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 종합 게시판 - 게임/영화/애니/만화/소설/드라마/다큐멘터리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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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이 영화는 애 보는 남자들 이야기.]
• 영화 <아이스 에이지 3> 소감입니다. 캐릭터들간의 개그 조합과 섬세한 그래픽이 주된 요소라서 딱히 내용누설이랄 게 없는 작품입니다만. 결말 부분 전개를 설명하므로 백지 상태에서 영화를 보고 싶으신 분이라면 주의하세요.
• 소재는 1편과 똑같이 애 보는 남자. 2편에서 살짝 벗어나더니만, 제작자들은 이게 자신들의 장기임을 인정하나 봅니다. 부모 없는 애가 생기고, 이 애를 데려다 주러 남자들이 힘을 합치고, 그 와중에 일행을 인도하는 추적자가 끼어들어 문제를 일으키죠. 허나 세 남자와 애 하나로 이루어진 1편의 조촐한 가족과 달리 캐릭터가 꽤 많기에 약간 산만하기도 합니다. 그래도 가정을 이룰 때가 된 남성들은 캐릭터들을 보고 공감하는 면이 많을 것 같아요. 맘모스 매니부터 족제비 벅에 이르기까지 대개 남성 위주라서 여성의 입장은 그렇게 대변하지 않습니다. 엘리가 있어서 그나마 나은 편이랄까. 도대체 제작자는 가족 애니메이션에 어쩌자고 이런 코드를 집어넣은 건지. 그만큼 아이들이 보면 이해 못할 정서가 있긴 한데, 이게 딱히 아이 입장에 거슬릴 정도로 스토리를 방해하진 않습니다. 재미있게 짜인 이야기와 귀여운 그림체, 쉴 새 없는 웃음 코드, 화려한 그래픽 등으로 가족 영화로는 딱 입니다. 시리즈 전체로 평가하자면, 1, 2편에 비해 뭐 하나 빠지는 게 없이 괜찮네요.
• 1편에서 얼음 속에 갇힌 공룡 화석이 참 인상적이었습니다. 원시 포유류와 공룡이 같이 산다고 주장하는 다른 영화들과 달리 신생대 초기에 공룡이 이미 멸종했음을 알려주는 장면이라 고증에 충실(?)하다고 생각했거든요. 허나 3편에 오면 고증을 약간 버리면서 캐릭터를 늘려가는 듯. 이야기보다 캐릭터 묘사로 극을 전개해가는 식이라서 시대 배경에 안 맞더라도 더 많은 인물들이 필요했나 봅니다. 뭐, 가족 영화에 고증을 바라는 게 오히려 무리지만, 그래도 1편 장면은 잊혀지지가 않아서 말이죠. 가장 의문인 부분은 공룡이 빙하기에 멀쩡히 활동한다는 건데, 어미야 그렇다 치더라도 3형제가 눈밭에서 구르고 뛰는 걸 보면 신기할 지경입니다. 음, 하긴 요즘엔 공룡이, 특히 활발한 육식공룡은 온혈동물이었다는 설이 대세니까 육식공룡이 눈밭을 뛰어다닌다고 나쁠 거 없겠죠. 중반에 거대 식인식물도 나오는데, 역시 선사시대의 식인식물은 뺄 수 없는 낭만인가 봅니다.
[티라노사우루스가 모성애 가득한 엄마가 되다니, 가치관이 참 많이 변했네요.]
