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 종합 게시판 - 게임/영화/애니/만화/소설/드라마/다큐멘터리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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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관심을 갖고 지속적으로 하고 있는 일 중 하나가, 초등학교 2, 3 학년 된 조카들에게 클래식이라고 할 수 있는 책을 사 주는 일입니다. 일부러라도 거의 매주 꼭 한 번씩 대형 서점을 방문해서 아동 문학의 클래식이든 성인 문학의 아동용 축약판이든 일 주일에 두 권 정도 꼭 쓸만한 책을 사서 조카들에게 선물하고 있죠.
그 과정에서 거의 매주 서정에서 아동용 코너를 둘러보는데, 혹시 SF는 있나 열심히 찾아보면 아동용 SF 시리즈는 아예 씨가 말랐더군요. 과거 제가 국민학교 다닐 때 SF를 읽으며 느꼈던 경이감을 제 조카들에게도 선물하고 싶었습니다만, 그게 가능한 일이 아니었습니다. 과거에 흔했던 <잃어버린 세계> 어린이판이나 아시모프, 하인라인, 클라크 소설의 아동용 출약 번역본 등이 이제는 아예 서점에 존재하지 않는 것이었습니다.
그나마 눈에 보이는 것은 '다림청소년문학' 시리즈로 홍인기님이 번역하신 책 정도였고, SF의 명작이라고 할만한 작품은 거의 없었습니다. 과거 서점가를 장식했던 <나는 로봇이야>라든지 <은하게 방위군>, <걷는 식물 트리피드> 등의 어린이용 번역본은 죄다 어디로 사라진 것일까요.
현 시점에서 고전으로 꼽힐만한 아동용 SF가 제대로 번역 출간되어 서점에서 살 수 있는 책이라고는 메들렌 렝글의 [머레이 가족 시리즈]의 1편 <시간의 주름>과 2편 <바람의 문> 정도였습니다. <시간의 주름>은 2001년 문학과지성사에서 나왔고, 대략 7년만에 시리즈 2편이 번역되었습니다. 3편 이후는 아직 번역 소식이 없습니다.
<시간의 주름>은 이미 과거에 여러 차례 읽었던 책이지만 조카들을 위해 구매하면서 다시 읽어 봤습니다. 언제 읽어도 명작은 변함이 없더군요. 행성이 사람으로 변신해서 돌아다닌다는 아이디어도 기가 막히고, 아버지를 찾아서 우주로 나가는 남매들의 모험담도 박진감이 넘쳤습니다. 어둠의 힘이 동생의 몸을 차지해서 싸울래야 싸울 수 없게 된 상황이 벌어지는 것도 으스스했습니다. 이미 수 차례 읽는 책을 또 다시 손에 땀을 쥐면서 읽는 것도 참으로 간만이더군요.
<바람의 문>은 시름시름 앓는 동생을 위해 몸속으로 들어가는 이야기입니다. 딴은 영화 <이너 스페이스>라든지, 아시모프의 환상여행 2부작 <마이크로 결사대>, <두뇌로의 여행> 등과 유사한 테마를 가지고 있습니다. 다만 과학적으로 몸속을 탐험하기보다, 동생 몸속의 미토콘드리아에 또 다른 소우주가 펼쳐져 있다는 식이죠. 이런 대목은 레이먼드 커밍스의 <반지 속으로>와 비슷하다고나 할까요.
1편이든 2편이든 메들렌 렝글의 작품에서는 악이 너무나 확실하게 존재하고 있고, 또한 그 악은 막강한 힘을 가지고 있습니다. 물론 어린이를 위해 쓰여진 작품이므로 선악이 모호한 경우가 많은 성인용 작품들과는 다를 수 있겠지만, 악을 반드시 타도해야 하는 대상으로 규정해버리는 것도 딴은 특징이라면 특징일 겁니다. 그 악을 무시무시하게 묘사하는 능력이 너무나 뛰어나서, 책을 읽고 있자면 자기도 모르게 몸부림치면서 악으로부터 벗어나고 싶어집니다. 악을 제대로 그려낼 수 있다는 것 자체가 작가의 실력이라고 해야 겠죠.
사족으로...
2010년 현재 헐리우드에서 <시간의 주름> 영화화를 위하여 시나리오 작업중이라고 합니다. 2004년에 만들어졌던 TV용 영화는 별로 반응이 좋지 않았는데, 극장용으로 다시 만든다고 하니 기다려봐야죠. 하긴 영화 제작을 위해 시나리오 작업중이라는 것은 촬영에 들어갔다는 말이 아니므로 언제 영화가 나올 지 영 애매하긴 하지만서도... 영화 제작 덕분에 원작 소설 3부와 4부가 번역되는 게 더 좋은 일일 수도 있습니다.






요즘 애들은 뭐...학습만화(라고 주장하는 것들) 정도나 보지 않을까 싶은데요. 하긴 뭐건 책이라도 읽으면 다행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