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F / 과학 포럼
SF 작품의 가능성은 어떻게 펼쳐질 수 있을까요? 그리고 어떤 상상의 이야기가 가능할까요?
SF에 대한 가벼운 흥미거리에서부터 새로운 창작을 위한 아이디어에 이르기까지...
여기는 과학 소식이나 정보를 소개하고, SF 속의 아이디어나 이론에 대한 의견을 나누며, 상상의 꿈을 키워나가는 곳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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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을 닮은 로봇은 SF의 단골 소재입니다. 오래 우려먹고 클리셰고 따질 것부터 없죠. 물론 클럽에 오시는 분들 중 상당수는 로봇의 정의는 무엇이고, 드로이드가 스타워즈에서 창안된 용어로서 인간형 로봇을 의미하는 안드로이드란 단어가 나오면서 비인간형 로봇을 의미하는 것으로 굳어졌으며, 사이보그란 단어의 뜻이 그냥 로봇과 생체조직의 결합이라는 것 정도는 대충 감 잡고 계시리라 봅니다만, 여기서 좀 더 나가면 나올 수 있는 소재가 바로 인간과 구별할 수 없는 로봇이죠.
물론 인간과 구별할 수 없다는 점에서는 인간과 동일한 지능과 인격, 감정을 가진 존재에 대해서 이야기할 수도 있겠지만, 여기서는 그것과는 조금 다른 관점의 이야기를 하고자 합니다. 인간의 신체를 갖고 있지 않음에도 인간과 동일한 인격과 지능을 얻을 수 있는가에 대해서는 의문이 남지만, 두 가지를 분리해 간주하는 게 가능하다면, 과연 그런 로봇의 '몸'은 어떤 게 되어야 할까에 대해서 이야기해보고자 하는 거니까요. 다시 말해서, 그냥 인간과 똑같게 보이는 로봇 말입니다.
이 계열에도 흔해빠진 클리셰가 있긴 하죠.
-소머즈에 나왔던 펨봇. 사람 같이 생겼는데 알고보니 로봇이었더라 하는 클리셰요. 언제나 고정방식이 부실해서 몇 대 맞으면 금속으로 된 뼈대나 전선 따위가 튀어나옵니다. 딱 보면 흉칙하게 생긴 데서 감 잡을 수 있듯이 으례 이런 식의 연출은 호러에 가까운 용도로 쓰이긴 합니다. 겉보긴 멀쩡하더니 속은 흉칙한 로봇이었어(물론, 사람 속도 꺼내놓고 보면 좀 많이 흉칙하다는 측면에서 이런 연출은 좀 공평하지 못하긴 합니다.)! 사실 대다수의 인간과 구별할 수 없는 안드로이드들은, 물론 첫 소개부터 나 사람 아니거든 하고 시작하는 경우도 많지만 아니라면 작품 내에서 이런 적당한 기회에 그 정체를 드러내게 되죠. 역시 몇 대 맞으면 내부 프레임이 나와서 어쩌고 저쩌고...
-인간 같이 생겨도 사실 속은 로봇인 건 아는데 보면 볼수록 인간 같더라, 혹은 인간 같이 생기지 않았는데, 아니면 보면 볼수록 보봇 같은데, 기타 등등의 조합, 아무튼 위 이야기에 이어서 주로 인간을 인간답게 만드는 건 무엇인가에 대한 고민 어쩌고 저쩌고가 나옵니다. 일본 애들은 로봇만화를 많이 봐서 그런가 초비츠나 투하트 같은 데서처럼 로봇 페티쉬로 나가기도 합니다. 이쪽은 외양보다는 지능을 더 중요시할 수밖에 없는 부분이니 건너뛰고요. "당신 손이 차갑군요." 같은 대사를 써먹게 되고, 이건 기계적이고
차갑다는 단어가 주는 이미지까지 그대로 투영할 수 있는 괜찮은 대사인 셈이지만, 사실 오늘 같이 더운 날 지금 모니터를 보고 계신
여러분 옆에서 엄청난 열기를 토해내고 있을 게 뻔한 컴퓨터 본체만 생각해봐도 그다지 현실성 있어 보이진 않습니다. 뭐 미래의
기계는 초전도모터에 광컴퓨터 쓴다면 할 말은 없지만.
