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작 단편 게시판
<1>
하늘에서 외계인이 등장했을 때 우리들은 경악할 수 밖에 없었다.
당연하게도 그들은 우리보다 월등한 문명을 가지고 있었고, 결국 우리를 방문했다.
그들은 저 하늘에 유난히도 빛나는 녹색 행성, 금성에서 왔다고 했다.
괴상한 생김새와 다르게 그들은 상당히 친절한 종족이었다.
미개한 우리를 계몽시키려는 의지 또한 대단했다.
그들은 배부르게 식량을 키우는 법을 알려주었다.
땅에서 금속이라는 것을 캐내어 도구를 만드는 법과, 그 도구로 더 나은 도구를 만드는 방법도 가르쳐주었다.
그들은 우리가 원하는 것은 무엇이든 이루어주려고 했으며, 때로는 분별없이 소원을 들어주다가 오히려 상황이 악화되는 경우까지 생겨났다.
하지만 그렇다고 심각할 정도로 큰 문제가 발생한 것은 아니었다. 그저 후일에 자손에게 들려줄 하나의 불과한 이야깃거리가 되곤 했다.
그들이 알려주는 지식에, 그 지식으로부터 온 편리함에, 우리는 서서히 감화되어갔고, 우리들도 그들을 우리의 현명한 친구로 인정하기 시작했다.
어떤 이들은 그들을 신으로 섬기기까지 했다.
하지만 모두가 그렇게 우호적인 자세를 보인 것은 아니었다.
몇몇 종교의 신자들은 그들을 경멸하기까지 했다.
그 종교인들의 일부는 감정이 격해서 폭력적인 방법을 쓰는 것도 마다하지 않았다.
결국 몇명의 금성인이 희생되자, 온화한 금성인들도 참고 있지만은 않았다.
우리들과 금성인들이 모인 자리가 만들어지고, 한 종교인이 금성인들 스스로가 신이라는 걸 증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성적이고 현명한 금성인들은 물론 그런 믿음에 대해 완강히 부정했다.
하지만 종교인들은 전혀 물러서지 않았다.
그들은 일부 사람들이 그렇게 생각하는데 대해서, 금성인들이 책임을 져야한다는 억지를 쓰기 시작했다.
우리의 소원을 가장 잘 들어주던 한 현명한 금성인이 물었다.
"우리는 스스로 신이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그러한 증거를 댈 수가 없습니다. 하지만 당신들이 원한다면 무슨 일이든 시도해 보겠습니다. 무엇을 원하십니까?"
종교인들은 머리를 맞대고 이야기를 하더니 소원을 이야기했다.
"당신이 신이라면 이 세상이 끝날 때까지 우리가 죽지 않도록 할 수 있을거라 생각합니다."
곰곰히 고민하던 금성인은 결국 그것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금성인의 몇몇 일부조차도 그의 말에 놀라움을 표시했고, 지켜보던 우리들의 놀라움은 더했다.
하지만, 그런 말을 듣고 물러설 종교인이 아니라는 건 누구나 알 수 있었다.
"그건 당신의 말일 뿐입니다. 우리는 결코 인정할 수 없습니다. 증거를 보이세요"
금성인들이 보여준 친절과 성의에도 불구하고 억지를 부리는 종교인을 이해할 수 없었지만, 솔직히 우리들도 세상이 끝날 때까지 살 수 있는 방법이 궁금하기는 마찬가지였다.
"제 말의 증거를 보고 싶은 사람은 저 배를 타기 바랍니다."
현명한 금성인은 그들이 타고 온 배를 가리켰다.
그들이 함사라고 부르는 거대한 배는 큰 날개를 가진 생물과 닮아있었다.
지금껏 자신들을 희생하는 일이 있어도, 우리를 핍박하거나 멀리하는 행동조차 하지 않았던 금성인들이었다.
하지만 지켜보는 우리조차도 그들의 운명을 예측할 수는 없었다.
두려움에 떨던 종교인이 물었다.
"모든 금성인들의 생명을 걸고, 우리가 저기에 탔을 때 세상이 끝날때까지 죽지 않는다는 걸 보장할 수 있습니까?"
금성인들까지 동요하게 만드는 말이었지만, 헌명한 금성인은 고개를 끄덕였다.
"맹세컨데 당신들은 세상이 끝날 때까지 살 수 있을 겁니다."
금성인들을 싫어하더라도 금성인이 하는 말의 무게를 잘 아는 종교인들은 그들이 정직하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종교인들의 악다구니는 궁금증이 되었고, 궁금정은 갈망이 되었다.
