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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혹 좋은 책이 어렵게 한국어로 번역되었는데도 깜박 놓치는 경우가 있습니다.

너무 많은 책이 나오고 있고, 또 독서에 낼 수 있는 시간은 한정되어 있으니까요.

아나톨 프랑스(Anatole France)의 <펭귄의 섬(L'Ile des Pingouins)>은 그만 모르고 넘어갈 뻔 하였던 책입니다.

팬터지로도, 우화로도, 역사소설로도, 또는 노벨문학상을 받은 거장의 걸작으로도 빠질 구석이 없는데 말이죠.

 

앞을 잘 볼 수 없게 된 노신부가 실수로 북극의 펭귄에게 옷을 입히고 세례를 줍니다.

펭귄을 사람으로 잘 못 알고 그렇게 한 것이었죠.

옷을 입은 수컷 펭귄이 암컷 펭귄들에게 인기를 얻게되자,

세례를 받으려는 펭귄들이 늘어나게 됩니다.

천국에서는 세례를 받은 펭귄의 지위를 어떻게 할 것인가 토론이 벌어지고,

결국에는 세례를 받았으니 사람과 똑같이 대우하기로 하죠.

그러자 펭귄은 차츰 인간과 마찬가지로 지혜를 갖게 되고,

펭귄은 사람처럼 사유 재산을 소유하고, 봉건제를 만들고, 전쟁을 벌이게 됩니다.

 

펭귄이 사람과 마찬가지로 지혜를 얻고 문명을 만들어간다는 아이디어는

커스틴 베키스의 <개들의 사회>를 떠올리게 하는 면이 있습니다.

아나톨 프랑스는 인간의 지위와 지혜를 얻은 펭귄이 나름대로 문명을 이루며 살아가는 것을

나름 문명의 깊이와 발전상에 따라 고대, 중세, 현대, 그리고 미래 시대까지 다루어 갑니다.

그 과정 속에 자신의 조국 프랑스의 역사를 투영시키고 근현대 유럽사까지 풍자하고 있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