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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꽤 신비롭게 보이지만, 알고 보면 좀 허탈합니다. 그림에 나온 공룡에 속으면 안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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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잃어버린 세계를 찾아서> 짤막한 소감문입니다. 당연히 내용 누설이 있습니다. (라고 하지만, 딱히 내용누설이 해가 될 영화는 아닙니다)
• 브랜든 프라이저가 등장하는 그저 볼 만한 모험물. 긴박감이 넘치는 연출이나 장대하고 웅장한 구도, 눈을 믿지 못하는 시각효과 같은 거 없습니다. 줄거리는 지극히 뻔한 전개로 흘러가며, 때때로 지나친 우연이 남발하여 긴장감을 떨어뜨리기도 합니다. 영화 내내 나오는 개그 코드가 그렇게까지 웃긴 것도 아니고, 장애물을 만났을 때 괴성을 지르는 패턴은 반복적으로 이어집니다. 모험 액션 역시 고전에서 빌려온 게 많습니다. 어디서 봤던 장면인데, 할 법한 부분이 꽤 되죠. 배우들의 연기는 보통으로 사실 아무리 명배우를 데려놔도 연기를 살릴 수 있는 시나리오가 아니네요. 모험물에 어울리는 주연배우를 앞세워 3D 그래픽을 실험하는 영화에 가깝습니다. 배우의 팬이라거나 고대 동물을 좋아한다면 나름대로 재미가 있겠으나 그렇지 않은 사람에겐 상영시간이 아까울지도. 공룡이 나온다는 이유로 혹 해서 보는 사람도 있는데, 정작 등장빈도가 높지 않아 허탈할 수도 있습니다.
• 잘 알려진 대로 쥘 베른이 쓴 <지구 속 여행(A Journey to the Center of the Earth)>이 원작입니다. 지구 속으로 내려가 모험을 한다는 플롯이 상당히 매력적이라 이미 예전에 두 차례 실사물로 만든 적이 있죠. 원작 내용도 예전 과학자가 남긴 지도를 우연히 발견해 학자와 그 조카 그리고 안내인 3명이 지구 속으로 들어가 모험을 겪는 과정입니다. 여기까지는 맞지만, 주인공 시점이 조카에서 학자로 옮겨지고, 각 인물들의 성격과 관계가 크게 바뀌었습니다. 원작에서 삼촌으로 불리는 학자는 말 그대로 상아탑 속의 연구자인지라 학문적 진리를 위해서라면 그 무엇도 가리지 않는 괴짜. 지도 속의 암호를 푼답시고 하루종일 밥을 굶는가 하면, 암호가 풀릴 때까지 식솔들 외출 금지를 시키기도 합니다. 조카와의 정이라든가 이런 거 별로 안 보입니다. 반면, 영화에선 전형적인 모험물 주인공으로 싸움도 좀 하고, 머리도 잘 돌아가고, 호남이고, 여성도 반할 성격에 기타 등등.
• 조카는 삼촌과 달리 낭만적인 구석이 있는 젊은이. 기지와 용기가 넘치고, 일행과 헤어져 죽을 뻔한 위기를 넘기는 등 작품의 조연이므로 영화도 성격 자체엔 변화가 없습니다. 하지만 영화에선 어린 관객들의 감정이입을 위해 어린이 변했고, 삼촌과 끈끈한 유대관계를 자랑합니다. 지도를 남긴 학자가 아버지였고, 그래서 가족 관계를 부각하는 것도 영화만의 특징. 원작에서 무뚝뚝하고 목석 같지만, 위기가 닥쳤을 때는 목숨을 걸고서라도 일행을 지켜주는 안내인은 영화에서 성별이 바뀌어 아가씨가 되었습니다. 왈가닥 같은 성격으로 주인공 트레버와 입씨름을 하다가 애정을 그리는 전형적인 조연. 유일한 여성 캐릭터답게 남성 관객들을 위한 장면도 적절하게 들어갑니다. (툭하면 물에 젖는 이유는 모험 때문이 아니라 이 때문일지도?) 소설에선 그 무뚝뚝함 때문에 상당히 괴팍한 캐릭터였는데, 그런 특징이 팍 죽었죠. 하지만 칙칙한 남자들만 뒤섞인 원작 일행보다 영화 속 일행이 더 보기 좋은 건 사실입니다. 시각적으로든 내면적으로든 말이죠. 왈가닥 아가씨인 건 불만이지만, 안내인의 성별을 바꾼 건 좋은 선택이었습니다.
