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은 변하지 않는다.


인류의 역사가 시작될때부터, 우리의 조상이 돌과 뼈가 갖는 살상력에 대해 깨달았을 때부터, 온갖것들의 이름 아래 피는 흘려졌다. 신의 이름에서부터 정의의 이름, 심지어는 단순한 정신병적 분노의 이름까지, 온갖 것들의 이름 아래

이 모든것의 이름 아래 인간의 탐욕을 숨긴채


2177년, 수천년간 이어진 분쟁끝에, 인간의 파괴적인 본성은 더 이상 스스로를 지탱할 수 없게 되었다. 세계는 핵의 불꽃과 방사능이 가득찬 지옥 속으로 떨어졌다.


인류 스스로 만들어낸 지옥의 업화는 수많은 사람들을 죽이고

인류가 그동안 쌓아온 모든 결과물들을 불살라 먹었다.


이 모든 과정은 너무나도 '인간적'이였다.


사람들은 말했다.

인류는 끝났다고

하지만 인류는 끝나지 않았다.

핵전쟁은 인류의 문명을 부수었지만

인류의 종말은 고하질 못했다.

그리고


또 다른 전쟁이 시작되었다.


인류의 문명이 몰락한 무시무시한 미래에는 오직 전쟁만이 있으리니


인류가 전쟁을 끝내지 못하는 순간

전쟁이 인류를 끝내리라






지평선 저쪽에서 황무지에 일어난 먼지 구름을 뒤에 끌고 질주하듯이 달려오는 주님의 십자군의 군대가 눈에 들어왔다. 분명 이 능선에는 매복을 좋아하는 민주공화국의 군대가 있으리라고 생각할 법한 지형임에도 전진의 속도는 떨어지지 않았다. 일반적인 주님의 십자군의 진격은 커다란 성십자가를 앞세운 신성한 주님의 사도가 앞장서고 뒤에서 큰소리로 "예수 천국 불신 지옥"이라고 외치는 광신도들이 뒤따르기 마련이다. 하지만 저들은 성십자가는 어디론가 잃어버리고 무질서하게 도망치기 바빴다..
"그만큼 저들은 무너지고 있단 거지."
민주공화국의 최정에 부대인 전략정찰대 소속인 민준은 망원경에 눈을 때며 중얼거렸다. 3일동안 이자리에서 엎드린채 잠도 않자고 딱딱한 비상식량으로 배를 채웠다. 잠복 2일째는 하늘에 구멍이라도 났는지 비가 말 그대로 쏟아젔고 다음날인 오늘은 전신이 땀으로 흠뻑 젔을 정도로 무더웠지만 그는 움직이지 않았다. 몸에 벌래가 기어다니는 것을 느꼈지만 그는 그 벌래를 잡겠다고 움직이는 참을성 없는 행동을 하지 않았다. 그렇게 힘들게 감시한 보람이 나타난 것이다. 그는 잠시 주님의 십자군에게 눈을 때고 옆에 있던 무전기에 연락을 취했다.

슈우우우웅!

한참 도망가던 요셉은 하늘에서 날라오는 기묘한 소리에 고개를 돌렸다. 하늘에서는 여러개의 이상한 덩어리들이 자신을 향해 날라오고 있었다. 그것의 정체를 깨달았을때는 이미 너무 늦은 뒤였다.

콰앙!

"으아아아악!"

하늘에서 떨어진 박격포탄은 정확하게 무리의 정가운대부터 때리고 산산조각난 사람들의 육편이 사방으로 튀어올랐다. 요셉은 재빨리 땅바닥에 납짝하게 엎드렸다. 교단에서는 이럴때 경견하게 수호의 기도를 드리라고 가르치지만 오랜 경혐으로는 오히려 엎드리는 것이 더 효과적이란걸 잘 알고 있었다.

"주 예수 그리스도의 믿사오니 이는 전능하신 권능으로 저를 보호해 주시...아악!"

"...이런,됀장!"

옆에서 기도를 드리던 경험없는 신참은 무릅을 꿁고 경건하게 기도를 드리다가 그대로 육현이 되버리자 그는 욕설을 내뱄었다. 시체의 피와 육편조각을 뒤집어 쓰는 것은 언제나 불괘한 일이였다.

"지금 뭐하나! 어서 보호의 기도를 읅지 못해!"

사도는 업드려있는 요셉에게 가죽채찍을 휘두르며 소리첬다.

"우리가 죽으면 주님께선 우릴 천국으로 인도하실것이다!"

