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창작 연재 게시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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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지난 유머들이지만.... 꼭 한 번 써보고 싶었습니ㄷ...
어느 총알 택시의 사정
"관제소, 루프트튜톤 371입니다. 트러블이 있으니 뒤에 오는 알비온편을 먼저 보내주도록 하세요."
"알겠습니다, 371. 문제 해결후 알려주시면 따로 안내해 드리겠습니다. 알비온 에어 120번은 7번 활주로로 진행해주시길 바랍니다."
아본행 알비온 에어 120번의 기장 필릭스 프리먼은 속으로 쾌제를 불렀다. 예정보다 5시간이나 더 로젠키르히 공항에 묶여 있던 그에게 한심한 정비, 저열한 관제, 그리고 시간 약속 못 지키는 승객의 트리플 트러블을 조금이나마 만회할 수 있는 기회는 가뭄 속의 단비와도 같았다. 관제소의 지시에 따라 잽싸게 활주로 위로 올라온 필릭스의 여객기는 곧 속도를 붙이며 미끄려져 나갔다. 80노트를 지나 이륙결심속도를 넘기고 기수를 올려든 엔스 117은 에밀&싱클레어사(社) 특유의 대형기에 어울리지 않는 상승각에 힘입어 금세 랜딩 기어를 올리기 시작했다. 필릭스는 환희 속에 공중대기 지시를 기다렸고 그의 들뜬 마음을 알아챘기라도 한 듯 곧 무전이 들려왔다.
"저! 저저저! 저 망할 섬나라 놈들이 우릴 사칭했어!!!! 관제소오오오오오옭!!!!"
저렇게까지 가래 끓는 소리를 낼 필요는 없는데... 내가 보기엔 썩 훌륭한 성대모사였지만 저 친구에겐 여운을 즐길 시간이 충분하지 못했던 모양이다. 뭐 루프트튜톤쪽도 딜레이가 있었다니 너무 많은 걸 기대했던 걸지도 모르지. 하지만 이미 이륙결심속도를 넘겨도 한참 넘긴 우리를 붙잡을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저 친구한텐 미안한 일이지만 사고 내기 싫으면 우리를 무사히 하늘로 올려보내야 하거든. 아, 물론 지금 공항 위에 있는 트래픽 입장에선 우리가 먼저 떴건 루프트튜톤이 먼저 떴건 크게 상관없는 일이지. 인터벌을 꼬아버린 건 아니니까 말이야.
"키장. 크러케 커짓말 켸쏙 하면 펄받습니타."
이 쾌거를 좀 더 씹고 맛보며 즐기고 싶었지만 우리의 반듯한 부조종사, 헤이미시 매킨토시는 어김 없이 내 진취적인 결정에 불만을 피력했다. 오늘따라 저 칼레드 사투리가 참 듣기 싫어지는군... 야 이 자식아, 좋은게 좋은거잖아...
"늘 트리는 말씀이지만 맘에 안 튼다코 크러케 편펍을 쓰는 건 올치 않습니타."
"헤이미시, 네가 이 일을 아직 오래 못 해봐서 그래. 적극적으로 나가야할 때가 있다니까. 오늘 아침에도 보라구!"
확실히 오늘 아침은 끔찍했지... 예정보다 늦은 정비가 다 끝난 뒤 언제나 그랬듯 나는 인사를 빼먹지 않았다.
"좋은 아침입니다, 로젠키르히. 알비온 에어 120편 엔진 시동 및 푸쉬백 허가 요청합니다."
"알비온 에어 120편, 2시간 뒤에 허가하겠습니다."
"2시간 뒤요? 확인바랍니다."
"예, 2시간 뒤 맞습니다."
"그럼 좋은 아침이라고 한 거 취솝니다."
무례하다면 무례하다만... 저 사람들은 약속도 안지키고 2시간을 한참 지난 3시간 반 뒤에나 허가를 줬다! 헤이미시는 "커 쾐히 핀정커려서 일을 왜 풀리셨습니카?"라고 쏘아 붙였지만... 그렇다면 더더욱 "오- 위대한 관제소시여-"` 하면서 바닥에 던져주는대로 받아 먹을 순 없는 거 아니야? 언제까지 뺑뺑이 돌릴 줄 알고 그걸 기다리고 있을까? 마침 그렇게 속을 앓며 이를 갈때 기회가 왔지. 같은 활주로를 쓰기 위해 기다리던 기장이 틈을 열어줬고 나는 그 기회를 놓지지 않은 것 뿐이었어. 그에게 안식이 있기를 (May he rest in peace)...
"뭐 이미 엎질러친 일이니 크러타 해도 콴제쏘에서 엄청 틱틱거릴텐테 어떠카실렵니카?"
"V1 넘기고 지들 공항 윈로 떴는데 별 수 있겠어? 사고치기 싫으면 어련히들 잘 해주겠지."
무선 채널을 임의로 바꿔, 타기 사칭해서 랜딩하는 거군용. 가능한건가.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