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 종합 게시판 - 게임/영화/애니/만화/소설/드라마/다큐멘터리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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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안킬로사우루스 게시물을 올린 김에 스테고사우루스 이야기도 좀 해보고자 합니다. 초식공룡들 중 전투적인 3종 세트를 꼽으라면, 뿔로 무장한 트리세라톱스, 골판과 가시가 돋보이는 스테고사우루스, 단단한 갑옷과 꼬리 곤봉이 있는 안킬로사우루스가 있습니다. 각각 뿔용, 검룡, 갑룡의 대표자죠. 인기는 뿔용>검룡>갑룡 순인데, 사실 갑룡이 등장하는 공룡 작품은 거의 찾기 힘듭니다. 대개는 트리세라톱스가 출현 물망에 오르며, 뿔용이 없을 때 대체재로 스테고를 쓰기도 하죠. 저돌적인 뿔용에 비해 (뇌가 두 개지만 멍청하다고 소문이 나서) 인지도가 좀 낮기는 하지만, 그렇다고 출현 비중에서는 절대 밀리지 않습니다. 등에 온통 골판이 나 있고 꼬리에 날카로운 가시가 있는 터라 한 번 봐도 절대 잊어버리지 않을 만큼 생김새 하나는 개성만점이거든요. 그래서 스테고가 나오는 유명 작품에는 어떤 것이 있는지 두서없이 한 번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당시 사람들이 생각한 스테고사우루스 모습]
- 소설 <잃어버린 세계>
최초의 SF이자 비경탐험물이라는 코난 도일의 <잃어버린 세계>. 여기서 제일 처음 등장하는 공룡이 바로 스테고사우루스입니다. 그러니까 SF 작품에 최초로 출현한 공룡은 인기 상한가의 T-렉스도, 트리세라톱스도 아닌 검룡인 셈이죠. 물론 스테고가 소설에 직접 나오진 않습니다. 다만, 잃어버린 세계를 우연히 다녀온 어떤 백인 화가가 검룡을 보고 그걸 화폭에 담고, 그 그림이 런던으로 전해지면서 탐험대가 남미로 출발합니다. 이 당시 사람들이 생각한 검룡의 모습은 지금과 약간 달라서 <잃어버린 세계>를 각색한 작품에는 스테고가 목이 짧다거나 골판 배열이 다르거나 꼬리 가시가 8개씩이나 되는 묘사도 나옵니다. 뭐, 다른 건 현대도 해석이 불분명하니까 그렇다 치고, 꼬리 가시가 어디서 8개나 나왔는지. 이후로는 초식공룡이 이구아노돈 빼고 코빼기도 안 나와서 사람을 기습한다거나 육식공룡과 싸운다거나 하는 장면은 없습니다.
- 영화 <킹콩>
많은 사람이 잊어버리는 것 중에 하나인데, 원작 <킹콩>에는 스테고가 나옵니다. 역시나 ‘최초’라는 수식어를 달아줄 법한데, 칼 덴헴 일행이 해골섬에 도착하여 제일 처음 만나는 거대 동물입니다. 이 곳이 보통 섬이 아니며, 앞으로 어떤 모험을 하게 될지 알려주는 역할을 하죠. 하지만 그 최후는 눈물이 앞을 가리는데, 사람들이 폭탄을 던지고 총을 쏘는 바람에 별다른 활약도 없이 바둥거리다 쓰러집니다. 킹콩과 싸우다 죽은 공룡이나 사람을 기습해 씹어먹던 아파토사우루스와 비교하면 끝이 참 불쌍하죠. 이 영화에서 묘사는 소설 <잃어버린 세계>와 별 다를 바 없습니다. 스테고의 외관 묘사가 오래도록 변하지 않았음을 반증하죠. 그래도 골판 배열이나 꼬리 가시 등은 현대 해석과 어느 정도 비슷하긴 합니다. 1976년 리메이크 작은 해골섬에 공룡이 아예 안 나오고, 2005년 리메이크는 초식공룡이 횡포를 부리긴 하는데 검룡 대신 뿔용이 나옵니다. 뿔용이 더 멋있다고 판단한 모양. 개인적으로는 검룡을 더 좋아하는지라 이 부분은 아쉽더군요. 어쩌면 검룡이 나왔다간 영화 <잃어버린 세계>와 동일하다는 지적을 받을까 봐 그랬을 수도 있죠.