• 이 작품은 우화지만, 1편에서 인간들이 그랬던 것처럼 공룡은 어디까지나 배경에 지나지 않기에 말을 못합니다. 심심풀이로 등장하는 뇌룡, 검룡, 갑룡, 익룡들도 그러하고, 악당인 랩터들, 주인공인 어미 공룡과 3형제, 최후에 등장하는 루디까지 그냥 포효만 하고 땡. 공룡이 말을 못 한다는 점은 주인공 온혈동물 무리와 공룡을 구분 짓는 경계선 같은 장치입니다. 넘을 수 없는 종의 벽인 셈인데, 덕분에 두 동물군은 사는 세계가 엄연히 다르다는 걸 알려주죠. 저는 이 점이 참 마음에 드는데, 차이점을 인정하고 억지로 두 세계를 합치지 않기 때문입니다. 1편에서도 세 친구는 인간 아기를 자연스럽게 돌려보내고, 3편에서도 공룡 새끼를 기꺼이 떠나 보냅니다. 서로 다르다는 걸 인지하고, 싸구려 감동을 들먹이며 강제로 섞이지 않아 이별 장면이 더욱 뜻 깊습니다. 물론 이 차이점이라는 건 누가 누구보다 잘났다가 아니라 서로 사는 방식이 다르다는 것일 뿐입니다.
• 공룡 묘사는 그런대로 볼만한 수준. 안킬로사우루스가 공룡 시대의 첫머리를 여는데, 다른 작품과 달리 멍청하게 나오진 않는군요. 그래 봤자 겁쟁이 조연이긴 하지만. 출현 분량이 그나마 많아서 좋았습니다. 스테고사우루스는 꽤 웃기게 생겼습니다. 몸통만 둥그렇게 크고, 머리는 무슨 뱀장어…. 원래 이 공룡 체형이 좀 웃긴 면이 있지만, 만화적인 과장이 좀 심했네요. 멍청한 공룡의 대표답게 표정도 흐리멍텅. <쥬라기 공원> 이후의 모든 공룡 작품이 그렇듯이 랩터도 나옵니다. 무리 지어서 날렵하게 적을 습격하는 이미지는 어디나 똑같군요. 티라노사우루스가 시대를 거치면서 주인공이 되기도 하는데, 이 놈들은 역사가 얼마 안 되는지라 일단 등장하면 무조건 악역. 등에 난 돌기를 부르르 떠는데, 혐오스럽게 보이라고 추가한 설정이겠죠. 검치호와 랩터의 대결이라는 나름대로 로망도 충족시켜 줍니다. (근데 호랑이 한 마리한테 랩터 무리가 밀리다니, 너무한 거 아닌가요. 검치호 팬보다는 랩터 팬이 더 많을 텐데.) 어미 공룡과 3형제는 더 볼 것도 없이 T-렉스. 손가락도 두 개입니다. 그 밖에 뇌룡이나 익룡은 전형적인 생김새.
[알비노 바리오닉스? T-렉스와 대적하는 물고기 사냥꾼이 또 하나 늘어났네요.]
• 악당 루디는 알비노 바리오닉스라고 보는 의견이 많던데…. 비슷하긴 합니다. 특히, 머리가 악어를 닮아서 그런가 봐요. 다만, 바리오닉스의 실제 화석은 세로로 긴 편인데, 루디는 가로로 넓적해서 보다 악어에 가깝습니다. 등에 난 돌기도 그렇고요. 혹자는 호보스쿠스 같은 거대 악어라고도 하던데, 두 발로 다니고 물에 살지 않으므로 악어라고 보긴 무립니다. 제가 보기엔 바리오닉스라기보다 어설픈(?) 스피노사우루스 흉내 같습니다. 그냥 T-렉스를 또 악당으로 집어넣자니 어미 공룡과 중복되고, 다른 수각룡을 집어넣어도 (어차피 수각룡은 다 비슷하게 생겨서) 외형상 별 차이가 없죠. 스피노사우루스가 몸집도 크고 생김새도 독특하니 딱 좋긴 한데, 이미 <쥬라기 공원 3>에서 써먹은 전력이 있습니다. 그래서 등지느러미 빼고 대신 집어넣은 것이겠죠. 사실 바리오닉스가 T-렉스를 위협하는 악당이란 건 좀 웃긴 설정입니다. 스피노사우루스와 달리 크기가 그리 큰 편이 아니라서 최강 육식공룡으로 따지기엔 무리가 많거든요. 게다가 물고기 사냥꾼이라 어미 공룡을 쫓으며 지상을 활보한다는 게 어울리지도 않았고요. 뭐, 그래 봤자 스피노사우루스를 아는 사람 눈에만 보이는 거지만. 여하튼 간에 종류를 분간할 수 없는 신종인 셈. 어쩐지 앞으로 나올 공룡 작품에도 이런 악당이 많이 보일 것 같은 느낌입니다.
