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뱀병장.

 

우리나라 인터넷에서 <메탈 기어> 솔리드 스네이크의 가장 친숙한 별명으로는 뱀병장이 있습니다. 어디서 붙였는지 기억은 안 나지만, 이 게임이 들어왔을 초창기에는 이리 부르지 않았습니다. 인터넷 통신이 발달하고 게임 커뮤니케이션이 본격적으로 발달한 2000년대 중반쯤부터 보였던 것으로 압니다. 이름의 유래는 성과 계급을 합쳐서 부른 것. 스네이크란 성을 솔리드만 쓰는 건 아니지만, 어차피 다들 스네이크, 즉 뱀으로 부르죠. 스네이크 이터 같은 개그 작명도 있고. 그리고 군인이므로 계급이 있을 텐데, 그걸 병장으로 표기한 겁니다. 그런데 왜 하필 다른 계급도 아니고 병장일까요?

 

사실 솔리드 스네이크의 정확한 계급이 무엇인지 작중에서도 안 나오는 것으로 압니다. 그래서 팬들 사이에서도 계급이 뭔지 의견이 갈리는 것 같더군요. 게임을 안 한 사람이 보면 정말이지 뭐가 진짜 계급인지 헛갈릴 정도. 혹자는 중위로 보기도 하고, 게임에서 다른 인물들이 Sarge라고 부르기 때문에 병장으로 해석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만한 인물이 병장이라는 건 좀. 물론 상병도 특수부대에 못 들어가는 건 아니지만, 스네이크는 작전 범위가 사병치고는 너무 광범위합니다. 혼자 적진으로 들어가 정보를 빼오고, 요인을 암살하고, 때로는 국가 안보가 걸린 상황에서 홀로 판단까지 해야 하니 진급을 시켜도 벌써 시켰을 겁니다. 스네이크가 일반적인 군인과 다르다고 해도 말이죠.

 

그러면 우리나라에서는 작중 명칭 때문에 병장이라고 한 걸까요. 그럴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 별명이 퍼져나간 이유는 다른 게 있다고 봅니다. 사실 병장은 대부분 군필자들이 마지막이자 최고로 달고 나오는 계급입니다. 그만큼 애환이 많은데, 사병 중 최고권위이면서도 이때가 되면 슬슬 전역을 준비하기 때문에 이른바 실질적인 지휘계통에선 상병에게 밀리게 되죠. 솔리드 스네이크의 유별한 작전 행동이 병장과 어울리기 때문일 겁니다. 중위급으로 가면 너무 진지해서 별명 같지가 않고, 하사로 전역하는 민간인은 병장보다 많지 않기 때문에 폭넓은 지지를 얻지도 못하고. 거기다 뱀병장은 똑같은 ㅂ 모음이 이어지기 때문에 입에 묘하게 붙는 발음구조죠. 이것도 한몫 했을 것이고.

혹은 말년병장의 클로킹 스킬과 뱀병장의 잠입 기술이 너무 흡사하여 병장으로 부른다고도 합니다. 믿거나 말거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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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분에 <스플린터 셀>의 주인공 샘 피셔는 같은 잠입액션 게임이라고 하여 샘병장으로 불립니다. 이쪽은 이름에다가 계급을 붙인 셈인데, 좀 희한한 작명이죠. 우리나라로 따지면 철이 상병 정도? 거기다 공식 설정상 샘 피셔는 무려 해군 소령! 위관도 아니고 영관입니다. 장교에서 순식간에 사병으로 추락한 피셔 소령에게 심심한 위로를. 참고로 성우인 마이클 아이언사이드 역시 군인 배역으로 주로 맡는 배우인데, 대개 지휘계통에 있습니다. 최근 <터미네이터 4>에서도 인류 지도자로 나왔죠. 하지만 별명이므로 어차피 아무도 신경 안 씁니다. 아마 샘병장이란 별명은 그 특성상 우리나라 외엔 거의 안 쓸 것 같군요. 물 건너 나라에선 뭐라고 하는지 모르겠고, 해외에서도 소령으로 엄연히 알려졌으므로 저렇게 부르지 않을 것이고요.

 

개인적인 의견으로는 솔리드 스네이크에겐 상사 정도가 어울리지 않을까, 생각합니다만. 뱀상사. 흠, 뱀병장보다는 역시 친근감이 떨어지는군요.

