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이곳은 담프사 궤도기지의 군 전용 격납고이다. 보통 우주모함 같은 경우는 내부가 좁기 때문에-딱히 좁은 건 아니지만-격납고와 활주로가 한 곳에 붙어 있는 경우가 많지만 기지같이 공간에 여유가 있는 곳에서는 따로 분리되어 있었다.
평상시라면 무인기에 의한 의례적인 정찰임무가 고작이어서 느긋한 분위기의 격납고였지만 지금은 라그랑쥬 포인트에 대한 정찰이 시작되기에 예전과는 사뭇 다른 긴장감이 감돌고 있었다.

"테테루, 준비는 되었겠지?"

"옛! 소대장님!"

정찰임무를 맡은 첫 조는 연방의 영웅이자 담프사 궤도기지중대 1소대장 걸오 소령과 같은 소대 1분대장 테테루 대위였다.
걸오는 익숙한 동작으로 치두남에 탑승해서 계기들을 점검했다. 일련의 정보가 헬멧 안의 투영기를 통해 망막에 뿌려지며 각 정보마다 해당하는 전자음이 고막을 자극한다.

.주동력로 작동.
.전자장비 점검, 이상 무...
.추진장비 점검, 이상 무...
.자기장 발생익 작동...
.항법자료 수신 중...종료...

기본적인 기체점검이 끝나고 치두남이 활주로에 나가 발진 사출기에 서자 곧이어 관제실로부터 발진사인이 떨어졌다.

"치두남, 발진!"

걸오가 쓰로틀 레버를 밀자 로켓노즐의 푸른 제어빔 사이로 맹렬한 추진불꽃이 발생했고 그 힘과 궤도기지 사출기의 힘으로 치두남은 전운이 감도는 우주로 솟구쳐 나갔다. 뒤따라 발진한 테테루의 소언파이터도 곧 걸오의 대형에 합류했다.  
걸오는 치두남의 각종 계기를 다시 확인하기 시작했다. 원래는 치두남이 도착하자마자 하려고 했던 것이었지만 기체가 도착한 어제는 도리볼과 함께 대형사고를 한 건 터뜨려 버렸고, 오늘은 갑작스런 정찰임무에 휘말리게 되어 제대로 된 정비나 설정조차 못한 상태였다.

‘대충 3번 모드로 맞춰놓긴 했는데…미사일은 이 정도면 되겠지?’

치두남은 다른 스타파이터들과는 달리 장비나 무장 면에서 엄청난 확장성을 가지고 있었고 그 덕분에 다양한 상황의 전투-스타파이터 전에서부터 대함공격전까지 대처할 수 있었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이런 확장성은 치두남이 평화적인 종족 지구인들이 만든 기체라 극히 기본적인 성능만 가지고 조종사들에게 주어졌기 때문에 무장 같은 것은 조종사 스스로 장착하는 데서 온 것 이었다.
참고로 걸오의 치두남은 9가지의 모드를 가지고 있는데 그 중 3번 모드는 밸런스 잡힌 기본적인 전투형태였다.

정찰 루트는 기지에서 출발해 근처의 점프 포인터를 거쳐 라그랑쥬 포인트까지 간 다음 그대로 돌아오는 단순한 것이었다.
점프 포인터란 장거리 공간 도약 항법인 하이퍼 점프를 할 때 필요한 시간적, 공간적인 기준점을 제공하는 좌표 정보기기로서 말하자면 우주의 등대 같은 것이다.

얼마 안가 걸오는 점프 포인터가 있는 방향에서 다가오는 한 척의 우주선을 탐지하였다. 발산하고 있는 식별코드를 보니 일정표에 있는 민간 여객선이었다. 이쪽은 지금 죽을지도 모르는 곳으로 정찰을 가는데 바로 옆으로는 아무것도 모르는 관광객들이 때묻지 않은 순수한 담프사의 자연으로 향하고 있었다. 그 여객선과 지나친 뒤 테테루가 걸오에게 물어왔다.

-아무래도 우리가 하는 일은 기밀 사항인 것 같습니다, 소대장님.

