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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웰 행성,윈스턴 대륙,오브라이언
프라노테일 제 13군단 독립방공포연대 주둔지
아카디아-코로나 행성군 121강하여단
하늘을 벌떼같이 메운 전투기들의 혈투에 뒤이어 코로나군의 폭격기들의 평탄화 작업이 끝나자마자,행성의 완벽한 점령을 위해 곧바로 강하병들이 투입되었다.대기권 부근에서 강하정과 분리된 그들은 신장이 5미터에 달하는 슈트를 착용하고 있었는데,강하시 전해지는 외부자극과 강하 후 가해지는 적의 저항에 맞서 교두보를 확보할 목적으로 두터운 베릴륨 장갑판과 수많은 자가보호장치,인공지능이 들어있는 공간을 확보하기 위해서였다.무인탐사정들이 적함대의 잔해 수집에 열을 올리는 가운데,코끼리같은 생김새의 강하정 수백대가 오웰 행성으로 기수를 향했다.
"라미에 13,적정 고도 도달.1번기부터 강하 시퀸스 시작하시길 바랍니다."
"라져."
제레미 아카이브 대위가 무미건조한 목소리로 대답하고는 침착하게 슈트 설정을 점검했다.헤드 업 디스플레이에 표시되는 모든 정보는 이상이 없었고 충격에 대비해 슈트의 강도를 약간 강화시키는 것으로 모든 준비는 끝났다.
"강하 준비 완료."
"좋습니다.강하 해치 열겠습니다."
위잉하는 둔탁한 소리와 함께 기체의 밑면이 통채로 사라졌다.그의 투명한 바이저에 아득한 높이에서의 오웰 행성이 반사되어 번들거렸다.
"모두 준비 됐나?"
대위가 중대채널로 무전기 주파수를 맞춘후 외쳤다.바이저 내부에 표시되는 중대원들 표식에 모두 완료됐다는 초록색 불빛이 번쩍였다.
"좋아,순차대로 강하한다.5,4,3,2,1."
구속장치를 해제하자 순간 엄청난 압력이 온몸을 짓누르다 이내 거짓말처럼 기압이 유지되며 없어졌다.사방이 잿빛 하늘과 비행운인 침울한 오웰의
전경이 눈앞에 펼쳐졌고,곧 강하정에서 차례대로 강하하는 동료들의 모습이 보였다.그들은 익숙하게 추진기를 작동시키며 거대한 쐐기꼴 2개를 능숙하게 완성했다.그의 중대 말고도 엄청나게 많은 수의 강하병들이 강하정에서 떨어져나와 각각의 집결지로 향하는 장면은 실로 장관이었다.
"좋아,다시 말한다.우리의 임무는 적 고사포연대를 작살내 아군 상륙병력의 교두보를 확보하고,우리 지상군이 전개될때까지 뮤턴트를 비롯한 어떠한 위협을 보아도 절대 구역을 이탈하지 않는것이다.질문있나?"
없다는 뜻인 붉은빛이 중대원 전체에게서 깜빡였다.
"좋아.타격조 앞으로."
곧 쐐기꼴 전면으로 다른 대원들과 달리 더 덩치가 거대한 대원 8명이 앞으로 나섰다.그들 등짝엔 소형 반물질포가 장착되어 있었다.상용화된지 별로 안된 이 무기는 최근에 반입자가 주변 대기와 반응을 억제할수 있는 기술이 개발되어 그 실증기로 양산된 것으로,위력은 엄청나지만 아직 사용되는 에너지 문제가 개선되지 않았기 때문에,그리고 엄청난 후폭풍때문에 개인화기로 지급하는건 사실상 불가능했고,대신 강하병들이 강하 전 적의 전력을 약화시키는데 유용하게 사용하고 있었다.
"발사 준비 완료 됐습니다."
타격조중 가장 선임인 김종선 중사가 디스플레이 가득 표시되는 적의 대공미사일 진지를 노려보며 보고했다.슈트 자체의 인공지능인 '캐리'는 극히 수동적인 인공지능이었지만 다른 인공지능보다 훨씬 자유로웠다.사용자의 동의를 받아야 되긴 하지만,비상시에는 자신 임의로 슈트를 움직일수 있었다.이는 함대전보다 빠른 상황판단이 중요하다는 일선 군 장병들과 장성들의 건의에 어쩔수 없이 겨우 허가를 내줘 개발한 최근에 물품이었다.인공지능의 반란을 기억하고 있는 일부 사람들은 또다시 그런 지옥을 겪게 할 셈이냐며 항의했지만 장병들은 환영했다.