사도가 달려와 엎드려 있는 이들을 일일이 일으켜 세우려고 하자 요셉은 제발 저 인간에게 포탄이 떨어지거나 총탄이 저 망할 놈의 머릴 날려버리기를 기도했다. 그 기도가 신에게 닿았을까? '탕'하는 총성과 함께 놈의 머리는 산산조각이 났다. 이제야 좀 죽은 척하며 엎드려 있을수가 있을것 같았다. 그리고 아작도 상황 파악을 못하는 형제들을 동정하며 그저 신과 저 이도교들의 자비를 빌었다.


불과 20 여분의 전투 끝에 자신이 있던 십자군은 거의 전멸에 가까운 피해를 입었다. 마지막으로 남은 사도는 십자가를 들어 올리며 크게 소리첬다. 
"전원 돌격~ 우리는 이곳에서 쓰러져도 우리의 영혼은 주 예수 그리스도께로 돌아간다!!"

탕!

순간 한발의 총성이 울려퍼지더니 사도의 머리는 수박처럼 깨저 산산히 뿌려저 버렸다. 그것을 본 요셉은 자신이 들고있던 창을 바닥에 내려두고 양손을 위로 올렸다. 자신만이 아니라 다른 고참병들도 그렇게 하자 몇몇 신참들은 분노하며 그들을 공격하려 했지만 그들의 운명은 사도와 별반 다르지 않았다. 이윽고 얼마지나지 않아 위장해있던 민주공화국군들이 모습을 들어냈다. 그들은 총을 한치의 오차도 없이 자신들을 겨누고 있었다.

"사탄의 마귀에게 굴복할 ...커억!"

"탕!"

한 신병이 다시 창을 쥐고 민주공화국군에게 덤벼들었다가 창을 든 손이 그대로 날라가 버렸다. 다른 군인들도 자신을 향해 위협을 하고 있었다. 그걸 본 베드로가 그들을 향해 외첬다.

"우린 죽음을 두려워 하지 않는다! 우리는 주님을 위해 죽을 준비가 되어있는 그리스도의 군세일지어니 단 한명까지도 너희 악마의 종자들을 벌하다 죽겠다."

"그게 너의 의지인가? 아니면 이 모두의 의지인가?"

그말에 어이없다는 듯이 말하는 군인이 말했다. 들고 있는 총이 유일하게 다른 이자는 무슨 말을 하려는건지 요셉은 알수가 없었다. 그마음을 읽기라도 한듯 그 군인이 말했다.

"너와 이 모든 이들이 죽기를 바란다면...그래 좋다 전부다 죽여주마. 그런 놈들을 애써 살려봤자 무슨 소용이 있는가? 그렇게도 죽음을 바란다면 이자리에서 당장 전원 죽여주마. 하지만 너희들에겐 목숨이 아무렇지도 않게 버릴수 있는 것인가? 그렇게도 자신의 목숨이 아깝지도 않단 말이야?"

"나의 생명은 주님의 것! 이를 주님을 위해 쓰고 버리는데에는 아무런 아까움이 없다!"

"아니, 틀렸다, 너의 목숨은 너의 것이고 네 형제들의 목숨은 그들의 것이다."

나의 목숨은 나의 것이라고? 모두의 목숨은 그들의 것이라고? 그럴리가, 그럴리가 없다. 주님의 십자군에서 태어난 요셉은 어려서부터 교육을 받는다. 우리의 목숨은 주님의 것이라고, 주님을 위해 살고 주님을 위해 죽는것이 우리의 삶이오 태어난 이유라고...그런데 그게 아니라고? 그럼 지금까지 자신이 알고잇던것 사실리라고 밑어왔던것은 모두 무었이란 말인가? 요셉은 머릿속이 혼란스러워 지는 것을 느꼈다.

"이곳에 있는 인간 중에 죽음을 두려워하는 자는 하나도 없다!"

베드로의 말이 끝나자마자 대장으로 보이눈 군인은 손을 잃은 형제의 나머지 손마저 쐈다.

"뒤를 돌아보라,너의 형제들의 얼굴에 죽음에 대한 공포가 보이지 않는가? 너희들의신은 그토록 살육을 좋아하는 인간이던가....?"

먼지에 쪄들고 피투성이인 형제들의 초췌하고 공포에 질린 눈빛을 하나하나 둘러보던 그의 눈에서 저항의 의지가 사그러들고 있었다. 할만큼 했다. 요셉은 그렇게 생각했다.

"원하는게 뭐지?"

요셉은 베드로들 밀치며 앞으로 나와서 물었다.

"우리는 민주공화국의 전략정찰대이다. 우리는 너희들이 무고한 희생에 사라자는 것을 바라지 않는다. 속죄하라, 재판을 받고 자신의 죗갚을 치려라, 그리고 공화국의 국민으로서 남은 삶을 신에게 바치지 말고 자신을 위해 살아라!" 

2 년전 민주공화국은 자신의 동맹도시를 공격한 주님의 십자군을 징벌하기 위해서 전략정찰대로 말 그대로'학살'했다.