• 새로운 캐릭터는 공룡 사냥꾼 벅인데, 1편의 검치호 디에고가 그랬던 것처럼 추적을 맡습니다. 그리고 문제를 일으키는 주범이죠. 벅은 포유류가 하나도 없는 지하에 혼자 살면서 아무것도 책임지지 않고 자유롭게 살아갑니다만. 너무 혼자만 살다 보니 외롭기 그지없고 공룡한테 부상까지 입어 반쯤 미쳤습니다. 유일한 낙이라곤 그냥 공룡들과 싸우는 것뿐. 지상으로 돌아가느니, 가족을 만드느니 해도 지하에 혼자 남아 외로움을 즐기며 취미생활을 즐기는 게 더 좋은가 봅니다. 상당히 인상 깊은 캐릭터였는데, 독신자를 풍자한 인물이 아닌가 싶어서요. 취미 생활에 깊게 빠져있고, 책임질 가정 없이 자유롭게 혼자 살고, 더불어 외로움에 몸부림치는 모습이 전형적인 독신자. (특히, 독신 남성.) 남자가 애를 돌보며 가정의 중요함을 강조하는 영화인지라 독신 경향이 더욱 뚜렷합니다. 결혼에 별 뜻이 없는 사람들이 보면 공감이 많이 갈 것도 같네요. 무엇보다 외로움을 자초하는 벅의 마지막 선택이 머리에서 지워지지 않습니다. 아무리 봐도 가족 영화에 애들은 이해 못 할 메시지를 너무 많이 집어넣은 듯. (그래서 영화가 더 매력적입니다만)
[사냥꾼이자 독신남. 그리고 복수의 화신. 알고 보면 꽤 복합적인 캐릭터입니다.]
• 개인적인 의견입니다만, 벅은 <백경>의 에이허브가 밑바탕 아닌가 싶어요. 짐승과 싸우다 부상을 입어 반쯤 미쳤고, 생의 유일한 목표는 오로지 그 짐승과 싸우는 것뿐입니다. 그리고 그 짐승은 어떤 동물보다도 거대하며, 빛깔이 하얗습니다. 이 정도면 누가 봐도 에이허브 아닐까요. 결정적인 차이라면, 가족 영화라서 벅이 긍정적으로 나온다는 것 정도. 이런 작품에서 에이허브의 광기를 그대로 가져올 순 없었겠죠. 제작자 코멘터리를 안 봐서 사실 여부는 모르겠습니다만. 제작진이 의도하지 않았다고 해도 에이허브와 비슷한 점이 많다는 건 부정할 수 없죠. 독신 남성에다가 에이허브와의 조합이라니, 상당한 캐릭터입니다.
• 3D 영화이기도 한데, 제일 빛을 발하는 장면이 익룡 공중전일 겁니다. 많은 영화들이 비행 생물들의 대결을 3D에 이용하는군요. <아이스 에이지 3>이 나온 지 좀 되었으니까 <아바타>, <드래곤 길들이기> 등보다 앞서서 시도한 셈이기도 하죠. 공을 들인 만큼 이 부분의 박진감은 꽤 볼만 합니다.
• 1편과 비슷한 구조이지만, 반짝이는 아이디어가 1편만큼 새롭지는 않은 작품이었습니다. 허나 벅과 루디 때문에 점수를 더 주고 싶네요. 흥행에도 크게 성공한 만큼 즐길 요소가 많은 애니메이션입니다. 한 번쯤 보는 것도 좋을 듯.
[크앙~. 슈퍼스타 랩터 출현. (이들은 여전히 악당 무리라는 게 한계지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