물론 복잡한 금속과 전선과 케이블, 모터와 전자회로로 이루어진 이런 로봇들은 단지 인간과 닮았지만 인간과 동일하지는 않은 존재를 만들어내고픈 욕구에서 창안된 것이기는 할 것입니다. 유대교 전설에서는 흙을 빚어 골렘을 만들었고, 소설에서는 프랑켄슈타인 박사가 시체를 꿰매어 괴물을 만들어냈듯 사람들은 단지 그 적절한 방법이 무엇인가를 당대의 과학 기술 수준으로 맞추어 상상해냈을 뿐이죠. 현대에 이르러, 과학 기술이 발전하고 모터와 쇠와 전자회로로 복잡한 기계장치들을 만들어내게 되었으니 사람들은 역시 기계로 사람과 동일한 무언가를 만들어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하게 된 거고, 공업용 로봇이 아무렇지도 않게 쓰이고 관련 분야의 연구개발이 활발한 현대 사회에서는 이런 설정이 나름 합리적으로 보이기는 합니다.
한편으로, 흔히 로봇이란 단어를 창안한 것으로 차펙의 RUR을 들긴 합니다만 1920년대 물건이라서인지 거기서는 기계인간이 아닌 뭔가 복제인간 비슷한 것으로 등장합니다. 그나마 비슷하게 기계인간이 픽션 속에서 구현되었다고 부를만한 것은 다들 아실 만한, 1927년의 메트로폴리스에서 등장한 마리아입니다만, 그 즈음해서 인간과 비슷하게 움직이는 당시로서는 최첨단 기계인간들이 여럿 등장했고, 이후로의 많은 SF 작품들에도 이어지게 되었죠.
-1921년 런던 박람회에 전시된 에릭. 팔다리를 움직이고 눈에 전구 불빛을 밝히고 입에서 전기 스파크를 튀기는 정도의 기능이 있었습니다. 단독으로 움직일 수 없었고 바닥에 로봇을 구동하기 위한 와이어와 모터 따위가 들어갔죠. 로봇과 작동인형의 중간 정도 느낌이랄까요. 작동인형(Automaton)은 로봇이란 단어가 나오기 전까지는 거의 비슷한 의미로 쓰였긴 합니다만.
-1939년의 뉴욕 박람회에서 첫 등장한 웨스팅하우스 일렉트로. 발에 바퀴를 달고 움직이기도 했습니다. 지금 보자면 애들 장난감으로나 나올 법한 물건입니다.
하지만 이런 녀석들은 말 그대로 강철 깡통일 뿐이죠. 그래서 이쯤에서 생각해보고 싶은 건 과연 우리는 기계가 얼마나 사람 같게 보이기를 원하는 것일까 하는 것입니다. 영화에서는 실사 배우가 로봇 역할을 하고 만화에서는 어차피 생긴 게 다 똑같으니 신경쓰지 않겠지만, 여전히 우리는 의료용 인조 피부 하나 번번한 거 개발하지 못한 판국입니다. 단순히 매끈한 로봇 위에 고무떼기 씌워놔봐야 겉보기에 어색한 건 물론이고, 좀 더 좋은 재질의 무언가가 나온다 하더라도 여전히 한계는 있습니다.
-21세기의 최신 인간형 로봇 국산 에버-1. 사람과 비슷하게 인조피부 씌우고 가발도 씌우고 화장도 해줬지만 여전히 사람 같게 행동하지도, 생각하지도, 그리고 그렇게 보이지도 않습니다. 이유는 자명합니다. 물론 로봇공학 기술이 딸리는 게 가장 큰 문제긴 하죠. 현재로서는 인간과 동일하게 행동하는 로봇만 해도 제대로 만들지 못하고 있고 여기 올라왔던 PETMAN 같은 비디오만 해도 하체가 그럭저럭 걸을 수 있다는 것조차 신기해하는 판국이지 않습니까.