- 애니메이션 <판타지아>
마법사 미키 마우스로 유명한 애니메이션 <판타지아>. 여기서는 스테고가 T-렉스와 맞서 싸우는 역으로 나옵니다. 초식공룡들이 한가하게 풀을 뜯는 어느 날, 폭풍이 심하게 치는 밤을 틈타 육식공룡이 평화로운 땅을 기습합니다. 초식공룡들은 죄다 놀라서 도망가 숨기 바쁘죠. (심지어는 트리세라톱스마저!) 스테고도 도망을 치는데, 골판이 무거워서 그런지 뒤뚱거리며 뛰는 터라 속도가 별로 빠르지 못합니다. 결국 T-렉스에게 따라 잡히고, 둘은 목숨을 건 대결을 펼칩니다. 물어뜯는 렉스 대 가시로 찍는 스테고의 싸움인데, 꼬리 가시로 몇 번이나 머리통을 쳐 날리는 활약에도 아랑곳없이 스테고는 T-렉스에게 목이 물려 죽습니다. 흔히들 T-렉스의 라이벌로 트리세라톱스를 꼽으나 이 작품에서 뿔용은 무섭다고 숨어있기나 하고, 싸우는 역할은 오히려 검룡의 몫이라 좀 놀랐습니다. 어린 마음에는 당시 제일 좋아하던 스테고가 잘 싸우는 듯하다가 물려 죽자 충격을 받기도 했네요. 아직도 <판타지아>를 보면 그 장면 때문에 마음이 아파요….
- 애니메이션 <리틀 풋의 대모험>
스필버그가 감독한 공룡 애니메이션입니다. 아파토사우루스, 트리세라톱스, 프테라노돈, 사우롤로푸스, 스테고사우루스 새끼들이 파티를 맺고 육식공룡의 위협을 피해 젖과 꿀이 흐르는 땅을 찾아가는 출애굽기…는 아니고, 여하튼 탈출기입니다. 스테고는 꼬리에 가시가 달렸다고 ‘스파이크’라는 이름으로 불리는데, 대중들의 흔한 인식처럼 먹는 것밖에 모르는 바보입니다. 다른 공룡과 달리 대사도 한 마디 없고, 머리를 쓰거나 뭔가에 앞장서거나 하는 모습은 전혀 안 보여줍니다. 어떻게 보면 낭비된 캐릭터고, 스테고를 좋아하는 아이들이 많으니까 인심 써서 넣어준 식. 그나마 어른 공룡들이라도 한 건 해주면 좋은데, 육식공룡과 싸우는 건 어디까지나 뇌룡과 뿔용의 역할. 영화 끝날 때까지 뭐, 제대로 하는 일이 하나도 없어서 좀 섭섭하기도…. 활약이 없어서 그런지 인기도 별로인 듯?
[스테고 이미지는 아니고, 책 표지. 삽화가 충격적인 게 꽤 됩니다]
- 게임북 <공룡 박물관의 공포>
예전에 ‘Plot in Yourself Horror Stories’라는 게임 서적이 꽤 유행했습니다. 미국의 교수이자 작가인 힐러리 밀턴이 지은 건데, 일반 책처럼 그냥 읽어나가는 게 아니라 독자가 주인공이 되어 선택지를 결정하면 내용이 달라지는 식입니다. 이 시리즈 중 7번째가 <공룡 박물관의 공포>인데, 온갖 공룡 모형들이 되살아난 박물관에서 탈출하는 이야기입니다. 박물관이라서 별 공룡들이 죄다 나오긴 하는데, 그 중 스테고에게 죽음을 당하는 결말이 기억에 남네요. 어쩌다가 주인공이 스테고 등으로 떨어졌는데, 하필 제일 커다란 골판 사이에 끼인 겁니다. 스테고가 움직일 때마다 골판도 흔들거려 육절기에 낀 고깃덩이마냥 주인공이 골판 사이에서 짓이겨진다는 결말…. 끔찍하기도 하거니와 이렇게 기상천외(?)하게 공룡한테 죽은 주인공도 드물 듯. 골판을 전기톱 대용으로 사용하다니요, 것 참. 그야말로 충격과 공포인데, 아마 스테고를 공포 소재로 사용한 드문 사례일 겁니다. (이 밖에도 잔인한 묘사가 참 많은데, 당시 국내 번역판은 무려 아동용이었습니다. 공룡이 나온다고 만만했나)
- 애니메이션 <우주용사 다이노서>
외계에서 온 공룡 지성체들이 지구 수호와 파괴를 놓고 두 편으로 갈려 싸우는 미국 애니메이션. 이런 부류의 애니메이션이 다 그렇듯이 지구 (미국) 소년들은 정의의 편에 서서 악당 편과 싸웁니다. 알로사우루스가 이끄는 정의의 편에는 스테고사우루스가 있었는데, 역시나 느릿느릿한 바보 캐릭터. 이거 참, 뇌가 호두만하다는 것 하나 가지고 진짜 바보 캐릭터로 엄청나게 우려먹는군요. 그나마 인기가 많아서 악당으로는 안 나오니까 다행일까나. 보시다시피 그냥 지성체도 아니고 우주선 타고 다니는 외계인 수준이기에 검룡 모습을 본뜬 우주선도 타고 다닙니다. ‘공룡 변신 장치’라고 해서 실제 공룡으로 변하는 능력도 있기에 위급할 때엔 실물 스테고사우루스가 되어 꼬리 가시를 휘두르며 싸우죠. 악당 대장은 T-렉스인데, 맨손 대결을 할 경우 스테고가 진짜 공룡으로 변하면, 변신 능력이 없는 T-렉스는 꼬리 가시에 비 오는 날 먼지 나도록 두들겨 맞는 겁니다. 하지만 바보 조연이라서 그런지 변신하는 거 별로 못 봤네요.
