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천안함 합조단 단장님의 강연을 들었습니다.

연수 받는 자리에 특별히 초빙되어 오셔서, 약 2 시간에 걸쳐 열강을 하셨죠.

경력이 참 대단하시더군요 - 학부는 MIT, 석사 박사는 하바드, 평생 카이스트에서 교수를 지내셨던...

그 분께서 천안함 사건 개요에서부터 조사 과정, 조사 내용, 시뮬레이션 과정, 그래서 내린 결론 등을 설명하셨습니다.

 

일단... 흥미진진하더군요.

모두 언론에 공개된 내용들이긴 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목 요연하게 2 시간 동안 집중적으로 들을 수 있는 기회는 별로 없습니다.

그것도 UN에서 브리핑을 했던 바로 그 사람이 직접 와서 설명하는 자리였니 더 바랄 나위 없겠죠.

 

하지만...

의혹이 해소되거나 반대로 더 생겨나거나 그런 것은 아니었습니다.

지금까지 정부가 외국 기관과 또 민간, 군과 함께 조사한 내용에 대한 요약이었죠.

 

가장 흥미로웠던 것은 어뢰 파편의 '1번' 글씨였습니다.

어떻게 그런 글자가 남아있을 수 있느냐는 질문이 가장 많았고,

이에 대한 대답은 "바다에서 건진 것에 쓰여있는 데 할 수 없지 않느냐"는 것이었습니다.

누가, 왜 '1번'이라는 글자를 썼는지 알 수도 없고 어떻게 그게 아직 남아있는지 잘 모르지만,

이유야 어떻든 하여간 그게 쓰여져 있는 물건을 건졌으니 있는 그대로 공개하는 게 맞다는 것이었습니다.

 

듣고 난 소감은...

최종 보고서를 봐야 전모가 확인 가능하다는 겁니다.

아직 조사단 측에서는 최종 보고서를 완성하지 않았고, 한창 쓰는 중이랍니다.

한 사람의 노련한 과학자가 어디까지나 과학자의 입장에서 조사한 결과를 설명하는 것을

나름 흥미롭게 그리고 찬찬히 들을 수 있었던 것은 꽤 좋은 경험이었습니다.

듣는 사람들도 전부 학자들이었기 때문에 분위기도 꽤 편안했죠.

기자도 없고 이해관계가 걸린 정치가도 없었으니까요.

 

한 가지 확실하게 알게 된 것은,

과학자가 조사와 분석으로 결론을 내리는 영역과

정치가가 이에 대하여 정치 외교적으로 대응을 하는 영역은

서로 자신들이 추구하는 진실 속에서 전혀 다르게 움직인다는 것입니다.

사실상 전혀 딴 동네 이야기라고나 할까요.

 

 

사족으로...

합조단의 과학자들은 인터넷 상에서 네티즌들의 의문 제기는 신경도 안쓰더군요.

그냥 '시료 채취', '과학적으로 검증된 분석 방법에 의한 분석', '결론' 이 과정의 반복입니다.

인터넷에서 온갖 설이 난무하던 말던 그건 전혀 알 바 아니라는 식이고 질문해도 잘 모릅니다.

그저 눈으로 본 것과 실험실에서 나온 데이터만 믿고, 데이터를 통해서 시뮬레이션을 돌릴 뿐입니다.

언론이 낚시를 하던 말던 정치가가 뭐라고 떠들던 말던 인터넷에서 문제를 제기하던 말던 상관 안합니다.

바보같은 의견일런지도 모르지만... 저는 오히려 그런 모습이 더 멋지게 보였습니다.

과학자는 이런저런 이해관계를 잘 따지지 못하는 게 더 바람직할 수도 있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