생각해보면 인체는 대단히 복잡한 구조이며 살아있는 생체 조직이기 때문에 가질 수 있는 특성들을 잔뜩 가지고 있습니다. 뼈만 해도 200개가 넘고 근육만 해도 600쌍이 넘고 혈관이 10만 킬로미터에 달하며, 움직일 때마다 이 모든 것이 서로 연관지어져 있다는 게 피부를 통해 드러납니다. 근육이 없으면 피부의 세밀한 움직임을 재현하기 어렵습니다. 손가락을 움직이면 팔꿈치에서 힘줄이 따라 움직입니다. 숨 들이내쉬면 갈빗대가 횡격막에 반해 떨리고, 말할 때 목젖이 움직이고, 고개를 숙이고 있으면 얼굴이 붉어지고, 손목을 잡으면 맥박이 뛰고, 더우면 땀을 흘리죠. 눈에는 눈물이, 입 안엔 침이 고이고 팔꿈치를 굽히면 이두박근이 튀어나오는 온갖 현상들이 벌어지며, 이런 걸 기계적으로 재현하려면 대체 얼마만큼 정밀한 내부구조를 갖춰야 할 것인가는 상상하기 어렵습니다.
-영화 A.I.에서 등장한 로봇의 피부. 사실 그냥 껍질 하나보다는 이런 식으로 뭔가 복잡한 구조로 묘사되는 게 당연한 일입니다.
물론 옷을 입어 가리던가 한다는 방법으로 그런 가동 구조를 제외한다 쳐도, 단순히 정지해 있는 신체를 묘사한다는 것도 결코 만만치 않습니다. 온몸을 뒤덮는 솜털, 머리카락, 눈썹, 그리고 손톱발톱과 관절이 있는 부위면 어디든 존재하는 주름, 사람인 이상 온몸에 남는 반점과 뾰루지, 주근깨, 땀샘, 핏줄, 이 모든 것들을 인간과 구별할 수 없도록 재현해 사람과 식별할 수 없을 정도로까지 만들어낸다는 건 말 그대로 하나의 공예품을 만드는 것에 다를 바 아닐 것이며 대단히 어려운 작업이 될 것입니다. 덕분에 막 다룰 수 없고 아껴야지 멀쩡히 오랫동안 쓸 수 있는 물건이 될 것이며, 제작 이후에도 주기적으로 세심한 정비를 받아야 되는 원인이 될 것이기도 합니다. 머리털 빠지면 다시 심어줘야 할 거 아녜요. 물론 사람도 나이 먹으면 심어줘야 하긴 하지만서도. 대다수의 SF에서는 로봇의 외양을 만드는 것쯤은 당연하고 손쉬운 것으로 묘사되지만, 경제성 고려하고 실용성 고려하자면 과연 그게 얼마만큼 당연할 수 있냐는 거죠.
-공각기동대의 모토코. 좀 아프려나. 아니 의체는 통각이 없나? 아무튼 20년 뒤의 인류는 부서지면 안에서 전선쪼가리 몇 개 나오는 것 이외엔 인간과 완벽하게 구별 불가능한 의체를 만들어냅니다. 하지만 어떤 방식으로요?
-바이센테니얼 맨. 작중에서도 나오지만 이런 식의 기술은 분명히 의료 분야에서도 유용하기에 발전 가능성은 충분히 있어 보이긴 합니다.
이러한 초정밀 제품을 그럼 대체 우리는 어떤 용도로 만들어야 할까요? 돈 들여 심은 손톱발톱 빠지는 거 걱정한다면 어디 광산에서 광물 캐는 로봇 따위를 그렇게 만들 이윤 어디에도 없다는 건 자명한 일입니다. 인간과 친숙하게 지내야 하는 서비스 로봇이라 하더라도 여전히 인간과 구별하지 못하는 형태로 나와야 할 이유는 그다지 없습니다. 웨이터 로봇이 굳이 사람과 똑같이 생겨야 할 이유가 있을까요? 적당히 호감 가고 실용적이지만 인간과는 명확히 구별되는 쪽이 더 저렴할 것이며 비슷한 예를 들자면, 쇼윈도의 마네킹으로 사람과 똑같이 생긴 밀랍인형을 쓰는 동네는 아직 보지 못했습니다. 비용도 문제고 거부감도 들죠.
