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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은 그럴 듯한데, 결국 독수리 암살자와는 별 연관이 없는 듯합니다.]
영화 <어쌔신 크리드 : 리니지>는 어쌔신 크리드 프랜차이즈 중 하나로서 2편 게임의 프리퀄에 해당합니다. 2편 주인공인 에지오 아우디토레의 아버지 지오반니 아우디토레가 암살자로 나와 활약하죠. 지오반니는 메디치가의 로렌조에게 명령을 받고 음모를 꾸미는 로드리고 보르지아를 쫓습니다. 하지만 매번 보르지아를 습격할 때마다 번번이 놓치고, 심지어는 자신의 목숨마저 위기에 처할 때도 있었죠. 상대방의 계획을 몇 번 저지시키긴 했으나 끝내 음모는 분쇄하지 못하고, 지오반니와 보르지아의 싸움은 게임 2편으로 흘러갑니다. 그리고 여기서 주인공이었던 지오반니가 게임 초반부에 처형당하자 아들인 에지오가 암살자 자리를 이어받으며 결국 보르지아를 처치하죠.
이렇게만 보면 그저 흔한 프리퀄 시리즈인 것 같으나 사실 이 작품은 어쌔신 크리드 시리즈 중 최초의 실사영화입니다. 이제껏 나온 시리즈가 크건 작건 모두 게임인데 비해 <리니지>는 유일무이한 영화. 길이는 30분 정도로 게임을 설명하기 위한 단편영화에 가깝습니다만, 중요한 건 컴퓨터 그래픽으로만 보던 걸 실제 배우가 연기한 걸로 볼 수 있다는 거죠. 그래서 그만큼 기대를 모으기도 했으나… 어딘가 부족하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었습니다. 아마 이 작품에서 지오반니가 암살자이지만, 게임 속 암살자와는 전혀 다른 행동을 하기 때문일 겁니다. 중심이 되어야 할 주인공이 이러니, 재미가 떨어지는 게 당연하겠죠.
게임 속 암살자인 알타이르와 에지오의 액션을 꼽아보자면, 크게 3가지로 나눌 수 있습니다. 첫째는 건물타기와 낙하. 알타이르든 에지오든 고소공포증도 없고 팔에 접착제라도 붙였는지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올라가는 게 특기입니다. 본래는 암살 대상을 파악하고 도주 경로를 점 찍기 위해 높은 곳을 찾는 거지만, 덕분에 플레이어는 각 도시의 고층 건물은 죄다 올라가야 하죠. 까마득한 꼭대기에 올라가 독수리와 함께 도시 전체를 둘러보는 장면은 이 시리즈만의 미장센. 아마 멋진 삽화나 스크린샷, 월페이퍼를 찾아보면 거의 대부분 건물 꼭대기에서 품 잡는 알타이르나 에지오를 볼 수 있을 겁니다. 그리고 거기서 낙하로 마무리를 하죠. 밑바닥도 안 보이는 꼭대기에서 그대로 뛰어내리는 겁니다. 아찔하죠. 그야말로 독수리의 비상.
그런데 <리니지>엔 그런 장면이 하나도 안 나옵니다. 지오반니가 올라간 건물이라곤 그냥 몇 층짜리 지붕이 전부입니다. 그런 데 올라가봤자 고소공포증이 날 정도로 위험해 보이지도 않고, 떨어져봤자 죽지도 않을 테니 별 감흥도 없죠. 가끔 어딜 올라가는 시늉은 하는데, 그게 게임처럼 하늘을 찌를 듯하냐, 하면 그것도 아닙니다. 심지어 그런 건물이 나올만한 상황도 아닙니다. 도대체 왜 이런 장면을 안 넣었는지 모를 일입니다. 제작비가 많이 들어서? 그럴 수도 있습니다. 이게 극장 개봉작도 아니고, 게임 패키지에 끼워주거나 인터넷에 공유하거나 등 거의 공짜라서 과감한 연출은 배제했겠죠.