“자식아, 군사작전인데 기밀인 게 당연하지.  
게다가 이런 사실이 외부로 알려지기만 해봐라.
전쟁이 끝난 지 일 년도 안됐는데 다시 적기가
출현했다는 말이 나오면 어떻게 될지는 뻔하잖아?”

-그래도 사령관님은 바톨이 단순히 우주해적의 것일지도 모른다고
  하셨지 않습니까?

“그건 그 양반이 위에서 하라는 대로 둘러댄 거지.
만약 그게 진짜 해적들이라면 우리가 지금 이러고 있는 게 아니라
위세 당당한 토벌군이 별것 아닌 우주 해적들을 토벌했으니 안심하셔요~
하는 방송이 며칠 전부터 담프사를 떠들썩하게 했을걸?
하지만 이렇게 몰래 정찰만 한다는 것 무슨 뜻일까?
바로 적을 함부로 건들지 말라는 거야.”

-예에.

자세히 설명한다고 하는 게 오히려 겁을 준 꼴이 된 듯해서 걸오는 그를 좀 부추겨 주기로 했다.

“얌마, 테테루! 그렇게 겁먹어서야 어디 놈들과 싸우겠냐! 깃 빳빳이 세워!
이곳에 곧 지원군이 온다고 했으니 그리 심하게 까진 가지는 않을 거야.
게다가 템들도 불리한 전세를 못 이겨 평화조약을 내세운 게 바로
일년 전이니까 일부러 전쟁을 벌이려 들진 않을 거고.”

-아, 그렇습니까?

그러나 돌아온 것은 시종일관 감정의 변화가 없는 대답이었다.

'거참 냉정한 놈일세.'

첫 실전에 얼어버린 건지 아니면 신병답지 않게 냉정한 건지 이런 테테루의 반응에 걸오는 쓴웃음을 지었다.
하볼인 테테루. 걸오는 그에게 꽤 기대를 하고 있었다. 원래 하볼인들은 조류종족 특유의 비행본능 덕분에 스타파이터에 적합하다. 더군다나 그 하볼인 중에서도 맹금류에 속하는 테테루는 본능적인 전투 감각으로 일전에 걸오에게 놀라움을 선사하기도 했었다.
비록 실전경험이 없어서 그다지 두각을 나타내지 못하고 있지만 그는 잘 다듬기만 한다면 훌륭한 스타파이터가 될 수 있을 것이다.

둘은 이런저런 잡담을 나누던 사이 어느새 1차 목적지인 담프사 점프 포인터에 도착했다. 지름 1아스로아의 구체 형태를 한 점프 포인터는 마치 행성인양 자전을 하면서 담프사로부터 일정거리, 일정좌표를 유지한 채 정지하고 있어서 담프사를 공전하는 궤도기지와는 수시로 거리가 변한다.

역시 점프 포인터의 경비는 강화되어 있어서 평상시의 방어시스템인 무인 포대 외에도 스타파이터 대기포드 4개가 점프 포인터 주변을 떠다니고 있었다.
대기포드란 스타파이터가 한 곳에서 장시간 대기할 때를 위한 보조장비로서 평상시는 기체를 수납하고 있다가 전투가 시작되면 내부의 스타파이터를 고속으로 발진시켜 순식간에 전투속도로 가속시켜주는 일종의 간이 사출기다.
이렇게 요격기 4대를 추가 배치한 것은 좋은데 대기포드 속에 들어있는 스타파이터들이 모두 무인기란 점이 걸오의 마음에 걸렸다.

“테테루, 너 무인기랑 싸워본 적 있냐?”

-네, 모의전으로 몇 번 해본 적이 있습니다.

“어떻든?”

-네? 음, 일단 주어진 상황에 대해선 적절한 반응을 하는 편입니다만 수많은 변수가
오가는 실전에선 적절한 판단을 내리지 못해 유연성이 떨어진다고 생각합니다.