-원작 소설과 안드로메다급 거리가 있는 영화 아이로봇의 NSR. 영화에서는 악역...에 가까운 이미지가 있어서 저런 디자인이 나왔지만, 인간형 로봇이 필요하다고 해서 그게 꼭 인간과 구별할 수 없도록 생길 필요는 없을 것입니다. 인간과 유사하며 적당히 호감 가는 디자인이기만 하면 될 테고 이건 이미 많은 SF에서 잘 선보여 줬죠. 사실 생각해보면 사람들은 겉보기에 완벽하게 사람과 똑같은 존재를 원하던가, 아니면 사람이 아니란 걸 확연하게 구별 가능한 존재 중 하나만을 원합니다. 사람인 것 같은데 사람이 아닌 것 같기도 한 어색한 존재는 본능적으로 싫어합니다. 귀신 같은 존재가 공포의 대상이 되는 것부터 시작해서 호러물에서 특히 비슷한 수법이 자주 쓰이는 것만 봐도 알 수 있고요, 빅독 비디오 보고 살아 있는 것 같아서 무섭다는 사람도 많고요.
-플레이스테이션 3용으로 발매된 비디오 게임 헤비 레인. 최대한 사실적으로 묘사한답시고 나온 결과물이긴 한데 그 덕인지 캐릭터 묘사가 어째 무섭다는 느낌이 드실 겁니다. 참고로 이 게임은 호러 게임이 아닙니다.
물론 SF 작가들도 이 사실을 알기에 인간과 구별 불가능한 로봇을 흔히 써먹는 게 군용/스파이 내지는 성인산업 등의 용도로 설정하긴 하며, 현실적으로도 로봇이 아니라고 한다면 의수나 의족 등으로의 의료용 응용 가능성은 무궁무진하긴 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설령 인간과 같은 수준의 소형화된 인공지능이 나온다 해도 그걸 탑재한 기계를 인간과 똑같이 보이도록 만든다는 건 결코 만만한 일이 되리라 생각하긴 어렵습니다. 그렇게 해서 무슨 이득을 볼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드는 것도 역시 마찬가지죠. 이는 결국 현대의 기계 공학이란 게 가지고 있는 한계이며 미래엔 어떻게 마법적인 기술이 나와서 쉽게 해결할 수 있다고 주장하는 것도 불가능하진 않을 겁니다. 허나 조금 다르게 보자면 아주 당연하고 쉬운 해결책이 있기는 합니다.
-카우보이 비밥의 제트 : 흥, 신형 의수 따위 누가 필요하다고 그래.
터미네이터 시리즈를 이쯤에서 떠올리는 분들이 있을 것 같습니다. 맞습니다. 사람은 생체 조직으로 이뤄져 있고, 위에서 언급한 문제점은 인공 조직으로 생체를 모사하는 방법을 찾느라 제기된 것들이었죠. 그러니, 생체처럼 보이기 위해선 그냥 생체 조직을 입히면 아무 문제될 게 없다는 생각이 들잖아요. 영화에서도 인간에게 들키지 않고 잠입할 수 있는 기계를 만들기 위해 태어난 물건이었고, 물론 1편에서 잠입기계란 녀석이 어느새 2, 3편에서 소총 들고 개떼로 몰려가 전면전에 나선다는 건 좀 이상한 이야기지만 이쪽 설정을 좀 더 생각해보자면 일일이 외양을 만들어 붙이는 게 아니라 DNA 조작된 생체 조직 붙여놓고 적당히 배양시키기만 하면 혈관이든 뭐든 생겨날 수 있으니 좀 더 만들기가 편할 것이긴 합니다.
-터미네이터 2의 엔도스켈레톤, 외장장갑보다는 프레임의 중요성을 잘 알려줍니다. 역시 이쪽도 사람 같은데 알고보니 로봇이었더라...의 호러 계열. 그래서 참 험상궂은 놈으로 나오죠. 광빨은 좋은데 말예요.
하지만 사실 영화에선 이 피부조직이 어떻게 살아있는가에, 내지는 근육 등을 어떻게 통제하는가에 대해서는 별다른 이야기가 없어요. 총 맞으면 피 나고 땀도 흘리며 손상된 조직이 알아서 재생된다는데 외부에서 산소와 물과 양분이 공급되지 않으면 대체 그 생체 껍데기는 어떻게 살아있는 걸까나요. 밥은 못 먹는다면서 약은 먹던데 이건 또 무슨 의미일까요. 엔도스켈레톤에서는 인체의 근육과 유사하게 기계 피스톤을 배치한 것을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입
주변 근육이나 눈꺼풀 같은 건 기계로 작동되는 묘사가 없기에 생체 근육을 그대로 쓴다고 생각할 수밖에 없죠. 물론 미래 기술력으로 어떻게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을 방법이 개발되지 말라는 보장은 없고, 어쨌건 기계만으로 재현한다는 것보다는 당연히 더 그럴듯한 개념이긴 합니다. 그럼 좀 더 나가보자면.
