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작 단편 게시판
단편인데... 좀 깁니다. 5부로 나눠서 올릴게요.
이야기꾼 시리즈를 쓰기 위해 캐릭터 이미지 잡기용 소설입니다. 읽고 나서 댓글 달아주시고, 앞으로의 진행방향에 대해서 도움을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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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ritten by D.yohan to my love 2010.7.31 이야기꾼과 까마귀. 0. 그 날 친구가 사라졌다. 유난히 추웠던 10년전 겨울. 눈이 너무 내려 뉴스에서 100년만의 폭설에 대해서 떠들어댈 때, 그녀가 사라져버렸다. 그녀가 사라져버렸다는 것을 안 아라는 며칠 동안 그녀를 찾아헤맸다. 그렇지만 아무도 그녀에 대해서 알지 못했다. 마치 존재 자체가 지워져버린 것처럼 아무도 기억하지 못했다. 그녀의 집에는 그 곳에서 10년 이상을 산 노부부가 살고 있었고, 친구의 가족들마저 사라지고 없었다. 그녀의 학교 친구들도 그녀에 대해서 기억하지 못했다. 어디에도 그녀의 흔적은 없었다. 단 자신의 기억만 빼면. 그렇지만 아라는 자신이 정신병에 걸렸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머릿속엔 지워지지 않은 친구와의 기억이 남아있었다. 친구와 함께 읽었던 책. 친구와 함께 먹었던 과자. 친구와 함께 놀았던 기억 모두. 그래서 아라는 생각했다. 친구는 납치당한 것이다. ufo든, 우주인이든, 지하인이든, 초능력자든, 어떤 수수께끼의 조직이든 간에 친구는 납치당했고 주위사람들은 기억이 지워져버린 것이다. 그러니까 ‘나만은 기억해야 한다’라고 생각했다. 기억하고 있다면 언젠가는 돌아올 것이다. 그리고 자신에게 이야기 해 줄 것이다. 사라져있던 동안 있었던 수많은 재미난 이야기를 자신에게 해줄 것이다. ‘잊으면 안된다’ 절대로. 그리고 자신도 그녀에게 재미난 이야기를 해주기위해 많은 이야기를 알아야한다. 재미난 이야기들을 듣고, 읽고, 만들어내야한다. 그렇게 생각했다. 1. 사립 해미 고등학교는 본래 고위급 자제들이 다니는 고급기숙학교였다. 하지만 그것도 10여년전. 점차 재단의 위세가 기울어 지금은 일반인도 다니는 학교가 되었다. 그럼에도 예전의 모습이 몇가지 남아있었는데, 조용한 정원과 숲 중앙에 위치한 학교와 학생 모두가 살고 있는 기숙사였다. 기숙사는 총 두채로 학교에서는 10여분 떨어진 곳에 세워져있었다. 본래 한채였던 것이 2년 전에 새로 들어온 이사장이 새롭게 학교를 부흥시키기 위해 새 건물을 하나 지었다. 새 기숙사는 최신식 설비와 호텔식 시설로 돈많은 자제나 소위 엘리트가 사용했고, 20여년이 지난 구 기숙사는 나머지 학생들이 사용했다. 그래서 아라와 친구들은 추운 겨울을 바들거리며 지내야 했다. 오래된 난방장치는 하루가 멀다하고 고장이 났다. 「에취!」 아라가 요란스럽게 기침을 했다. 코를 슥슥 비빈 아라는 늘어져있던 이불을 다시 추켜 몸을 감쌌다. 나머지 친구들도 비슷했다. 너무 추운나머지 잠이 들지 못한 소녀들이 각자의 침대에 앉아있었다. 형광등이라도 켜볼까 했는데, 그마저도 고장나 있었다. 그래도 다행히 겨울의 달빛이 창으로 비쳐들어 어둡지는 않았다. 「에취!」 두번째였다. 그러자 보통 이름보다는 ‘가시’라는 별명으로 불리는 예나는 걱정스러운 듯 말했다. 「감기에 걸린 거 아냐? 옮기면 안돼. 나 며칠 뒤에 합창시험있어.」 「걱정마. 바보는 감기에 안걸린대.」 아라가 퉁명스럽게 말했다. 예나는 순간 발끈했지만 ‘뭐 아라니까’하는 마음으로 넘어갔다. 아마 대부분의 소녀들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아라는 내키는 대로 말하곤 했고, 대부분 그것이 인정되었다. 게다가 만약에 말싸움이라도 할라치면 수십가지로 쏟아지는 이야기에 말려들어 어느샌가 다른 이야기로 바뀌어 있었으니 소용없는 일인게 확실했다.
