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DEADEND - 작가 : 레가드(kasi)
글 수 80
수업 시간 내내 조는 수업은 건성으로 들으며 왼쪽에 찬 손목시계의 유리에 반사되는 원의 얼굴을 보고 있었다. 교탁 바로 앞에 앉는 조가 강의실 중간 왼쪽에 앉는 원을 마음껏 볼 수 있는 은밀한 방법이었다. 수업 시간에만 까만 뿔테안경을 끼는 원은 수업 시간에 집중력이 상당해서 다른 곳에 한눈을 파는 일이 없었고 꼼꼼히 수업 내용을 필기했다. 원은 지난 학기에는 아쉽게 장학금을 놓치기는 했지만 수업에 결석하는 일이 없을 정도로 성실했다. 조는 자신의 요령으로 조금만 도움을 주면 충분히 그녀가 장학금을 탈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원이 도톰한 입술을 꼭 다물고 있는 것은 치아교정기를 보이고 싶지 않아서 인 것 같았다.
수업이 끝나고 교수가 나가자 조는 언제나처럼 앞문으로 나갔지만 보통 때보다 천천히 일어섰다. 오후에 전공 필수 수업이 다시 있는 만큼 원이 집으로 가지 않을 테니 학교 어딘가에서 시간을 보내는지 뒤따라 가보고 싶었다. 하지만 원의 뒤를 밟으려는 조의 기대는 복도를 나가자마자 깨지고 말았다. 조의 동기인 최가 복도에서 원에게 무언가 말하고 있었다. 최는 즐거운 표정이었지만 원은 어색한 미소를 짓고 있었고 그로부터 네 걸음 떨어진 곳에서 김이 뾰루퉁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조는 순식간에 모든 상황을 알 수 있었다. 자신과 전혀 비슷한 점이 없는 최가 여자를 보는 눈은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어 우스워졌다. 조는 복도 양 쪽을 사이에 두고 있는 최와 원의 사이를 뚫고 지나갔다. 그들이 조의 표정을 볼 수 없는 위치가 되었을 때 조는 왼쪽 입꼬리를 살짝 올리며 결연한 냉소를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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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팀장님, 전방 5m에 깍두기 셋. 그 다음 문 뒤에 둘입니다. 총은 없지만 주의하십시오.”
조는 7개의 모니터 중 가운데의 것으로는 현장에 투입된 팀장을, 오른쪽의 모니터로는 정과 제이를 보고 있었다. 팀장은 계단을 올라 후문으로, 정과 제이는 엘리베이터를 이용해 올라가고 있었다. 조폭 사무실에는 CCTV가 설치되어 있었지만 이미 해킹을 통해 조가 전송하는, 부동자세로 조폭들이 서있으며 그 외에는 아무도 출입하지 않는 5분전의 평온한 영상만을 반복 전송하고 있었다.
팀장을 비추는 모니터의 왼쪽에는 보스의 사무실이, 그 왼쪽 옆에는 사무실의 입구와 복도를 비추고 있었다. 이번 대상의 이름은 한현철. 조폭 보스였다. 여야를 망라해 정계에 많은 장학생을 거느리고 있는 한현철은 검찰의 수사망이 좁혀오자 자신과 관련된 모든 정보를 쥐고 해외 도피를 하려하고 있었다. 물론 대상을 처리할 때마다 팀장이 그 이유를 명확히 알려주는 법은 없었다. 조는 언론을 통해 공개된 정보를 취합해 그 이유를 짐작할 뿐이었다.
현장에 투입된 세 명의 요원들은 머리에는 헤드셋을 쓰고 방탄 헬멧과 방탄조끼를 입었으며 샷건과 머신건으로 중무장하고 있었다. 민간인 가족을 처리하는 간단한 임무가 아니라 러시아에서 밀수한 총기로 무장한 조폭을 상대하는 것이었다. 물론 총은 구하기 힘든 물건이고 가격도 만만치 않기 때문에 입구에 있는 녀석들은 가지고 있지 않았다.
“선배님, 제이, 정문에는 세 녀석이 지키고 있고 모두 권총을 소지하고 있습니다.”
조는 긴장했지만 목소리는 평정심을 지키려 노력했다. 중무장으로 작전에 임하는 것은 매우 드문 일이었고 위험한 임무였다. 이윽고 팀장은 후문에, 정과 제이는 정문 앞에 섰다.
“작전 개시!”
조가 마른 목소리로 외치자 팀장이 뛰어들어 다섯 명의 조폭을 머신건으로 쓰러뜨렸다. 탄의 소비를 최소화하면서도 명중률이 높아 조는 감탄의 신음이 흘러나오는 것을 애써 참았다. 동시에 오른쪽 모니터에서는 제이가 문을 군화발로 차서 열었다. 정과 제이는 달려드는 세 명을 대각선으로 제압했다. 정은 샷건을, 제이는 권총을 사용했다.
