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우주는 아주 드넓고 광활한 장소라 그런지, 참으로 많은 생명체들이 살고 있습니다. 아직 자신의 행성을 벗어나지 못한 종족이 있다면, 자신들만이 있다는 외로움에 젖을지도 모르겠지만, 적어도 별과 별 사이를 오가는 지경에 이른 자들에게 있어서 우주는 수많은 모험과 인연이 가득 있는 장소가 되지요. 각설하고, 그 많은 생명체들이 노니는 곳들 중에는, 이 탈도 많고 말도 많은 은하도 있다는 겁니다. 다른 은하와 한창 충돌중인 나선 은하이지요. 이 은하에 인간이 첫 발을 내디뎠을 때부터 인간 외의 지적 생명체가 있는지에 대해서는 아직 모르지만, 인간이란 것이 하도 질겨서 은하 여기저기로 퍼져나가게 된 건 시간문제였지요.

 

 

 

 

 

"아─ 정말. 어디 또 박혀계시는 거야. 말년병장은 개뿔이고 옛날에 행보관쯤 밟았을 사람이."

 

 

 

 

 

보다시피, 저는 누굴 찾고 있습니다. 아직 설명 드리진 못했지만, 제 이름은 그레이브라고 합니다. 뜻은......됐습니다. 무슨 생각으로 이런 이름을 지은 건지는 별로 생각하고 싶지는 않군요. 향년 412살의 소년입니다. 이게 왜 소년이냐구요? 너님 인간은 맞아요? 같은 소리가 들리는 것 같은데, 제가 선민사상까지는 아니어도, 이래 뵈어도 대선조의 직계 후손입니다!

 

 

 

 

 

"우앗, 술 냄새! 이 냄새는......주정을 부리는 냄새로군. 마을회관 구석에서 술기운이 느껴진다 이 말이지."

 

 

 

 

 

이건 또 무슨 소리냐면, 아니, 제가 홈월드 은하의 역사 고대 편부터 근 현대사까지 다 읊어야 합니까? 그거 13살 나이 때까지 겨우 고대 편 졸업하고, 16살때는 중세 편 반 정도밖에 못 나가는 데다, 근 현대사는 고사하고 20살까지 제대로 진도를 나가지도 못하는데 말입니다! 그래서 제가 설명할 부분은 적습니다.

 

 

 

 

 

옛날 아주 먼 옛날에, 대선조(프로제니터)가 은하 전역에 걸쳐서 강대한 힘을 가진 제국으로써 떵떵거리고 있었죠. 그러나 달이 차면 기우는 법이라는 고대의 옛말이 맞았나 본지, 어떤 불운한 일 때문에 제국은 망하게 되었죠. 그 여파가 얼마나 큰지, 사람들은 아주 먼 옛날의 역사는 고사하고 기술조차 퇴보해서, 원시인 때부터 다시 시작했으니까요. 그러나, 다들 그렇게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 버린 것은 아니고, 벤투지처럼 일찍 개화한 쪽도 있었고, 여기처럼 옛날의 기술과 역사를 아주 조금이나마 간직한 채 숨어사는 이들도 있었다는 겁니다. 우리는 후자고요. 이 마을은 그렇게 숨어 사는 자들의 피난처이자 낙원이죠.

 

 

 

 

 

"아이고, 무덤아! 네 거기 있느냐아아아아......끄억. 지금 내 다리가 다리가 아니라 무척추생물이 되부렀네."

 

"그냥 쉽게 다리가 풀렸다고 말하세요."

 

"시끄러 임마! 지금 다 늙어 서러운 중년 아자씨가 또 주정을 부린다고 영 좋지 않은 눈빛으로 보지 말란 말이여."

 

 

 

 

 

보다시피, 이 마을은 저 분처럼 아주 총명하시고 전지전능하신 이장님이 적절하게 잘 다스리고 있답니다. 얼마나 잘 통치하냐 면, 저렇게 허구한날 술로 원정을 하러 돌아다니셔도 전혀 마을에 지장이 안 생길 정도로 말이죠. 그러니까, 저 사람 할 짓 없는 거에요. 옛날에는 저러지 않으셨다는데, 그 옛날이 몇 만년 전이야? 이미 나 어렸을 때만 해도, 주정으로 인근 해적 단을 홀로 쓸어버렸단 말이죠. 이렇게만 보면 실력 하나도 아주 악마 급이긴 한데, 그냥 마을 사람들이 보기에는 구수한 아저씨일 뿐이고......

