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작 연재 게시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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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단편은 scilib.net에서 무료로 배포되는 작품을 번역한 것이며
본인은 해당 작품의 원작자가 아니며 번역하는 데 있어서 아무런 상업적 의도가 없음을 밝히는 바입니다.
다만, 원작자에게서 직접 연락하여 허락을 받은 것은 아니므로 문제가 될 시에는 자체 삭제하겠습니다.
원작자 :
알렉산드르 이바노비치 아브라모프,
세르게이 알렉산드로비치 아브라모프
제 3 장
오를리아
그 후부터 저는 불면증에 시달리기 시작했습니다.
똑같은 악몽 때문에 세 번씩이나 깨어난 적도 있죠.
그 악몽들은 모두 비슷한 의미를 가지고 있는 것 같았습니다.
먼저 저는 사람들로 꽉 찬 거리를 보았어요.
자동차나 버스는 전혀 없었습니다.
서로 어깨를 맞댄 채 빽빽하게 서 있는 사람들 뿐이었어요.
모두 똑같은 헤어스타일을 하고 검은 양복을 입은 남자들이었죠.
그들은 모두 얼굴을 위로 향한 채 저만 쳐다보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영화의 한 장면처럼 거리의 모습이 점점 확대되더군요.
좀 더 자세히 보니 그들은 모두 저와 똑같은 얼굴을 하고 있었습니다.
절 닮은 수 천개의 눈이 저를 향해 뭔가 심각하면서도 무서운 질문을 던지고 있었어요.
대체 이게 뭐지?
마침내 악몽에서 깨어난 저는 일어나 침대에 않아서 죽은 듯이 가만히 있었습니다.
그 때 벽시계가 한 번 울리더군요. 밤 한 시였던 겁니다.
악몽의 기억을 떨쳐버리기 위해 저는 밤의 고요함에 귀를 기울였으나 시계가 똑딱거리는 거 외에는 아무 것도 듣지 못했습니다.
'별 X꿈도 다 있네' - 이렇게 생각한 저는 다시 침대에 누워 잠이 들었습니다.
이번에는 꿈 속에서 뭔가 다른 모습의 거리를 보았습니다.
보이지 않는 가로등의 흐릿한 불빛만이 있는, 캄캄하고도 텅빈 거리 말입니다.
정체불명의 어떤 사람이 저를 향해 곧바로 걸어오고 있었어요.
결국엔 그와 서로 마주치게 되었죠.
그런데 그의 얼굴도 저와 똑같았습니다. 역시 차가운 눈빛으로 뭔가 저한테 질문을 던지고 있었죠.
문득 저희들 중 누군가가 말했습니다 :
'친근함은 완전하고도 완벽해야 한다'
그 다음에 우리는 바로 앞에 있는 안개 덩어리 속으로 걸어 들어갔는데, 그 안개 덩어리는 제 침실과 비슷한 형태였어요.
여기서 저는 제가 깨어났다는 것을 알아챘지요.
그 때 시계가 세 번 울렸습니다. 그렇다면, 밤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는 뜻이겠지요.
반쯤 열린 창문에서는 런던의 습기가 스며 들어왔습니다.
갑자기 소름이 끼친 저는, 제 바로 옆 탁자에 있던 브랜디 병을 집어서 들이켰습니다.
담배 한대 피운 다음 기지개를 펴면서 이런 생각을 했지요: 대체 그 꿈은 무슨 뜻이었을까?
하지만 오래 고민할 수가 없었습니다.
왜냐하면 졸음이 쏟아져서 곧바로 잠이 들었거든요.
마지막 세 번째 꿈은 방금 전에 꿨던 두 꿈들의 종합 세트였습니다.
그 꿈에서 저는 아주 커다란 원형 거울 앞에 서 있었습니다.
거울 양쪽에는 세 갈래 촛대 두 개가 나란히 타오르고 있었지요.
원형 거울에 비친 저의 모습에는 눈이나 귀가 없었습니다.
눈이 있어야 할 곳에서는 녹색 불꽃이 타오르고 있었어요.
그것은 다음과 같이 말하고 있었습니다 :
"나에겐 너의 눈이 필요하다. 너가 보는 것을 나도 볼 수 있도록.
나에겐 너의 귀가 필요하다. 너가 듣는 것을 나도 들을 수 있도록.
나에겐 너의 피부가 필요하다. 추위와 더위를 느끼기 위해서.
