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리터리/역사 포럼
밀리터리, 군사 과학, 그리고 역사와 세계에 대한 이야기를 좋아하는 분들을 위한 게시판.
역사 속의, 또는 현대의 다양한 가능성에 대한 이야기를 나눕니다.
이들과 관련한 뉴스 이외에 국내 정치 논쟁에 대한 이야기는 삼가해 주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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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 옛적, 신은 세상을 만들고, 동물을 창조했다.
그런데 이 동물들은 신을 공경할 줄을 몰랐다. 그래서 신은 자신을 공경할 인간을 만들기로 했다.
처음에는 금으로 인간을 빚었다. 번쩍번쩍 보기에는 좋았지만 너무 무거운 탓에 움직이질 않았다.
이번에는 다시 나무로 인간을 빚었다. 나무 인간들은 부지런했다. 하지만 나무인간들은 신을 공경하지 않았다.
그 이유인즉, 앞서 창조한 금 인간에게 부림을 당하느라 신을 떠받들 시간이 없었던 것이다.
두 번의 실수를 거친 신은 드디어 제대로 된 재료로 인간을 만들었다. 바로 옥수수 반죽으로 빚은 인간이다.
현재의 인간들은 모두 옥수수에서 탄생한 셈이다."
중남미.... 구체적으로는 현재 과테말라에 해당하는 지역의 창조신화입니다.
옥수수가 이 지역에서 어떤 의미를 갖고 있었는지 잘 알수있는 재미있는 신화죠.
옥수수는 아즈텍, 잉카, 마야 문명의 핵심적인 작물이었습니다.
이 옥수수를 알아야만 중남미 문명을 더 포괄적으로 이해할 수 있습니다.
옥수수는 고추나 담배와 마찬가지로 아메리카 대륙 원산입니다.
컬럼버스가 신대륙을 발견했을 당시 이미 중남미 지역에서는 현재와 거의 흡사한
즉 종자가 대량으로 열리는 옥수수가 재배되고 있었다고 합니다.
이는 원주민들이 옥수수 품종 개량에 적극적이었음을 의미합니다.
실제 중남미 원주민들은 조리 용도에 따라 200종 이상의 품종을 재배하고 있었다고 합니다.
그럴 수 밖에 없는 것이 옥수수는 감자와 함께 핵심적인 영양공급원이었고
대량 재배가 곤란한 감자와 달리 노동 투입여부에 따라 얼마든지 대량 생산이 가능합니다.
그 결과 경제 자체가 곧 옥수수라고 해도 지나치지 않을 만큼
중남미인들은 옥수수에 중독된 문명으로 발전해나갔습니다.
옥수수의 특징은 뭘까요?
우선 옥수수는 1년에 50일정도의 노동으로도 재배가 가능합니다. 노동에 의존하는 작물이 아니라는 의미입니다.
지력이 약한 곳에서도 잘 자라고 평야가 아니라 비탈, 산지에서도 쑥쑥 잘 큽니다.
단, 물이 매우 중요한데 강수량에 따라 수확량이 확연한 차이를 나타냅니다.
(역시 마찬가지로 대량생산이 가능한 작물인 쌀과 여러모로 비교가 됩니다.)
힘들게 일할 필요도 없고 비만 내려주면 얼마든지 손쉬운 열량을 손에 넣을 수 있습니다.
평야가 아니어도 상관없으니 숲을 불태우면 경작지는 얼마든지 널려있습니다.
이렇게 열량이 대량으로 공급됐을 때 다음 수순은 폭발적인 인구 증가입니다.
마야, 잉카, 아즈텍 모두 인구밀도가 기이할 정도로 높습니다.
서양 정복자들이 당도했을 때 이들 제국의 인구는 물경 9천만에 달했습니다.
인구는 늘어나는데 노동력의 가치는 낮습니다. 이 상황에 인명 경시가 일반화되지 않는게 이상하겠죠.
또한, 강수량이 중요하니 천문과 기후에 대한 관심이 높아집니다.
정교한 달력이 만들어지고 고지대에는 천문대가 건설됩니다.
한편에서는 신앙에 대한 열정이 높아집니다. 비가 얼마나 내리느냐에 수백만명의 목숨이 왔다갔다 하니까요.
스위스와 미국의 공동연구팀이 바다 퇴적물 연구를 통해
AD760년, 810년, 860년 그리고 910년에 극심한 가뭄이 유카탄 반도 일대에서
각각 3~6년씩 계속됐음을 2003년 ‘사이언스’에 발표한 바 있습니다.
물이 없으면 옥수수도 없습니다. 이 시기는 마야 문명의 쇠락 및 멸망과 일치합니다.
마야인들은 피라미드를 세우고 신들에게 비를 기원하며 종교적인 열정을 불태웠습니다.
산 제물의 심장을 태양신에게 바쳤지만 소용 없었습니다.
.................
세월이 흘러, 현재도 옥수수 중독은 계속되고 있습니다.
20세기 경제 대공황을 거치며 기업화된 미국의 농업 자이언트들은
광활한 중부 대평원에서 무한정 쏟아져나오는 옥수수를 소비시킬 방법을 골몰하게 됩니다.
결국 1970년대에 획기적인 발명이 이뤄집니다. 바로 High-fructose corn syrup - 우리 말로 액상과당이라 불리는 물질이죠.
옥수수로 만드는 정제된 액체설탕이고 세상에서 가장 싼 당(糖)입니다.
한때 약으로도 쓰일만큼 귀한 물질이었던 설탕이
열대지방 플랜테이션도 아닌, 미국 한복판에서 대량으로 쏟아져나온 겁니다.
자연히 물보다 싼 콜라, 사이다, 스윗티가 식단을 지배하게 됩니다.
미국인들은 지금도 물 대신 콜라, 사이다, 스윗티를 마십니다.
그 결과는 뭘까요?
급증하는 비만, 치솟는 의료비용 지출입니다.
(밥을 먹으면서 동시에 혈당을 급상승시키는 설탕물을 마신다? 이보다 빨리 비만해지는 방법이 있을까요?)
옥수수와 아메리카 대륙의 인연은 참 기구합니다.
^^
2010.07.14 06:56:16 (*.220.47.51)
옥수수의 또다른 효과가 하나 더 있지요.
그거슨 팝콘입미다.
값싸게 생산되면서도 뻥 튀겨 냠냠쩝쩝 할 수 있는 옥수수가 없었다면 우리는 영화를 볼 때 윗니와 아랫니가 부딛치는 다이나믹한 비트를 5.1 채널 사운드로 코러스 삼아 들으며 보았을겁니다.






옥수수의 효과는 하나 더 있죠...
바로 사료용이라는거.
세계에서 생산되는 곡물중에서 가장 많이 생산되면서 그 대부분이 사료로 사용되는데 만약 옥수수가 없었다면....
지금처럼 싼 가격에 고기 먹지 했을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