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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에 코믹스의 치명적인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널리 알려졌다시피 미야자키 하야오는 본래 사회주의를 옹호하였던 사람입니다. 그 자신이 '전공투 세대'이자 애니메이션 산업계에 노조를 창립한 사람이었고, 작품 속에서도 꾸준히 사회주의와 산업 자본주의의 대결을 다루어 왔습니다. 연출 데뷔작 <미래소년 코난>부터가 이상적인 사회주의(하이하버)가 산업 자본주의(인더스트리아)를 이겨낸다는 주제를 가지고 있었고, '해적'이라는 무정부주의 세력을 내세운 <라퓨타>, 아예 아나키즘에 대한 찬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홍돼지>에 이르기까지 계속해서 이데올로기를 다룹니다.
그런데 사회주의 이데올로기가 가지고 있는 근원적인 문제점은, 유토피아를 건설하겠다는 명분을 가지고 사람이 다른 사람들의 삶을 간섭하고 통제하게 된다는 것입니다. 20세기 내내 시도된 사회주의 이데올로기에 의한 유토피아 건설의 실험은 결국 실패로 돌아갔고, 미야자키 하야오는 그 진행 과정과 결말을 지켜볼 수 있었습니다. 젊은 시절 사회주의를 옹호하였던 미야자키 하야오는 사회주의 유토피아 건설이 오히려 사람들의 자유로운 삶을 심각하게 핍박하는 것을 보면서 의문을 품었고, 작품 속에서 자본주의든 사회주의든 인간의 자유의지와 자유로운 삶을 간섭하는 것은 그 자체로 선(善)일 수 없고 오히려 악(惡)일 수 있다고 말합니다. 본래 의도는 선의에서 유토피아를 건설하고자 했던 것이라고 하더라도, 그 유토피아는 디스토피아와 한 끗발 차이이고 오히려 인간의 삶을 파국으로 밀어 넣는 디스토피아가 되어 버릴 수 있다는 것이죠. (예를 들어 <미래소년 코난>의 인더스트리아도 본래 지구 멸망의 위기에서 살아남은 사람들이 마지막 인류의 유토피아로 만들어 보려고 했던 것이지만, 오히려 디스토피아가 되어 있습니다.) 이러한 메시지는 미야자키 하야오의 여러 작품들 속에서 일관되게 나오고, 결국 가장 중요한 것은 사람들이 '삶'에 대한 자유 의지를 가지고 아무리 어려운 환경에서도 '살아간다'는 것이 그의 작품들을 관통하는 주제 의식입니다.
<바람계곡의 나우시카>는 작가의 이러한 주제 의식이 가장 노골적으로 드러나 있는 작품입니다. 특히 마지막 대단원은 사람들이 자기 자신의 의지로 삶을 선택하는 것이야 말로 유토피아 건설보다 훨씬 더 중요한 것이라고 역설하는 데 할애되어 있습니다. 이는 20 세기 동안 1, 2차 세계대전과 일본의 패망을 겪은 작가의 경험을 반영한 것이고, 또 한편으로는 1990년 무렵 독일 통일과 동구권 몰락으로 사회주의 유토피아 건설의 실험이 실패로 돌아가는 것을 지켜보면서 그 자신이 젊은 시절 옹호하였던 사회주의 유토피아에 대하여 나름대로 결론을 내리고 이를 작품 속에 반영한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기대를 품고 따랐던 이데올로기는 결국 답을 주지 못하였고, 유토피아 건설의 실험은 오히려 독재와 거대한 정치범 수용소, 경제난 속에 디스토피아를 건설하여 인간을 핍박하기에 이르렀습니다. 모든 것이 실패로 돌아가고 남은 것이라고는 전쟁의 폐허와 이데올로기에 의한 상처 뿐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은 '살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아무리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사람들은 자기 자신의 의지로 자신의 삶을 개척하며서 살아가야 한다는 것입니다.
인위적인 유토피아 건설을 포기하고, 오염되고 때묻은 삶이라고 하더라고 생명이 자신의 의지로 살아가는 것이 오히려 더 중요하다는 <바람계속의 나우시카>의 결말은... 20 세기 후반 사회주의 유토피아 건설이 실패로 돌아가는 것에 지켜보면서 미야자키 하야오가 자신이 옹호했던 사회주의 이데올로기에 대하여 던진 대답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동구권이 몰락하고 사회주의 이데올로기가 무너지는 것으로 판명되었을 때, 그 쪽 이데올로기를 지지하던 사람들은 혼란에 빠졌습니다. 이에 대하여 '살아라'라고 말한 것이죠. 자본주의 사회가 오염되고 때묻은 것이라고 하더라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이 자유 의지를 갖고 살아가려고 한다면 그것으로 충분히 가치 있는 삶이라는 것입니다.
