안전한 도크 안에 모셔두긴 했지만 자칫해서 불똥이라도 튀지 않게 말일세."

  그의 말을 들은 테디는 그 말뜻을 이해한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것은 최악의 사태엔 직접 임무를 수행해야 한다는 암묵적인 암시였던 것이다. 평소 조심스럽기 이를 데 없던 그의 태도 변화에 조금 놀라긴 했지만, 테디는 앨더란 출신이라는 그의 상황을 떠올리며 이해하기로 했다. 여하튼, 혁명 전사인 데디로선 죤의 말이 없더라도 그렇게 할 마음이 있었지만 말이다.

  이윽고 테디는 올드 스미스호에서 나와 또 한 척의 화물선이 놓여있는 정비 구역의 도크를 향해 걸어가기 시작했다. 역시 직접 해치울만한 자신은 없다면서 자조하고 있는 죤을 뒤로 하고….


  "역시 장사꾼은 다르군요. 이 순간에도 오직 상품 걱정이니 말입니다."

  올드 스미스호의 동향을 감시하고 있던 제국 정보대의 한슨 하사는 헤드폰을 벗으며 이렇게 말했다. 사실, 테드가 우려했듯이 올드 스미스에서 나누는 대화는 조종석에 심어진 도청 장치를 통해 정보대에 보고되고 있었다. 그것은 이 함선이 입항할 당시 검역을 위해 방문한 정보대원에 의해 설치되었는데, 제국 정보대가 이런 장치를 사용해서 중요 시설을 방문하는 모든 함선들을 감시한다는 것은 상인들 사이에선 공공연히 알려진 사실이기도 했다. 물론, 제국 정보대로선 소규모 교역의 상당 부분을 맡는 무역상의 반발을 우려하여 드러내놓고 하지는 않았지만(더욱이 그럴만한 인원도 없었지만) 최소한 몇몇 시설에서만큼은 찾기 어려운 위치에 도청 장치를 집어넣고 그들을 감시하도록 하고 있었다.

  "그런데 어떻게 할까요? 올드 스미스에서 내린 선원이 도크로 향하고 있습니다만."

  한슨 하사는 이렇게 덧붙였지만, 다분히 형식적인 것이 되어버린 감시 작업에서 그 말엔 그다지 중요한 의미는 없었다. 실제로 그의 상관 역시 대단치 않게 생각한 듯 도크로 향하는 선원을 제지할 필요가 없다고 대답했다. 그들의 정보에는 올드 스미스는 평범한 상선에 불과했고, 실은 화물도 별것 아닌 금속 가스에 불과했으니...

  이로서 밖에서 벌어지고 있는 전투 상황에 정신을 빼앗긴 정보대는 평범한 무역 상인으로 보이는 두 사람의 대화에 숨겨진 또 다른 의미를 알아채지 못하고 말았다. 물론, 그것은 지나친 경계를 계속하다가 일어난 작은 해이함의 결과에 불과했지만 때로는 그런 작은 실수가 큰 사건을 낳을 수도 있는 법이었다. 특히 지금처럼 중요한 순간에서는….


  같은 시각, 키메라 호의 지휘석에 앉아 작전 상황도를 살피고 있던 스론 제독은 반군을 다시 한번 밀어붙이고자 예비대의 투입을 지시하고 있었다. 그것은 점차 호각으로 바뀌고 있던 전세를 다시 한번 제국 측에 유리하게 바꾸기 위한 계산에서 나온 행동이었고, 처음부터 충분치 않은 병력을 갖고 있던 제독에게 있어 마지막으로 남은 카드의 한 장이기도 했다. 물론, 처음부터 완벽한 매복에 성공한 그에게는 아직도 몇 장의 카드가 남아있기는 했지만, 전장이 예측할 수 없는 모습으로 변하는 지금 남은 카드들 역시 함부로 낭비할 수는 없었다. 물론, 스론의 패에 대해서 이에 대해서 혁명군의 지휘관들 역시 자신들이 가진 몇 안 되는 카드를 뒤적여야 하는 것은 마찬가지였고 양 군 중 어느 쪽도 충분한 전과를 올리지 못한 상황에서 전투는 계속되었다.

  그리하여, 애버람 성계에서의 전투는 전투 발발 3시간을 넘어선 지금에서도 계속 이어지고 있었다. 매 순간 전설이 될만한 사건과 영웅들을 토해내면서….
profile
과거를 아는 이는 현재를 이끌어가고 미래를 알 수 있다고 합니다.
역사와 SF... 어딘지 어울리지 않을 듯 하지만, 그럼 점에서 둘은 관련된게 아닐까요?

SF&판타지 도서관 : http://www.sflib.com/
블로그 : http://www.pyodogi.com/
트위터 : http://www.twitter.com/pyodogi  (한글)    http://www.twitter.com/pyodogi_jp (일본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