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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성 연대기(The Martian Chronicles)>는

작게 보면 래이 브래드버리(Ray Bradbury)의 대표작이라고 할 수 있으며,  

크게 보면 장르 SF가 낳은 최고의 문학적 성과 중 하나로 꼽히는 책이기도 합니다.

 

1990년 '모음사'의 재출간본이 나오고 절판되어 사라진 지 무려 20년 만에

마침내 <화성 연대기>가 재번역되어 나왔습니다.

말이 필요없는 SF 문학의 정수라고 할 수 있죠.

<화성 연대기>의 영어 원서에 의한 완역판이 나오는 것은 사실상 이번이 처음입니다.

 

<화성 연대기> 초역본은 1979년 '동서문화사'에서 동서추리문고로 나온 일어 중역본이었습니다. 

오래 전 출판계의 관행대로 하야카와 추리/SF 문고를 한꺼번에 한국말로 번역하면서,

별로 의도한 것은 아니지만 추리 소설을 번역하는 과정에서 SF가 섞여서 소개된 케이스였죠.

사실 그렇게 우연한 기회에 한국에 처음으로 번역 소개된 SF 서적은 은근히 꽤 있었습니다.

<유년기의 끝>, <스페이스 비글>, <암흑의 왼손(자유추리문고)>, <타이거 타이거>, <멜랑콜리의 묘약> 등이었죠.

 

이후 '모음사'에서 사실상 동서문화사 판본을 통채로 다시 찍는 방식을 취하면서

<화성 연대기>가 재출간됩니다 - 희한하게도 역자 이름이 바뀌어 나오지만 진실은 알 수 없죠.

1987년 납활자 조판본으로 먼저 나오고 1990년 옵셋 인쇄로 다시 재출간되는데,

웃기는 것은 1990년 나온 책은 마지막 챕터의 마지막 페이지가 누락된 상태로 책이 만들어져서 

<화성 연대기>라는 연작 단편집 전체를 장식하는 대미를 알 수 없는 책이 되었다는 겁니다.

1990년 번역본은 마지막 구절이 "마이클은 말했다"로 되어 있고 갑자기 작품이 끝납니다.

그 다음에 마이클이 한 말과 이에 대한 부모님의 대답 등이 통채로 사라지고 누락되는 바람에,  

새로운 화성인이 누구인가에 대한 멋지고 시적인 작품의 결말을 알 길이 없었습니다.

 

딴은 <화성 연대기>는 불멸의 작품이고, 누구나 알고 있는 작품이며, 너무나도 많이 읽힌 책임에도 불구하고,

아이러니컬하게도 한국에는 여지껏 제대로 소개된 적이 단 한 번도 없었습니다.

그나마도 가장 널리 배포된 책이 사실상 파본이라고 할 수 있는 1990년 판이어서,

오랜 SF 독자라고 하더라도 대부분 문제가 있는 그 책을 가지고 있는 경우가 많더군요.

따라서 이번에 새로 <화성 연대기>가 출간된 것은 나름 숙원이 해결되는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또한 <민들레 와인>, <일러스티드 맨>이 나온 지 얼마 안되는 상황에서 작가의 대표작이 출간되었기 때문에,

브래드버리라는 작가의 그 진가를 한꺼번에 맛볼 수 있는 성찬이 준비된 셈이라고 할 수 있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