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나가는 한마디 : 형식에 구애를 받지 않고, 자유로운 주제를 짧게, 부담 없이 이야기하는 공간입니다.
수직이착륙 항공기 이야기가 갑자기 유행어가 되어서 도대체 무슨 일인지 찾아보니... 선거 때문이더군요.
개인적으로 수직이착륙기에 대해서는 1994년에 반한 후부터 '빠돌이'에 가깝게 오랫 동안 관심을 가져왔기 때문에...
그것에 대한 이야기를 하려고 합니다 - 당연히 현재는 수직이착륙 군용기뿐입니다.
실제로 수직이착륙 민간항공기(화물용이든 여객용이든)는 지금 현재에도 개발되거나 시판되는 게 없는 상태이고,
항공기에서 무엇보다도 중요한 안전성 및 경제성 때문에 향후에도 나올 가능성이 매우 부족하다고 보입니다.
지금 선거에서 잠시 논란이 되는 것은 아마도 선거 후 모두들 다 깨끗이 잊어버릴 테구요.
수직이착륙기를 매력적이라고 생각하게 된 계기는, 1994년 개봉한 영화 [트루라이즈] 때문이었습니다.
해리어기를 활용하여 이륙하고, 공중에서 균형을 잡아가면서 액션을 벌이고, 무사히 착륙하는 장면이 모두 나옵니다.
1987년에 나온 [탑건]이 항공모함과 (전통적인 고정익) 전투기의 모습을 세상에서 가장 멋지게 다룬 영화라고 한다면,
1994년에 나온 [트루라이즈]는 여기서 한 단계 더 업그레이드하여 수직이착륙 전투기의 모습을 멋지게 다루었습니다.
SF라는 장르를 좋아하는 마음 속에는 이런 군용 전투기를 좋아하는 마음이 더 깊이 자리하고 있었던 것이 아닌가 싶은데,
개인적으로 과거 F14 톰캣에 대해 가지고 있었던 로망은 이후 해리어 전투기 쪽으로 급속히 이동했습니다.
해리어기는 무려 1960년대 후반 아폴로 시대에 만들어져 실전배치되었던 노땅 전투기였고, 복잡한 것도 아니었습니다.
고출력 엔진을 달아놓고 엔진 방향을 돌려서 하늘로 띄운다는 개념을 갖고 있는 어찌보면 단순하고 현실적인 기체입니다.
6.25 전쟁 당시 산지가 많은 나라에서는 전투기를 운용할 수 있는 비행장을 제대로 확보하는 게 어렵다는 것을 깨달아서,
한국과 같이 지형이 열악한 전장에서도 운용할 수 있도록 하자는 목표로 개발된 게 수직이착륙 전투기라고 하니...
한국에서 벌어진 국제적인 대전쟁이었던 6.25 전쟁의 나비효과로 나온 것이 수직이착륙기 해리어 전투기이기도 합니다.
오래 전에 개발된 것이고, 개념이 복잡할 것도 없지만,
그 못지 않게 현실적인 문제가 존재하는 것이 수직이착륙기입니다.
무엇보다 수직으로 이륙하고 착륙하기 위한 엔진 출력을 한 없이 계속 크게 키울 수 만도 없어서,
전투기가 탑재할 수 있는 장비의 중량 면에서 상대적으로 손해가 크다는 것이 가장 큰 문제입니다.
전투기는 빨라야 하고, 잽싼 기동이 가능해야 합니다. 그리고 다양한 무기를 탑재할 수 있어야 합니다.
무기가 너무 많아서 무거워지면, 빠르고 잽싼 움직임이 당연히 불가능합니다 - 그래서 폭격기와 전투기는 다른 장르의 물건입니다.
전투기도 무기를 탑재할 수 한계가 있고, 하늘에 뜨고 땅에 내리는 한계, 그리고 잽싸게 전투를 벌일 수 있는 한계 내에서 정해집니다.
활주로를 활용하는 전투기나 폭격기는 일단 엔진이 아주 고출력이 아니어도 많은 무기와 짐을 싣고 뜰 수 있고 착륙하는 게 가능합니다.
활주로를 달리면서 부양하는 공기의 힘을 이용하여 하늘에 뜨고, 또 내리기 때문에... 중력과 공기 저항을 활용할 뿐, 거스르는 것은 아니죠.
