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기 2,730년
아카디아 연합왕국 수도성 마엘린
페르,연합의회 의사당

"30초후 의회에 도착합니다.착륙코드 오메가-3-람다-델타"
[접근이 허가되었습니다.OF3GTE97기의 균형이 15도 정도 기울어진 것으로 보입니다.]
"카피.시정완료."

항성계 수십개를 지배하는 거대한 국가의 심장부인 만큼 마지막까지 긴장의 연속이었다.마엘린에서만 이곳에 도착할때까지 매번 다른 암호를 세번이나 대어야 했으며,기체 투과도 두번이나 당해야 했는데다가,마지막 투과는 사전경고도 없이 기체 구석구석 귓가에 스캔하는 소리가 귓가를 둔탁하게 때렸다.
아주 예의없는 상황이었지만 2선 중의원이자 왕국의 5대 대기업중 하나인 '드 보랑 산업'의 수석이사였던 마이클 브래드포드는 그저 눈쌀을 찌뿌리기만 할뿐 아무말도 하지 않았다.그는 식민지인 팔키온 공화국 출신중 가장 성공한 인물로,의원직과 더불어 위기관리부 장관을 맡고 있었으며,동료들은 그를 컴퓨터라고 부를만큼 엄청난 능력을 가진 사내였다.

"의원님,도착했습니다.내리시지요."

착륙하자 마자 조종사는 연속된 비행에 지쳤는지 무례하다는 것을 알면서도 그 자리에서 바로 곯아떨어졌다.마이클은 하루 전만 해도 본 항성계 거의 끝인 코네리 행성에서 이주민과 원주민 간의 알력다툼을 조정하다 급한 호출을 받고 끌려나온 터라 아무런 짐도 없이 그대로 왕궁에서 보내준 항성이동용 수직이착륙기를 타고 18시간을 항해했다.욕실과 침실,새 양복이 있는 커다란 비행기여서 몰골이 초췌하진 않았으나 얼굴엔 피곤함이 드러났다.마이클은 벌써 일흔 살의 사내였고-발전한 의료기술 덕택에 외모는 50대 중반이었지만-그리 편한 삶을 산 사람이 아니었다.팔키온 사람이라며 무시하는 수많은 본토인들 가운데에서 이정도 자리까지 오르기 위해 막노동부터 군대까지 안해본 일이 없었다.잠시간의 상념에서 깬 그는 어깨를 한번 쭉 편다음 현대적인 외관을 자랑하는 연합의회 의사당으로 발걸음을 옯겼다.유리창이 두개의 태양의 햇빛을 받아 반짝거렸다.

"오 마이클,반갑네."

의사당으로 들어서자 연합의회 의장이자 정치적 동지인 샤를 르네 의장이 그에게 인사했다.한때 운동선수였다던 거대한 몸은 세월에 점차 무너져 내려가고 있었고,깊은 주름살과 얼마 남지 않은 흰 머리를 전부 뒤로 넘긴 어찌 보면 초라한 생김새였다.그러나 그에게는 거역하기 어려운 무언가가 여전히 존재하고 있었다.사람 대하는게 거리낌이 없는 마이클조차 그를 대하기는 여간 어려운게 아니었다.

"예,저도 샤를 의장님을 만나니 기쁩니다.그런데 무슨 일로?"

마이클의 조심스러운 물음에 자신감이 넘치던 샤를의 표정이 눈에 띄게 어두워졌다.

"그게,나도 전해들은 바가 없으니 알수가 있어야지."

마이클은 순간 혼란스러워졌다.보통 이렇게 의원들을 소집할때엔 목적에 대해 설명해주는게 일반적인 관례인데,의장에게도 아무것도 말하지 않았다니 뭐지 싶었다.

"일단 들어가세.뭐든지 들어가면 알게 되겠지."
"그러죠.뭐가 됐든 저녁시간 전에 끝나길 빕니다."

마이클이 씩 웃으며 농을 건냈지만 르네의 표정은 말그대로 굳어있었다.민망해진 마이클은 그대로 입을 닫고 비공식 회의실로 향했다.기자들의 시선을 피해 회의하기 위해 만들어진 장소였다.윤기가 흐르는 오동나무 문이 삐걱 소리를 내며 스르르 열리자,그곳엔 국왕이 있었다.제 54대 연합왕국 군주인 클로에 샹보르가 푸르른 두눈을 빛내며 각 부처 장관들과 그 둘을 빤히 쳐다보았다.그녀는 선왕인 부친이 세상을 빨리 떠나는 바람에 15세에 왕위에 올라 29세인 지금 통치 14년차의 나이에 비해 꽤 긴 재위기간을 가지고 있었다.그러나 아직까진 젊은 여자왕의 능력을 의심하는 사람이 많았고 마이클도 마찬가지였다.그는 친구들과 술자리에서 자주 그녀의 험담을 하곤 했다.

"국가와 여왕님의 충실한 종,샤를 르네와 마이클 브래드포드 인사드립니다."

르네의 선창에 뒤이어 그 둘은 서둘러 그녀 앞에서 무릎을 꿇고 예의를 차렸다.마이클은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도대체 평범한 회의에 한 제국의 군주가 등장한 이유가 등장한 이유를 알수 없었다.

"당신이 연합의회 의장인 샤를 르네군요.풍채가 아주 좋으시네요.그리고 그쪽은 당연히?"

마이클은 순간 울컥했다.적어도 백년은 더산 노인네 앞에서 거들먹거리는 꼴이라니.그는 최대한 감정을 절제하며,그녀의 얼굴이 아니라 풍성한 금발에 시선을 고정하며 대답했다.

"연합의회 의원이자 위기관리부 장관인 마이클 브레드포드입니다."
"그래요.알고 있어요.자,일단 자리에 앉으시지요."