진실을 확인하고 싶은 종교인들은 결국 모두 그 배에 올라탔다.
종교인들이 모두 배에 타고난 후, 그 배는 천천히 하늘로 날아가기 시작했고, 점점 빠르게 사라져갔다.
현명한 금성인이 말했다.
"이제 그들은 정말로 세상이 끝날 때까지 살아있을 겁니다."
우리중 몇몇은 탄성을 터뜨리며 후회하는 사람도 있었다. 궁금함을 참지못하는 우리들중의 누군가가 물었다.
"그들을 다시는 볼 수 없는 겁니까?"
현명한 금성인이 답했다.
"네 그들은 세상이 끝나는 날에 죽을 것입니다."
다른 누군가가 물었다.
"그들은 어디로 가게 된 겁니까? 천국입니까?"
현명한 금성인이 답했다.
"그들은 어떤 곳으로 간 것이 아니라, 어떤 방법으로 가는 겁니다."
우리는 궁금해 미칠 것 같았다.
"그럼 그들이 어떤 방법으로 갔습니까?"
현명한 금성인이 대답했다.
"그들은 빛의 속도로 우리에게서 멀어져 갑니다."
슬픈 눈빛의 금성인은 그 말을 끝으로 더이상 물음에 대답하지 않았다.
그제서야 이해를 했는지 다른 금성인의 눈빛 또한 다르지 않았다.
한참의 시간이 지난 뒤에야 우리는 그들의 운명을 알 수 있었다.
금성인들에게 오랜기간 많은 가르침을 받았던 똑똑한 누군가가, 빛의 속도로 날아가는 배가 어떤 의미가 있는지 우리에게 설명해줬을 때 우리는 그들을 위해 기도했다.
억겁의 시간을 보낼 우리들과는 달리 찰나의 시간을 보낼 그들을 위해...
<2>
종교인들이 모두 사라지자 평화가 찾아왔다.
천만년이 지나고, 다시 천만년이 지나기를 몇 번, 금성인도 지구인도 모두 만족하는 삶이 이어졌다.
그러나, 시작이 있으면 끝이 있는 법.
금성이 노랗게 변하는 날이 찾아왔다.
현명한 금성인은 울 것 같은 표현으로 우리를 찾아왔다.
"우리는 멸망했습니다."
그렇게 대단한 지식을 가지고 있는 금성인들이 멸망했다는 것이 믿겨지지가 않았다.
현명한 금성인이 말하길, 모든 금성인이 현명한 것은 아니며, 욕심을 가지고 있는 금성인도 있었다고 말했다.
"전체를 생각하기보다, 스스로를 더욱 생각할 때부터 우리의 멸망은 예견된 것입니다."
평화로운 나날이 계속되면서 어느 순간, 모두 보다 자신을 생각하는 사람이 많아지기 시작했다고 한다.
덕분에 모두에게 좋지만은 않은 것을 알면서도 자신의 이익을 위해, 전체의 이득보다 자신의 이득을 돌봐주는 지도자를 뽑는 것은 자연스럽게 흘러가는 과정었다고 말했다.
"그리고 그가 모든 것을 망쳤습니다."
각자의 이익을 보장해준다고 말하던 지도자는 결국 그를 뽑아준 사람들처럼 자신의 욕심만 채우기 시작했다.
곧 그에 반발하는 사람들이 하나 둘 생겨났고, 온건한 그들은 맞서싸우기 보다는 곳곳에 모여서 조용히 항의하기만 했다.
"그는 모든 것이 오해라며, 앞으로는 옳은 방향으로 나아갈 것이라 안심만 시켰죠."
하지만 그의 말은 모두 거짓이었다.
거짓을 전혀 모르던 금성인 들에게 그의 거짓은 큰 충격이었으리라...
"그는 우리에게 영원한 밤을 선물했습니다."
그는 거짓말 하는 재주는 뛰어났어도, 현명하지는 못했다.
그는 금성의 자전을 조절해서 태양빛이 자신과 자신을 따르는 사람들의 거주지만을 비추게 만들었다.
과거의 금성인들은 능히 그렇게 할만한 재주가 있었지만 아무도 그런 시도를 하지 않았다.
빛의 속도만큼 빠르게 이동할 수 있는 기술을 가지고 있다고해서, 아무도 그렇게 하지 않았던 것과 마찬가지다.
그 답답한 우리네 종교인들을 빼고는 말이다.
"욕심은 사람의 이지를 흐리게 만들지요."
그들은 광합성을 하면서 살아간다.