 

참고로 솔리드 스네이크와 다르게 이름 자체가 계급인 사람도 있습니다. 바로 <헤일로> 시리즈의 마스터 치프. Master chief petty officer는 실제로 미 해군 최선임 부사관을 가리킵니다. 대략 우리나라의 상사나 원사 혹은 준위 정도? 미군에서도 마스터 치프 혹은 치프라고 부른다고 하더군요. 하지만 우리나라에 미군 계급 호칭이 일반인들까지 알 정도로 폭넓게 알려진 건 아니라 마스터 치프라고 이름을 부르면서도 그 뜻을 모르는 사람이 많습니다. 오히려 존슨 상사는 항상 계급을 붙여 부르기 때문에 상사라는 걸 모르는 이가 없을 정도고요. 게임에 나오는 두 스파르탄이 전부 계급으로 불리는군요. 여러 차례 지구인을 구하고 코버넌트와 싸웠으므로 장교 임관이라도 시켜줘야 하는 거 아닌가 싶지만, 군대라는 집단의 특성상 그렇게는 안 되겠죠. (그리고 장교 임관이 되면 이미 이름이 되어버린 마스터 치프라고 부를 수 없으니까 평생 부사관 말뚝 신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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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실 계급은 상하관계가 뚜렷한 군 집단에서 갈등을 부르는 가장 큰 요소입니다만, 이걸 활용하는 게임은 그리 없는 듯합니다. 특히 계급보다 더 격한 위기상황이 수시로 터지는 SF 게임일수록 그런 확률이 높죠. 액션게임은 어차피 주인공 혼자 적진에 침투해서 해결하기 때문에 지휘계통이나 오퍼레이터와 말싸움은 할지언정 계급 차이로 인해 작전 수행이 불가능한 경우가 거의 없기 때문입니다. 요즘에는 분대 단위 게임도 많이 나오긴 하나 여전히 플레이어 혼자 싸우는 식이고요. 부대 단위로 나오는 전략/전술 게임도 지휘체계인 플레이어 입장에서 보면, 유닛은 계급보다 상관없이 용도가 중요하기 때문에 아무도 관심을 두지 않습니다. 국민 게임인 <스타크래프트>를 보면 잘 알 수 있죠. 테란 마린은 사병(이병/일병)이고 메딕은 장교(중위)건만, 그거 연연하는 사람 없습니다. 심지어는 중위이자 엄연히 위관급인 메딕을 보고 의무병이라고 부르기도.

 

개인적으로 게임 내에서 가장 눈길이 가는 존재는 상병-병장입니다. 대개 게임에서 이 정도면 분대장을 맡는데, 최하위 집단인 사병의 최고 지휘자라는 모순적 상황이 재미있는 갈등을 만들거든요. 분대장으로 요새 유명한 인물은 델타 분대가 툭하면 죽어나가 고생하는 마커스 피닉스 병장(sergent). 중반에 진급을 하기도 하죠. 분대장이 얼마나 고역인지 보여주는 인물이라고나 할까. 가장 좋아하는 상병급 인물은 게임 캐릭터는 아니지만, <에일리언 2>에 나오는 힉스. 마이클 빈의 카리스마가 한껏 발휘된 데다가 전투 지휘능력도 뛰어나고, 마지막까지 살아남는 해병이기도 하고. 에일리언을 생포해오라는 상부 지시를 독단적으로 무시하고 부대원들의 생존을 위해 노력하는 그 모습을 보면 역시 분대장은 아무나 하는 게 아닙니다. 게임 <AvP 2>에 나오는 해병대 주인공 프로스티 해리슨이 상병인 것도 이 영향을 받은 것 같습니다. 역시 국군 내무반이든 외계세력과 싸우는 해병대이든 분대장급 상등병은 위대합니다. 오오 상등병~, 멋진 분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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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하튼 게임에서의 활약과 달리 캐릭터들의 계급은 중요하지 않다는 것. 지구를 구하는 활약을 보고 감동을 먹어 프로필을 찾아보니 기껏 사병이었더라~ 하는 경험담이 좀 많습니다. 아마 앞으로도 외계에 맞서 싸우는 군인들의 계급이 그렇게 높아질 일은 없을 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