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F / 과학 포럼
SF 작품의 가능성은 어떻게 펼쳐질 수 있을까요? 그리고 어떤 상상의 이야기가 가능할까요?
SF에 대한 가벼운 흥미거리에서부터 새로운 창작을 위한 아이디어에 이르기까지...
여기는 과학 소식이나 정보를 소개하고, SF 속의 아이디어나 이론에 대한 의견을 나누며, 상상의 꿈을 키워나가는 곳입니다.
( 이 게시판은 최근에 의견이나 덧글이 추가된 순서대로 정렬됩니다. )
우연히 알게 된 모 국내 대기업 중역분.
건강을 위해 비타민 같은 걸 많이 챙겨드신다고 그러시더군요.
어떤 것들을 드시나 여쭈어봤더니 종합 비타민하고 키토산을 드신다고..
"그런데 키토산은 왜 드시는지?"
"몸에 좋다니까."
"구체적으로 어떻게 좋은지?"
"두루두루 좋다고 들었음."
아하..
만병통치약이 요기 잉네.
....
신물질이 하나 발견됩니다. 우르르 달려들어서 그걸 띄웁니다.
미용에도 좋고 면역력 향상시키고 항암작용도 하고 두루두루 성인병도 예방한다고 광고하고 기사 쓰고 책도 냅니다.
그리고서 캡슐에 담아 그럴싸한 이름을 붙인 다음 노래를 작곡해서 CM을 줄창 때립니다.
사람들은 싫어도 그 이름을 기억하게 됩니다.
계절이 바뀌어 기력이 딸리고 숨도 차고 팔다리가 쑤시면 뭔가 조치를 해야할텐데
병원은 시간도 내야 하고 부담스러우니 집 근처 약국가서 적당한 가격에 살 수 있는 영양제를 찾습니다.
그리고 왜인지 모르지만 그 익숙한 이름을 떠올리게 되죠. 약사는 손님이 달라니까 냉큼 내줍니다.
그걸 왜 먹냐고 나중에 누가 물어보면 대답은 당연히 "피부미용과 성인병예방과 면역력증진과 항암작용과......"
각설하고,
키토산은 의외로 유서깊은 물질입니다.
게나 가재, 풍뎅이 같은 외골격 생물의 껍질에 들어있는 섬유질이고 균류에서도 발견됩니다.
1800년대 처음 이 물질이 발견된 이후 한동안 이 물질은 잊혀집니다. 활용방법을 찾을 수 없었던 것입니다.
그러다가 1982년 일본에서 "미이용 생물자원 - 바이오매스의 연구"가 개시됩니다.
이 때 상당히 많은 신물질, 혹은 기존물질의 새로운 효능들이 발견되고 실용화됩니다.
키토산도 그 가운데 하나였습니다.
초기에 키토산은 폐수 처리 과정에서 응집제 또는 중금속포착제로써 가치를 주목받았습니다.
그러나 높은 생산단가 때문에 오히려 다른 분야에서 더 널리 활용되기 시작합니다.
바로 의료 분야입니다.
키토산의 특성은 매우 간단하게 설명 가능합니다.
자연계에는 다양한 식이섬유가 존재하는데 대부분이 셀룰로스를 비롯한 식물성 섬유입니다.
그리고 대표적인 (사실상 거의 유일한) 동물성 섬유질이 바로 키토산(혹은 키틴)입니다.
기본적인 분자구조는 셀룰로스와 유사하지만 거기에 단백질 N성분이 더해져 다른 특성을 나타냅니다.
대부분의 식이섬유가 용해되었을 때 음이온을 나타내는데 반해 키틴은 양이온을 띄죠.
그 새로운 특성이 키틴의 가치를 결정짓습니다.
우선 키틴은 지방질을 응집시켜 흡수를 방해하고 중금속을 포획한다고 합니다.
또 세균에 아미노기가 흡착하므로 세균 증식을 억제한다고 합니다.
기본적으로 고분자섬유질이므로 봉합사나 투석막 등으로 형태로 활용하면 좋습니다.
현재 의료용으로 키토산은 다양한 분야에서 연구가 진행되고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콜레스테롤 강하제(지방흡수를 방해하므로)나 의료용 섬유, 암치료제로 가능성 타진중이고 실용화된 제품들도 있습니다.
물성이 독특하고 비교적 쉽게 구할 수 있기 때문에 가능성이 매우 높은 물질인 것은 분명합니다.
여기서 의문.
그럼 대체 건강보조식품, 즉 영양제로써 키토산은 어떤 가치가 있는 걸까요?
미국에서 시판되는 키토산 제품의 경우 체중조절을 위한 약으로 팔리고 있습니다.
지방흡수를 방해하고 Citric Acid를 첨가해서 식욕을 조절하여 살빼는데 도움이 된다는 것입니다.
한번 연구자료를 찾아보죠.
1999년에 미국에서 실시된 임상실험이 있더군요. 실제로 키토산이 체중및 콜레스테롤 조절에 효과가 있는지 확인하는 실험입니다.
이 실험에서 대상자들은 매일 250mg의 키토산이 들어있는 캡슐 4알씩 한달간 복용했습니다. 결과는? 변화가 없었습니다.
