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으로 돌아와 제이가 어제 사다준 피자를 냉동실에서 꺼내 전자렌지에 해동시켜 먹었다. 핫 소스도 갈릭 소스도 없었다. 게다가 너무 오래 데워 피자는 딱딱했다. 하지만 딱딱한 피자 말고는 먹을 것도 없었다. 우유를 꺼내 피자와 함께 위 속으로 쑤셔 넣고 양치를 한 다음 소파에 누웠다.

시간은 오후 2시를 넘어가고 있었다. 오전부터 아무 것도 먹지 못하고 두 사람을 만났지만 소득이 없었다. 나는 될 대로 되라고 생각하며 잠이 들었다.

2시간 쯤 잤을까. 핸드폰이 요란하게 울렸다. 머리맡에 둔 핸드폰을 확인하니 발신자는 진이었다. 매력적인 여자도 스토커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이 놀라웠다. 나는 더 이상 그녀와 할 이야기가 없었다. 괜히 그녀와 잤다는 후회가 들었다. 핸드폰은 끊겼다 두 번 더 울렸지만 무시하고 이불을 이마까지 끌어올렸다.

일어나고 시계를 확인하니 1시간 반 정도 더 잔 것이었다. 소파에 누워 세 시간 반을 잤고 밖은 서서히 어두워지고 있었다. 베란다의 하수 파이프에서는 물 내려가는 소리가 요란했다. 가을비답지 않은 많은 비가 처연하게 내리고 있었다.

갑자기 불길한 느낌이 엄습했다. 진에게 전화했지만 받지 않았다. 나는 권총과 나이프를 준비하고 차를 거칠게 몰았다. 하지만 올림픽대로는 이미 퇴근 시간이라 정체 중이었다. 한남대교에서 강변 북로로 빠져 나왔지만 사정은 다르지 않았다. 차를 버리고 뛰어서라도 가고 싶었다. 결국 차를 이촌역 근처의 유료 주차장에 던져놓고 지하철을 탔다. 지하철도 만원이었다.

마포역에서 내려 그녀의 집까지 뛰었다. 심장이 터질 것처럼 헉헉거렸다. 굵은 빗방울이 눈을 찔러 곤란했다. 원룸 건물 입구에 섰을 때 이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