그들은 눈도 네 개, 팔도 네 개, 다리도 네 개인 존재였다.
팔에는 푸르른 녹색의 잎이 가득했고, 다리는 보기 좋게 튼실한 갈색의 딱딱한 껍데기가 붙어있었다.
그런 그들에게 어둠이란 치명적이다.
"우리가 지구에 오게된 이유입니다."
우리는 삭막한 어둠과 욕심많은 지도자를 피해서 지구로 온 그들을 동정했다.
또한 우리는 그렇게 욕심많은 이들에 우리에게 오지 않았다는 사실 또한 감사해했다.
그리곤 금성이 더워지기 시작했다.
"그건 우리도 예측하지 못했어요."
그러다 화산폭발이 시작되었다.
금성인에게 습기가 동반된 따뜻함은 축복이지만, 불은 치명적이다.
곳곳에서 폭발이 일어나고 수많은 금성인들이 타죽었다.
"그보다 더 심한 것은 유황이었어요."
땅속에 있는 유황은 가끔씩 땅에 뿌리는 내리는 그들에게 꽤나 유용한 자원이기도 했다.
"유황은 우리가 건강한 상태를 유지하게 만들어 줍니다."
하지만 하늘에서 쏟아지는 유황은 달랐다.
달궈진 습기는 구름이 되어 하늘로 솟아 올랐고, 화산 폭발로 유황이 섞이자 상황은 심각해졌다.
"하늘에서 염산과 황산의 비가 내렸어요."
녹색의 행성은 노란색으로 변해버렸다.
금성인들은 화재와 산성 비에 타 들어갔고, 결국 누구도 탈출하지 못했다.
그들의 우주선 또한 화재와 산성비에 버티지는 못했던 것이다.
"시바가 위험을 무릅쓰고 구하려고 했었지만 역부족이었어요. 결국 이렇게 우리 셋 만이 살아남았네요."
오래전에 지구로 왔던 금성인들은 오랜 세월이 흐르며 점차 사라졌다.
그들은 땅에서 온 생명은 땅으로 돌아간다고 한다.
오랜 시간이 지나면 그들의 육체는 영원히 땅에 뿌리를 내리고, 세상의 모든 것을 잊고 정신은 육체를 벗어난다.
지구는 그들이 남기고간 생명으로 푸르러졌다.
"우리는 그것을 해탈이라고 부르지요."
그런 크나큰 슬픔을 포함한 모든 것을 잊을 수 있는 그들이 한편으로는 부러웠지만, 한편으로는 불쌍하기도 했다.
또한, 그들이 그토록 바라는 평화롭고 영원한 안식을 찾았다는 안도감과 함께, 오랜 친구를 잃은 씁쓸함 또한 가져야 했다.
그들은 우리들의 소중한 친구였기 때문이다.
"그래도 당신들이 아직까지 남아 있어서 우리들은 너무 행복하답니다."
늘 현명하고 지혜로운 브라흐만이 말했다.
"우리들도 마찬가지랍니다. 베다."
동족들을 구하느라 황산을 마셔 목이 상한 시바도 쇳소리나는 소리를 내며 말했다.
"베다. 해탈은 죽음이 아니랍니다. 죽음에서 벗어나는 길이지요."
늘 우리에게 안도감을 주는 단단한 껍질을 지닌 비누슈도 말했다.
"우리가 삶을 벗어버리기 전까지 당신들과 함께 할 것입니다."
<3>
다시 시간은 흐르고 흘러, 역사가 전설이 되어갔다.
처음의 베다들도 사라지고, 브라흐만들 또한 모두 사라졌다.
그들의 위대한 지식과 철학만이 지구인들 곁에 그 오랜기간 동안 남아있었다.
누구에게나 시작이 있었듯이 우리에게도 끝이 찾아왔다.
빅뱅에서 우주가 생겨났고, 가스가 모여들어 다시 별들이 생겨났다.
별들은 서로를 끌어당겨 모이고 은하가 되었다.
우리 은하도 마찬가지고, 저 멀리서 다가오는 은하도 그렇게 생겨났다는 걸 우리는 알고 있다.
하지만 그 지식으로도 우리가 살아남을 방법은 알 수 없었다.
금성인들이 과거에 우주를 여행하는 법을 알려주었지만, 저 검은 공간에 무엇이 있는지 그들도 알지 못했다.
"우리는 멸말하게 될 겁니다."
세 개나 되는 우리들의 눈은 너무나도 정확히 다가오는 커다란 소행성군을 확인할 수 있었다.
어떤 작은 소행성은 해왕성에 이끌려 운이 좋게도 위성으로 변했다.
