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리터리/역사 포럼
역사 속의, 또는 현대의 다양한 가능성에 대한 이야기를 나눕니다.
이들과 관련한 뉴스 이외에 국내 정치 논쟁에 대한 이야기는 삼가해 주십시오.

http://pressian.com/article/article.asp?article_num=60100609162731§ion=03
프레시안에 난 기사인 데, 어뢰로 침몰되었다면서 안에 형광등이 안깨지고 그대로 있을 수 있습니까.

선체 내부 40mm 탄약고인데, 저렇게 가지런히 탄약들이 보관되어 있을 수 있습니까.
그래서, 천안함이 왜 가라앉았다고 생각하시는지요.
숨겨진 증거때문에 진실을 모를지도 모르지만, 이미 드러난 증거만으로도 아닌 것 같은 것 몇 가지는 제외할 수 있다고 봅니다.
암초 설도, 피로 파괴 설도, 잠수함 부상 설도 이미 드러난 증거와는 맞지 않지요. 거기서 드러나지 않은 새로운 증거가 나온다 해도, 어뢰 설을 부정할 수 있을지는 몰라도 기존에 부정되었던 설을 다시 채택하긴 힘듭니다. 그럼 기존 설들 외에 또 뭐가 남아있을까요.
전 어뢰설이 폐기된 다음에는 '고지라 설'이 가장 유력할 거라고 봅니다.
선체 외부 (그것도 수중)에서 무언가 폭발했다면 어뢰나 기뢰 밖에 없지 않겠습니까. 기뢰보다는 어뢰가 확률이 높을 테고, 어뢰라면 북한일 가능성이 다른 나라보다 높다는 건 별로 어렵지 않은 추론이라고 생각합니다.
거시적으로 그렇게 판단된다면, 세부적으로 '있을지도 모르는' 비공개 증거가 왜 그렇게 문제가 되는지 모르겠습니다. 드러난 증거가 조작되었거나, 기존 판단을 뒤엎을 정도로 큰 숨겨진 증거가 있으면 또 모르겠는데, 지금 보기엔 숨겨진 증거라고 해 봐야 일부 관계자들의 몸보신을 위한 은폐 정도로 밖에 안 보이거든요. 물론 그것도 그것 나름대로 큰 문제고, 명확히 가려야 하긴 합니다만, 그 문제 제기가 마치 정부라는 가상의 단일체에 대한 총체적이고 무차별적인 비난인 것 같아 안타깝습니다. 제2함대면 제2함대, 참모총장이면 참모총장, 국방부 대변인이면 대변인, 합조단이면 합조단 이렇게 명확하게 책임 소재를 지우면서 비판을 가해야 하지 않을까요. 솔직히 이번 천안함 사건에서 가장 까이고 있는 '이명박 정부'는 별다른 잘못을 한 게 없다고 봅니다.
증거는 부실하지 않습니다. 조작 가능성이 의심되는 것 뿐이지요.
망가진 선체는 외부 폭발의 증거로 거의 의심의 여지가 없고 (고생물 화석이 진화론을 증거하는 수준으로), '파란색 1번' 역시 조작이 아닌 이상 북한 어뢰라는 강력한 증거가 됩니다. 이걸 그냥 '추측'이라고 말씀하신다면, 글쎄요. 상대성 이론도 추측이고 운동 3법칙도 추측이죠. 우리가 우주를 직접 만든 신이 아닌 이상, 자연 법칙이 명확히 우리가 '추측'한 대로 되어 있는지 아닌지 알 게 뭡니까.
제가 단적으로 예를 든 두 가지 증거에 대해 아무런 반론도 반증도 들 수 없으면서 그냥 '추측에 불과하다'라고 말씀하시는 저의를 모르겠습니다. 똑같은 증거가 노무현 정부 시절에 나왔다면 믿으실 건가요. 혹은 정부 부처 간의 불협화음 없이 전부 짜맞춘 듯이 동일한 목소리를 내면 믿으실 건가요.
저는 자기의 정치적 편향성을 극명하게 드러내는 언론의 인간 어뢰나 러시아 대사 드립보다, 어설픈 정부 공식 발표 자료가 훨씬 믿을만하다고 생각합니다.
반론에 대한 해명을 정부 측에서 해야한다는 얘기도 일리 있는 얘기입니다. 다만 그런 해명을 했을 때 과연 반론을 제기한 측에서 그 해명을 받아들이느냐는 또 다른 문제입니다. 한번 안 믿기 시작하면 아무리 해명해도 소용이 없죠. '그 말이 거짓말이다'라는 사람에게 '그 말은 거짓말이 아니다'라고 해 봐야, '그 말도 또 거짓말이다'라고 나오면 끝이니까요. 그러니 증거 제시의 일차적 책임은 반론자 스스로 가지는 수 밖에 없습니다.