아쉬운 점을 한 가지 더 꼽자면, 독수리의 눈이 안 나왔다는 것. 알타이르와 에지오는 물론이고, 또 다른 주인공 암살자인 데스몬드 역시 독수리의 눈을 사용합니다. 인간의 깊숙한 영혼을 꿰뚫고, 숨겨진 문자나 장소, 암호를 파악하는 등 이 능력은 사건 전개의 열쇠라서 굉장히 중요합니다. 게임 인터페이스를 봐도 언제나 독수리의 눈을 볼 수 있게 해놨죠. 지오반니가 알타이르의 피를 이은 암살자 혈통이고, 후세대인 에지오는 물론이요 데스몬드에게도 이 능력을 물려준 걸 봐서는 지오반니 본인에게도 독수리의 눈이 있었을 겁니다. 허나 영화엔 독수리의 눈으로 본 시점이 나오지 않습니다.
음, 만일 외계 사냥꾼 프레데터 시리즈에서 열 감지 장면은 안 보여주면 어떻게 될까요. 아마 관객은 약간 실망할 겁니다. 프레데터의 열 감지 시야는 원작의 장기였고, 이후 시리즈에선 필수적인 장치가 되었으니까요. 어쌔신 크리드 역시 그렇습니다. 게임에서 항상 중요한 전개가 필요할 때는 독수리의 눈을 사용했습니다. 음모와 비밀 해결, 반전이 모두 여기에 있죠. 물론 외전 격에 해당하는 다른 게임엔 독수리의 눈이 안 나오고, <리니지>는 외전이죠. 하지만 실사영화와 미니 게임엔 차이가 있습니다. 아무래도 영화가 나온다고 하면 게임 장면을 실사로 볼 것을 기대하고, 이쪽에 더 무게를 두게 되죠.
건물 낙하와 독수리의 눈이 나오지 않은 건 아무래도 암살 대상이 없어서일 거라는 생각이 듭니다. 알타이르나 에지오는 수많은 중요 인사를 제거했습니다. 제목 그대로 암살자다운 일이죠. 허나 지오반니는 주인인 메디치가를 위해 싸울 뿐, 목표를 하나 잡아 처치한다는 개념이 부족했습니다. 암살자라기보다 비밀 경호원에 더 가까웠고, 그래서 굳이 건물 꼭대기에 올라가 도주 경로를 살피거나 건물 속을 살피기 위해 독수리의 눈을 볼 필요가 없었습니다. 결국 자기 본분에 충실하지 못한 까닭인 거죠. 물론 이 시리즈의 암살자 혈통은 일반 암살자와 다르긴 합니다만. 그래도 제목에서 풍기는 멋을 살리지 못했다고 봅니다.
사실 암살자란 인물들, 그러니까 알타이르나 에지오는 거의 인간이 아닌 초인에 가까운 사람들인데…. 지오반니가 초인치고는 움직임이 너무 평범하죠. 헤일로 시리즈에서 스파르탄 병사가 일반 해병과 똑같이 움직이며 싸우는 거랑 비슷하다고 보면 될 겁니다.
어쩌면 <리니지>가 외전인 만큼 어쩔 수 없었을 겁니다. 진짜 중요 인사들은 게임 2편에 내보내야 하고, 그러자면 최대한 암살을 떼어놓고 시나리오를 쓸 수밖에 없으니까요. 진짜 중요한 인물을 지오반니가 덜컥 죽이면, 정작 본편에서 할 이야기가 없어지잖아요. 그러니 이는 어디까지나 외전의 한계라고 해야겠습니다. 어차피 이 작품의 목적은 플레이어의 호기심을 끌어들여 2편을 구입하는 데 있으니 나름의 목적은 달성했다고 해야죠. 공짜로 보여주는 단편영화치고는 볼만한 구석이 많으니까요.
※ 로드리고 보르지아, 메디치가의 로렌조는 실제 초상화, 게임, 영화가 다 비슷하게 나옵니다. 헌데 에지오는 아무리 봐도 영화랑 게임이 매치가 잘 안 되는군요. 게임 속 에지오는 상당히 각진 모습인데, 영화에선 너무 둥글게 나와요.
※ 암살자 복장은 원래 독수리 부리를 연상케 만들었는데, 영화 복장은 뾰족한 독수리 모양이랑 거리가 좀 있는 것도 아쉬운 부분. 게임에선 상당히 타이트하게 디자인했던데, 영화는 왜 이리 펑퍼짐한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