• 쥘 베른은 낯선 세계로 떠나는 여행 이야기를 좋아했습니다. 바다 밑으로 내려가는 <해저 2만리>, 정해진 시간 안에 지구를 도는 <80일 간의 세계일주>, 머나먼 무인도에서 표류하는 <15소년 표류기>, 지구 밖으로 떠나는 <달세계 여행>, 하늘을 날아 여행하는 <기구 타고 5주간> 등이 다 그렇죠. 역마살 끼인 프랑스 작가랄까. 하지만 당대 과학에도 관심이 많아 이계의 가능성과 인간의 힘으로 거기 도달할 근거 등을 엄중히 연구하기도 했습니다. <지구 속 여행>도 지구공동설, 지하 온도, 식량 문제, 고대 생태계 등을 세심하게 표현했죠. 사실 공룡에게 쫓기고 괴물과 싸우고 하는 부분은 부수적이며, 주된 줄거리는 ‘지구 속이라는 위험천만한 세계에서 어떤 식으로 생존하는가?’입니다. 당시 시대상에서는 과학적으로 쓰려 노력한 결과죠. 허나 영화는 머리 아픈 요소를 피한답시고 과학적 근거를 죄다 뺐고, 덕분에 시나리오는 부실하기 그지 없습니다. 과장 좀 보태서 말하면, 이웃집 대문 열듯이 그냥 들어갔다 나오는 수준. 그러니 긴장감이 있을 리가 없죠.
• 그렇다고 액션이 거창한가 하면 그것도 아닙니다. 철길을 따라 내려가는 장면은 나름대로 괜찮았지만, 식상한 연출 때문에 빛이 좀 바랐습니다. 사실 이런 식의 액션은 이미 여러 차례 쓰인 바 있기도 하고요. 뗏목으로 호수를 건너다가 물고기 야구하는 부분은, 음. 역시 미국 영화라고 해야 할지. 식인식물하고 한바탕 싸움하는 장면은 완전히 코미디 레슬링이고, 마지막에 티라노사우루스가 멋지게 나오긴 합니다만. 인간은 도망가고, 공룡은 쫓아가고를 반복하니 뭐 새로울 게 없습니다. 그래도 수장룡이 나오는 호수 장면은 꽤 장관이었습니다. 그간 공룡 영화가 많이 나왔어도 수장룡이나 어룡을 소재로 한 건 별로 없었는데, 폭풍이 치는 거대한 호수에서 수많은 수장룡이 헤엄치니 상당히 인상 깊더군요. 괜히 물고기 야구를 집어넣지 말고 차라리 자연의 경이에 더 집중하는 게 나았을 텐데요. 참고로 호수 장면은 원작에서도 중요한 액션 부분으로 수장룡이 한 마리 나오고 고대의 거대 거북과 싸웁니다. 뭐, 지금 시각에서 거대 거북은 고증 무시니까 수장룡 떼거리로 바꿨겠죠. 저는 거대 거북도 괜찮았을 것 같지만, 수장룡 무리의 연출은 참 놀랐습니다. 이 부분은 극장에서 꼭 봐야 했었는데.
• 고대 동식물이 은근히 많이 나오는 것 같긴 한데, 별 실속이 없어서 안타깝기도 합니다. 식인식물은 요새 감성에는 잘 안 맞는 크리쳐인데, 무리하게 집어넣은 것 같습니다. 아동 영화라서 괜찮다는 입장인가요. 더군다나 식물과의 싸움이 주먹다짐에 불과하니 식인식물 특유의 공포감이랄 게 전혀 없어요. 피라니아를 괴악하게 뻥튀기한 물고기는 생긴 것도 이빨만 툭 튀어나온 게 우스웠고, 방망이로 뻥뻥 날리면서 야구하는 것도 김이 빠졌습니다. 푸른 빛의 발광 조류는 아무리 봐도 그냥 ‘파랑새’. 그러니까 주인공이 치르치르인 크로스오버… 라고 하면 농담이 되겠지만, 아무리 봐도 의도적입니다. 티라노사우루스는 대망의 보스 캐릭터지만, 그냥 무작정 쫓기만 하는 게 일이라 보스치고는 아쉬움. 요즘의 T-렉스는 다른 놈과 대결하는 게 대세인데요. 아, 그리고 이 크리쳐들은 원작에 전부 안 나옵니다. 오히려 원작에 나오는 거대 혈거인과 매머드 등은 빠졌는데, 쥘 베른이 과학적 논지를 잠시 접어두고 환상적으로 쓴 부분이라 영상화에 어울리지 않는다고 판단했나 봅니다. 더군다나 거인과 매머드라니, 요즘 시각으론 기괴한 조합이죠. 덕분에 힘겨운 여행 끝에 정신이 가물가물한 상태에서 본 환상적인 세계가 영화에서는 빠졌습니다. 하이라이트를 뺀 셈인데, 그것 대신 집어넣은 게 없어서 끝이 좀 허망해요.
