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터리 표절 관련 글이 올라왔었던 김에, 아바는 그리 많이 하진 않았지만 괜찮은 게임이었던 것 같은데, 아무튼 카스 클론으로 미칠듯 과포화된 국내 FPS 시장에서 슬슬 파이 확대를 위해서 좀 다른 방향으로 나가자는 시도가 많이 보이는 와중에 얘들도 하나 만든 거죠. 국내 FPS계에서도 좀 대작으로 시간 들여서 개발하는 물건들이 슬슬 나오고 있는 게 아닐까 싶습니다. 그래서 티저 영상이 나왔는데요. 배경은 미국이고 10년 뒤의 미래전(?)을 배경으로 뭐 요상하게 생긴 UAV 날아다니고 이상한 미래형 갑옷 입고 싸우고 하는 그런 건데...아니 뭐 당연히 까는 글입니다. 전 국산 게임에 매우 부정적인 태도를 견지하며 쿨한 척 하기를 즐기거든요. (아니, 그래도 아바는 꽤 할만했었는데... -_-?)



 그 티저가 이건데요. FPS 좀 해봤다 싶으신 분들은 위 영상 보면서 특정 물건이 아주 심각하게 연상될 거라 봅니다. 아래 영상을 봅시다.



 2007년의 헤일로 3 광고 영상입니다. 110제곱미터 면적에 걸친 진짜 디오라마고 제작비 천만 달러 넘게 들였습니다. 엄청 유명합니다. 물론 미국에서요. 광고야 딴 건 몰라도 비슷한 음악에, 비슷한 카메라워크에 귀막고 비명지르고 있는 병사만은 도무지 뭐라 할 수가 없네요. 잘 분류해줘봐야 짝퉁이고 그냥 솔직히 말하자면 표절인 거죠. 물론 게임플레이를 카피하는 것하고 트레일러를 카피하는 건 이야기가 다르고, 아직 티저만 나온 상황에서 이 게임이 어떤 물건이 될지를 성급하게 언급하긴 곤란하지만 말입죠. 그래도 카피는 카피고 따라한 건 따라한 거며 베낀 건 베낀 겁니다. 배터리만큼 파렴치한 물건일까 싶진 않지만 말예요.

일전에도 썼지만 배터리, 해브, 카트라이더, 서든어택, 아득히 예전부터 아류가 지배해왔던는 국내 게임시장엔, 아니 사실 모든 일엔 이유가 있을 테고 사정이 있을 겁니다. 우리나라가 뭐 중국처럼 산자이 정신이 있어서 국산 온라인게임 뮤를 똑같이 카피한 다음에 뮤 X라고 이름붙여서 고스란히 서비스하는 정서를 가진 건 아니잖아요. 좀 더 나아가자면 게임을 기획하고 연출하는 인력이 심각하게 부족하거나, 혹은 그 (윗대가리건 본인이건) 마인드 자체가 잘못되었다는 이야기일수도 있으며 혹은 시장 자체가 저렴한 아류 게임에 만족하고 좋은 게임은 죄다 불법복제만 해대기 때문이라고 말할 수도 있을 겁니다. 전 그런 걸 분석할 능력은 없고 그러니 그래선 곤란하겠죠. 하지만 게임 그 자체가 아니며 명백히 광고인 트레일러조차도 이런 식으로 자꾸 카피를 해와야 한다는 건 솔직히 이해가 가지 않네요.



뭣보다, 영화적 연출이라고 생각해보면 광고도 그렇거니와 우리나라 영화산업 그닥 녹록찮은 동네잖아요. 영화 트레일러도 잘만 만들더만. 한때 조폭 코미디만 쏟아져나오고 한때 스크린쿼터와 싸웠어도 이런 쪽 인력은 모르긴 몰라도 데려올 사람 꽤 있을 텐데 말예요. 그렇다고 돈이 없는 것도 아닐 텐데. 표절논란이 있었던 배터리만 해도 '쉬리'와 '태극기 휘날리며' 등에서 영화 OST 쟁쟁하게 만들었던 이동준씨를 영입해 OST 만든다고 광고하고 있습니다. 음악 면에서라면 해외에서 나름 괜찮은 사람 데려온 경우도 많아요. 리니지 2만 해도 빌 브라운, 아이온에선 양방언에 칸노 요코, 지금은 망한 엑스틸만 해도 '폴아웃 3'이나 '드래곤 에이지'의 Inon Zur 썼었고, 더 폭삭 망한 썬 온라인은 '반지의 제왕' OST를 맡았고 아카데미를 세 번 탔던 하워드 쇼어까지 끌고왔었죠. 물론 후자의 경우는 작곡가 좋아봐야 게임이 엉망이고 게임에서 음악의 적절한 사용을 지시해주지 못했으니 이름만 아까웠지만. 이런 사람들이 TeMP 같은 국내 분들보다 뭐 우수하니 갖다 쓰자거나 그런 이야기 하는 건 아니고요, 왜 트레일러 하나 만드는 데는 그만큼 신경을 안 쓰고 그냥 암거나 대충 갖다 베끼면 된다 생각할까요. 이건 근본적인 의지 부족이자 인식 부족의 문제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드네요.