마이클은 성큼성큼 자신의 자리에 앉았고,르네도 자신의 자리인 가장 앞자리에 착석했다.

"여러분.지금 여러분은 우리가 고르고 고른 정예들로 이제 우리 아카디아 왕국을 거대한 위기에서 지켜야 합니다.자세한 이야기는 행성군 참모대장인 쟝 르포르 대장이 직접 해주실 겁니다.대장?"
"예.의원님들 잠시 이곳을 봐주십시오."

아카디아 행성군 특유의 각잡힌 군청색 군복에 약장만 달은 깔끔한 생김새의 쟝 르포르가 손을 튕겨 홀로그램을 만들어 냈다.홀로그램은 곧 한 행성의 모습으로 변했다.가장 최근에 연합이 개척한 행성,오웰이었다.한 조지 오웰 광팬이 이름을 붙여서 가장 큰 대륙에는 윈스턴 대륙이라는 이름이 붙어있었고,그 옆의 대양에는 줄리아 해,정착지가 있는 반도는 골드스타인 반도라고 붙어있는 식이었다.마이클은 공기중에 메탄함량이 높아 전체적으로 푸른빛을 띄는 행성이었으나 곧 테라포밍 당하며 푸른빛을 거의 찾아볼수 없는 행성으로 변했다는 사실을 기억해냈다.

"이곳에 프라노테일이라는 외계세력이 침략했습니다.바로 60년전 대침공을 감행했다가 큰 피해를 입고 물러난 헤카톤 종족의 새로운 국가인듯 싶습니다.자료 보시죠."

행성 주위에 순찰을 돌던 행성군 소속 순양함 세척이 별안간 공격을 받았다.그들은 침착하게 응전했으나 결국 적함 4척과 함께 동귀어진 하고 말았다.이내 분전하던 방위위성도 수많은 파편을 뿌려대며 처참하게 추락했다.
곧 그들은 행성포격을 위해 일제히 포탑을 돌렸다.

"문제는 이곳만이 아니라는 겁니다.오웰 말고도 외곽지역의 플라톤,뉴런던,옵티머스 모두 공격을 당했습니다.현재 행성군은 페르손-스파크 연합군과 전쟁을 위해 대부분 전출된 상태입니다.현재 필요한 예비전력을 제하면 가용전력은 코로나 행성군과 이스케르카 행성군,그리고 근위군단으로 제한된 상태입니다.여러분들의 테블릿으로 상세 편제를 전송했으니 제한된 전력으로 최대한의 효율을 뽑아낼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주십시오."

그제야 마이클은 주변인물중 상당수가 군 관련 인물임을 눈치챘다.사복을 입은 행성군 참모도 있는것 같았고,의회 소속 우주군의 간부들도 보였다.
그러나 전쟁과 상관없는 자신과 같은 인물도 많았다.대부분 마이클과 같이 외교나 정치쪽 인물들은 자신들이 왜 여기 왔는지 혼란스러워 하는 얼굴이었다.

"자 그럼,회의는 끝났습니다.국무의원님들과 의장님은 잠시 남아주시길 빕니다."

여왕이 짐짓 위엄있는 목소리로 명령하자,군 관련 간부들은 한껏 예의를 차리며 여왕의 손등에 가볍게 입맞춤을 하거나 가벼운 포옹을 하며 나갔다.
그들이 한바탕 난리를 피우며 나가자,여왕은 대장에게 눈짓을 했고,이내 두꺼운 가슴받이와 소총을 든 경비병들이 어디서 나타났는지 회의실을 둘러쌌다.

"지금부터 언급하는 이야기는 절대 기밀입니다.어디서 누설하시면 아마 목숨도 장담할수 없습니다.나가실 분은 지금 나가주세요."

마이클은 굉장히 여왕의 처사가 마음에 들지 않았다.총으로 협박해서 입을 다물게 하다니.그는 굉장히 자유주의적인 사람이었고 인간은 자유가 없으면 살수 없다는 입장이였다.하지만 지금 이의를 제기하는건 멍청한 짓임이 분명했다.

"좋아요.이제 말하죠.사실 오웰과 플라톤,뉴런던,옵티머스는 모두 뮤턴트를 훈련시키기 위한 훈련소가 있었습니다."

그 한마디에 위원들이 전부 경악했다.뮤턴트는 인간의 탈을 쓴 악마들이며,수많은 인간을 학살한 짐승이라는 것이 일반적인 연방 시민의 견해였다.

"뭐요?그놈들을 무슨 생각으로 훈련시키고 있는거요? 이딴 미친짓거리를 잘도 하고 있었군요?"

순간 마이클이 벌떡 일어나 여왕에게 폭언을 퍼부었다.르포르와 여왕 옆에 있던 경호대장이 즉각 제지하려 했으나 여왕이 말렸다.

"물론 국가방위를 위해섭니다.마이클 의원은 나라를 생각하시는 애국자시겠죠?"

마이클의 얼굴이 더욱 붉어졌고 분노에 가득찬 목소리는 부들부들 떨렸다.그는 나랏일을 해오면서 뮤턴트들의 저지른 참상을 수없이 봐왔고 자연히 극심한 반감을 가지게 되었다.그는 아직도 카메라를 찍던 여성의 마지막 허망한 눈빛과 그를 보며 잔인한 웃음을 흘리는 뮤턴트를 잊을수 없었다.그 옆에는 그 뮤턴트 하나에게 당한 수백의 남녀장병들의 시체가 있었다.

"그런..!그딴 더러운 사이코패스들 없이도 우리 아카디아는 건재하오! 여기 2.728년에 일어난 페를린 침공때에도 우리는 전혀 피해 없이 적의 대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