 

 

 

 

 

"너도 나만큼 살어봐. 3대가 포풍 생각을 하는 양이 단번에 들어와서는 네 머리통을 전차로 다 부셔버리는 것만큼 짜증 널 테니."

 

"알았으니까 마을회관 언저리에서 주무시지 마시고 방으로 들어가세요. 여기가 입 돌아가는 온도는 아니지만, 그래도 남이 보기에 꼴 사납잖아요."

 

"지랄은......나 이러고 다니는 거 온 세상 사람들이 알아 이눔아."

 

"그럼 이제 사주크께서 당장 여기에 천벌을 내리시겠네요."

 

"허이고, 나 사주크 주포 여러 번 당해본 몸이여, 이거 왜이래."

 

 

 

 

 

뭐, 술 취하면 개 혹은 소와 한 불안친구 하시는 분이지만, 그래도 꽤나 상냥하고 따뜻하신 분이십니다. 그냥 소개하는 시기가 정말 안 좋았던 것뿐이에요. 그렇고 말고요. 저요? 저는 보다시피 그냥 무시한 듯 시큼한...아니, 이게 아닌데. 여튼, 아직 여자 생각은 없답니다. 젊잖아요, 배울 것도 많고. 아, 여기 사람들은 다 고대어를 씁니다. 은하 공용어도 쓰긴 합니다만, 마을 내에서는 대선조의 언어를 쓰는 거죠. 얼이 있는 거죠. 하지만, 이것도 표준어 하고는 좀 틀려서, 아마 이장님이 말하기를 '남부 은하 사투리' 라고 하시더라고요. 예, 사투리인 거죠. 구수하고 느릿느릿하죠. 이장님은 좀 빠르긴 하지만 상관 없어요. 구수하면 장땡인걸. 왜 제가 사투리가 아닌 이런 표준어를 쓰냐면......유학을 다녀 왔어요. 이 마을은 꽉 막혀서, 나가는 사람이 거의 없어요. 이장 님이나 저, 그 외 해적이나 고물상에게 물건을 팔고 돈 받아오는 분들 빼고는 전혀 나가질 않지요. 저는 어렸을 때 유학을 다녀 와서, 배우는 와중에 '제대로 된' 선조어를 배우고 왔지요. 그러니까, 저는 서울말 쓰는 겁니다. 근데, 서울이 뭘까요?

 

 

 

 

 

"어 힘들다. 빌어먹을 것들이 암만 시간이 지나도 숙취 없는 술을 만들 줄 모르는구먼. 아오."

 

"그런 술이 어디 있어요? 악마의 음료인 만큼 그런 건 감수해야죠."

 

"뭐가 악마의 음료여? 고냥 기건 사죽─사주크─의 피인 겨. 알간? 피가 참 진한게지."

 

"아아, 예이 예이. 잘 알겠나이다."

 

 

 

 

 

이장님이 좀 술을 많이 드시긴 합니다. 근데, 이거 아시나요? 이 마을 반경 210km 정도까지는 특수한 공간이라는 거.

 

 

 

 

 

"다리는 없어도 날 수 있으니까 얼른 떠올라요. 자자, 옳지."

 

"야이......누굴 애기취급하고 있노?"

 

"술 취했으니까요. 이때 실컷 놀리는 거죠."

 

"이런 미친......"

 

 

 

 

 

딱히 그라비티 부츠를 신지는 않았지만, 게다가 작업용 우주복을 입지도 않았지만, 이 마을 반경은 마음껏 날아다니고, 걸어 다니고, 숨쉴 수 있는 공간입니다. 수십만 년 전, 이 카로스 그레이브야드가 생길 적 황제 폐하께서 이 부근에 원추형의 특수한 스테이션을 두고 가셨다네요. 저 멀리 그림자처럼 보이는 거대한, 달보다도 더 커 보이는 원추형의 물체가 바로 그 스테이션입니다. 저것이 이 공간을 사람이 살기 알맞은 곳으로 만들고 있지요. 저게 없으면 우리 마을은 처음부터 끝까지 다 갈아치워야 하겠지요. 어쨌든 아주 영험한 곳이라서, 갈 수 있는 사람은 이장님 뿐입니다. 마을의 신목으로 여기면 되겠네요.

