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태양의 눈물>을 봤을 때 제일 놀랐던 점은 극강 화질로 촬영한 정글 장면이었습니다. 네이비 씰이 미국인 의사와 주민들을 보호하며 나이지리아 내전을 피해 카메룬 국경을 넘는 내용인데, 덕분에 나이지리아의 광대한 밀림이 수시로 등장합니다. 거기다 화질이 상당히 선명해서 밀림 장면만 따로 모아 놓으면 무슨 고품질 자연 다큐멘터리를 보는 기분이 들 정도. 이전에 밀림 전투를 다룬 전쟁영화들은 밀림을 그저 배경으로 밖에 삼지 않았으나 이 작품에선 비참한 내전과 대조되는 청정함을 상징하는 듯도 보입니다. 감독인 안톤 후쿠아 감독이 무슨 의도로 밀림 장면을 삽입했는지 모르나 피칠갑하고 죽어나간 지옥도를 보다가 신비로운 안개와 푸르름이 시릴 정도의 수풀 무심한 듯 무표정한 눈길로 쳐다보는 동물 등을 보노라면 인간과 자연의 삶이 비교될 수밖에 없는 구도입니다. 인간은 나쁘고 자연은 옳다는 흑백논리가 아니라 배경을 집어넣어서 내전의 참상을 더욱 부각하는 효과가 있다는 거죠.

 

밀림이 배경인 미국 전쟁 영화라면 베트남전을 다룬 작품이 유명합니다. 하지만 <지옥의 묵시록> 같은 무거운 영화부터 <람보 2> 같은 가벼운 시리즈물까지 이 정도로 밀림을 자연적으로 강조하는 작품은 본 기억이 안 나네요. 안톤 후쿠아 감독만의 주제의식인지 어떤지는 알 수 없으나 꽤 신선하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라이언 일병 구하기> 이후부터 전쟁물의 대세는 극도로 강조한 현실주의와 병사의 시점을 따라가는 카메라 시점이었죠. 그리고 <블랙 호크 다운>이 나오면서 지휘계통이 실시간으로 전장을 내려다보는 기법을 본격적으로 추구했고요. <태양의 눈물>은 이 두 가지를 잘 조합하면서도 두 영화에 없던 자연 배경 강조를 통해 자신만의 색깔을 추구했습니다. 특히, 맨드릴 원숭이가 나오는 장면은 관객을 신비한 동물 세계로 안내하는 장면이기도 하죠. 얼굴의 원색이 두드러지는 이 기이한 원숭이를 보여준 건 효과적인 장치로 그만큼 영화 무대가 낯선 공간이며, 선진국의 의식이 닿지 않는다는 걸 보여주기도 합니다. 거기다 맨드릴은 나이지리아에서만 산다고 할 정도로 서식 범위가 좁아요. 누가 집어넣었는지 몰라도 인상에 딱 박힐 장면이었죠.

 

음악은 한스 짐머가 맡았는데, 비슷한 시기(2001년, 2003년)에 아프리카가 배경인 전쟁영화 <블랙 호크 다운>과는 완전히 다릅니다. 오히려 강렬하고 힘찬 음색과 전통적인 기법이 어우러져 <라이언 킹>을 떠올리게 하죠. 덕분에 사람들이 흔히 생각하는 아프리카의 야생이 더 살아나는 느낌인데, 밀림을 강조한 것과 무관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감독이 그런 의도 없이 한스 짐머를 고용했다고 하더라도 고화질로 잡힌 밀림 풍경과 전통적인 주제곡이 엮여 결과적으로 그런 분위기를 연출하죠. 이 부분은 감독 코멘터리를 들어봐야 알겠습니다만, 감독이 무슨 생각을 했든 간에 결과물은 변하지 않는다고 봐요. 아마 사람들한테 <태양의 눈물> 음악을 들려준 후, <블랙 호크 다운>과 <라이언 킹> 중 무엇과 비슷하냐고 물으면 <라이언 킹>이라고 대답할 사람이 더 많을 겁니다. 그러면 이 음악이 영화에서 어떤 장치로 쓰이는지 굳이 물을 필요도 없겠지요. 물론 이 곡이 가족 애니메이션 분위기를 취한다는 건 당연히 아닙니다. 감독이 아프리카 대륙의 어떤 부분을 강조하는가를 생각한다면, 이 곡이 꽤나 거기에 걸맞게 극적이라는 거죠.

 

개인적으로 자연 다큐멘터리를 많이 보기 때문에 이 영화를 보면서도 선입견이 작용했을 수도 있겠습니다만. 이 영화의 정글 장면이 인상 깊다는 소감은 많이 보이더군요. 한스 짐머의 음악도 그렇고요. 그런 점에서 이런 전쟁영화는 다시 보기 힘들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