흥미로운 것은 비슷한 동물실험에서는 체중이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는데 이 경우 복용량이 위 임상실험의 15배에서 20배였습니다.
사람을 대상으로 한 임상실험에서도 매일 2만 밀리그램의 키토산을 실험자에게 먹였다면 효과가 타나났을 것이라는 이야기입니다.
그러나 시중에서 구할 수 있는 키토산은 아무리 높은 함량이라 해도 고작 500밀리그램.
매일 캡슐 40알씩 먹어야 2만밀리그램이 되겠죠?
어라... 키토산의 대표적인 효과가 바로 체중조절, 콜레스테롤 감소인데....
그럼 한국서 유독 주목받는 면역력 및 항암작용에 대해 찾아볼까요?
일본어로 찾아보면 쉽게 나올지 모르겠지만 왜인지 영어로 된 자료는 찾기 힘듭니다.
그나마 찾은 몇몇 논문의 경우에도 키토산을 항암제의 전달체로 언급하고 있을 뿐
키토산 자체가 MK셀을 활성화시킨다는 내용은 아닙니다.
(좀 더 자세히 찾아보면 산뜻한 뭔가가 있을지 모릅니다. 하지만 일단은 그렇습니다.)
상식적으로 섬유질이 왜 MK셀을 활성화시키는지 잘 연결이 안되죠.
몇몇 인터넷 쇼핑몰은 일본에서 만들어진 수용성 키토산은 다르다!고 주장합니다.
분자량이 작으니까 흡수야 당연히 되겠지만 그 다음에 그게 몸 속에서 어떤 일을 하는지 제대로 밝혀진게 없어요.
키토산 그 자체는 비타민과 달리 "몸에서 꼭 필요로 하는 물질"이 아닙니다.
솔직한 생각 -> 먹어서 나쁠 것은 없다. 그러나 그게 정말 효과가 있냐고 묻는다면 잘 모르겠다.
그럼에도 G모 마켓에서는 건강보조식품 카테고리의 첫번째 항목에 키토산을 올려놓고 있군요.
잘팔린다는 얘기일 겁니다. 아마.
자, 처음 대화로 돌아가보죠.
제가 만난 그 중역분은 종합비타민과 키토산을 함께 드십니다.
물 한잔 곁들여서 캡슐 서너알을 꿀꺽 삼키죠.
그런데 약 만드는 회사 주장이 맞다면 키토산은 리피드, 즉 지방질의 흡수를 방해합니다.
그리고 비타민 중 상당수가 지용성이므로 키토산이 얄짤없이 흡수를 가로막아버립니다. 죄다 변으로 배출됩니다.
몇몇 수용성 비타민만 흡수가 되겠군요. (비타민 A군과 D양을 위해 묵념..)
이 구구절절한 얘기를 어떻게 설명하면 좋을까 고민하다가 그냥 "참 잘하셨어요" 하고 말았습니다.
그거 먹고 자신감을 얻어서 추진력 발휘해서 열심히 일하시면 좋죠 뭐.
건강에 관심이 늘어나면서 생긴 고질병이로군요. 키토산이 아니더라도 무언가가 그 자리를 분명히 대신할 테지만.
저는 오히려 새우깡이나 꽃게랑에 키토산이 많이 들어간다는 소릴 들었습니다. 물론 그걸 건강식품이라고 추천하는 사람은 없지만요. 아이들 영양간식으로 갑각류의 키토산이 좋다는 식으로 새우깡을 추천하는 소리는 몇 번 들어보기도 했네요. 거기다 요즘에는 각종 새우 관련 과자들이 웰빙을 간판으로 내세우는 나오는 터라. (같은 갑각류인데도 밀리는 꽃게가 불쌍할 뿐. 꽃게랑은 인지도도 떨어지고.)
사실상 섬유질이란 것들 자체는 다이어트, 변비약 외에 그다지 쓸모있는 것이 없다고 해도 무방하죠. 생물이 고분자를 만드는 이유가 여럿 있지만 중요한 한가지가 다른 생물이 이용하지 못하도록 에너지를 저장하는 역할입니다. 이러니 키토산에 세균이 증식하지 못하는 게 당연한 일입니다.(전부는 아닙니다만...) 거의 갑각류만 이용하는 에너지 저장형태니까요. 사람한테는 지방질이란 형태가 있듯이요.
원체 소화가 안되는 것들 뿐인 섬유질이고 인간은 양분으로 쪼개지도 못합니다. 중금속이나 지방질 흡수를 방해한다고 하지만 간과하는 게 있는데 필수영양소의 일부도 흡수를 방해할 정도로 소화능력을 저하시키죠. 양분을 그물에 가두는 형태랄까... (민감한 사람은 설사까지 합니다.)
근데 어찌보면 자연계의 폐기물이라 할 수 있는 것을 이렇게 이용하다뇨;;
서양인이라면 원래 잘먹어서 생기는 병이 많아서 그런지 몰라도 약이라 하겠지만 한국인이라면 차라리 섬유질을 단당류로 환원해서 이용하는 게 더 가치있을 듯하네요.






재밌네요. 사실 대부분의 영양제가 보통의 건강한 사람에겐 필요가 없죠. 맥심이나 GQ같은 대중 잡지에 칼럼으로 나와도 될 정도로 재밌고 유익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