그리고 지금은 막연한 의혹을 제기할 뿐, 반론조차 없습니다. 반론이 나오려면 최소한 저번에 나온 물리학 교수의 폭발 위력 주장 정도는 되어야 하는데 (그것도 버블 워터 제트의 특성을 전혀 모른 채 한 얘기였죠), 지금 말하는 '반론'이라는 것은 그런 최소한의 주장조차도 없이 그냥 '못믿겠다' 수준이니까요. '네 말은 거짓말이야'는 반론이 아니라 불신일 뿐입니다.
지금까지 물기둥이라든가, 소나 성능이라든가, 훈련하는 함대라든가, 온갖 얘기들이 다 나왔지만, 그런 구체적인 반론들은 하나같이 정부의 해명, 혹은 최소한 변명은 있었습니다. 그런 해명 중엔 납득 가는 것도, 납득 안 가는 것도 있었죠. 그런데 구체적인 의심의 이유를 들지도 않은 채 '아직 밝혀지지 않은 증거가 있을지도 모른다'는 것은, 끝없는 음모론으로 빠져들게 할 뿐입니다. 정부가 무슨 얘기를 해도 믿을 수 없게 된 상태인데, 정부가 어떤 검증을 하든 그걸 어떻게 믿겠습니까.
천안함 의혹에 대해 상당 부분 풀릴 수 있는 보고서가 나왔네요.
http://sonnet.egloos.com/4411687 참조하시길.
거시적으로는 뭐 거의 제가 (그리고 상당 수 군필자들이) 예상했던 대로네요.
빼도박도 못할 내용이 있기는 하지만 몇몇 부분은 해군에 책임 넘기기 같더군요.
전 일단 국방부 입장이 발표되기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르혼
1. 이해하셨다니 다행입니다.
2. 워낙 즐기는 거라.. 취미생활로 이해해 주시길.
3. 정부 얘기 역시 그냥 나온 게 아니라 가상시민 님께서 발표내용과 정황에 의혹을 품고 계시다고 해서 나온 것이죠. 그러다보니 얘기가 점점 산으로 가서 소나 얘기까지 나오기에, 본문과 전혀 상관 없는 부분까지 나가버렸다고 생각해서 폭발에 관해서만 얘기해 달라고 한 것입니다.
4. 저도 구조적으로는 가상시민 님의 생각과 큰 차이는 없지만, 비율에 있어서 상당한 차이가 있습니다. 폭발 99%, 폭발 원인이 어뢰일 가능성 80%, 어뢰를 발사한 범인이 북한일 가능성 70% 정도로 보고 있습니다.
스크류덩어리는 저도 전문가가 아니라 사실 잘 모르겠고, '1번'은, 누군가가 나중에 조작해서 써넣은 게 아니라면 북한 어뢰라는 강한 증거입니다. (공장에서 어떤 제품을 제조하거나 정비하는 과정에서 부품에다 손으로 글씨를 써서 구분하는 것은 전 세계적으로 아주 흔한 일입니다. 군수 산업처럼 양산화/기계화가 덜 되는 쪽은 특히 더하죠.)
너무나 선명해서 조작처럼 보이지만 (저도 좀 갸웃 합니다만), 워낙 반례가 없으니 진실은 알 수 없습니다. 비슷한 식으로 실험해서 (매직으로 써서 잘 건조시킨 뒤, 가능하면 폭발도 시키고, 다시 바닷물 속에 넣어서 몇 개월 간 방치하는 걸로) 검증하지 않는 이상 이에 대해서는 긴가민가 하는 이상으로 뭔가 확신에 찬 주장을 할 수는 없다고 봅니다. 그리고 다른 모든 과학 실험이 그렇듯, 반론을 제기한다면 그걸 검증할 책임은 일차적으로 반론을 주장한 측에 있습니다. UN안보리에 편지를 보내는 참여연대를 포함해, 아무도 자기 돈과 시간 들여서 이걸 하려고는 안 하고 있지만요. 다만 국방부는 단순한 이익 단체가 아니라 세금으로 돌아가는 정부 기관이므로, 많은 국민이 의혹을 제기하면 (세금을 사용해서) 직접 나서서 실험을 하는 것도 있을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 봐야 반론 측이 실험한 게 아니므로 또 조작이라는 얘기가 나오겠지만. (그래서 음모론은 끝이 없습니다. 정부가 뭐라고 하든, 한번 안 믿기 시작하면 소용이 없으니까요)
가능성은 낮겠지만, 개인적으로는 국방부에서 어뢰 폭발 시험을 포함해 그런 의혹을 불식시킬만한 실험을 장기 프로젝트로 진행했으면 합니다. 믿든 안 믿든 간에, 이런 게 다 기초 과학이 되고 국력 신장의 초석이 되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