총소리와 함께 소란이 일어나자 한현철의 방에 있던 열 명의 조폭들이 두 패거리로 나뉘어져 권총을 뽑아, 네 명은 후문으로 여섯 명은 정문으로 달려 나갔다.
“전방! 팀장님 쪽으로 넷! 선배님 쪽으로 여섯입니다!”
조의 목소리가 팀장을 비롯한 세 명의 요원들의 헤드셋에 건조하게 울렸다. 모니터로 지켜보는 조는 헬멧 너머 제이가 긴장하는 것을 느꼈다. 방독면을 쓴 팀장은 복도가 꺾이는 지점에 몸을 밀착시키고 최루가스탄을 바닥에 굴려 터뜨렸다. 팀장을 향해 권총을 쥔 채 달려들던 조폭들은 일제히 심한 기침을 하며 욕설을 내뱉었다. 팀장은 그 틈을 노려 머신건을 등에 메고 양쪽 허리에서 나이프를 뽑아 양손에 쥐고 단숨에 네 명을 쓰러뜨렸다. 나이프에 당한 조폭들은 비명도 지르지 못한 채 짚단 넘어가듯 쓰러졌다. 조는 중년의 몸으로 군더더기 하나 없이 깔끔하면서도 민첩한 몸놀림을 자랑하는 팀장이 아름답다고까지 느껴졌다. 목숨을 내놓고 싸우는 상황에서도 평소와 다름없이 우아함을 잃지 않는 팀장의 능력을 존경하지 않을 수 없었다. 상대방이 총이 없을 때는 총으로 상대하고 총이 있을 때에는 좁은 곳으로 유인해 나이프를 사용하는 역발상은 놀라운 것이었다.
방독면을 쓴 정과 제이가 팀장의 우아함을 모방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었다. 하지만 팀장과 마찬가지로 최루가스탄의 덕을 보았다. 명중률은 떨어지지만 정의 샷건이 세 명을 쓰러뜨렸고 제이의 권총은 두 명을 쓰러뜨렸다. 다섯 명이 순식간에 시체로 변하자 맨 뒤에 쫓아오던 마지막 녀석은 겁에 질렸는지 권총을 쥔 채 뒤로 슬금슬금 물러났다. 방탄헬멧 너머 정의 표정이 밝아졌다. 장난기가 발동하는 것 같았다. 제이에게 왼손을 들어보이며 엄호하라는 제스처를 보인 다음, 정은 샷건으로 조폭의 오른팔을 쏘았다. 권총을 손에 쥔 팔이 나무토막처럼 뒤쪽으로 떨어져 나갔다. 다음에는 왼팔을 쏘았다. 왼팔은 팔꿈치 아래쪽이 가루가 되어 그 위로는 볼썽사납게 너덜거렸다. 조폭이 울부짖는 소리가 모니터 너머 조의 귀에도 들려왔다. 정의 뒤에 있는 제이의 표정이 심각해졌다.
정은 다시 양다리를 쏘았다. 오른쪽 다리는 허벅지를, 왼쪽 다리는 발목을 쏘았다. 끄윽, 하는 기분 나쁜 신음 소리와 함께 조폭은 앞으로 꼬꾸라졌다. 주변은 이미 유혈이 낭자했다. 정 뿐만 아니라 제이의 군화발에도 피가 찰랑거렸다.
“좀 아프지? 고통을 줄여주마.”
정은 임무 중에는 말을 하지 않는다는 원칙마저 깨뜨리며 이죽거리며 샷건을 장전한 다음 머리를 쏘아 터뜨렸다. 수박이 고층 빌딩에서 떨어져 터지는 소리가 났다.
“이것 참! 게임에서 좀비 잡는 것하고 똑같군.”
정은 싱글거리며 스코프가 달린 권총으로 바꾸어 쥐며 안으로 들어갔다. 제이가 뒤따랐다. 이미 사무실에는 팀장이 들어와 한현철에게 권총을 겨누고 있었다.
“왔군. 어서 끝내지.”
한현철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팀장은 권총으로 트리플 텝을 밟았다. 한현철은 상체를 거대한 명패가 놓인 책상에 처박으며 쓰러졌다.
“상황종료입니다.”
조는 이렇게 말하고는 안도하며 물을 마셨다. 하지만 갑자기 정이 뒤로 돌며 제이의 머리에 권총을 겨누었다. 제이의 머리에 붉은 점이 찍혔다.
“제이!”
