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창작 연재 게시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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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수 3,008
서기 2730년
34시 58분
오브라이언 항성계,오웰 행성.아카디아 연방
코로나 행성군 제 16기동함대
붉은빛 행성 주위로 거대하다 못해 압도적인 두대의 유선형 동체의 암회색 전투함들이 빛가닥 수백개에 둘러싸인채 그 위용을 드러냈다.몇초 지나지 않아,그보단 작지만 위용만큼은 비슷한 전투함 20여척이 주위에 나타났다.두개의 태양에서 뿜어져 나오는 벌건 햇빛에 아카디아 행성군 특유의 짙은 암회색 도장이 탐욕스럽게 번들거려 무시무시한 분위기를 자아냈다.이들은 아카디아 연방 내 최대의 부국인 코로나 행성군 소속 2개의 기동함대중 한 축으로 장비와 기량은 정부 직속 근위군단을 제외한 최고를 자랑했고,게다가 코로나 행성에선 군인이 되는게 가장 출세하는 길이였으므로 장교 예하 사병들까지 전부 귀족 집안의 자제들로 구성이 되어있어 타 군처럼 강간과 약탈을 저지르는 무뇌한들은 수가 적었다.
"전방에 적 함대 감지.총 104척입니다.그중 전열함급이 28척,프리깃급은 50척,슬루프급이 26척이며 항공모함은 포착되지 않았습니다.앞으로 32분 58초 뒤에 아군 사정거리 안으로 들어옵니다."
항모 2척과 대함프리깃 8척,그리고 연방이 자랑하는 아르카디급 전열함 2척을 비롯해 20여척의 함대를 이끄는 로빈 르페브르 중장이 함대 인공지능인 '세레나'에게 보고를 받고 고개를 주억거렸다.과거 아카디아 연방은 각함의 인공지능 말고도 함대를 담당하는 카토비체 프로젝트를 추진했었는데,하필이면 카토비체가 성공적으로 테스트를 마친 직후에 안드로이드의 반란을 이끄는 바람에 프로젝트는 폐기되었다.그후 인공지능을 비롯하여 모든 로봇들은 기능이 많이 제한되었고,그후 다시 양산된 함대 인공지능인 세레나도 그저 적함을 파악해 함대 사령관에게 보고하는 능력 이외에는 아예 프로그래밍 되지도 않았다.그녀는 정교한 그래픽 조각들로 이루어진 하늘거리는 작은몸으로 함교 전방에 입체 상황도를 띄웠다.
"좋아.특별한 일이 생기면 나한테 보고하고.아이거 중령? 아군의 비행대 상황은?"
인공지능을 대체할 수많은 장교중 하나인 비행관제사관 아이거 중령이 중장에게 고개를 돌리고 억양이 거의 느껴지지 않는 목소리로 말했다.세간에서는 그런 성격의 그를 인간형 안드로이드라며 곧 우리 인간들의 목을 모두 부러뜨리고 우리를 지배할거라는 소문이 돌았다.
"현재 에르테군,아버스노트의 비행대 640기는 출격을 완료했고,나머지 군함들도 플라즈마포 준비때문에 조금 느려졌습니다만 곧 모두 이륙할것으로 보입니다.
에르테군과 아버스노트는 바스커빌급 대형항공모함으로,한척당 320기를 탑재할수 있는 길이 3km의 거함이다.그들의 비행대는 뭣도 모르고 연방을 공격한 저 신흥 외계종족에게 뜨거운 맛을 보여줄 것이다.
"좋아,린지?"
"예,함장님."
린지는 함대의 기함인 타우언트 프리깃의 인공지능으로,함체의 전반적인 상태를 체크하고 응급시 복구를 지휘하는 역할을 맡고 있었다.원래 인공지능의 이름은 함의 이름을 따서 짓는게 관례였지만,승무원들은 타우언트가 너무 남자같다며 멋대로 린지라는 이름으로 정해버렸다.그렇지만 함장은 물론 중장도 그 이름이 마음에 들었는지 별말 하지 않았다.
"본함의 원자로 상태는?"
"현재 출력 45%.원자로 온도도 정상입니다."
가만히 중장의 명령을 듣고 있던 페르 슈죄를 대령이 나지막한 소리로 물었다.사령관인 중장은 대령이 공격대형으로 타우언트를 익숙하게 위치시키는것을 지켜보다가 대형이 완성되자 이때만을 기다렸다는 듯이 입을 열었다.
"아이거 대령,비행대를 플라즈마포 착탄 직후에 진입할수 있도록 하게.세레나,각 함대에 플라즈마포 사격제원 산출하라고 일러."
"예,명령대로."