나에겐 너의 뇌가 필요하다. 너가 즐거워하는 것을 나도 즐거워할 수 있도록. 너가 무서워하는 것을 나도 무서워할 수 있도록.
너가 놀라워하는 것을 나도 놀라워할 수 있도록."
그렇게 전 다시 세 번째로 깨어났습니다.
제 이마가 차갑고 축축한 것을 보니 "식은 땀"이라는 표현은 단순히 문학에서만 쓰이던 표현이 아니더군요.
그 동안 시계는 새로운 아침의 시작을 알리느라 줄기차게 울어대고 있었습니다.
저는 샤워를 하고 옷을 입은 다음 베이컨과 달걀 후라이를 요리하다가 문득, 책장이 뭔가 이상하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처음에는 뭔지 잘 몰랐지만 시간이 지나니까 알겠더군요 : 책장 위에 놓여있는 셰익스피어의 대리석 흉상이 사라진 겁니다.
어제까지만 해도 확실히 그 자리에 있었는데 말이죠.
책상 윗부분에 꽂힌 "수 백만번의 참회로 얻은 이성 한 조각"을 꺼내면서 분명히 봤습니다.
그 책은 셰익스피어와 동시대인이었던 로베르트 그린이 썼죠.
심지어 저는 저 흉상에서 먼지를 털어내면 얼마나 좋을까...라고 생각까지 했습니다.
매일 소머필드 아주머니가 제 방을 청소하시곤 했지만, 저 곳까지는 키가 닿지 않으셨으니까요.
하지만 대체 그게 어디로 갔을까요?
무거운 물건이라서 옮기기도 쉽지 않을텐데 말입니다.
그렇다면 누가 옮겼을까요?
로잘리아 소머필드 아주머니 외에는 제 머리에 떠오르는 사람이 없었습니다.
저는 복도로 나가 근처에 살고 계시던 소머필드 아주머니를 큰 목소리로 불렀습니다.
몇 분 정도 지나자 아주머니께서 따뜻한 담요로 몸을 두른 채 모습을 드러내셨습니다.
"무슨 일이 있나요?"
저는 책장 위를 가리키면서 말했습니다.
"혹시 저걸 어디다가 치우셨나요?"
아주머니께서는 질문을 이해 못하시더군요.
"뭘 말인데요?"
"셰익스피어요? 책장 위에 있던 흉상 말입니다"
"저는 거기에 손댄 적이 단 한번도 없습니다" - 뭔가 자랑스럽다는 듯다는 태도로 그 분이 말했습니다.
"떨어져서 깨진 게 아닐까요?"
"제가 그걸 왜 숨기겠습니까?" - 아주머니의 말에서는 벌써 짜증이 솟구치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전 그게 거기 있는 걸 분명히 봤는데요"
로잘리아 소머필드 아주머니는 마치 용수철처럼 바짝 긴장했습니다.
"혹시 날 의심하는 건가요?"
"아닙니다, 소머필드 아주머니! 전 그저..."
그러나 그녀는 제 말을 끊었습니다.
"오로지 당신과 저만 이 방 열쇠를 가지고 있습니다.
따라서 저는 경찰을 부르겠어요. 참고로 필비 경사님은 아직 출근 안하셨어요"
건물의 복도 맨 끝방에서 살고 계시던 필비 경사님은 완전히 복장을 차려 입은 채 제 방에 들어오셨습니다.
별로 내키지는 않는 모습이셨지만.
"이 여성분의 말에 따르면 당신이 절도 신고를 하고 싶어한답니다.
제가 아직 근무 중은 아닙니다만, 만약 원하신다면 신고를 접수해드리겠습니다"
"아뇨, 전 신고할 마음이 없습니다." - 제가 다급한 목소리로 말했죠.
"무슨 심각한 일이 아니에요. 불평불만이 있는 것도 아니고요"
"이 방의 두 번째 열쇠는 제가 가지고 있습니다, 경사님" - 로잘리아 소머필드 아주머니가 대화에 끼어들었습니다.
"그리고 어제 클라이드 씨의 방에 누군가가 들어간 적도 없습니다.
따라서 저한테 흉상 절도 혐의가 있는 거죠.
하지만 어젯밤 12시경에 저는 12번 방에 살고 있는 미시스 윈톤과 함께 있었습니다.