조가 외치는 것과 동시에 제이는 앞으로 몸을 던져 피했다. 소음기가 달린 정의 권총이 불을 뿜자 제이의 뒤에서 쫓아 들어오던, 중간보스로 보이는 조폭의 머리에 총탄이 박혔다. 정은 무표정하게 권총을 홀스터에 집어넣었다. 제이는 묵묵히 일어나 주위를 둘러보았지만 상기된 표정을 숨길 수는 없었다. 팀장도 아무 말이 없었다.
수업이 끝나고 교수가 나가자 조는 언제나처럼 앞문으로 나갔지만 보통 때보다 천천히 일어섰다. 오후에 전공 필수 수업이 다시 있는 만큼 원이 집으로 가지 않을 테니 학교 어딘가에서 시간을 보내는지 뒤따라 가보고 싶었다. 하지만 원의 뒤를 밟으려는 조의 기대는 복도를 나가자마자 깨지고 말았다. 조의 동기인 최가 복도에서 원에게 무언가 말하고 있었다. 최는 즐거운 표정이었지만 원은 어색한 미소를 짓고 있었고 그로부터 네 걸음 떨어진 곳에서 김이 뾰루퉁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조는 순식간에 모든 상황을 알 수 있었다. 자신과 전혀 비슷한 점이 없는 최가 여자를 보는 눈은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어 우스워졌다. 조는 복도 양 쪽을 사이에 두고 있는 최와 원의 사이를 뚫고 지나갔다. 그들이 조의 표정을 볼 수 없는 위치가 되었을 때 조는 왼쪽 입꼬리를 살짝 올리며 결연한 냉소를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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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팀장님, 전방 5m에 깍두기 셋. 그 다음 문 뒤에 둘입니다. 총은 없지만 주의하십시오.”
조는 7개의 모니터 중 가운데의 것으로는 현장에 투입된 팀장을, 오른쪽의 모니터로는 정과 제이를 보고 있었다. 팀장은 계단을 올라 후문으로, 정과 제이는 엘리베이터를 이용해 올라가고 있었다. 조폭 사무실에는 CCTV가 설치되어 있었지만 이미 해킹을 통해 조가 전송하는, 부동자세로 조폭들이 서있으며 그 외에는 아무도 출입하지 않는 5분전의 평온한 영상만을 반복 전송하고 있었다.
팀장을 비추는 모니터의 왼쪽에는 보스의 사무실이, 그 왼쪽 옆에는 사무실의 입구와 복도를 비추고 있었다. 이번 대상의 이름은 한현철. 조폭 보스였다. 여야를 망라해 정계에 많은 장학생을 거느리고 있는 한현철은 검찰의 수사망이 좁혀오자 자신과 관련된 모든 정보를 쥐고 해외 도피를 하려하고 있었다. 물론 대상을 처리할 때마다 팀장이 그 이유를 명확히 알려주는 법은 없었다. 조는 언론을 통해 공개된 정보를 취합해 그 이유를 짐작할 뿐이었다.
현장에 투입된 세 명의 요원들은 머리에는 헤드셋을 쓰고 방탄 헬멧과 방탄조끼를 입었으며 샷건과 머신건으로 중무장하고 있었다. 민간인 가족을 처리하는 간단한 임무가 아니라 러시아에서 밀수한 총기로 무장한 조폭을 상대하는 것이었다. 물론 총은 구하기 힘든 물건이고 가격도 만만치 않기 때문에 입구에 있는 녀석들은 가지고 있지 않았다.
“선배님, 제이, 정문에는 세 녀석이 지키고 있고 모두 권총을 소지하고 있습니다.”
조는 긴장했지만 목소리는 평정심을 지키려 노력했다. 중무장으로 작전에 임하는 것은 매우 드문 일이었고 위험한 임무였다. 이윽고 팀장은 후문에, 정과 제이는 정문 앞에 섰다.
“작전 개시!”
조가 마른 목소리로 외치자 팀장이 뛰어들어 다섯 명의 조폭을 머신건으로 쓰러뜨렸다. 탄의 소비를 최소화하면서도 명중률이 높아 조는 감탄의 신음이 흘러나오는 것을 애써 참았다. 동시에 오른쪽 모니터에서는 제이가 문을 군화발로 차서 열었다. 정과 제이는 달려드는 세 명을 대각선으로 제압했다. 정은 샷건을, 제이는 권총을 사용했다.
총소리와 함께 소란이 일어나자 한현철의 방에 있던 열 명의 조폭들이 두 패거리로 나뉘어져 권총을 뽑아, 네 명은 후문으로 여섯 명은 정문으로 달려 나갔다.