- 애니메이션 <트랜스포머> G1
위에서 설명한 스테고 역할과 비슷합니다. 외계에서 오진 않았으나 여하튼 외계 기술로 탄생했고, 인간형과 동물형을 오가는 변신 능력에, 정의의 편이고, 내구력은 좋으나 머리가 나쁘고 말수도 별로 없습니다. 강력한 공룡을 모델로 트랜스포머를 만들자는 제안 때문에 나온 다이노봇 중의 하나로 이름은 스널. 다이노봇은 T-렉스(그림록), 트리세라톱스(슬래그), 아파토사우루스(슬러지), 프테라노돈(스우프) 등이 있는데 모둔 유명 공룡들이죠. 딱 아이들이 좋아할 놈들만 골랐습니다. 허나 다이노봇이 개그 노선이고, 그나마 그림록을 제외하면 그렇게까지 유명세를 타지 않기에 묻히는 감도 있습니다. 공룡 로봇을 재현하는 일이 만만치 않은지라 실사 영화에는 나오지 않았으며, 설사 다이노봇이 나온다고 해도 스널까지 나올지는 모를 일입니다. 아마 나온다면 그림록만 나올 확률도 높죠.
- 소설 <쥬라기 공원>
마이클 클라이튼이 쓴 소설에도 나옵니다. 헌데 별 역할 없습니다. 그저 유명공룡이니까 안 나오면 섭섭해서 넣어준 정도. 다만, 초식공룡들이 앓던 병을 치료할 때 엘리 새틀러 박사가 스테고의 변을 분석합니다. 그런데 작가가 그 병이 있었다는 걸 까먹었는지 치료했다 없다 소리도 없네요. 등장 장면은 처음에 끙끙 앓고 있을 때 한 번, 공원에 전기 나가고 관광용 차량이 T-렉스에게 기습을 받은 직후에 한 번, 공원을 네이팜 탄으로 날려버리기 직전에 새끼 T-렉스와 싸우던 모습 한 번으로 고작 3컷 등장합니다. 영화에서는 트리세라톱스가 병을 앓는 것으로 나오는데, 스테고의 역이 뿔용으로 바뀐 셈. 영화에는 공룡이 그리 많이 나오지 못하니까 선택을 해야 했을 테고, 스테고보다는 트리세라톱스가 낫다고 여겼나 봅니다. <리틀 풋의 대모험>에서도 그렇고, <쥬라기 공원>도 그렇고, 스필버그는 스테고 안티인 게 틀림없…을 것 같은데, <잃어버린 세계>를 보면 또 그렇지도 않으니.
[스테고를 좋아한다면 전형적인 바탕화면감]
- 영화 <잃어버린 세계>
저 유명한 장면을 만든 장본인. 솔직히 전작에서 브라키오사우루스가 나올 때만큼의 충격은 덜했습니다. 시각효과로도, 몸집으로도 그랬죠. 다만, 여러 마리를 한꺼번에 보여주고, 곧바로 액션 장면으로 넘어간 건 그럴 듯했습니다. 꼬리 가시를 휘두르는 장면을 극장 화면으로 볼 때는 감동이었어요. 첫 등장 장면이 꽤나 유명하기에 스테고사우루스 출현 분량이 많을 거라고 착각하는 사람도 있는데, 저 때 한 번 나오고 그 다음부터 감감무소식입니다. 클라이튼이 쓴 원작 <잃어버린 세계>에는 저런 장면이 원래 없는데 굳이 넣을 것을 보면, 아마 코난 도일의 <잃어버린 세계>를 오마쥬하려고 그랬는지도 모릅니다. 혹은 <킹콩>을요. 그도 저도 아니라면, 역시 인기 공룡인데 전작에서 안 나왔으니까 넣어준 것일 수도. 공원 이름은 쥬라기인데, 정작 인기는 백악기 공룡인 트리세라톱스가 다 차지하고, 막상 쥐라기 공룡인 스테고가 찬밥신세라니 안타깝기도.





고지라의 등 지느러미가 스테고의 골판에서 따왔다고 합니다.
고지라의 이름에 가려져서 스테고가 제대로 알려지지않았을뿐이지.. 알고보면 나름 주연으로서도 꽤나 인기몰이를 한적도 있는걸요^^;
여담으로 고지라의 등지느러미가 스테고라면 전체외형이 이구아노돈에서 따왔다고 하던데.. 사족보행하는 현재의 이구아노돈이 아닌 꼬리를 땅에 끌고다니는 이족보행형 이구아노돈에서 따왔을 가능성이 높아보이더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