둘 다 불면증에 시달리던 저희들은 새벽 3시까지 마리 앙투아네트의 카드 놀이를 하고 있었던 말입니다.
따라서 경사님, 당시 클라이드 씨가 자고 있던 방 안으로 제가 조용히 들어와서
책장 위에 있는 흉상을 훔친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입니다.
저는 경사님께서 제 진술을 기록으로 남겨주실 것을 단호하게 요구하는 바입니다"
"소머필드 아주머니!" - 제가 애원하는 목소리로 말했습니다.
"그 흉상은 어디에 있었읍니까?"
순간 책장 위를 바라본 저는 말 그대로 얼어붙었습니다.
셰익스피어 흉상이 거기 있었으니까요.
이후 벌어진 일들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으려 합니다.
필비 경사님은 즐거움에 사로잡히셨고, 로잘리어 아주머니께서는 마치 왕실 검사관이 낼 법한 목소리로 저와 대화하셨지요.
"그런 마술은 서커스에서나 보여주세요, 젋은 양반. 난 과학자한테 방을 빌려줬지 마술사한테 빌려준 적은 아니예요"
물론 저한테는 이런 상황이 하나도 안 웃겼습니다.
저는 생각에 잠긴 채 계속 서 있었습니다.
"대체, 대체 무슨 일이 일어난거지? 먼지쌓인 대리석과 아침 햇살이 만나 일종의 광학적 마술을 부린 건가?
아냐, 빛은 여기에 아무런 상관도 없어. 책장은 어두컴컴한 방 안 구석에 놓여져 있잖아"
하지만 얼마 안 있어 저는 더 큰 충격에 사로잡혔습니다.
식탁 위에 놓여져 식을대로 식은 달걀 후라이 바로 옆에 왠 담배 파이프 하나가 놓여져 있었던 겁니다.
5분 전만 해도 그건 거기에 없었을 뿐만 아니라, 아예 여기 있을 리가 없었습니다 : 저는 파이프로 담배를 핀 적이 없거든요.
게다가 전 그 파이프가 도니 교수님의 것이라는 사실을 알아차셨습니다.
어제 저희가 강의실 입구에서 대화할 때 교수님께서 피시던 파이프랑 똑같았거든요.
어쩌면 그 분이 이걸 실수로 제 잠바에 넣으셨던 걸까요?
아님 설마 내가 훔쳤나?
하지만 도니 씨는 만화에서나 나올 법한 그런 주의산만한 교수님이 아니셨고,
전 도굴꾼이 아니었습니다.
제 기억은 확실했습니다 : 분명히 그 때 도니 씨가 이 파이프를 물고 계셨다니까요.
제가 교수님한테 전화를 걸자 그 분은 느릿느릿한 목소리로 대답하셨습니다.
"무슨 일이 있나, 몬티?"
"제가 아니라 반대로 교수님한테 무슨 일이 일어난 듯 싶은데요"
"맞아 맞아. 파이프를 잃어버렸지 뭐냐. 이게 웬 날벼락인지!"
"제가 그걸 6번 강의실 문 앞에서 찾았어요"
"잘했구나, 몬티! 이 노인을 기쁘게 해주다니 참 고맙네"
하지만 전 하나도 기쁘지 않았습니다.
이 우돌프의 비밀은 도니 씨의 저택에서부터 절 계속 따라다니고 있었어요.
아직도 저는 신비한 힘에 의해 조종되는 인형일 따름이었습니다.
점심이 되기를 기다리고 기다린 저는, 마침내 대학 근처에 있는 단골 카페에서 벨과 수지를 만날 수 있었습니다.
바로 이 곳에서 제가 모파상의 "오를리아" 이야기를 꺼낸 거죠.
"하지만 그건 신비주의잖아!" - 수지가 소리를 질렀습니다.
"신비주의 맞지" - 벨이 수긍했습니다 - "한 미쳐버린 작가의 상상일 뿐"
"나도 지금 미쳐가고 있는 것 같애" - 제가 말했습니다.
"근데 그걸 남한테 말할 필요까진 없잖아"
"이제 어쩌지?"
"수지가 말한 표현대로, 실험을 계속 진행해야지. 그것도 우리와 함께"
"그게 무슨 뜻이야?" - 수지가 불안해했습니다.
"오늘 우리는 몬티랑 같이 밤을 보낼 거야. 오를리아가 실제로 어떻게 작동하는지 봐야지.