“전방! 팀장님 쪽으로 넷! 선배님 쪽으로 여섯입니다!”
조의 목소리가 팀장을 비롯한 세 명의 요원들의 헤드셋에 건조하게 울렸다. 모니터로 지켜보는 조는 헬멧 너머 제이가 긴장하는 것을 느꼈다. 방독면을 쓴 팀장은 복도가 꺾이는 지점에 몸을 밀착시키고 최루가스탄을 바닥에 굴려 터뜨렸다. 팀장을 향해 권총을 쥔 채 달려들던 조폭들은 일제히 심한 기침을 하며 욕설을 내뱉었다. 팀장은 그 틈을 노려 머신건을 등에 메고 양쪽 허리에서 나이프를 뽑아 양손에 쥐고 단숨에 네 명을 쓰러뜨렸다. 나이프에 당한 조폭들은 비명도 지르지 못한 채 짚단 넘어가듯 쓰러졌다. 조는 중년의 몸으로 군더더기 하나 없이 깔끔하면서도 민첩한 몸놀림을 자랑하는 팀장이 아름답다고까지 느껴졌다. 목숨을 내놓고 싸우는 상황에서도 평소와 다름없이 우아함을 잃지 않는 팀장의 능력을 존경하지 않을 수 없었다. 상대방이 총이 없을 때는 총으로 상대하고 총이 있을 때에는 좁은 곳으로 유인해 나이프를 사용하는 역발상은 놀라운 것이었다.
방독면을 쓴 정과 제이가 팀장의 우아함을 모방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었다. 하지만 팀장과 마찬가지로 최루가스탄의 덕을 보았다. 명중률은 떨어지지만 정의 샷건이 세 명을 쓰러뜨렸고 제이의 권총은 두 명을 쓰러뜨렸다. 다섯 명이 순식간에 시체로 변하자 맨 뒤에 쫓아오던 마지막 녀석은 겁에 질렸는지 권총을 쥔 채 뒤로 슬금슬금 물러났다. 방탄헬멧 너머 정의 표정이 밝아졌다. 장난기가 발동하는 것 같았다. 제이에게 왼손을 들어보이며 엄호하라는 제스처를 보인 다음, 정은 샷건으로 조폭의 오른팔을 쏘았다. 권총을 손에 쥔 팔이 나무토막처럼 뒤쪽으로 떨어져 나갔다. 다음에는 왼팔을 쏘았다. 왼팔은 팔꿈치 아래쪽이 가루가 되어 그 위로는 볼썽사납게 너덜거렸다. 조폭이 울부짖는 소리가 모니터 너머 조의 귀에도 들려왔다. 정의 뒤에 있는 제이의 표정이 심각해졌다.
정은 다시 양다리를 쏘았다. 오른쪽 다리는 허벅지를, 왼쪽 다리는 발목을 쏘았다. 끄윽, 하는 기분 나쁜 신음 소리와 함께 조폭은 앞으로 꼬꾸라졌다. 주변은 이미 유혈이 낭자했다. 정 뿐만 아니라 제이의 군화발에도 피가 찰랑거렸다.
“좀 아프지? 고통을 줄여주마.”
정은 임무 중에는 말을 하지 않는다는 원칙마저 깨뜨리며 이죽거리며 샷건을 장전한 다음 머리를 쏘아 터뜨렸다. 수박이 고층 빌딩에서 떨어져 터지는 소리가 났다.
“이것 참! 게임에서 좀비 잡는 것하고 똑같군.”
정은 싱글거리며 스코프가 달린 권총으로 바꾸어 쥐며 안으로 들어갔다. 제이가 뒤따랐다. 이미 사무실에는 팀장이 들어와 한현철에게 권총을 겨누고 있었다.
“왔군. 어서 끝내지.”
한현철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팀장은 권총으로 트리플 텝을 밟았다. 한현철은 상체를 거대한 명패가 놓인 책상에 처박으며 쓰러졌다.
“상황종료입니다.”
조는 이렇게 말하고는 안도하며 물을 마셨다. 하지만 갑자기 정이 뒤로 돌며 제이의 머리에 권총을 겨누었다. 제이의 머리에 붉은 점이 찍혔다.
“제이!”
조가 외치는 것과 동시에 제이는 앞으로 몸을 던져 피했다. 소음기가 달린 정의 권총이 불을 뿜자 제이의 뒤에서 쫓아 들어오던, 중간보스로 보이는 조폭의 머리에 총탄이 박혔다. 정은 무표정하게 권총을 홀스터에 집어넣었다. 제이는 묵묵히 일어나 주위를 둘러보았지만 상기된 표정을 숨길 수는 없었다. 팀장도 아무 말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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