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뜻한 밥을 먹고, 사람들과 만나자.


네르키아누스는 주변을 둘러보았다.  주변에 도마뱀 머리를 하거나 박쥐 머리 달린 사람도 없고 지나가는 사람의 대부분은 추위로 약간 핑크빛이거나 추위에도 색이 별로 안변하는 갈색의 피부를 가지고 있었고 그 누구도 입이 찢어져 있지 않았다.  결국 원래 있던 알렉시아드로 돌아온것이다.  

“겨우 돌아왔다...” 네르키아누스는 힘빠지는 목소리로 말했다.  저 멀리 시계탑에서 정오를 알리는 종소리가 울려퍼졌다.  재차 들고있는 책을 확인해본다.  분명히 표지와 안쪽에는 크리스토 백작의 장미군주라고 제목과 저자가 써져있었다.  슬그머니 뒷걸음질쳐본다.  아무 일도 벌어지지 않는다.  특정 시간에 특정 장소라.  하긴 불규칙하면 예측하기 힘들어 그 곳으로 가기 힘들겠지... 그래서 덕분에 나도 진짜 그런 일이 있었나 믿기 힘들다고.  

“배고파...” 정적을 니콜이 깼다.

다들 아무 말도 안하고 있다.  다들 지금까지 겪은 괴상한 일을 나름대로 머릿속에서 정리하고 있는것이지.

미로의 머릿속.  세상엔 참 신기한 일도 많구나.  원래라면 오늘은 하루종일 잠만 잤을텐데 못자니까 좀 피곤하네.  그래도 재밌는 일들을 겪었으니까 됐잖아.  뭐 이상한 여자가 칼들고 쫓아오긴 했지만 지난번에 도끼들고 쫓아온 남자들이나 가죽 앞치마 입고 칼로 날 죽이려한 사람들에 비하면 약과지.  거기다가 좀 귀엽게 생긴 남자애도 만나고, 못지 않게 귀여운 꼬마도 만나고...이 정도면 좋은 주말이지.  근데 일단 배부터 채우고 봐야겠다.  아무래도 많이 나오는 곳이 좋겠지.  

니콜의 머릿속.  도데체 무슨 일이 있었나도 모르겠어.  갑자기 이상한 여자가 날 데려가더니만 갑자기 다들 날 데리고 어디로 뛰어가고...옷에 피가 튀고...그래도 형이 사준 책은 주머니에 잘 있다.  형을 힐끔 쳐다본다.  하지만 곧 고개를 돌린다.  웬지 얼굴을 보기 부끄럽다.  왜 이러지?  그렇다고 다른 쪽을 보면 미로가 있어서 보기 부끄럽고.  추워서 그런지 얼굴이 빨개진다.  정말 이상한 주말이라는 생각으로 부끄러운 생각을 없애보려고 한다.

네르키아누스의 머릿속.  어이 안녕.  어디 갔다왔냐?  어디 가긴 그냥 말만 안하고 있었지, 니 곁에 계속 있었어.  아 그러셔.  거기 가선 말도 잘하고 사람들이랑 잘 어울리던데?  어울리긴 그냥 얘기만 한거지.  사람들이랑 어울리는게 별거 있어?  그냥 얘기하는거지.  하지만 그 사서라는 인간은 별로 마음에 안들었어.  그래도 대화는 잘 했잖아?  겉으로 싫어하는 티는 별로 안내고.  그것만 해도 굉장해.  잘 했어.  니가 칭찬하니까 기분 되게 이상하다.  그러냐?  그나저나 이제 책도 구했겠다.  주말에 하기로 한건 다 한 셈인가.  이제 뭐하지?

“야, 밥 먹으러 가자!”  미로가 니콜과 네르키아누스와 어깨동무하며 말한다.  “너희들은 그렇게 뛰어다니고서 배 안고파?”

“그래서 배고프다고 했는데...”  니콜이 속삭이듯이 말했다.

“배고프면 배고프다고 큰 목소리로 말해야지!  배고프니까 많이 주는데로 가자!”  그리고 미로는 두 사람을 끌고 자신이 좋아하는 고기전문 식당으로 향했다.  니콜은 배고프니까 고기를 먹자는 소리에 그냥 좋아서 웃음이 떠나질 않았다.  네르키아누스는 웬지 또 술을 마시자고 할것 같아 불안감에 휩싸였다.  지난 밤의 그 주량을 볼때 낮술을 마시면 인사불성이 되서 학교에 돌아가게 될텐데... 그럼 여러모로 곤란해진단 말이지.  안나가 알면 분명 잔소리에다가 경고에...으으...

그런데 지금 혼자가면 뭐 할건데?  

스스로 물은 그 한 마디에 네르키아누스는 그냥 미로와 니콜을 따라가기로 했다.  뭐 경고 한번 받는다고 도서관이 불탈것도 아니잖아?  불타려면 한 200년 남았다고 하고.  

“누가 사는데요?”  네르키아누스가 물었다.

“거 먹기도 전에 치사하게 돈 얘기부터 할거야?”  미로가 언짢다는듯이 말해서 네르키아누스는 움츠러들었다.  그걸 본 미로가 한숨지으며 말했다.  “알았어.  내가 낼게.  그리고 너!”  미로는 네르키아누스의 귀를 잡아당기며 말했다.

