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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 피어시(Marge Piercy)의 대표작 <시간의 경계에 선 여자(Woman on the Edge of Time, 1976)>의 완역본입니다.

이 작품은 유토피아/디스토피아 소설의 고전이자 패미니즘 소설의 고전으로 유명한 책이고,

또한 윌리엄 깁슨에 의해 사이버펑크의 출발에 영향을 준 원조격으로 꼽히기도 한 작품입니다.

 

<시간의 경계에 선 여자>의 작품 배경을 이해하려면,

켄 키지(Ken Kesey)의 소설 <뻐꾸기 둥지 위로 날아간 새(One Flew over the Cuckoo's Nest, 1962)>가

1975년 잭 니콜슨 주연으로 영화화되어 오스카 주요 부문을 휩쓸었다는 것을 상기할 필요가 있습니다.

<뻐꾸기 둥지 위로 날아간 새>에서 정신병원의 모습이 리얼하게 스크린으로 다뤄지면서 큰 선풍을 일으키고는

불과 1년 후에 정신병원에 갖힌 유태인 여성을 주인공으로 내세운 <시간의 경계에 선 여자>가 나왔으니까요.

 

<시간의 경계에 선 여자>는 일견 현대를 배경으로 하고 있지만,

현대에서의 선택에 의해 미래가 유토피아가 될 수도 있고 디스토피아가 될 수도 있으며,

강제로 정신병원에 수용된 최악의 상황에서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 기로에 놓인 여인을 다룹니다.

그러면서 그녀의 꿈을 통해 미래의 유토피아 세계와 디스토피아 세계를 교차시켜 보여주죠.

정신병원에 갖힌 현대 사회의 패배자라고 할 수 있는 가장 비천한 여성이

인류의 미래를 좌지우지하게 된다는 것이 인상적입니다.

 

마지 피어시는 패미니즘 운동가이자 열렬한 사회 운동가이고,

또한 소위 "케이프 코드 작가" 중 한 사람으로 알려져 있기도 합니다.

케이프 코드는 메이플라워호의 기착지로도 유명하지만 멋진 자연이 잘 보존된 휴양지이기도 해서,

많은 문필가들이 휴양하러 왔다가 아예 눌러 앉아 작품을 쓰면서 "케이프 코드 작가&문학"이라 불리는

일련의 작가군과 다양한 문학 작품들을 낳기도 했습니다.

유진 오닐과 테네시 윌리엄즈가 케이프 코드에서 희곡을 쓰고 완성된 작품을 초연했으며,

노먼 메일러도 케이프 코드에서 작품을 썼고, 커트 보네거트 역시 케이프 코드에서 꽤 오래 살았습니다.

마이클 커닝햄은 케이프 코드를 여행하면서 많은 문필가들의 일화를 담은 여행기를 쓰기도 했죠.

마지 피어시는 현재 활동하는 케이프 코드 작가를 대표하는 사람 중 한 명입니다.

 

마지 피어시는 본격 순수 문학과 장르 문학, 사회 참여 소설 등을 왔다갔다 하면서 작품을 썼습니다.

1991년작 <그, 그녀, 그것(He, She and It, 1991)>으로 1993년 아서 C. 클라크 기념상을 받기도 했고,

1995년에는 <시간의 경계에 선 여자>로 작품 발표 19년 만에 제임스 팁트리 주니어 기념상을 받았습니다.

<시간의 경계에 선 여자>가 후대 SF 문학에 워낙 많은 영향을 끼친 기념비적인 클래식인데도,

아무 상을 못받았다는 이유로 뒤늦게나마 과학 소설계에서 어떻게든 핑계를 만들어서 상을 준 셈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