우리가 오를리아에게 방해가 되지 않기만을 빌어야겠네."
"나 무서워" - 수지가 말했어요.
"뭐가? 귀신들? 넌 그런 거 안 믿잖아. 너한테 있어서 이 세계의 모든 것들은 입자와 파동과 장의 움직임일 뿐이지.
한 번 오를리아의 마술을 과학적으로 검증해 보자고"
"근데 넌 믿냐?"
"아직 모르겠어. 그게 사람일지 동물일지. 생물일지 무생물일지. 물질일지 에너지일지.
우리의 과학으로 설명이 불가능한 것일 수도 있고 아니면 새로운 첨단 과학을 필요로 하는 것일 수도 있지.
예를 들면 순간이동, 염력, 투명 망토 혹은 초전도 물체처럼 말이야. 오래 살다 보면 언젠간 알게 되겠지"
"만약 이상한 점을 발견 못하면 어떡해?"
"그러면, 그게 몬티와 계속 접촉하기를 바랄 수 밖에"
저는 더 이상 참을 수 없었어요 :
"넌 이걸 접촉이라고 부르냐?"
"그럼 넌 모파상의 해석이 더 낫다고 보냐?"
결국 항복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사실 벨의 제안은 꽤 괜찮았습니다 : 세 명이서라면 그렇게 무섭진 않을 테니까요. 아마도.
혹시 오를리아가 여기에 매력을 느껴서 우리와 직접 접촉할 가능성도 있잖아요.
결국 그렇게 하기로 정했습니다.
술집에서 저녁을 빠르게 흘려보낸 우리는 밤 11시가 되서야 방에 도착했습니다.
유령과 뱀파이어와 마녀가 모습을 드러내기 딱 한 시간 전이었죠.
불을 켜고 방 안을 살펴보던 저는 소스라쳤습니다.
"뭐냐?" - 벨이 물었습니다.
"걔가 소파를 방 중앙으로 옮겼어!"
"심지어 시계까지 조작했어"
벽시계를 보면서 전 이렇게 중얼거렸습니다 :
"시계 바늘을 두 시간 앞으로 돌렸네"
"잠깐. 걔들은 지금 거꾸로 가고 있어. 반대로 바늘이 돌고 있다고.
그러니까 지금 그 시계는 11시 5분이 아니라 1시 5분전에 맞춰져 있어야 정상이야. 밤 1시가 아니라, 낮 1시.
정말로 시계는 거꾸로 가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건 기계를 통째로 개조해야 가능하잖아. 그것도 장비 하나 없이!"
"아마도 그렇겠지"
"왜 그랬을까?" - 수지가 궁금했습니다.
"실험을 하는 거죠, 아가씨야. 그도 너처럼 실험 정신이 투철하거든"
"우리가 무슨 실험을 할지 기대되는군"
"모파상의 방식대로 하지. 탁자 위에 우유, 물과 빵을 놔둔 다음 식탁보로 덮어. 아침이 되면 그게 뭘 먹었는지 알 수 있을 거야"
정말로 그렇게 했습니다.
우유로 가득 찬 도자기, 물이 들은 유리병과 그릇에 담긴 빵을 탁자에 올려놓은 다음 빵만 식탁보로 덮었죠.
그리고 기적을 기다렸습니다.
하지만 기적은 오지 않았습니다 - 모든 것이 제자리에 그대로 있었고, 아무것도 움직이거나 사라지거나 꺼지지도 않았습니다.
12시가 되자 우린 자기로 했습니다.
저와 벨은 그대로 거실에 남아 있었지만,
수지는 옆 방에서 우리들이 있는 쪽으로 문을 활짝 열어 놓은채 푹신한 소파를 끼고 잠들었습니다.
아무래도 핵 물리학은 그녀를 미신에서 구해내지 못했나 봅니다.
갑자기 뭔가 쨍그랑거리는 소리가 났습니다.
저는 벌떡 일어나 침대에 앉았죠. 벨도 마찬가지였습니다.
"들었냐?" - 그가 물었습니다.
"전화기인가?"
"이건 전화기가 아냐. 유리병 깨지는 소리지"
저는 침대에서 일어나 불을 켰습니다. 그와 동시에 잠옷을 입은 수지가 거실로 고개를 내밀었죠.
"무슨 일이야?"
