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작 단편 게시판
메시지(Message)
zona muni(1975)
지구라고 불리는 행성에 살고 계신 여러분, 우리는 여러분이 가진 문화가 평균적인 우주 문화에 속하기를 간절히 희망합니다 .
우주 자원은 점점 고갈되고 있습니다, 우주 전체의 86.4201%가 쓸모없는 공간입니다. 나머지 공간에서 우리는 한정된 자원을 무턱대고 소비하고 있습니다. 이대로 가다간 결국 우주의 모든 행성에 존재하는 생명체들은 멸종하고 말 것입니다.
결국 우리는 가장 이상적인 해결 방법을 모색하기에 이르렀고 드디어 해답을 찾았습니다.
저희 연구에 의하면 생명체가 확인된 우주의 모든 행성에는 우등체와 열등체만이 존재합니다. 중간 문화를 가진 행성은 존재하지 않습니다.
99.998% 신뢰할 수 있는 연구 보고서입니다.
그러나 100%가 되지 않는 한 우등체 선별 작업을 수행할 수 없다는 규칙에 의해 우리는 정화작업에 앞서 모든 행성들에게 기회를 주고자 합니다. 공평한 기회가 주어진다면 비난도 누그러질 것이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여러분이 가진 문화가 우등하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여러분의 행성을 파괴시키는 일이 없었으면 하는 게 우리의 진심입니다.
1930년, 우리는 지구의 한 남성을 연구했습니다. 당시 지구 인구 21억명 중 무작위로 선택된 그의 지능을 검사해 본 결과 우주 평균에 도달한다는 사실을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우리는 그 사람이 가진 지식이 지구인 여러분들의 평균 지식일 것이었다고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백업되어 보관되 있는 그 남성의 지식을 활용하여 문제를 내게 됩니다.
정확히 일년 후 오늘, 저희 우주선이 지구 주변을 지날 것입니다. 정확한 답을 우주선에서 송출되는 주파수로 보내십시오. 명심하시기 바랍니다. 기회는 한번뿐입니다. 여러분의 지식으로 충분히 풀 수 있을 것이라 확신합니다.
이렇게 하는 것이 모든 인류에게 공평하게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라 여겼습니다, 환경문제로 피해를 주었다면 정중히 사과드립니다.
모든 우주의 행성에서 이와 같은 작업이 진행됩니다.
우주의 대 번영을 위해서 우리가 하고자 하는 일에 지구인 여러분들도 협조해 주실 것을 믿습니다.
모든 생명체가 각기 다른 언어를 사용하고 있는 지구의 특징을 고려해 각자의 언어로 된 안내서를 보냅니다.
Merry Christmas
12월 25일, 크리스마스날에 발생한 이변으로 세계에 혼란이 닥쳐왔다. 하늘에서 뿌려진 수천조 장의 A4용지로 인해 도시는 아수라장이 되었고 바다는 흰색으로 도배되었다.
누군가의 계획적인 테러라 하기에는 그 스케일이 너무 컸다, 외계인의 협박이 기정사실로 드러나면서 혼란은 더욱 가중되어 걷잡을 수 없을 정도로 확대되어갔다.
하지만 일단 각국은 버려진 A4용지의 처리에 모든 노력을 기울여야만 했다, 종이의 특성상 재활용이 가능했기에 더 이상 나무를 벨 필요가 없어졌다, 숲이 살아난 것이다.
환경문제가 해결되어 감에 따라 사람들의 혼란도 점점 수그러들었다. 공포심이 지속되기엔 일년이란 시간은 너무 길었던 것이다.
난해한 문제를 풀기 위해 모든 국가가 단결했다, 남은 시간동안 충분히 풀 수 있을 거라 기대했지만 문제 해결을 위한 공식도 정립되어 있지 않았다, 무엇을 묻는 문제인지도 파악하지 못한 채 지구는 시시각각 다가오는 멸망을 기다리고 있었다.
모든 인류에게 답을 풀 수 있는 기회가 주어졌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국가의 두뇌집단이 풀어줄 것이라 기대하고 있었다, 누구도 수학도 물리학도 아닌 그 난해한 문제를 풀 생각을 하지 않았다.
인도에서는 문제를 푸는 사람에게 100억 루피의 상금을 준다는 공식적인 정부 입장을 발표했고 일본에서는 1000억엔을 지급한다는 총리의 성명이 발표되었다.
문제에 대한 가치가 상상을 초월 할 정도로 높아져만 갔다.
시간은 계속 흘러갔다, 인류 멸망의 시간이 점점 다가올수록 사람들은 술렁이고 있었다. 여유를 가지고 지켜보던 사람들이 정부의 무능력함을 비난하며 폭동을 일으키기도 하고 외계인의 공격에 대비해 비상식량을 비축하거나 방공호를 파는 사람들도 부쩍 늘었다.
외계인의 방문을 한 달 남짓 남겨 놓은 시점에서 브라질에 사는 한 아이가 주목을 받게 되었다, 자폐증에 걸린 그 아이는 어머니가 보여 준 그 문제를 다섯 시간 정도 바라 본 후에 뭔가를 끄적거렸는데 그것은 숫자가 아닌 일종의 기하학적 그림 같은 것이었다.
