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창작 연재 게시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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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급 파일럿이 되신 것을 축하드립니다.
우선 프로젝트W을 사랑하고 이용해 주시는 것에 대해 엔터즈 게임단에서 감사 인사를 드립니다. 저희는 현재 A급 파일럿을 대상으로 후속작인 스페이스왈츠의 베타 테스터 신청권을 선물로 드리고 있습니다. 베타 테스터 신청은 가상 공간에서 언제든지 신청하실 수 있으며, 베타 테스터 참가자에 한하여 다양한 보상과 혜택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또한 추첨을 통하여 최신 캡슐인 메가FX를 드리오니 A급 파일럿 분들의 많은 참여 부탁드립니다.
엔터즈 게임단 보냄.』
“베타테스터?!”
시종일관 담담하던 그였으나 이 뜻밖의 선물에는 두 눈을 휘둥그레 뜰 수밖에 없었다.
기갑물의 거장 엔터즈가 내놓는 신작이라니.
설마 이런 식으로 후속작을 접할 기회를 얻게 될 줄이야, 이건 게임 포럼이나 관련 사이트에서도 찾아보기 힘든 생소한 정보였다.
“이거 정말입니까?”
김진은 도저히 믿겨지지 않아 다시 한 번 되물었다.
기갑물 매니아인 그에겐 정말 꿈만 같은 상황이었으니 말이다.
“예. A급 파일럿을 대상으로 발부해 드리는 편지입니다. 이것을 가지고 이벤트 담당관에게 가시면 베타 테스터 신청과 스페이스 왈츠의 파일럿 일련번호를 받아보실 수 있으니 참고하세요.”
두근두근.
벌써부터 심장이 뛰고 있었다.
“강요하는 것은 아니니 정 생각 없으시다면…….”
“아닙니다.”
김진이 그녀의 말을 딱 잘랐다.
그가 이런 좋은 기회를 마다할 리가 없었다.
벌써부터 김진의 뇌리엔 후속작에 대한 생각으로 가득이었다.
“이만 퇴석하겠습니다.”
김진은 리리아에게 짧게 경례한 뒤 서둘러 브리핑 룸을 나섰다.
한시라도 빨리 후속작을 접하고 싶은 마음 뿐이었다.
그런 김진의 뒷모습을 조용히 바라보던 리리아가 작게 속삭였다.
“그럼 조만간 다시 뵙도록 하죠.”
* * *
한걸음에 담당관에게 도달한 김진이 품에서 편지를 꺼내 보였다.
리리아가 건내주었던 초대장.
그것을 본 이벤트 담당관이 깜짝 놀라 김진을 쳐다보았다.
“이것을 어디에서?”
“베타테스터 신청권입니다. 사령관님께 받았습니다.”
김진에게 편지를 건내받은 담당관이 몇 가지를 확인 하더니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맞네요. 사령관님의 인장도 찍혀있고, 편지의 소유자가 A급 파일럿이니 일단 필요조건은 모두 충족 하셨습니다.”
“문제가 없다면 베타 테스터 신청하겠습니다.”
담당관이 작은 홀로그램을 띄워 김진에게 보여주었다.
“그럼 이 정보대로 신청하겠습니다. 동의하십니까?”
파일럿 : 김진
일련 번호 : PW526643217 - PLATINUM 19
등급 : A급
대표 타이틀 : 자일리언의 대적자
사용자 계정 넘버 : 6583-2238-0112-9221
사용 기체 : 스타 시커 Renewal
“예. 그대로 진행해주시죠.”
김진이 고개를 끄덕이자 담당관이 홀로그램의 송신 버튼을 눌렀다.
“신청되셨습니다. 그럼 3일 뒤에 파일럿님의 해당 계정으로 소식이 전달되오니 확인해 주시면 됩니다.”
“3일이요? 그렇게나 오래 걸립니까?”
바로 가능한 게 아니었단 말인가.
눈앞에서 사탕을 빼앗긴 아이처럼 시무룩해 있자 담당관이 난처하게 웃었다.
“비공식 테스트다보니 승인 절차가 꽤 복잡하다고 합니다. 이것도 최대한 간소화한 방식이라고 하더군요. 자세한 내용에 대해서는 저도 그 이상 전달받은 사항이 없어 답변해드리기가 어렵습니다.”
“……알겠습니다.”
김진은 어깨를 축 늘어트렸다.
한껏 기대시켜놓고는 3일 후에나 접속할 수 있다니.
4년이었다.
마음에 차는 기갑물이 없어서 이 게임을 무려 4년 동안이나 한 김진이었다.
다른 이들이라면 벌써 몇 번을 접고도 남았을 기간.
만약 기갑물 매니아가 아니었다면 진작에 접었으리라.
그런 김진조차도 슬슬 매너리즘에 빠질 시기였던 만큼 확실히 프로젝트W는 침체기에 접어들고 있었다.
때마침 국제가상계좌 시스템이 도입되지 않았다면 몰락했을 것이 틀림없었을 게임.
그나마 외국에서 수 많은 자본들이 유입되었기에 그들을 대상으로 돈을 벌어드리려는 유저들이 생겨나지 않았다면 프로젝트W는 명맥조차 유지하기 어려웠을 것이라 김진은 생각했다.