그런데 수직이착륙기는 온전히 고출력 엔진의 힘 만으로 중력의 힘과 공기 저항을 거슬러서 위로 올라가야 하고,
착륙할 때도 빠르게 떨어지려 하는 중력의 힘을 거스르며 속도 조절을 하면서 천천히 내려와 안착해야 합니다.
다시 말해 수직이착륙기는 그저 수직으로 뜨고 내리기 위해서만으로도 아주 큰 엔진의 힘이 많이 많이 필요해집니다.
게다가 무거워질 수록 그것이 더 어려워집니다 - 엔진이 더 커지고 고출력이어야 하며, (가능하다면) 많이 필요합니다.
실제로 해리어기의 경우 장착 가능한 무기를 모두 탑재할 경우, 수직으로 이륙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할 정도입니다.
착륙 역시 만만찮은데, 수직 착륙은 대단히 위험한 일이고, 또 엔진 출력으로 중력을 이겨내야 하므로 제어도 어렵습니다.
그래서 수직이착륙기 해리어 등도 불가피한 상황이 아니면 (전통적인) 활주 방식으로 이륙하고 착륙하는 게 정석입니다.
그 많은 무기를 주렁주렁 다 달고서는 아예 수직이착륙 방식으로 뜰 수도 내릴 수도 없다는 것 역시 잘 알려진 사실이구요.
물론 1960년대의 기술과 2020년대의 기술이 같을 수가 없지만,
의외로 항공기의 엔진 기술은 지난 60년 동안 획기적으로 좋아진 것도 아닙니다.
앞으로도 얼마나 더 좋아질 수 있을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중력과 공기저항이라는) 자연의 법칙을 거스르는 것이 수직이착륙기의 기본 컨셉이어서,
기본적으로 안전성과 경제성을 무시하고 있고 무지막지한 엔진을 개발해서 달아야 하는데...
수요가 있어야 돈을 들여서 수직이착륙 기술의 근본적인 고도화를 위한 고출력 엔진을 개발하는데,
실제로 (군용이든 민간이든) 수직이착륙기에 대한 수요가 별로 없으니 기술 개발도 그저 그런 수준입니다.
1967년 개발되어 1969년 현역으로 배치되기 시작한 것이 해리어 전투기인데,
해리어II 전투기가 개발되어 현역으로 실전 배치되기 시작한 것은 2006년부터였습니다.
무려 40년 걸려서야 겨우 두 번째 버전의 기종이 나와서 실전 배치될 수 있었다는 것입니다.
이는 해당 기술이 그리 매력적이지 않다는 것과, 의미있는 기술의 진보가 극히 어렵다는 것을 반증합니다.
무엇보다 수직이착륙을 가능하게 하는 고출력 엔진을 달아 놓는 것이 만만한 일이 아니고...
해당 엔진이 고장이라도 나면 당연히 활강 방식으로 착륙해야만 하는 것이 현실입니다.
항공기 운용 중에 엔진 고장이 드물지 않기 때문에, 수직이착륙 기능만 믿고 활주로를 없앨 수도 없습니다.
엔진 고장나면 활주로를 통해 해당 항공기를 착륙시켜야 기체도 조종사의 목숨도 구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수직 이착륙기도 랜딩 기어 있어야 하고 바퀴도 있어야 하고 고정익 전투기의 모든 기능이 다 필요합니다.
수직이착륙기가 군용기 - 특히 가볍고 날렵한 전투기로 도입된 지 50 여년의 세월이 흐르면서,
이제 해당 기술은 분명한 장점과 한계가 있다는 것이 거의 증명된 상황이고, 보조적인 기술로 인식되고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SF만화나 영화에서처럼 수직이착륙기가 항공기의 기본 컨셉이 되는 것을 꿈꾸고 있지만...
현실이 되기 어렵다는 것은 잘 알고 있습니다.
2021년 한국이 수직이착륙기 전투기를 도입한다면서 록히드마틴의 F-35B를 채택한다고 발표했을 때,
개인적으로 수직이착륙기 빠돌이었지만 전투력을 포기하면서까지 저 물건을 채택해야 하는가 의문이었습니다.
