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사이 눈과 이마의 잔주름이 더 깊게 새겨졌다. 김수지 하사의 아버지 김준호는 부쩍 늙어 피부가 푸석했고, 가끔 눈을 끔뻑일 때마다 눈가의 주름이 길어져 얼굴 옆 관자놀이까지 퍼졌다. 그는 못 박힌 듯 문 앞에 서있었다.

성실한 농민 노동자인 그는 사후세계라던가 그런 일체의 종교적이거나 초자연적인 믿음이 없었다. 사회주의적 사상에서 세상은 물질로만 존재하고 그 너머의 설명할 수 없는 존재, 신이라던가 영혼이라는 것은 지배계층이 종교를 통해 피지배계층을 교화하고 순종적이게 하고 사회 지배질서의 유지를 위해 자신을 희생하도록 이용하는 수단일 뿐이다.

 

따라서 귀환이라는 단어는 옳지 않다. 나의 딸 수지는 그저 복원되었을 뿐이다.’

 

이를테면, 그의 딸 수지에게 영원불멸하는 영혼이 있어서 그 영혼이 이 딸아이의 모습을 한 새로운 육체에 깃든 것이 아니라는 말이다. 행여나 생중계 중에 이런 취지의 발언을 하면 그의 일가족은 북극으로 추방될 수도 있으니 이는 미리 짚어두고 주의할 문제라는 점을 알만큼 그는 명민했다.

 

김준호 선생님, 이순애 선생님 두 분, 따님을 다시 뵐 준비 되셨습니까?”

 

담당P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