전 아무 말도 없이 식탁을 향해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도자기에 들어있는 우유는 거품덩이로 변해 식탁과 그 밑에 있는 양탄자로 온통 흘러넘친 상태였습니다.
물은 꽁꽁 얼어서 유리병을 압박하고 있었고요.
단 식탁보로 덮인 빵덩이만 그대로 있었습니다.
벨은 남은 우유를 손가락으로 만져보았습니다.
"따뜻해, 아무래도 우유가 끓어서 증발한 것 같군"
"뭐, 끓었다고? 자기가 저절로?"
벨은 자신의 이마 앞에 손가락을 올린 후 뒤흔들었죠.
"아니, 우유는 전기 렌지로 덥혀졌고 물은 냉장고 안에서 얼어붙은 거야"
"흥미롭군" - 저는 이렇게 말하면서 그의 조롱을 무시했습니다.
"빵한테는 더 재밌는 일이 일어났어" - 벨은 식탁보를 치운 다음 빵을 집어들었습니다.
"그냥 그대로잖아!" - 수지가 놀랬습니다.
"단지 10배 더 무거워졌을 뿐이지"
벨이 빵을 손에서 놓자, 마치 다리미가 떨어진 것처럼 쿵 소리를 내며 식탁으로 떨어졌습니다.
"빵의 모양으로 만들어진 순수 금속, 아니, 합금이야"
우리는 아무 말도 없이 서로를 바라보았습니다.
실험을 진행하긴 했는데, 알 수 없는 건 하나도 없었죠.
누가, 언제, 어떻게 같은 질문을 수 백번 서로에게 던질 수도 있었지만 이에 대한 대답은 그 누구에게도 없었습니다.
"이제 어쩌지?" - 제가 물었습니다.
"뭔가 "보이지 않는 자"가 있다는 건 확실해" - 곰곰히 생각하던 벨이 대답했습니다.
"그의 활동은 눈에 보이나 이해할 수는 없어. 어쩌겠냐? 실험을 계속하면서 기다릴 수 밖에."
"근데 넌 그게 지성을 가졌다고 믿니?"
"내가 확신하는 건 단 하나야. 이건 사람도 아니고, 웰스가 말한 "투명인간"도 아냐. 또 우리와 전혀 다른 지성을 가지고 있어.
하지만 지성인건 확실해. 그것이 지금까지 한 모든 행동들에는 자신만의 논리가 있어.
우리의 물리적 세계를 파악하려는 어떤 열정을 가지고 있다고나 할까.
고체, 유체, 기체, 유기 혹은 무기 물질까지 포함해서.
내 생각에 그것은 생명에 위협적이지 않다. 그러니까 지구의 생명체에 대해서 말이지.
어쩌면 이건 좀 성급한 결론일지도 모르겠는데, 나는 지금까지 그것의 행동에서 어떤 악의를 느끼지 못하고 있어.
촛불을 꺼트리지만 부러트리지는 않아. 전구를 켜지만 타게 만든 적은 없어.
셰익스피어의 흉상을 사라지게 했으나 다시 원래 있던 장소에 되돌려 놓았고,
담배 파이프를 다른 곳으로 옮기긴 했지만 완전히 없애버리지도 않았고.
물과 빵과 우유의 경우는, 그 구성 요소를 파악하거나 형태를 변화시키기 위한 일종의 무해한 시도라고 할 수 있어.
우리들 중 그 누구도 해를 입지 않았잖아. 심지어 저기 있는 파리들도 멀쩡하게 자고 있는데"
저는 그의 말을 도중에 자르지 않고 끝까지 들었습니다.
확실히 이 러시아 출신의 과학자는 똑똑한 인간임이 틀림없어요.
그는 심지어 일반적으로 널리 알려진 햄릿의 "호라시오, 세상에는 많은 것이 있다네"도 인용하지 않았으니까요.
셰익스피어와 벤 존슨은 벨의 이해력에 악영향을 끼치지 않았나 봅니다.
가장 정확한 학문을 공부하고 있는 수지와는 다르게 말이죠.
"이젠 니 차례다, 수지?"...라고 벨이 물었을 때 수지는 이렇게 대답했습니다.
"난 패스. 그 어떤 핵물리학 논문에서도 이에 대한 설명은 찾을 수 없어"
하지만 우리는 결국 핵물리학에서 답을 찾을 수 있었습니다.
그것은 여태까지 다른 사람들이 알아내지 못한, 핵물리학의 새로운 영역이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