현존하는 모든 전투기들 중에서 가장 비싸고, 전투 사양은 상대적으로 많이 떨어지는 것이 F-35B 기체였으니까요.
그 만큼 수직이착륙 기술을 위해서 희생한 것이 많은 것이고, 또 그 덕분에 허접한 전투력을 갖출 수 밖에 없는 것이죠.
사족으로...
민간항공기를 수직이착륙 방식으로 전환하겠다는 의견은 그냥 웃자는 것으로 넘어가려 합니다.
여객기를 수직 방식으로 착륙하려고 하면 그 자체만으로 무척 위험한 일이어서 그것 만으로도 사람 여럿 잡을 것 같고,
또 하늘에서 엔진 고장이 발생하면 활주로가 있는 공항에 착륙해야 하는데 그 활주로를 없앤다고 하니 답이 안나옵니다.
('설리:허드슨 강의 기적'에서 엔진 고장난 여객기를 허드슨 강에 착륙시켰듯이, 그러면 한강에 착륙시키면 된다는 생각인 것인지?)
더 나아가 해리어나 F-35B처럼 수직이착륙 전투기들도 무기를 다 장착하면 중량 문제로 수직으로 이륙조차 제대로 못하는 판인데,
여객기가 그 많은 사람과 짐을 다 싣고 수직 이륙과 수직 착륙을 하려면... 고출력 엔진도 새로 개발해야 하고, 경제성은 완전 꽝입니다.
이륙과 착륙을 위해 지금의 방식보다 훨씬 더 많은 에너지를 사용해야 하므로, 항공기용 기름을 훨씬 더 많이 사용해야 할 것인데...
당연히 항공기도 비싸지고, 이륙과 착륙에 들어가는 연료도 많이 들어가므로, 비행기 표 값도 많이 오를 수 밖에 없습니다.
지금 현재 글로벌하게 전계적으로 여객기 운항을 수직이착륙 방식으로 바꾸겠다는 의견이 존재하는 지 그 조차 의문인데,
상식적으로 경제성과 안전성 가장 중요한 두 가지 측면에서 모두 꽝이어서... 채택되기는 쉽지 않아 보입니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수직이착륙으로 비행기가 뜨고 내리는 세상이 오면 좋겠습니다.
그냥 오랫 동안 수직이착륙 항공기를 좋아했기 때문에, 그 자체가 개인적인 로망인 것은 맞습니다.
이건 그저 오타쿠다운 덕질인 것이지, 현실적인 판단이 아닌 것이죠.
두번째 사족...
드론 영역에서도 활강형 고정익 드론이냐, 수직이착륙 가능한 회전익 드론이냐는 논란 거리가 있습니다.
활강형 고정익 드론이 기체는 훨씬 더 쌉니다 - 하지만 바람의 영향을 많이 받고, 착륙 시 파손도 발생합니다.
수직형 회전익 드론은 배터리도 무거운 것을 달아야 하고, 운영비도 드론 자체 가격도 더 비싸다고 봐야 합니다.
드론의 목적에 따라 채택하는 기종에 차이가 있기는 한데...
2019년만 해도 도시 안전 / 농작물 생육 모니터링 등을 위하여 영상 카메라를 통해 센싱을 할 때,
주로 수직형 회전익 드론을 채택하여 드론을 날리고 영상 데이터를 수집하는 것이 더 일반적이었습니다.
그런데 2021년이 되니 속속 활강형 고정익 드론으로 바꾸더군요 - 더 싸고, 운용하기 편하다는 것이 이유였고,
가성비 면에서는 수직형 회전익 드론에 비할 수도 없을 정도로 활강형 고정익 드론이 유리하다는 설명이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수직형과 활강형 드론이 서로 가진 장단점이 달라서 둘 다 가치 있게 활용될 것으로 보입니다.
오프로드로 달릴 수 있는 자동차와 강을 건널 수 있는 자동차가 분명 존재하지만 여전히 다리를 짓고 도로를 까는 것과 같은 얘기죠.
