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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립 K. 딕(Philip Kindred Dick)의 <유빅(Ubik, 1969)> 번역본입니다.

사이버펑크라는 SF 서브 장르 자체가 이 사람을 존경하는 작가 모임에서 시작했을 정도로,

PKD가 SF 문단과 독자들에게 갖는 영향력과 파급 효과는 대단합니다.

실제로 PKD의 단편 소설들을 보면 그 짧은 분량 속에서 세계를 통채로 한 번 들었다 놓았다 하고,  

그것을 읽으면서 한 두 번 혼이 달아나는 경험을 하고 나면 PKD라는 작가에게 빠져들게 됩니다.

하지만 그가 쓴 장편 소설을 실제로 읽어보면 약간의 의문을 갖게 되죠.

"이 작가, 정말로 그렇게 훌륭한 거장 맞나?"

 

한국에 소개된 PKD의 장편으로는 <안드로이드는 전기양의 꿈을 꾸는가(블레이드 러너)>,

<높은 성의 사나이>, 그리고 이번에 번역된 <유빅> 이렇게 세 편입니다.

그 밖에 PKD 단편집이 4권, 영화화된 작품만 모은 영화단편집이 한 권 나왔죠.

PKD의 장편을 읽다보면 언제나 공통적으로 느끼는 것이 있습니다.

빼어난 아이디어와 읽는 이를 잡아 끄는 도입부와 전개는 훌륭하지만,

언제나 용두사미로 결말이 갑작스럽고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것입니다.

 

<유빅>은 작가의 대표작으로 꼽히는 장편이고,

책을 읽어 봐도 그러한 평가에는 부족함이 없습니다.

삶과 죽음에 대한 성찰, 미래상에 대한 현란한 아이디어와 묘사 능력,

그리고 손에 땀을 쥐게 하는 미스테리... 다 좋은데 결말이 너무 허무합니다.

 

새로 번역된 책은 척 봐도 표지 디자인이 상당히 엽기적인 면이 있습니다.

살지도 죽지도 않은 상태인 사람들을 테마로 한 작품임으로 작품 내용을 잘 반영하고 있는 것이지만,

저런 표지의 책을 지하철에서 들고 있으면 주변 사람들이 죄다 이상한 눈길로 쳐다 보기 마련입니다.

번역 상태에 대해서는... 이 책을 번역한 한모씨도 과거 정모 Bros.의 길을 따라가는 듯 합니다.

한 마디로 말해서, 멀쩡한 책을 나름 메이저 출판사에서 출간하면서 왜 저렇게 만들었나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