일단 자신조차도 이 게임을 놓지 못하고 있는 이유 중 하나가 바로 돈 때문이지 않은가.
이 게임은, 돈이 된다.
그렇기에 아직도 많은 사람이 여기에 들러붙어 있는 것이다.
고목나무의 수액을 빨아먹는 매미처럼 말이다.
솔직히 말하자면, 돈에 여유가 생긴 지금에 와서도 게임의 재미보다는 타성에 젖어 플레이하고 있는 실정이었다.
마치 습관처럼 말이다.
그런 와중에 접한 신작의 이야기였으니 어찌 기대하지 않을 수 있을까.
그런데 3일 후라니.
이래서야 게임을 해도 의욕이 나지 않을 듯 싶어 김진은 퀘스트 완료 보상을 마저 수령 한 후 바로 게임을 접속종료 하였다.
현실로 돌아온 김진은 자일리언에게서 나온 5등급 사이오닉 크리스탈을 경매장에 올려 1만 달러에 처분하고, 레이드 동영상을 중개 사이트에 올렸다.
정산되기만을 기다리던 김진은 시간도 남는 김에 고-글 인터넷을 열어 후속작에 대해서 찾아봤다.
어차피 조바심낸다 한들 지금 당장 플레이 할 수 있는 것도 아니었으니 미리 게임에 대한 관련 정보라도 알아두기 위해서였다.
“제목이 스페이스 왈츠였었지?”
[검색 단어 : 스페이스 왈츠]
“엔터!”
[검색중 …….]
잠시 후.
홀로그램 디스플레이에 띄워진 짧은 글귀는 김진을 황당하게 만들었다.
[스페이스왈츠와 일치하는 검색결과가 없습니다.]
“뭐? 없어? 그렇담 다른 단어로…….”
[검색 단어 : 프로젝트W 후속작]
[검색 중…….]
[프로젝트W 후속작과 일치하는 검색결과가 없습니다.]
“이것도 없어?”
김진은 어처구니없는 표정으로 디스플레이를 쳐다봤다.
범세계적으로 인정받는 고-글 사이트에서조차 나오지 않는 정보라니. 후속작에 대해 얼마나 정보 통제를 했길래 이렇듯 단 한 줄도 나오지 않는단 말인가.
설마 한글로 쳐서 그런가 싶어 세계 공통언어인 영어로도 쳐봤지만, 검색결과가 달리 나오지는 않았다.
남아있는 한줄기 의아함에 마지막으로 초록창도 사용해 봤으나 돌아오는 것은 그저 허망하기만 한 빈 화면 뿐.
“아무리 비공개 테스트라지만 이건 좀…….”
이렇게까지 모든 정보를 꽉 막을 필요가 있을까 싶었다.
답답함에 프로젝트W 관련 포럼까지 다 찾아보았지만 스페이스왈츠에 대한 글은 쌀 한 톨 만큼의 자취도 찾을 수 없었다.
“뭔가 있어.”
김진은 눈을 가늘게 뜨고 디스플레이를 쳐다봤다.
분명 A급 파일럿에게 발부하는 베타테스트라고 했다.
김진 자신이야 업적 타이틀을 위해 다소 어려운 A급 파일럿 퀘스트를 노렸지만 다른 이들도 똑같은 루트를 밟은 건 아니었다.
쉬운 퀘스트로 A급 파일럿을 딴 유저는 이미 많이 있었으니까.
그렇다면 그들에게도 이미 초대권이 갔다는 말인데, 이렇게까지 정보가 없다는 말은 다소 이치에 맞지 않았다.
“그 잘난 체하기 좋아하는 빈 헬름도 조용하다고?”
매번 자신과 순위를 다투는 그 독일 귀족이 A급 파일럿 인증 이후 아무런 이야기도 하지 않았다는 건 있을 수가 없는 일이었다.
그만한 이슈 메이커가 이렇게나 조용하다니 말이다.
“어째 불안한걸?”
그러나 그러한 의심도 잠시.
3일 후 정상적으로 도착한 베타테스터 소식에 김진은 모든 의구심을 내려놓을 수밖에 없었다.
그와 동시에 도착한 선물이 김진을 확 사로잡았기 때문이다.
“메가 FX. 설치 완료했습니다.”
“아, 감사합니다.”
“여기 사용 설명서와 정품 인증서입니다. 그리고 이곳에 수취완료 하였다는 서명도 같이 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건네준 책자를 한 아름 받아든 김진은 직원이 내민 서류패널에 얼떨결에 사인을 해주었다.
“그럼 즐거운 시간 되십시오.”
그리곤 쌩하니 나가버린 직원의 뒷모습을 쫓으며 김진이 멍하니 서 있었다.
한차례 볼을 꼬집어 봤지만 아픈 것을 보니 확실히 꿈은 아닌 듯했다.
“이럴수가. 내가 당첨이라니…….”
아침 일찍부터 초인종이 울리기에 비몽사몽간에 문을 열어 주었건만 설마하니 그게 새 기종 캡슐이라곤 상상도 못 했다.
택배라기에 몇 일 전에 주문했던 영양제인 줄만 알았던 김진에게는 그야말로 예상치도 못한 불의의 습격이라 할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