곧 슈죄를 함장이 다른 함대와 발맞춰 좌현변침을 명령하자,함이 우르르 소리를 내며 천천히 돌았다.상갑판에 있는 3연장 플라즈마 포탑 4개가 빙그르르 돌며 정렬했고,뒤이어 포신이 불길한 푸른빛으로 달궈지며 지글지글 타올랐다.수십척의 함대가 항모를 쐐기꼴로 둘러싸며 횡대로 늘어섰고,그 중앙에 자리한,길이만 4km에 달하는 거대한 아르카디급 전열함 두척은 상갑판의 4연장 포탑 5개 말고도 마치 18세기 전열함처럼,2층,3층 갑판에서도 수십개의 불빛이 번쩍거렸다.최근 상용화에 성공한 소형 장거리 플라즈마 포였다.그 강렬한 위용에 사령관은 가슴이 끓어오르는걸 느꼈다.
"전함대 충전 완료."
"발사."
"발사합니다."
기쁨을 애써 억누르며 짧게 내뱉은 사령관의 명령에 무기사관이 복창함과 동시에, 지글거리는 빛덩이 수십개가 엄청난 기세로 눈 깜짝할 새에 적함에 내다 꽂혔다.주력 무기가 텅스텐탄을 발사하는 자기가속포였던 그들의 함대는 거리를 좁히려다 수천발의 플라즈마에 얻어맞았고,우주 여기저기서 파편이 흩뿌려렸다.한 외계전열함은 선체의 커다란 구멍이 뚫린채로 천천히 오그라들고 있었다.그리고 한 프리깃은 악착같이 변침하며 기적적으로 몇발의 플라즈마를 피했지만 연달아 날아든 플라즈마에 엔진이 피격당하며 멈춰서 버렸고,뒤이어 날아든 수십발의 플라즈마가 그 프리깃을 흔적조차 지워버렸다.한 차례 난리가 끝나자,대함대가 있었던 장소는 이제 수많은 파편과 만신창이가 된채 후퇴하는 40여척의 함대뿐이었다.
"비행대 진입합니다."
아이거 대령이 평이한 어조로 보고했다.사령관은 이제 우주시대를 개척하는 외계인들에게 자비를 배풀 마음이 전혀 없었다.
"좋아,내가 선두고,3,2,4,5번기 순서로 진입한다!"
TF16 소속 GUF-13 바이퍼 뇌격기 조종사인 엠마 제이프티 대위가 낭랑한 소녀같은 목소리로 외치고는 엔진출력을 끌어올려 대공포화 사이를 뚫고 지나갔다.이미 함대가 만산창이가 된 이후라 쏘아 올리는 대공포화는 밀도도 형편없었고,명중률도 허공에 쏘아올리는 수준이었다.그녀는 흘러내리는 금발을 한번 쓸어 올리고는 HUD에 꽉 들어찬 난민선같은 적함의 대공포를 무시하고 80mm 자기가속포 두정을 난사했다.최대한 적 방어막을 자기가속포로 깎은후 광자어뢰 네발로 승부를 볼 생각이었다.텅스텐 탄환이 빛줄기를 이끌며 방어막 위쪽으로 엄청난 기세의 불꽃놀이를 만들어내는 장면을 응시하면서 이를 악문 대위는 바로 앞 1800미터에서 광자어뢰를 투하했다.통상투하거리가 3000미터이니 엄청나게 가까이서 발사한 것이었다.그녀는 무겁기 그지없는 조종간을 가녀린 손으로 잡아끌며 아슬아슬하게 적함 위쪽을 스쳐지나갔다.겨우 대위가 기체를 회복했을 즈음,광자어뢰가 적함에 꽂히는 장면이 그녀의 두눈에 가득 찼다.치명상이었는지 반쪽으로 쪼개지며 이내 대기권 안쪽으로 끌려들어가자 그녀는 환호성을 지르며 캐노피를 두들겼다.
"우린 한것도 없는데 벌써 끝이라니,혼자 한건 하셔서 좋겠습니다 편대장님."
어느새 그녀의 주변으로 4기의 바이퍼가 천천히 편대를 형성했다.그녀의 기체를 제외한 바이퍼는 모두 광자어뢰를 장착한 상태였다.이미 사전포격으로 반수 이상의 적함대는 괴멸해 비행대는 할것도 별로 없었다.차례를 기다리던 뇌격기들은 실망했다는 듯이 곧장 기수를 돌리거나,행성을 폭격하러 가는 근접지원기와 전폭기,폭격기를 배웅해 주었다.이제 남은것 실컷 폭격으로 두들겨 패준후 대기하고 있는 지상군으로 빗자루처럼 밀어내면 끝이었다.정말 이것만큼 쉬운 일이 있을순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