비슷한 분위기의 근미래전을 다룬 FPS 시리즈로는 고스트 리콘이 유명하지요. 2005년 나왔던 어드밴스드 워파이터의 트레일러인데...뭐 거창한 내용은 없지만 연출도 나쁠 거 없고 HMD 형태에서부터 공격헬기 등의 지원을 받고 분대단위로 플레이하는 등 게임에 나오는 건 주요요소를 잘 다루고 있습니다. 그냥 이런 트레일러 만들면 어디 덧나나요?


조금 뜬금없어 보이지만 80년대를 풍미한 A-ha의 Take on me 뮤직비디오. 굉장히 유명했었죠. 지금 봐도 충분히 멋지고요.


1987년에는 해외 유명 뮤직비디오 표절해도 우리 나라 사람 아무도 신경 안 썼었습니다. 그래서 깐느 국제광고제 출품해서 멋지게 망신당했었죠. 지금도 그런가요? 불행히도 그런가 봅니다.



역시 뜬금없지만 다른 이야기를 해봅시다. 개인적으로 기대하고 있는, 근데 2007년에 트레일러 하나 내놓곤 감감무소식인 데이어스 엑스 3. 중간에 아주 짧은 시간 동안 수많은 그림이 빠르게 지나가는 게 보이시나요?



한 팬이 그거 프레임 단위로 돌려서 뭔 그림들인지 분석을 했습니다.게임 하나의 세계관에 얼마만큼의 이야기와 철학을 녹여넣을지를 슬쩍 엿보여주는 면모인 거죠. 이것도 광고라면 광고 전략인 셈인데. 스토리 따위 필요없는 온라인 FPS와 스토리 기반의 RPG + FPS 혼합게임을 직접 비교하는 건 부당하지만, 그래도 정말 '티저'라면 이런 트레일러 좋잖아요.



 한편 이 물건은 미국 진출한 서든어택의 트레일러입니다. 아뇨, 어느 심심한 미국 초딩들이 방 하나에 비번 걸고 프랩스로 대충 만든 게 아니라 진짜 공식 트레일러입니다. CG로 만든 무진장 폼잡는 저격수 나오는 트레일러도 있지만 이것도 그놈과 같이 올라가 있는 진짜 트레일러에요. 대체 뭔 생각으로 이런 걸 게임트레일러 닷컴에 올려놓는 걸까요?

 아, 까는 김에 맘에 안 드는 사소한 것까지 까야지. 나이는 벌써 질풍노도의 시기도 지났지만 여전히 칭찬보다는 불평에 익숙한 걸로 봐서 어쩔 수 없는 불평분자인가 봅니다. 위에도 나와 있지만 게임 제목이 메트로 컨플릭트 : 프레스토입니다. 제가 영어를 좀 못 하긴 하지만, 대체 뭔 뜻일까 싶어지는 제목입니다. 배터리가 Battle Territory를 줄인 약어라고 우겨도 그거야 뭐 그렇다 칩시다. 하지만 메트로 컨플릭트라니. 누구나 생각하겠지만 Metro 하면 가장 대표적 의미는 지하철이잖아요. 아무리 봐도 지하철에서 총질하는 게임은 아닌 것 같은데. 아마도 '대도시의'라는 의미로 '시가전'쯤 되게 제목을 붙인 게 아닌가 싶습니다만, 어감이 참 애매하네요. 시가전이라면 무엇보다 urban warfare...는 좀 짝퉁 냄새가 나고, 미군에서는 시가전을 urban operation이라던가 FIBUA (Fighting in Built Up Areas) 같은 식으로 부릅니다만, 한편으론 딱히 또 시가전이라고 해서 뭐 거창한 게임 이름이 되는 것 같지도 않고요. 프레스토는 대체 또 왜 붙은 걸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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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식 홈페이지에 올라와 있는 컨셉아트. 'Security' Base가 어째서 '비밀' 기지죠? 다들 토익 점수 따지면 뭐하나요.

 뭐, 그렇다는 겁니다. 제가 이렇게 열내 봐야 아무도 관심 없을 테고 국내 게임 시장은 여전히 잘 굴러갈 테니 이런 글 말고 좀 건설적인 글을 써야 할 텐데. 리뷰나 하나 잡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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