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작 단편 게시판
생존
[ 탁탁탁탁 ]
금속으로 뒤덮인 좁은 통로를 울리는 이 소리... 이것은 언제 들어도 기분 나쁜 소리다. 비록 내 발자국 이 만들어낸 울림이었지만 극도로 예민해진 나의 귀에는 이마저도 거슬릴 정도였다. 길은 가도 가도 끝이 보이지 않는다. 얼마나 왔는지, 어디로 가는지 조차 확실치 않았다. 가슴이 터져 나갈 것 같은 착각이 들 정도로 숨이 찼다. 하지만 나는 멈출 수 없었다. 이미 멈추기에는 너무나 먼 거리를 나는 달려온 것이다.
생각해보면 정말 어처구니없는 일이었다. 무슨 3류 SF영화도 아니고 이 무슨 황당하고 엽기적인 일이란 말인가! 순항(順航) 중인 베이모스급 사이언스 베슬 안에서 이런 참극이 벌어지다니, 아직도 난 믿겨지지 않았다.
갑작스런 조난. 그리고 뒤이은 괴물들의 출연은, 나의 첫 임무를 엉망으로 만들어 버렸다. 사실 조난이야 아무래도 좋았다. 이런 일은 자주는 아니지만 가끔은 일어나니까. 그러나 뒤이어 나타난 이 괴물... 정식 코드네임이 저그라 했던 했던가? 그, 이름이야 어쨌든 녀석들은 나에게 최악의 악몽을 선사했다.
파워드 슈트를 가볍게 뛰어 넘는 힘. 그리고 스팀 팩을 사용해도 따라 잡을 수 없는 엄청난 민첩성... 거기다 한 술 더 떠 스텔스 기능에 준하는 은폐까지. 이들은 정말 완벽이라 말해도 과언이 아닌 살인 기계 들었다. 이 녀석들에게 얼마나 많은 승무원 들이 죽어 갔던가! 왜? 무엇 때문에 이들이 우리들을 죽이려 드는지 알 수는 없었지만, 그들은 명백한 살의를 가지고 사이언스 베슬안의 승무원들을 닥치는 대로 살육하고 있었다.
“그레이시브(초진동) 나이프 기동”
[나이프 기동. 타임 리미트는 10분입니다. 오버 타임시 5분가량 사용이 불가하오니 유의 바랍니다.]
오퍼레이터 컴퓨터의 부드러운 목소리와 함께 잠들어 있던 검은 깨어 났다. 가우스 라이플의 총탄마저 견뎌내는 녀석의 표피를 자를 만한 도구는 사실 이것 밖에 없었다. 즉 녀석을 죽일 수 있는 유일한 아이템인 것이다.
지금 나에게로 다가오는 녀석의 수는 적어도 2마리 이상. 보이진 않지만 얼마든지 녀석이 다가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평범한 인간이라면 어림도 없겠지만, 나는 고스트 중의 고스트, 웨폰스 사피언스 칭호를 받은 최첨단 생명공학의 결정체, 인류가 완성시킨 역사상 가장 완벽한 ‘전사’ 였다.
“멈출 수 없어. 이대로 접전한다!”
섬뜩한 공포에 식은땀이 절로 흘러 내렸다. 아무리 나라도 녀석과의 정면 승부는 버거운 것이 사실이었다. 녀석의 힘과 민첩성은 나를 훨씬 상회하니까. 그러나 멈추는 짓 따위는 할 수 없었다. 여기서 내가 지체한다면, 이제 40여명이 체 남지 않은 승무원들의 목숨은 없는 거나 마찬가지였다.
어차피 어둠 때문에 거의 보이지 않았기에 나는 눈을 아예 감아 버렸다. 눈을 감자 칠흑과 같은 암흑의 세계가 드리워졌다. 그러나 오감을 통해 느껴져 오는 감각들은 더욱더 예민해져 미묘한 대기의 흐름조차 느낄 수 있게 되었다. 나의 몸 구석구석을 헤집고 돌아다니는 나노머신의 반응은 더욱더 결렬해 졌다. 그것은 곧 있을 절대 피치 못할 전투를 예고 하고 있었다.