회전익과 고정익 사이의 미묘하게 간지러운 부분을 긁어주기 위해 등장한 기술이 틸트로터인데, 이미 AW609와 같은 기종이 출시를 눈앞에 두고, 틸트로터 항공기는 다양한 국가에서 다방면으로 연구되고 있는 만큼, 큰 사이즈의 틸트로터 여객기가 나올겁니다. 하지만 어디까지 틈새시장이라 동체가 오스프리보다 커지긴 힘들거고, 도시와 도시 혹은 도시와 공항을 이어주는 도심항공모빌리티 쪽으로 활용되겠죠.
막스 베버는 여러가지 면에서 유니크한 존재이지만,
무엇보다 자본주의 작동원리를 처음으로 규명한 철학자이자 사회학자라는 것이 중요합니다.
오늘날에는 막스 베버를 경제학자의 시조로 보는 시각도 좀 있습니다 - 마르크스와 마찬가지로 말이죠.
막스 베버가 쓴 [프로테스탄트 윤리와 자본주의 정신]은 10년 여 전부터 제대로 읽어보려고 도전했었는데,
본문은 얼마 되지도 않는데도 제대로 쫓아가기 어려워서 띄엄띄엄 10 년 동안 천천히 읽고 있습니다.
[프로테스탄트 윤리와 자본주의 정신]에는 전설적인 명언이 등장합니다.
"공무원(관료)는 영혼이 없다"라는 말이고, 이는 공무원(관료)은 한 쪽에 치우쳐서는 안된다는 표현입니다.
즉, 공무원(관료)는 늘 국민 전체를 생각해야 하고, 이익단체나 수권단체(정당) 한쪽 편을 들면 안된다는 것이죠.
실은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성 및 이익단체에 대한 중립성이 매우 엄정한 가치임을 역설한 훌륭한 가치관입니다.
그런데, 이 말이 어느 순간부터 전혀 다른 뜻으로 사용되기 시작하였습니다.
MB 취임 전 대통령인수위원회가 가동되었을 때 - 공무원(관료)들의 불쌍한 위상을 대변하는 말이 되었죠.
노무현 정부 때 보류된 내용을 MB 정부에서 적극 진행하겠다고 하는 내용에 대하여, 왜 갑자기 뒤집혔냐고 묻자...
"공무원은 영혼이 없다"면서 관료들이 하소연하는 식으로 해명을 한 것이 그대로 언론에 노출되면서...
갑자기 "공무원은 영혼없는 무뇌아들"이라는 식의 뉘앙스로 저 말이 회자되기 시작한 것이죠.
공무원들의 정치적 중립성, 이익단체에 대한 중립성을 강조한 아주 훌륭한 가치관을 담은 킬링 컨텐츠가,
난데 없이 공무원들은 그저 로봇처럼 윗 사람이 하라는 대로 하는 XX같은 존재로 격하시키는 말이 된 것입니다.
지금 새로운 대통령이 취임하고 나서,
산자부 공무원들이 탈원전 시기에 진행하던 정책을 모두 부정하고 있고,
"신내림" 때문에 탈원전에 반대하는 자료를 모두 지웠다고 어처구니 없는 변명을 했던 것이 회자되면서...
또 다시 막스 베버가 했던 "공무원(관료)는 영혼이 없다"라는 말이 재차 회자되고 있습니다.
실은 막스 베버의 말 대로 움직이는 공무원이라면,
대통령이 어느 쪽 정당에서 배출되었든 장관이 누구든 하여 간에,
수권정당이든 이익단체든 누가 뭐라고 압력을 넣든 간에 한 쪽에 치우치지 않고,
대쪽같이 조사한 자료를 그대로 제출하고 버티는 것이 공무원의 참된 자세입니다.
그런 모습이야 말로 막스 베버가 말했던 "공무원(관료)는 영혼이 없다"가 의미하는 참된 가치를
진짜로 현실에서 실천하고 있는 올바른 공무원의 모습일 것입니다 - 베버가 말한 것은 이런 모습이었습니다.
그런데 지금 한국에서는...
"공무원(관료)는 영혼이 없다"는 말이,
"생각도 영혼도 없이 그저 윗분 지시에 따르는 공무원"으로 묘사되고 있습니다.
진짜배기와 정반대로 사용되는 저 경구를 보면서, 한 편으로는 한심하기도 하고...
또 한 편으로는 현실이 시궁창이어서 이 지경이 되었다는 생각도 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