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미있었어?”

영화 ‘시카고’를 보고 나오며 류가 조에게 물었다. 조는 대답 없이 고개를 끄덕거렸다. 멀티플렉스의 입구에는 매표소에서 표를 사려는 사람과 매점에서 팝콘과 콜라를 사려는 사람들로 들끓었다. 상대방을 만나기 위해 핸드폰 폴더를 열고 부지런히 문자 메시지를 보내거나 통화하는 사람들도 많았다. 둘은 사람이 드문 한가한 복도로 나와 앉았다.

“재미있었다는 사람이 왜 표정이 그래? 여자친구랑 싸운 거야?”

조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류의 물음에 고개만 까딱거리고 있는 자신에게 놀란 조는 입을 열었다.

“싸우다니. 그렇지 않아.”

“그럼 잘 지내고 있는 거야?”

“그렇다고 해야지. 사실은 좀 아파. 그래서 자주 만나지는 못해.”

“어디가 아파? 말해봐.”

조는 다쳤다, 라고 말하려다 아프다, 라고 말했다. 류는 허리까지 내려오는 회색의 긴 니트 카디건의 주머니에 양 손을 찔러 넣고 긴 다리를 쭉 내밀며 말했다.

“그건 좀 말하긴 그래. 미안해.”

“흐음... 요즘 들어 표정이 어두워졌어, 너.”

“그런가?”

조는 후우, 하고 한숨을 쉰 다음 말을 이었다.

“하고 싶은 일, 아니 하지 않으면 안 되는 일이 있는데 그것만 할 수는 없어서 말이지. 그러려면 하기 싫은 다른 일들을 억지로 해야만 해. 하고 싶은 일에서 오는 만족감은 적지만 그나마 그걸 얻으려면 정말 하기 싫은 일인데도 티 안내고 해야 하니까... 신랑은 좀 어때?”

조는 며칠 전에도 직접 만난 사내의 안부를 그 아내에게 물었다.

“완전히 어린애야. 싱글벙글. 정부의 프로젝트를 받아서 하는 것 같은데 내막은 전혀 말하지 않지만 잘 풀리나봐.”

“그래, 다행이군.”

조는 이런 식으로 백유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