“젠장 할 더럽게 빠르군.”
한숨 돌릴 사이도 없이 녀석들은 이미 나와의 거리를 무로 돌릴 만큼 가까이 다가와 있었다. 물론 보이지는 않았지만, 팽팽한 긴장감속에, 녀석들이 뿜어내는 짖은 살의를 분명 느낄 수 있었다.
가슴이 터질 것 같이 두근거렸다. 아무리 나노머신으로 육체를 제어하고, 맨손으로 강철을 부술 힘이 있다하더라도 마음까지 강화시킬 순 없다. 나는 크게 한숨을 내쉬었다. 그리고 나의 양아버지이자 스승님이 전수 해주신 무(武)를 떠올렸다.
명천류(明天類) 유도 유선술(柔道 防仙術)
삼식(三式) 개(開) 명견유수(明鏡流水)
깊고 낮은 단전호흡과 함께, 마음이 가라앉는다. 몸은 여전히 무거웠지만 머릿속은 차분히 정리된다. 감정보다 이성의 명령이 선명해지고, 목표는 더욱 또렷해 졌다.
그러나 미래는 여전 불투명 했고, 얼마나 살아남을 수 있을지, 아니 나 자신의 생존조차 확신 할 수 없었다. 하지만 그렇다 하더라도 나는 포기 하지 않을 것이다.
최후의 최후 마지막의 마지막이 다가 왔더라도, 나는 굴복하지 않으리라.
무엇을 위해 여기 까지 왔단 말인가! 지금 여기에 다른 그 누구도 아닌 바로 나를 필요로 하는 사람이 있다.
이미 인간이라고 말할 수도 없는 이 추악한 존재인 나를 따스하게 감싸준 사람이 지금 여기에 있다.
그 이유 하나만으로도 나는 충분하다. 나는 싸울 것이다. 나의 모든 것을 다해.
나의 육체와 심지어 영혼마저 산산이 조각나 설령 無로 돌아갈 지라도, 나는 손에 쥔 이 검을 놓치지 않으리라.
녀석의 움직임이 느껴졌다. 이제는 너무나 가까워져 녀석들의 숨소리까지 들려오는 듯했다. 나는 초 진동 나이프에서 부드럽게 울려 퍼지는 진동음을 주시하며 녀석들의 공격을 기다렸다. 단 1초가 몇 시간처럼 길게 느껴졌다.
[크르르르르]
녀석들의 음침한 울부짖음이 들려온다. 너무나 미세한 소리지만, 내 안에 충만한 나노머신들은 그 약한 파동하나 조차 놓치지 않았다. 그리고 온몸에 전기가 흐르는 듯한 섬뜩한 살기가 쏟아져 들어왔다. 더 이상 생각 따위를 할 여유는 없었다. 나는 그레이시브 나이프에 다시금 고쳐 잡는다.
주사위는 이미 던져졌다. 죽이느냐 아니면 먹히느냐. 결과는 신만이 아실 것이다.
난 지금 것 신의 존재를 부정했다. 그러나 지금 이 순간만은 신을 믿고 싶다. 그리고 그의 가호가 있길 빌고 싶다. 비록 신의 가호를 빌 수밖에 없는 나 자신의 연약함이 한탄스럽긴 했지만, 지금에 와서 뭐가 문제란 말인가?
나에게 조금이라도 힘이 될 수 있다면 지금 여기 살아있는 사람들을 지킬 수만 있다면... 나는 그 신에게 나의 영혼이라도 팔아버릴 것이다.
난 검을 내밀었다. 그리고 이 검에 나의 염원을 담았다. 부디 생존 할 수 있기를 간절히 바라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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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 영어..번역기 돌리신건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