다른 소행성은 토성 근방에서 인력으로 인해 부서져버렸고, 또다른 몇몇은 목성의 인력에 휘말려 지구가 몇개나 들어갈만한 거대한 점을 만들어냈다.
화성을 지날때는 거대한 소행성이 지나며 지표면에 생채기를 내며 거대한 협곡을 만들어내기 까지 했다.
그 충격으로 화성에는 태양계에서 가장 거대한 산이 생겨났다.
그리고 지구를 향해서 화성만큼이나 큰 소행성이 다가오고 있었다.
그것을 과연 소행성이라 불러야 하는지 우리는 망설여지기까지 했다.
"이 풍요로운 곳을 떠날 수는 없습니다."
시간이 지나서도 브라흐만의 현명함은 빛을 바래지 않는다.
전설에 따르면 그가 해탈하면서 먼 훗날 비누슈가 우리들의 마지막 피난처가 될 것이라 말했다.
하지만 아무도 피난처로 움직일 생각을 하지 않았다.
야마와 아쉬빈만이 다른 지구인들과 달랐다.
"누군가는 살아남아야 합니다."
아쉬빈은 우리가 멸망한다고 하더라도 지구에는 생명이 살아남아야 한다고 말했다.
소행성이 지구와 부딪혀 고열의 지옥으로 변한 행성에서, 생명이 살아남으리라는 보장은 누구도 하지 못한다.
"죽음을 피해 생명의 씨앗을 남길 방법이 이미 우리에게는 있습니다."
아쉬빈은 생명의 조각을 두 개로 쪼개서 야마에게 건내주었다.
왜 완벽한 세 개가 아닌 두 개냐고 야마가 물었다.
눈이 넷, 손이 넷, 다리가 넷이었던 금성인과 다르게, 지구인은 눈이 셋, 손이 셋, 다리가 셋이었다.
그래서 지구인들 스스로는 셋이라는 숫자가 완벽하다고 보았는데, 세 발로 섰을 때 무엇보다 안전하고, 세 손을 썼을 때의 무엇보다 유용하며, 세 눈으로 봤을 때 무엇보다 정확함이 있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결국에는 타락했던 금성인들과의 차이점이 바로 셋이라는 숫자에 있다고 지구인들은 대부분 생각했다.
넷은 나누어지지만 셋은 나누어지지 않는다.
"하지만, 셋이라 우리는 이렇게 가만히 있다가 멸망하니까요. 둘이면 넘어질듯 위태위태하겠지만 그래서 더더욱 삶을 위해 노력하지 않을까요?"
야마는 비누슈의 다른 모습인 배에 올라탔다.
아쉬빈은 가루다라는 이름을 붙였다.
"새로운 희망이라는 뜻입니다. 우리에게는 희망이 필요하니까요."
지구는 멸망했고, 야마는 배를 타고 먼 길을 떠났다.
<4>
20억년이라는 긴 세월을 헤메다 가루다가 지구로 돌아왔을 때, 지구는 조금 더 커졌고, 달이 생겼으며, 가루다에는 야마의 멀고먼 후손인 인드라가 타고 있었다.
인드라는 식어버린 지구를 깨우기 시작했다.
그로 인해 지구는 천둥과 번개가 치고 뜨거운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그렇게 만들어진 바다에 생명의 조각을 하나씩 넣고 휘저었다.
인드라는 다시 길을 떠난다.
다시 20억년이 흘렀을 때, 암수가 구분된 역동적인 생명체들이 자라났다.
지구에는 조금씩 활기가 넘치기 시작했다.
그리고는 결국 아쉬빈의 바람대로 지구에는 두 눈과 두 손과 두 발을 지닌 인간이 나타났다.
가루다가 다시 돌아왔을 때 인드라의 후손 미차야가 홍수를 막아 수많은 생명을 지켜내고 사라졌다.
오랜 시간이 지나 미차야의 후손 쿠르마가 와서 생명을 더더욱 꽃피웠다.
쿠르마의 아들 바하라가 지진과 해일로 부터 다시 생명을 지켜내었고, 그 다음은 바하라의 아들 나랏싱하가, 다음은 나랏싱하의 아들 바나마가 세상을 지켜냈다.
바나마는 인간의 모습으로 땅에 정착했으며, 파라슈라마, 라마, 크리슈나, 붓다의 이름을 쓰면서 세상을 보호했고,
나랏싱하의 둘째 아들 칼킨은 가루다를 타고 다시 길을 떠났다.
지구가 위험에 처한 먼 훗날을 대비하기 위해서 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