-빗 속의 눈물처럼...
물론 이 경우는 아예 블레이드 러너처럼 가지 말아야 할 이유가 무엇인가에 대해 생각해야 할 것입니다. 기계 프레임에 생체 번거롭게 씌우지 말고 그냥 복제인간을 만들면 당연히 사람과 똑같이 생겼을 게 아니냐는 거죠. 문제 해결. 문제 될 게 뭐가 있습니까? 아뇨, 당연하겠지만 많죠.
터미네이터에서는 사악한 인공지능 컴퓨터가 미래를 지배했고 인간과 기계가 대립하는 구도였기에 어쨌건 기계 뼈대를 만들어 인간이 아니란 터미네이터의 진정한 모습을 드러내야 했지만, 사실 쇠로 된 뼈대가 외부 피부조직보다 월등히 튼튼하다고 해도 현실적으로 인체의 구조가 주는 제약이 있고 또 무게란 제약이 있으니 T-800이 차에 들이받히고도 멀쩡했던 수준의 내구성을 가지기는 어려울 것입니다. 인간의 신체도 강도란 면에선 결코 약하지 않습니다. 쇠로 만들면 단단해지겠지만 지금의 인간보다 월등히 무거워질 테죠. 영화에서처럼 미래적이고 아주 반짝반짝 빛나는 아주 가볍고 튼튼한 금속이 나온다면 이야기가 달라지겠지만, 그러니 정말 인간처럼 보이고 싶다면 그냥 처음부터 완전한 생체조직으로 만들어버린다 해도 잃을 게 많을 성 싶지는 않습니다. 문제는, 당연하지만 그게 인간과 차이점이 뭐가 되냐는 것이죠.
네, 로봇이 아니라 그냥 인간에 준하는 무언가잖아요 그거. 인간과 닮은 존재를 만들려 할수록 그 외양은 인간이어야 충족시킬 수 있는 것임이 되어감은 당연할 것입니다. 저는 지능에 대해서는 이야기하지 않고 외양에 대해서만 이야기했지만, 그리고 보통 SF에서 인간과 로봇의 차이가 지능과 판단력과 감정이 어쩌고 저쩌고 하는 이야기가 많이 나오지만 외양 역시 결국은 하나의 방향으로 향함은 마찬가지일 것 같습니다. 인간과 구별하는 게 무슨 의미가 있어지냐는 것이죠.
물론 사람들은 이런 설정 자체에 대해 더 거부감을 느낄 것이기에 자주 등장하지 못하는 것임은 당연하긴 합니다. 저라도 그래요. 여전히 현대 사회는 생명윤리를 확실히 정의내리지 못했고 게놈프로젝트니 유전자 복제니 하는 아이디어에서도 많은 잡음이 나고 있죠. 동물이나 식물의 생명까지도 고려해야 하는 판국에 인간과 동일하게 생겼고 동일한 판단을 하는 (뭐 지능은 좀 낮추던가) 살아있는 생명체를 만들어 노예로 부린다거나 하는 사회는 가까운 미래에 올 것 같지도 않고 와서도 곤란할 것입니다. 그건 인간과 인간이 아닌 것의 경계를 나누는 기준으로 이야기할 수 있는 게 아니라 그냥 우리 사회의 도덕율이니까요.
허나 그게 T-800이나 우리가 흔히 봐왔던 여타 인간과 비슷한 로봇처럼, 그게 멍청한 '죽어있는(혹은 그렇다고 생각하는)' 기계에 사람 껍데기 씌운 것뿐이라고 하면, '살아있는 로봇'이란 것보단 아무래도 좀 더 받아들이기가 편할 테니까 말예요. 허나 그렇게 보자면 과연 살아있는 건 무엇이고 죽어있는 것은 또 무엇이냐는 더 골치아픈 소리를 할 수 있을 테죠. 인간은 사고를 할 수 있으므로 동물이 아니다 같은 소리를 많이 들어왔긴 합니다. 허나 생명체라는 건 결국 DNA에 지배당해 먹고 싸고 애 낳는 용도의 기계에 불과하다는 게 현대 과학이 밝혀내는 사실이고 그토록 칭송해 마지 않았던 인간의 감정이니 지성이니 하는 것 역시 살아남기 위한 수단에 불과했으며, 불과 백여 년 전의 과거만 해도 단지 피부 색깔만으로 하등한 인간과 우수한 인간을 구분하던 사고방식이 소위 문명화된 사회에서 인기를 끌었다다는 면에서 결국 인간에 준하거나 동일한 무엇인가를 만들어낸다는 건 그만큼 구분을 무의미하게 만드는 일일 수도 있겠다 싶은 생각은 들지만, 어쨌건 제가 이야기할 수 있는 건 거기까지겠군요.