<바람 계곡의 나우시카>는 모두 연필 뎃생으로 그림을 그렸고, 미야자키 하야오가 애니메이션 만드느라고 바쁜 와중에 틈틈히 연재를 한 작품입니다. 어쩌면 마지막 완결을 본 게 기적일 수 있죠. 미야자키 하야오 본인은 이 작품을 TV 애니메이션 시리즈로 만들었으면 하는 생각을 했었다고 하는데, 과연 작가 생전에 실현될 수 있을 지 잘 모르겠습니다. 어쩌면 그가 작고한 이후라면 TV 에니메이션으로 제작될 가능성이 더 높다고 봅니다.
애니판과 코믹판이 다른건 딱히 미야자키가 가면서 생각이 바뀌어서라기 보단 애니 제작 당시엔 처음 일부의 내용밖에 안나와있었고 그부분만 애니화 됐기 때문이죠(랄까 나우시카는 처음부터 애니를 만들기 위해 원작 만화를 그린 특이한 케이스라 적당히 하나의 완결된 이야기를 만들수 있겠다 싶을 때 제작한 거겠죠). 애니는 일단 거기서 완결시키는 분위기라 좀 느낌이 다르긴 한데 사실 내용만 보면 나름대로 코믹판에 충실한 편입니다(뭐 보는 사람에 따라 다르긴 하겠지만). 갠적으로는 그 다음작에서 코믹판의 스토리를 따라 나우시카의 모험을 계속 이어서 보여 주어도 크게 위화감은 없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안노 히데아키가 나름 자신을 키워준 작품이라 애착을 가지고 있었는지 어땠는지 여러가지로 후속작에 대해 뽐뿌질을 했었다는 소식은 들었는데 영감님이 들을거 같진 않고(전에 듣기로는 자기-안노-가 나우시카 외전인가 후속인가를 찍어보겠다고 했다가 영감님께 '어디 감히' 하고 꾸중들었다던가 -_-) ...감독 : 미야자키 하야오 라고 타이틀 붙은 티비판은 살아생전에 못볼 듯;; 하울이나 뽀뇨같은거 만들시간에 그거나 만들지 쩝.
괜찮은 참고자료가 있는데...
http://book.naver.com/bookdb/book_detail.nhn?bid=1349870
나우시카가 그려내는 유토피아론의 딜레마에 대해 해석을 시도한 흥미로운 책입니다.
무려 십여년전에 번역되어 나왔는데 별로 화제가 안되어 의아할 지경 OTL
아무래도 지금은 절판에 가까운 상태니 도서관을 찾아보셔야 하겠지만...
......근데 나우시카 본편은 처음만 보고 말았으면서 난 이책 왜샀지? OTL
<나우시카를 읽는다>... 그 책은 저도 10년 전에 봤습니다. 두 번 읽었습니다. 처음 서점에서 접한 것은, 1999년 6월 여름 코엑스 서울국제도서전에서 SF 도서전을 열었을 때였습니다. 도서전을 보다가 반디북(서울문고)가서 구경하다가 왔다갔다하다가 발견했죠. 당시 SF 도서전 현장에서도 그 책 이야기를 하는 사람들이 좀 있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이후 월간 SF 웹진이 만들어져서 팬덤의 중심이 되었더랬는데, 거기에서도 <나우시카를 읽는다> 이야기가 나왔었죠. 실은 제가 월간 SF 웹진에 칼럼을 연재할 때 나우시카에 대한 칼럼을 한 번 쓴 적이 있습니다. 호메로스의 오딧세이아에 등장하는 나우시카, 그리고 니코스 카잔차키스가 호메로스의 속편으로 쓴 오딧세이아에서 언급되는 나우시카, 그리고 미야자키 하야오의 나우시카에 대한 글이었죠. 그 칼럼을 쓰면서 <나우시카를 읽는다>를 다시 읽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사람들이 자유게시판에서 나우시카에 대해 물어보길래 저 책 이야기를 했었습니다.
결론은... 꽤 괜찮은 책이라는 겁니다. 다만 이제 내용이 잘 생각나지 않습니다. 원작은 똑똑히 기억에 있는데, 비평서는 잘 기억나지 않아요. 이것이 원작과 2차 문헌의 차이라는 것이겠죠.






hor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