 

 

 

 

 

"아, 끄윽. 오랜만에 일 좀 해볼까 하는디. 나 그렇게 많이 안 취했으니께 걱정은 말고."

 

"설마 또 고철 주우러 간다고 해놓고선, 애꿎은 해적함선이나 베이거 함선을 구겨서 가지고 오는 건 아니시겠죠?"

 

"얌마!! 그건 고 새끼들이 먼저 지랄을 하니까 그렇제! 확 그냥 카락 벌판에서 코어나 깔 것들이 말이야."

 

"그건 무슨 소린지 전혀 모르겠는데요. 하아......"

 

 

 

 

 

가끔 유치하거나, 4차원 유머를 쓰십니......초공간 안에서도 이해할 수 없으니, 4차원은 넘겠네요. 한 8차원?

 

 

 

 

 

"똥개─그레이브야드독─준비혀라. 알겄지만, 너무 고대의 원형이 잘 보존되신 쓰레기들은 쓰레기가 아니라 유적이여, 알간? 그런거 팔면 진짜 사죽신이 노하시니께. 그런 걸 넘어서 말이제, 고대의 기술들은 다 위험한디 그 무지한 것들에게 넘어가 봐, 다 디질판이여 그럼."

 

"아아, 그거 한 십칠만 번은 말하시는 거니까, 심지어는 성조는 물론이고 어떤 타이밍에 나올 것까지 다 아니까 그런 건 그만 말씀하셔도 된답니다. 그건 우리 마을 원칙이잖아요? 모든 일하는 자들이 필수로 삼고 다니는 걸요."

 

"그랴, 그렇제......옛날에는 원자재 수출이 아니라 선박수출로 먹고 살았는디......옛날이 좋았제......"

 

"자자. 향수병은 그만! 이장님인 만큼 현실을 직시하는 게 좋죠. 그레이브야드독 준비할 테니 얼른 나가요."

 

"이새끼가......너 임마, 한 30만년 전에만 태어났어도 말이여, 드놋─드레드너트─하나에 얼마였는지 알어? 팔면 임마 진은 물론이고 귀허다는 동부 히가라산 포도주를 싹쓰리가 가능하단 말여!!"

 

 

 

 

 

라고 호통하는 이장님에게, 저는 간단하게 이번 달 장부를 보여 줍니다. 술의 가득한 소비로 몹시 축소되고, 빨간 줄이 마구 그어진 전자 페이지 한방에 이장님의 입은 바로 닫혀지지요. 메롱입니다. 그러게 맨날 술잔치 하래요?

 

 

 

 

 

"끙......얼른 가기가 허자! 엇흠."

 

"예이─ 모시겠나이다."

 

 

 

 

 

저럴 때만 꼭 양반이시란 말이지. 근데, 양반이 뭐더라?

 

 

 

아무튼, 그렇게 가고 가고 또 날아서, 걸어서 가서, 그레이브야드독이 있는 격납고에 들어갑니다. 이 그레이브야드독은 특수하게 만들어진 거대 셀비징 선으로, 몸집은 작지만 그 엔진 출력과 무게 하중을 견디는 능력이 몹시 뛰어나기 때문에, 프리깃보다 작은 크기지만 히가라나 베이거의 전투 순양함은 물론이고, 홀로 건조함까지 인양하는 무서운 녀석이랍니다. 그 뿐만 아니라, 그 내구도는 타의 추종을 불허해서, 백 년 전 무인 기동되던 한 기의 그레이브야드독이 쿠샨 전 함대의 일제포격을 받았는데도 불구하고 아주 약간의 데미지 밖에 안 입었지요. 지금은 기술이 더 발전해서 그렇게 까지는 아니어도 튼튼한 건 여전합니다. 특히, 이 마을 사람들이 타고 다니는 건 더 튼튼한 데다, 이장님이 모시는 그레이브야드독은 고대의 기술력이 들어갔답니다. 이장님이 모는 빨간 줄 그어진 그레이브야드독은 인근 구역에서는 '고대의 망령'으로 불린답니다. 혹시라도 이런 그레이브야드독을 발견하면 반드시 도망치세요. 함대를 불러도 소용 없어요, 한 군단쯤은 오면 되려나......