-헤일로의 코타나. 마지막으로, 정말로 다른 관점에서 접근한다면 정말로 '인간처럼 보이는' 로봇을 만드는 것은 어렵잖을 겁니다. 홀로그램 기술만 좀 더 잘 발전시킨다면 말에요. 하하하. 이 편이 제일 속 편하긴 할 것 같네요. 보이기만 한다는 게 문제지만.

Our last, best hope for pea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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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과 닮았지만 인간이 아닌 존재에 대해서 사람들은 거부감을 느끼기 쉽습니다.
이번에 일본의 과학 기술관에서 로봇과 대화를 나누었습니다. 일전에 뉴스에서도 소개되었던 안내 로봇인데, 인간을 닮은 것 같으면서도 확실하게 인간이 아니다보니 뭐랄까 좀 무섭더군요.
3D 캐릭터가 나온 <베오울프>와 <토이스토리>를 비교해보자면, <베오울프>는 확실히 뭔가 이상합니다. 신기한 느낌인 동시에 뭔가 어색하고 거북합니다. 반면 <토이스토리>는 개성적이고 즐겁습니다.
목적에 따라서는 인간과 닮은 로봇을 만들고자 할지도 모르겠지만, 적어도 가까운 장래에는 어려울 것 같습니다. 인간과 닮았지만, 인간이 아닌 존재에 대한 거부감을 극복하려면 조금 시간이 걸릴 것 같으니까요.
그런데 참... 이렇게 보니 정말로 다양한 것들이 존재하는군요.






역으로 인간을 로봇으로 만드는 방법도 있긴 하죠. <듄> 같은 데서 고도로 훈련된 인간을 컴퓨터 대용으로 부리긴 하는데, 이쪽은 인간형 로봇이 아니라 로봇형 인간인지라 로망…은 별로 없는 듯. 정확히 말하자면 인간형 '컴퓨터'지 로봇은 아니고요. 두뇌가 계산적이지, 사실 신체 내부는 멀쩡한 인간이기도 하고. 어차피 겉모습을 인간답게 만든다면야 아예 속까지 그렇게 만들지 그러느냐고 말하고도 싶지만요. 그런 수준까지 가면 한눈에 로봇이라는 걸 알아볼 수 없고, 작품의 임팩트가 약해지기 때문에 잘 시도하지 않는 듯하지만. (인간형 로봇과 로봇형 인간의 구분이 없어지므로 뭔가 애매…)
사실 우리 인간은 굉장히 시각적인 동물이라 겉모양에 그리 집착하는 것 같습니다. 인간 감각이 시각 위주가 아니었다면, 기계 문명을 발달시켰어도 인간처럼 생긴 로봇을 만들려고 하진 않았겠죠. 후각 위주였다면, 비슷한 냄새가 나는 로봇을, 청각 위주였다면 비슷한 파동을 내는 로봇을 만들었을 거고요. 결국 인간이 세상을 인지하는 가장 대표적인 감각이 눈이다 보니까 로봇을 인간처럼 그려서 이해를 구하고자 하는 게 아닐까도 생각합니다. 한마디로 비유와 의인화가 공학까지 영역을 넓힌 겁니다. 인간이 소통을 하고 다른 사람에게 자신의 생각을 공유할 때 가장 많이 사용하는 기법이 비유이다 보니 로봇도 그걸 피해갈 수는 없는 듯.
그리고 사이버다인 모델 101 피부는 외부에서 에너지를 줘야 한다고 그러더군요. 아마 영화 외의 설정에 나온 모양입니다. 이 때문에 내부에 에너지를 보충하는 기관이 따로 있다고도 하는데, 영화에 하등 나오질 않았으니 없는 설정이라고 봐야 할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