「그렇게 많이 춥진 않은데.」 ‘철녀’라는 별명답게 미소가 말했다. 육상부인 미소는 짧은 커트머리에 중성적인 얼굴로 선배들에게 인기가 많았다. 물론 남학생들에게는 아니었다. 「너야. 추운겨울에 맨다리를 내놓고 뛰어도 안춥다고 하잖아.」 예나가 말했다. 「하지만 정말 춥지 않은 걸. 이것봐.」 미소가 감싸고 있던 이불을 제치자 파자마 대신에 반바지에 탱크탑 차림이었다. 그 모습에 모두는 ‘역시 철녀’라고 공감된 눈빛을 보냈다. 「아,안돼. 그렇게 입고 있으면 너라도 감기걸릴거야. 조심해.」 조용히 있던 ‘그림자’라고 불리는 연희가 말했다. 그래도 미소가 이불을 감쌀 생각을 안하자, 연희는 어색한 몸짓으로 일어나 이불을 들어 미소에게 덮었다. 그리고 모두가 바라보고 있자 부끄러운 듯 잰 걸음으로 자신의 침대로 돌아와 앉았다. 이불을 감싼 연희의 얼굴이 붉게 물들어 있었다. 「에취!」 「어! 또야, 또! 역시 감기 걸린거야. 연희! 너 나랑 자리바꿔. 최대한 아라에게서 멀리 자야겠어」 「으,응? 아,아니. 그게.......」 예나의 말에 연희가 어쩔줄 몰라했다. 사실 연희도 예나와 같은 반이라 같은 합창시험이 있었다. 하지만 결국 얘기하지 못하고 바꿔자고 말 것이다. 정말 감기기운인지, 약간은 멍한 눈빛으로 모두를 바라보고 있던 아라는 휘적휘적한 걸음으로 자리에서 일어났다. 마치 무대에 오른 배우처럼 한바퀴 돈 그녀는, 이불을 들어 먼 나라의 백작처럼 휘둘렀다. 「뭐야?」 「아. 많이 생각해봤는데. 역시 이게 좋겠어. 어차피 잠자기는 틀린 것 같고 우리 무서운 이야기를 하자. 역시 겨울에는 무서운 이야기잖아.」 「.......아라야. 그건 여름아냐?」 철녀의 말에 아라는 이불을 입가로 가져가 백작처럼 얼굴을 가렸다. 「흐흐. 아니야. 무서운 이야기는 계절을 가리지 않는 법. 게다가 여긴 겨울이라도 머나먼 남반구에는 아직 여름이라는 거지. 아마 그 남반구에 사는 한 소년이 더위에 못참아 무서운 이야기를 기다리고 있을거야.」 「뭔 소리야! 그 곳에선 들리지도 않잖아!」 가시가 어처구니 없다는 듯 말했다. 하지만 아라는 이미 정한 사항을 바꿀 생각이 없었다. 「네가 모르는 게 있어. 그 소년은 천리를 보는 천리안에 천리를 듣는 천리이를 가지고 있어서, 지금 우리를 보고 있어. 북반구니 남반구니 적도의 경계따위는 에드먼드에게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다구.」 「.......이미 이름까지 정한거냐? 그래도 그 영국식이름이라니 호주사람의 이름치고는 꽤 사연이 있을 듯한 이름이네.」 「어. 사실 그 소년은 영국계 혈통으로 할아버지가 노예사냥을 하던 헌터였는데......」 「알았어, 그만해!」 가시가 말했다. 그제서야 아라도 이불을 내렸다. 입가에는 장난끼어린 미소가 반짝였다. 아라는 이불을 감싼 손으로 가시를 가리켰다가 철녀를 가리켰다.「너도 동의?」「어. 심심하니 잘되었지.」그 손은 이제 그림자를 가리켰다. 「너도 할꺼지?」「으,응. 근데 모두 다 해야 해?」「물론」그림자는 어색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자 그럼 모두 동의했으니, 무서운 이야기를 하기로 한거야. 대신에 책이나 뭐 그런 곳에서 들은 이야기는 진부하니까. 직접 겪은 얘기로 하자. 꼭 무서운 이야기는 아니어도 돼. 미스터리한 일도 좋고, 기묘한 사건이면 더 좋지.」 「알았어.」 가시가 어쩔수 없다는 듯 대답했다. 「그런데 누가 먼저 할꺼야?」 그 말에 새로운 고민이 생긴 듯 아라는 이불을 끌고 이리저리 움직였다. 그러다 책상에 올려져 있는 커터칼을 집었다. 커터칼을 들고 이리저리 움직여보던 아라는 「이거다」라는 말과 함께 철녀에게 말했다. 「거기 테이블 좀 가져다 줄래?」 철녀는 손을 으슥하고 들더니 곧 가벼운 움직임으로 테이블을 들고 왔다. 「가운데로.」 테이블이 침대들 가운데에 놓여졌다. 2명씩 서로 마주보고 있는 침대들 가운데 테이블이 놓여져 태극기 같은 모습이 되었다. 아라는 그 테이블 위에 커터칼을 올리며 말했다. 「이걸 돌려서 나오는 사람이 첫번째 이야기꾼이야.」 「그건 네 별명이잖아. 아라.」 가시가 말했다. 그 말에 이야기꾼은 웃음을 웃었다. 「그런가? 어쨌든 첫번째로 이야기 할 사람은.......」 커터칼이 돌아갔다. 빙글빙글. 칼끝이 달빛에 반짝였다. 꽤 오랫동안 돌아간 커터칼은 속력이 줄어들더니 곧 멈췄다. 그 칼끝에는 철녀가 있었다. 「아, 나야? 어쩌지. 난 무서운 이야기 모르는데.」 「무서운게 없는 거겠지. 철녀니까.」 가시의 말에 철녀가 웃었다. 「철녀에게 맞아볼래?」 장난끼어린 말이었기에 가시도 별다른 반응을 하지 않았다. 그리고 곧 이야기꾼이 말했다. 「규칙은 규칙이야.」 「좋아. 알았어. 어쩔 수 없지. 그럼 뭐 기묘한 이야기를 해야겠네. 그리 오래된 이야기는 아냐. 몇달전 여름에 있었던 일이야.」 이야기가 시작되었다. ----------------------------------------------------- 계속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