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자들은 ‘역사서’라고 이야기하기도 하는 성경에는 수많은 이야기가 존재하고 있지만, 그중에서도 사람들의 흥미를 끄는 것은 역시 멸망의 이야기가 아닐까 합니다.
  타락한 나머지 신에 의해 불살라진 소돔과 고모라의 이야기라던가, 언젠가 다가올 것이라는 세계 멸망의 날이라던가….

  하지만, 그중에서도 많은 이들에게 널리 알려진 것은 역시 ‘노아의 방주’가 아닐까요?

  작년에는 [에반 올 마이티(Evan All Mighty)]라는 코미디 영화를 통해 재창조(^^)되기도 했던 이 이야기는, 소돔과 고모라처럼 한 도시나 나라를 대상으로 한 것이 아니라 전 세계를 완전히 쓸어버리는, 어떤 점에서는 천지창조와 맞먹는 이야기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 이야기의 줄거리는 다음과 같습니다.

  신께서 세계를 창조했는데, 어느 날 세상을 돌아보니 인간들이 오만하고 탐욕스러워 용서할 수 없다고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인간에게 기회를 주고 싶었던 신은 그 중 노아라는 선량한 사람과 가족들, 그리고 세상의 모든 짐승들을 한 쌍씩 살려주기로 합니다.
(단, 실제 성경의 내용에는 한 쌍이 아니라, 여러 동물을 7쌍씩 태우는 것으로 이야기되고 있다고 합니다. 한 쌍이라면 이해할 수 없지만, 7쌍이라면 받아들일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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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서 노아에게 거대한 방주를 만들도록 명하지요. 그것은 길이 137m, 너비 23m, 높이 14m에 이르는 3층 구조의 배로, 아마도 19세기까지만 해도 최대 크기의(더 정확히 말하자면, 목선으로는 한계를 훨씬 넘어서는) 괴물이었습니다.

  노아는 세 아들과 함께 배를 만들며 사람들에게 다가올 재앙을 경고했지만, 결국 아무도 이를 믿지 않고 재앙은 찾아왔지요. 엄청난 비가 내리고 ‘모든 땅’이 물속에 가라앉은 것입니다.

  노아의 가족과 방주에 탄 동물들은 무사했지만, 그 밖의 모든 인간과 동물들(동물들이 무슨 죄라고….)은 물속으로 사라지고, 세상은 끝없는 물바다로 변합니다. 그리고 그 물은 1년이 넘도록 빠지지 않고 방주의 사람들이 지쳐갈 무렵, 날려보냈던 비둘기가 나뭇가지를 물고 오면서 ‘땅이 드러났다.’라는 것을 알게 되지요.

  그리고 노아의 방주는 아라라트산(현재 터키에 있는 산이라고 하는데, 일설에는 다른 곳이라는 말도 있다.)에 도착하여 상륙하고 다시금 새로운 역사가 시작되었다는 것입니다.


  이 이야기는 ‘신을 믿지 않으면 이렇게 벌 받는다.’라는 징벌을 담은 내용으로 기독교 역사 속에서 수없이 회고되고 수많은 그림과 창작 작품으로 소개되었습니다. 그리고 실제로 존재하는 지명이 등장하고 매우 세밀한 단위(300큐빗...)나 구체적인 동물들의 이름이 등장하는 등 현실감을 더해주면서, 실제로 있었던 이야기라는 인상을 깊이 남기고 있지요.

  특히 성경을 진짜라고 믿는 사람들은 이것이 모두 사실이며, 아라라트산 어딘가에 노아의 방주가 존재한다고 생각하고, 실제로 탐사를 진행하기도 했습니다. (물론 지금까지 그 어떤 증거도 발견된 일이 없습니다. 솔직히 말해서, 수 천 년 전의 목선이 지금까지 남아 있으리라 생각하는 것도 무리이지만.)

  그렇다면, 노아와 대홍수의 이야기는 진실일까요? 결론부터 말하자면 그것은 진실이 아니지만, 진실이 될 수 없는 이유는 무엇이고 그 증거는 어떤 것이 있을까요?

  또한, 전설이나 신화는 본래 역사를 바탕으로 한 경우가 많다고 합니다. 고고학계에서 흔한 이야기로 “역사는 전설이 되고, 전설은 신화가 된다.”라는 말처럼…. 그렇다면, 노아의 전설에도 뭔가 역사적 근거가 있을지도 모르는 일입니다. 여하튼 이만큼 유명한 이야기가 아무 근거도 없이 탄생했다고는 보기 어려우니까요.

  BBC의 다큐멘터리 “노아와 대홍수(Noah and The Great Flood)”는 바로 그런 여러 가지 사실들을 당시 상황을 재현(?)한 영상과 더불어 충실하게 보여주는 작품입니다. 만일 노아의 방주가 실제로 존재했다면 어떠했을 것이며, 그에게 직면한 문제는 무엇이었는가? 그리고 무엇보다도 노아의 대홍수를 낳은 요인은 무엇이었을까.

  이 작품은 여러 가지 근거를 바탕으로 성경 속의 노아의 방주와 대홍수가 불가능하고, 아라라트산에 방주가 남아있을 수 없다는 것을 제시합니다.

  그렇게 일단 ‘성경의 방주와 홍수’를 제외한 이후, 이야기는 이라크에서 발견된 점토판으로 이어지지요. 길가메시 서사시라고 불리는 이야기 속의 ‘대홍수 이야기’. 그리고 한발 더 나아가 실제로 존재했을 (수메르인 출신의) 노아(?) 이야기에 이르기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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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아의 방주와 관련된 다양한 자료, 특히 다큐멘터리는 상당히 많지만(저 역시 많이 보았지만), BBC의 이 작품은 그중에서도 가장 현실적이면서 충실한 내용을 담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단순히 성경 속의 노아의 방주 이야기의 진실성을 증명하는데 그치지 않고, 길가메시 서사시를 거쳐 그보다 진실에 가까운 수메르인 노아의 이야기까지 연결해 주니까요.

  ‘역사는 전설이 되고, 전설은 신화’가 된다는 고고학의 이론을 바탕으로 할 때 전설이나 신화 속에는 역사가 숨어 있습니다. 하지만, 그 역사를 다시 찾아내기는 쉽지 않지요. BBC의 이 다큐멘터리는 그 점에서 많은 노력을 기울여 만들어진 ‘작품’이라 생각합니다.


p.s) 다만, 국내에서 방영된 작품이 아니라 자막으로 들어 있는데, 문제는 누가 자막을 넣었는지 정말로 내용이 엉망진창이라는 겁니다. 자막을 무시하는 쪽이 더 알아보기 쉬울 정도...-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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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를 아는 이는 현재를 이끌어가고 미래를 알 수 있다고 합니다.
역사와 SF... 어딘지 어울리지 않을 듯 하지만, 그럼 점에서 둘은 관련된게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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