"좋아.발사해."
"발사!"
반동에 대비해 몸을 긴장시킨 김 중사 입에서 복창이 나오고,이내 반물질포가 지글거리는 푸른빛 빛덩이를 발사하며 슈트가 한차례 거칠게 흔들렸다.
곧 지상에 착탄한 반입자탄은 엄청난 폭발을 일으키며 착륙점 일대를 말그대로 쓸어버렸다.그리고 미처 대피하지 못한 외계인들과 장비를 먼지 하나도 남기지 않고 싸그리 불태웠다.마치 핵폭탄을 보는듯한 모습이었다.대원들의 바이저가 윙 소리를 내며 적외선 모드로 변경했다.
"착륙까지 30초전.연기로 인해서 거리감각이 없을테니 캐리의 보고를 잘 살피도록."
연기가 가득한 들판 위로,군청빛의 거대한 슈트들이 추진기를 가동시키며 부드럽게 착륙하고는 완벽한 형태의 사주경계를 취했다.온몸이 불에 탄채 형태조차 알아볼수 없는 한 신음하는 외계인을 망설임 없이 쏴버린 대위는 몸에 튀긴 초록색 선혈을 닦아냈다.
"좋아,이 연기 밖을 나가면 아마 적이 대기하고 있을거다.모두 장탄수 확인하고."
중선이 자신의 반입자 병기를 수납하고 레일건을 손에 들었다.옆면의 500이라는 붉은색 장탄표시가 오싹하게 빛을 냈다.
"내 명령에 따라 진격한다.1소대는 나가자마자 델타 지점으로 진격하고,2소대는 중대장조를 따라 람다 지점으로 향한다.3소대는 백업이다.
질문 있나?"
다시 붉은빛이 번쩍였다.
"좋아,돌격!"
몸이 반응함과 동시에 육중한 슈트의 두 발이 움직이며 거대하게 땅이 울리는 소리를 냈다.곧 연기가 걷힌다 싶더니 콩볶는 소리가 귓전을 때렸다.급하게 달려온 보병대인것 같았다.하나같이 역겨운 생김새의 그들은 강하병들의 거대한 슈트는 커녕 얇은 환경보호복만을 입고 실탄화기로 무장한 전형적인 외계인들이었다.하지만 그들 입장에선 강하병들이 외계인으로 보일 것이다.그것도 아주 거대한.
"진격해!저놈들의 실탄화기로는 우리 장갑판을 못뚫는다!"
대위의 군청색 슈트에 수백발씩 총탄이 박히며 수많은 불꽃놀이를 만들어냈지만 움직임에는 전혀 영향을 주지 않았다.대위는 총이라기 보단 대포에 어울릴 법한 레일건을 들고 방아쇠를 당겼다.40mm 탄자가 연달아 발사되며 군데군데 먼지구름을 만들어 냈다.
"이대로 뚫는다!곧 아군이 도착할때까지 이놈들의 저항을 분쇄해야돼!"
전투가 주는 아드레날린에 저들은 우릴 해치지 못한다는 우월감을 고스란히 견뎌낸 대위는 침착하게 적들을 하나씩 쓰러뜨렸다.외계인들도 자신들의 무기가 소용없다는것을 안건지 괴상한 꽥꽥 소리를 내지르며 도망치려 했지만 정치장교인 것처럼 보이는 다른 외계인이 권총으로 도망치는 자들의 머리에 바람구멍을 뚫었다.그러나 문명의 차이는 너무 확연해서,곧 전장은 산발적인 총소리만이 울려퍼졌다.시체가 갈려버린 숲 여기저기에 산처럼 쌓였고,숲엔 죽은자와 죽어가는자의 처절한 비명소리로 가득 찼다.그러나 대위는 이상함을 느꼈다.분명 이 행성에 파견된 목적은 프라노테일 제압이 아닌 뮤턴트 생포였다.이곳엔 뮤턴트들이 가득 찼을 것인데 지금까지 하나도 나오지 않은것은 이상한 일이었다.오싹한 기운이 등뒤를 타고 흘렀다.어디선가 이 전투를 지켜보며 아이들을 씹고 있었을 지도 몰랐다.그리고 전투가 끝나자 긴장이 풀린 우리들을 습격하기 위해 호시탐탐 기회를 노릴수도 있었다.그러나 곧 지상군이 착륙하자 그런 걱정은 사라졌다.거대한 착륙정에서 수많은 남녀 정규군들이 밤새 이곳으로 착륙했고,육중한 다이달로스 중전차 수백대도 위협적인 150mm 자기가속포가 달린 포탑을 뒤로돌린채 줄줄히 수송선에서 내리는 모습은 누가 보아도 장관이었다.곧 간이막사와 이동식 방어벽,총탑이 세워지고,겨우 슈트를 벗은 강하병들은 각자 취미생활을 즐겼다.그러나 대위는 지상군 제 3제대 대장인 폴 프롤스 중장에게 불려가 장교들 사기를 고양한다며 횡설수설하는 연설을 꼼짝없이 듣고있어야 했다.