신나게 학살과 강간과 약탈을 즐긴 주님의 십자군은 마음놓고 왔던길 그대로 돌아갔다. 하지만 미리 매복해 있던 전략정찰대의 박격포 사격과 저격에 그들은 전멸하다시피 했다. 바보같은 십자군의 지휘관은 전략 정찰대의 공격을 신앙의 힘으로 막아야 한다며 다같이 기도를 드렸고 그 댓가로 폭사하고 말았다. 어찌어찌 도망치던 잔당들은 끈질긴 정찰대의 공격에 거의 다 죽었으며 포로들은 재판에 넘겨지고 지금까지 자신이 저질러온 죄의 댓가를 치르게 되었다. 요셉 역시 2년전 학살에서 간신히 살아남았고 자신의 죗갚을 치른후 이곳 정착촌에 정착했다. 정착촌에는 자신처럼 주님의 십자군에 있다가 포로로 잡혀 이곳에 온 이들부터 순순히 투항해온 타 세력의 사람들이 존재하고 있었다. 비록 2년전 전쟁에서 주님의 십자군은 커다란 타격을 입었지만 빠르게 회복했고 지금도 이단심문과 사교섬멸이란 이름으로 학살을 자행하고 있다는 소식이 간간히 들려왔다. 그는 그 소식을 들을때면 광신에 사로잡힌 그들이 그저 불쌍해보일뿐이였다.

2년전 과거의 자신은 신이란 허상을 섬기는 그저 미물만도 못한 것이였다면 지금의 삶은 진정 사람이 사는 삶이였다. 항상 십일조란 명목으로 자신이 힘들어 번 재산을 툭하면 뺏기지 않게 되고 초야권을 주장하는 사도들에게 아내나 누이를 강탈당하지 않아도 된다. 또한 이단심문이란 이름으로 무고한 이들을 학살하지 않게 되니 하루하루가 행복한 나날이였다. 그곳에서 결혼을 하고 딸도 얻었다. 후회와 고뇌만이 가득했던 과거와 달리 지금의 삶은 행복과 기쁨의 연속이였다. 하지만 그는 영원히 죽을때까지 과거를 잊지 못하리라. 존재하지 않는 신이란 이름의 허상의 이름으로, 광신의 이름으로 학살을 자행하던 그날들을 절대로 잊지 못하리라.


정신을 차린 민주공화국 지역방위대 소속 요셉중위는 주변을 둘러싼 병사들을 밀치고 참호벽에 다시 기어올라 다가오는 적들을 조준하였다. 그들이 들고 오는 십자가는 그를 동요하지 않게 만들었다.
'최대한 빨리 전투를 끝낸다. 가능한 많은 병사들을 살려서 이곳으로 데려온다.'
뒤쪽에서 박격포가 발사되었는지 바람을 가르는 높은 휘파람 소리와 함께 선두의 십자군들이 육편이 되어 버렸다.
'살아 남아야 한다. 살아 남는다면주님께서 언젠가 우리를 돌아봐 주시리라.'

그는 자신도 모르게 신에게 빈것을 보고 소스라치게 놀랐다. 하지만 놀랄 틈이없었다. 그는 다가오는 적들을 향해 총을 겨누고 방아쉬를 당겼다.
'모든 전쟁이 끝나고 더이상 개죽음 당하지 않아도 되는 세상을 만드는 것이 내가 살아가는 이유. 그 뜻를 위해 싸운다'
"기관포 발사!"

투투투투투투퉁!

요셉의 명령에 따라 육중한 소리를 내며 기관포가 발사되었다.
돈좌된 적의 예봉을 향해 기관포탄들이 25mm날라가고 앞쪽부터 하나하나 착실하게 육편으로 만들기 시작했다.

하지만 적의 수가 너무 많았다.
아무래도 전투는 그리 오래갈 것 같지 않았다.


몸이 뜨겁다.

요셉은 십자가에 매달려 불타고 있었다. 그동안 자신이 저지른 죄값을 비로소 치르게 되었다고 생각했다. 2년동안 고뇌하고 고통받게 한 조의 대가를

아내와 딸은 이제 곧 강간당하고 살해당하겠지. 자신들은 패배했고 당연한 결과이다. 그저 자신의 죄때문에 수모를 당할 가족에 대한 미안함이 있었다.

몸이 불탄다.

비명이 터저 나온다.

그의 눈에서 눈물이 흘러나오는 것을 느끼며 마침내 그를 괴롭히던 고통의 상처를 그제서야 깨닫게 되었다.

자신은, 요셉은 진정으로 신을 사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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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잡한 글이지만 제미있게 읽었다면 감사하겠습니다.

저가 만들고 있는 세계관을 바탕으로 써본 단편입니다만 무지 힘드네요 글쓴다는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