“아악!  왜 이래요?”

“그리고 너!  왜 자꾸 존댓말 쓰는데?  지난 밤에 술마실때 내가 말 놔도 된다고 했지?”

“어..언제요?”

“내가 그랬잖아!”  미로가 귀를 더 세게 잡아당겼다.

“응, 미로 누나가 형한테 말 편하게 해도 된다고 했어.  존댓말 들으면 나이가 더 들은것 같다고해서.”

“아...알았으니까 귀는 놓고 얘기해요!”

“또 ‘요’!”  미로는 귀가 떨어질 정도로 세게 당겼다.  “자 그럼 지금부터 연습해본다~ 어여쁘고 젊은 미로 누나, 귀 잡아당기지마~ 하고 말해본다.  실시!”  미로는 짖궂게 웃으면서 귀를 더 잡아당겼다.  

“아..아악!  미로 누나, 귀 잡아당기지...아악!  왜 더 당겨?”

“처음 부분은 왜 얘기안해?”

“그런걸 어떻게 얘기해?  누나가 내 애인인것도 아니고!”  

“그냥 얘기하라면 하는거야!  이럴때 아니면 나한테 언제 이런 얘기 해봐?”

“별로 관심없어!”  미로가 더더욱 세게 잡아당겼다.  “아우, 아우, 제발 그만해!”

니콜은 둘을 보며 배가 터져라 웃었다.  식당에 와서야 미로는 손을 뗐고 네르키아누스는 귀가 너무 뜨거워서 식당안이 견디기 힘들었다.  

고기는 철판 위에 구워먹는 것이었고 다양한 소스를 고기위에 부어 먹게 되있었다.  같이 곁들여 먹으라고 야채도 나왔지만 네르키아누스는 별로 건들지 않았다.  고기하면 빵이랑 같이 싸먹는게 좋지, 야채는 웬지 손이 안간다.  

“야, 야채도 좀 먹어.”  미로가 고기를 야채에 싸먹으며 말한다.  그리곤 시킨 술을 마신다.  네르키아누스는 미로를 힐끔 쳐다본뒤 건성으로 야채를 씹어먹었다.  미로가 노려보자 그제서야 야채를 더 큰걸 집어 먹는다.  미로는 기대에 찬 눈빛으로 네르키아누스가 먹는걸 보고 있었고 네르키아누스는 불안한 눈빛으로 몇번이고 씹어먹었다.  미로가 계속 쳐다보자 미로를 주의하는 눈빛으로 보며 야채를 계속 집어먹는다.  

니콜은 둘의 그런 모습을 보며 그냥 웃고 있었다.  웃음만 나오니까.  다른 사람들하고 있어서 즐거운건 이번이 처음인것 같았다.  

그렇게 그 주말은 끝났다.



몇주 후

“네르키아누스, 내일 연회가 있는데 올거야?”  안나가 묻는다.  안나는 큰 키에 풍성한 갈색 머리를 한 여자였다.  집안도 좋고, 학력도 좋지만, 네르키아누스에게 있어선 선배 사서라는것 외엔 별로 특별한 사람은 아니었다.

거기다가 이제 주말이니까.

“아니, 밖으로 나갈거야.”  네르키아누스가 기지개를 켜며 말했다.  “주말에는 밖으로 나가야지.”  크게 하품한다.

“그러고보니 너 요새 자주 밖에 나가네?  전에는 주말이 되도 기숙사에 틀어박혀 있더니만...”

“바깥도 재밌더라고.  그럼 난 먼저 갈께.”  네르키아누스는 할일을 다 마치고 밖으로 나갔다.  하늘에선 눈이 떨어졌고 네르키아누스는 목도리를 단단히 두르고 나갔다.  

강을 건너 강아래로 간다.  그리고 그 골목길로 간다.  언제나처럼 자기 몸보다 큰 남자같은 옷을 입은 소녀가 책을 읽으며 기다리고 있었다.

“나 왔다.”  네르키아누스가 그녀의 옆에 앉았다.  니콜은 책을 덮고 머리를 네르키아누스의 팔에 기댔다.  

“이제 왔어?  오늘은 좀 늦었잖아.”

“정리할게 많더라고.”  네르키아누스는 팔로 니콜을 감쌌다.  “누나는 뭐해?”

“다음주에 있을 공연 준비중이야.  요즘엔 바빠서 집에 늦게 돌아와.”

“설마 매일 밤마다 술냄새를 풍기고 오는건 아니겠지?”  네르키아누스가 얼굴을 찌푸리며 말했다.  “누나는 자기 집에서 데리고 사는 애가 있으면 신경써줄것이지.  참...”

“그래도 형이 자주 와주잖아?”  니콜이 웃으며 말했다.  여전히 다른 사람이 날 좋아해주는건 쑥쓰럽구나.  

“뭐 먹으러 갈까?”  잠시의 침묵끝에 네르키아누스가 말했다.

“응!”  니콜은 네르키아누스와 손을 잡고 골목길을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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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주전에 완성한 첫 오리지널 장편이고 설정도 쓰지않고 막 써서 일부 캐릭터는 이름도 없습니다.  세계관은 후에 다른 작품들을 통해 더 팽창하고 다듬을 예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