즉시 그 아이와 그림은 정부의 연구소로 보내졌고 그림에 대한 분석이 진행되었다, 구원자를 얻게 된 인류는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사람들은 거리고 쏟아져 나와 환호성을 질렀다. 멸망의 위기에서 벗어날 희망에 지구는 흥분에 휩싸였다.
"답이.. 아닙니다"
"답이 아니라니, 그 기하학적 그림은 뭐란 말입니까?"
"다섯 시간동안 어머니가 억지로 문제를 보게 해서.. 지친 아이가 밖에 나가 그네를 타고 싶다는 표현으로..."
다시 지구에 혼란이 찾아왔다. 어린 아이에게서 인류의 생존을 기대했던 사람들은 이제 돌이킬 수 없는 공포와 무력감으로 지쳐갔다. 역사 이래로 한번도 하나가 되지 못한 인류는 이제 생존을 위해 뭉쳐야만 했다, 전쟁에서 이길 수 있을 거라는 기대를 가지는 사람들은 거의 없었지만 아무것도 하지 않고 우주의 먼지로 사라질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그날의 크리스마스는 악몽과 같았다. 그 누구도 트리를 장식하려고 하지 않았다. 사람들의 얼굴에서 미소는 찾아 볼 수 없었다. 거리를 지나는 사람도 없었다. 모두들 집안에 틀어박혀 인류의 마지막 날을 비통한 표정으로 기다리고 있을 뿐이었다.
루돌프가 끄는 썰매를 타고 굴뚝으로 나타난 산타가 문제의 답을 가르쳐 줄 거라 믿었던 사람들조차 산타에게 버림받았다.
마지막 한 줄기 희망도 사라지자 사람들의 표정은 모든 것을 포기한 인간이 가지는 초연함으로 바뀌어 있었다. 여전히 분노로 절규하는 사람들이 있었지만 가족이 있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사랑하는 가족과 함께 아늑한 방에서 최후를 기다리고 있었다.
갑자기 달의 이면에 출현한 그 우주선은 서서히 지구를 향해 움직이기 시작했다. 완전히 모습을 드러내자 지구 곳곳에서 동시다발적으로 미사일이 날아오기 시작했다. 갑작스런 지구인들의 공격에 외계인들은 당황했으나 곧 안정을 되찾았다.
수천발의 핵미사일이 우주선을 향해 돌진하고 있었지만 전혀 회피하려고 하지 않았다.
첫 번째 미사일이 우주선의 기체에 닿는 순간 미사일은 흔적도 없이 사라져 버렸다. 두 번째도 세 번째도..
"목성의 주변에서 터질 거야.."
핵폭탄들이 어디로 워프되었는지 궁금해 하는 수습 승무원에게 그 늙은 선장은 작은 목소리로 말해 주었다.
"결국.. 답을 알아 내지 못했는가,, 지구인들은..?"
거대한 우주선은 잠시 지구의 모습을 감상이라도 하듯 그 자리에 멈춰 섰다. 푸른 행성, 아름다운 저 행성이 단지 열등 생명체가 만물의 영장(靈長)이라는 이유로 사라지다니.
선장은 천천히 스크린에 손가락을 가져갔다.
검은 뿔테 안경을 낀 그 수습 승무원이 호기심 어린 눈빛으로 스크린을 주시하고 있었다. 생명체 선별작업이라는 막중한 임무를 띠고 망설이는 선장의 태도를 이해할 수 없다는 듯이 고개를 갸우뚱 거렸다.
선장이 마침내 터치스크린에 나타난 버튼을 눌렀다. 거대한 섬광이 우주선에서 뻗어 나와 곧장 지구로 향했다. 행성 내부의 핵에서 먼저 폭발이 일어나고 곧이어 지구 전체가 대 폭발과 함께 소멸되었다, 인류에게는 고통을 느낄 시간도 없었으리라, 열등 생명체들에게 주는 마지막 배려였던 것이다.
귀환하는 우주선 안에서 선장은 커피를 한잔 주문했다. 뜨거운 커피를 마시며 무언가를 골똘히 생각하고 있는 선장을 뒤로하고 그 수습 승무원은 우주선의 자료실로 향했다. 지구라는 행성에 대한 모든 자료를 소각하는 일은 자신이 해야 할 일이었다.
지구의 역사와 문화, 인종, 갈등에 대한 방대한 자료가 소각로 안에서 타올랐다. 이로서 지구는 처음부터 존재하지 않았던 행성이 되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그는 1930년, 지구라는 행성에 처음 도착한 외계인들이 연구했다던 그 남성에 대한 자료를 집어 들었다. 모든 지구인들의 지식을 평균치 내게 했던 그 인간의 파일이었다.
“Ein..s.. 젠장, 어떻게 읽는 거야., 아인슈..?"
읽기를 포기한 수습은 파일 더미를 소각로 안으로 집어 던져 버렸다.
지구에 대한 모든 자료가 소각로에서 타오르고 있었다.





인류가 한정된 자원을 소비하는걸 방지하기 위해서 행성 자체를 제거한다..? 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