• 요즘에 나온 공룡 영화치고 랩터가 안 나오는군요. 감독이 너무했네요. 슈퍼 스타를 빼놓고서 흥행이 되길 바라다니. <킹콩> 같은 고전 리메이크도, <아이스 에이지> 같은 신세대 영화도 어떻게든 랩터를 집어넣으려고 하는 와중에 말입니다. 감독이나 시나리오 작가가 공룡에 별 애정이 없었던 게 아닐까, 생각 중입니다. 하다못해 공룡 자문을 맡은 전문가도 없었다는 소리. 있었다면 흥행을 위해 랩터를 집어넣으라고 했을 겁니다. 요즘엔 다들 그러니까 센스 있는 전문가라면 분명히 그랬을 거에요. 뭐, 랩터 하나로 영화 전체를 판가름하는 건 옳지 않겠지만, 슈퍼 스타가 빠졌다는 점에서 출발이 삐걱거릴 작품이었나 봅니다. 그만큼 이 작품이 무엇에 초점을 맞추어야 할지 모른다는 뜻도 되고요. 신나는 모험물도 아니고, 공룡이 나오는 비경탐험도 아니고, 낯선 세계에서의 생존기도 아니고.
• 3D 영화이긴 한데, 자체적인 그래픽이 뛰어나지도 않고 시나리오도 부실해서 썩 드러나는 특징은 아닙니다. 이것 전에 3D 영화로 좋은 게 뭐가 있냐면, 음, <베오울프>가 있네요. 애니메이션은 실사 배우가 나와서 찍었다는 착각이 들 정도로 자체적인 그래픽도 괜찮았고, 황금용과의 공성전은 상당히 웅장했죠. 영웅적인 인간이라도 유혹 앞에선 나약하다는 철학도 좋았고, 알란 실베스트리의 음악도 비장미를 더해주었습니다. 즉, 꼭 3D가 아니더라도 내세울 수 있는 특징이 있어야 한다는 거죠. 요즘의 <아바타>나 <드래곤 길들이기>도 그렇잖아요. 하지만 <잃어버린 세계를 찾아서>는 그래픽을 선보인다는 일념에만 빠져 다른 것들을 총체적으로 관리하지 못한 듯합니다. 작품이란 건 언제나 균형이 중요한데, 그 균형감각이 없다고 할까요. <몬스터 대 에일리언>을 보는 기분이었습니다. 그래픽에만 신경을 쓰느라 ‘드림웍스다운 스토리 전개’가 부족한 영화였다고 생각하거든요. 그러니까 3D는 거들 뿐. (음?)
전체적으로 그리 추천할만한 작품이라고 하기엔 좀 그렇습니다. 쥘 베른 팬은 물론이고, 공룡을 좋아하는 사람에게도 별로 권하고 싶진 않네요. 그저 건질만한 건 수장룡이 나오는 장면 정도? 원작이 궁금하다면 서점에서 쥘 베른 작품집을 열림원 출판사에서 내놓고 있으니 한 번 찾아보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시대가 아무리 흘러도 고전은 명작이고, 최소한 영화보다는 고대 세계의 신비를 느끼기 훨씬 낫습니다.






폭주_고양이
르혼
저 영화는 별 생각없이 케이블티비에서 접했는데, 기승전결이 뚜렷하지도 않고 초반의 "여긴 엄청난 비밀이 숨겨져 있을거야 ㅁㄴㅇㄻㅇㄻㄴ" 하던건 다 어따 갖다 배렸는지 거참.. 허탈감만 남는 영화더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