 

 

 

 

 

"요고 연결, 저거 연결, 무기도 땡큐. 불도 잘 나오고, 속도도 잘 나고. 체크 다 됐구먼. 내 똥개야! 신나게 날아 보자!"

 

"아니, 이번에는 그냥 일인데요."

 

"아, 초 치지 마! 나도 다 알어! 내 똥개 놈에게는 머신 스피릿이 있다고! 알간 모르간?"

 

"머신 스피릿이라니......요새 누가 그런 걸 믿어요? AI가 판치는 세상인데."

 

 

 

 

 

우리가 하는 일은 별거 없습니다. 이 카로스 그레이브야드에는, 아주 많은 잔해들이 널려 있답니다. 대부분 고대의 알 수 없는 잔해의 일부이기도 하지만, 이 곳이 함의 무덤인 만큼 다른 국가에서 퇴역시키거나 못쓰게 된 함들이 버려지는 곳이기도 합니다. 그런 것들을 이 마을에서 가지고 온 다음, 거대한 포지에 넣고 마녀가 국자 휘두르듯......까지는 아니어도, 거대한 PDA포지에 데브리를 넣고 부수고, 녹여서 다시 함이나 그 외 여러 물건들을 만드는 데 적합한 재료들로 분할하죠. 그걸 튜라닉 왕국이나 오리시스 쪽으로 속여서 여러 국가에 판답니다. 그걸로 얻은 돈들은 바깥에서의 암시장에서 필요한 것을 사오기도 하고, 나머지는....... 이장님이 어디론가 저금하십니다. 딱히 반대하는 건 아니지만, 어디로 가는지는 알 수가 없습니다. 횡령해서 술사 드시는 거 야니냐고 말했다가 그날은 목이 날아갈 뻔 했지요. 직업 아니고 진짜 목 말입니다. 여튼, 그런 건 아닌 것 같습니다.

 

 

 

 

 

"자, 그럼 날아보자!! WAAAAAAAAAAAAAAAAAAAAAAAAAAAGH!!!!!!!!"

 

"자, 잠깐만요!! 엔진 출력을 최대로 올리는 것부터 일할 생각이 없는 거잖아요!?"

 

"좀 나중에 다시 보자! 마을 잘 지키고 있어라, 그레이브!!"

 

 

 

 

 

아, 결국 이거네요.

 

 

 

뭐, 그럼. 이 누추하지만 따뜻한 마을의 이야기는 지금부터 시작입니다.

 

 

 

항상 마을의 이야기만 나오는 것은 아니지만요. 뭐, 대충은 말이죠.

 

 

 

 

 

 

 

-------------------------------------------------------------------------------------------------

 

첫장은 소개하는 겸 해서 일인칭 시점입니다.

 

홈월드 팬픽이지만, 창작된 부분이 꽤 많습니다.

 

카로스 그레이브야드 지역의 반달 모양 건축물 위의 안쪽면(?)에 위치한 대선조의 직계 후손정도 되는 사람들의 마을이라던가.

 

그들의 생활상이라던가는 순전히 창작입니다. 대신 그들이 쓰는 드론이나 무버, 드레드너트 사주크 등등은 프로제니터의 실제

 

유닛들입니다. 그 외 다른 모드에서 솔깃해 보였던 유닛들(FX모드의 창작 대선조 유닛들 말입니다)이라던가, 별 요상한 유닛들

 

도 나올지 모르겠습니다......팬픽의 장점은 여기에 있는 것 같지만요.

 

직계 후손이라고는 해도, 극소수 빼고는 자각도 없고, 바깥(히가라나 베이거 등)사람들 처럼 역사는 잊혀진 감이 있죠. 바깥보

 

다야 많이 가지고 있지만요. 아주 왕래가 적은 고대부족 같은 느낌이기도 하고......

 

시간이 없어서 빨리는 못 올리지만, 시간 있을때마다 올리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