"이건 이정도로 끝내고,아카이브 대위.자네 말이야."
"예..옙!"
갑자기 자신을 부르는 말에 화들짝 놀라 차려 자세를 갖추는 그에게 슬쩍 미소를 지으며 가까이 다가가 최대한 인자하게 보이려 하며 말했다.
"이번 상륙작전은 자네의 공이 컸어.예상보다 많은 적이 주둔해 있었는데 아주 잘해줬네.이번 건은 상부에.."
그의 칭찬은 이어지지 못했다.남쪽 초소에서 갑자기 소총 파공음이 울려퍼지더니 처절한 비명이 차가운 밤공기를 갈랐다.대위는 홀스터에서 권총을 꺼내고 이를 악물며 달렸다.중장은 허둥대며 보고를 요청했다.무섭도록 겁에 질린 목소리가 조용한 막사 가운데에서 흘러나왔다.
"뮤턴트입니다! 그놈들이 우릴 전부 죽이고...우린 저항해봤지만 어쩔수가 없었습니다.계속 쏘고 또쏴도 총탄은 전혀 맞지않고.."
"진정하고 상황을 보고해! 몇명이야? 또 얼마나 당했어?"
중장이 소형 휴대폰 무전기에 고래고래 소리쳤지만 이미 정신이 나가버린 그 이름모를 장병은 횡설수설 하기만 하고 전혀 도움이 되지 않았다.잠시 침묵이 흐른후에,중장은 능숙한 솜씨로 수색대를 짜기 시작했다.역시 아카디아군 요직에는 아무나 뽑지 않는다는 사실을 새삼 깨달았다.순식간에 대응책 논의가 끝났고 확성기에서 전원 소집 명령이 요란스럽게 흘러나왔다.
대위는 막사로 달려고 대원들을 인솔해 무기고로 들어가 슈트를 착용하게 했다.
"조르주 상병,너는 슈트 입지 말고 대원 두명 뽑아서 먼저 자리잡고 대기할수 있도록.만약 그놈들을 보면 최대한 자극하지 말고 보고해."
조르주 티투 상병은 갈색 눈과 슈퍼모델같이 늘씬한 몸매의,누가 봐도 미인이라고 할법한 외모의,중대 저격수로,코로나 저격학교에서 수석으로 졸업한 그야말로 명사수였다.그녀의 표정에 약간 불쾌감이 스쳐지나갔지만,곧 침착하게 평온을 되찾았다.상병는 항상 들고있던 60mm 대구경 저격총 대신 SALSR-3AM 보병용 저격 소총을 어색하게 견착해 영점을 확인하고는 눈짓으로 소총수 두명에게 따라오라는 눈짓을 보냈다.그들도 명사수로 유명한 브라이언 델릭 일병과,가이와라 유카치 이병이 마찬가지로 어색한 몸짓으로 일반 보병 소총을 들고는 빠른 걸음으로 무기고를 먼저 나섰다.
"좋아,우리도 슬슬 출동한다.절대 방심하지 말고 항상 경계할수 있도록.알겠나?"
"예!알겠습니다!"
우렁차게 복창한 중대원들이 드넓은 무기고 내부에 모아져 있는 슈트에 일사분란하게 탑승했다.
[캘리 부팅 완료.신체 동기화 시작합니다.2%,21%,43%...]
바이저 디스플레이가 하나씩 시동되며 정보가 표시되기 시작했고,곧이어 위이잉 소리와 함께 처음 시동 특유의 시원하고 따끔한 느낌이 온몸을 훑었다.
"좋아,1중대부터 나간다."
"후우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