테테루의 말대로다. 무인기는 입력된 정보를 연산하여 거기서 출력된 답에 따라 행동한다. 따라서 전투 패턴이 정석으로 제한되거나 허를 찌르는 전법 등을 사용하지 못해 깔나리 스타파이터들하고나 상대가 될까 진짜 스타파이터들에겐 움직이고 쏠 줄 아는 이동 타깃에 불과했다.
하긴 스타파이터 1개중대만 가진 담프사 방어부대로선 더 이상의 전력을 이곳으로 돌릴 여력이 없었을 테니 이것도 감지덕지 하다고나 할까.

“1급 비상경계령이 떨어지면 이런 것도 소용없지만 말이야.”

-예? 무슨 말씀이십니까?

무심코 꺼낸 걸오의 혼잣말에 테테루가 의아해 했다. 하긴 걸오가 알고 있는 사실은 위관급 장교들에겐 알려지지 않은 기밀사항이니 테테루는 모를 것이다.

“신경 꺼, 별로 중요한 건 아냐.”

1급 비상경계령과 점프 포인터에 관한 것은 지금 상황에서는 상당히 중요한 것이지만 걸오는 테테루의 사기를 염려해 일부러 얼버무렸다.
다음은 다소 지루한 시간이 되었다. 레이더를 장거리 모드로 전환한 다음 정찰루트의 마지막 목적지이자 반환점인 라그랑쥬 포인트를 향해 날아가는 것이다.

얼마 후, 레이더에 점차 금속반응이 탐지되더니 그 수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기 시작했다.
담프사와 류멘 간의 라그랑쥬 포인트. 과거에는 담프사와 류멘을 이어주는 중개항이 있어서 수많은 우주선이 지나가는 곳이었지만 항법이 발달해 류멘과의 직통항로가 개설되자 사용이 점차 줄어들었고 마침내는 전란 중에 중개항이 파괴되어 지금은 아무도 찾지 않는 우주 쓰레기장이 되어버린 곳이다.

"잘 들어라 테테루, 잠시 후면 목표지점인 라그랑쥬 포인트의 쓰레기 더미로 진입한다.
레이더는 단거리 모드로 전환, 화기제어시스템 점검하고 정신 바짝 차려."

-옛!

테테루도 바짝 기합이 들어간 듯 목소리의 톤이 약간 날카로워 졌다.
이제는 라그랑쥬 포인트의 우주 쓰레기 더미들을 육안으로 관찰할 수 있는 지점까지 접근하게 되었고 곧 충돌회피장치가 반응하지 않을 정도의 잡다한 쓰레기들이 기체에 부딪혀 왔다.

"참, 그리고 한가지 더. 충돌회피장치는 언제든지 끌 수 있도록 해둬."

-예? 충돌회피장치를 끄라뇨?

역시 테테루는 이런 곳에서의 난전 경험이 없는 듯 했다. 하긴 하볼인들의 공중전이란 대기권내, 중력권 내의 하늘에서 이루어 지는 것이니 이곳처럼 부유물이 가득한 곳에서의 전투는 처음일 것이다.
걸오는 순간 아차 싶었지만 곧이어 자세한 설명을 해주었다.

"테테루, 전투에선 재빠른 기동성이 관건이다.
헌데 이런 곳에선 충돌회피장치가 작동 중이라면 기체운동의
대부분이 상당히 제약이 된단 말이야.
차라리 웬만한 정도는 몸으로 때우는 게 나아.
회피장치는 2로아 짜리 합금골조에도 민감하게 반응해서
피하려 하지만 그것을 끄고 부딪혔을 땐 방어막에 약간의
손상이 올뿐 기동엔 큰 문제없어.
그러니까 큰 건 피하고 어느 정도의 것은 부딪힐 각오를
하고 움직여라. 알겠나?"

-예, 알겠습니다. 그런데 소대장님은 어떻게 그런걸 알고
  계셨습니까?

테테루의 물음에 걸오는 약간 머뭇거리는 것 같더니 곧 대답했다.

"별거 아냐, 싸움하러 나갔다가 자꾸 살아 돌아오다 보니
  잔머리가 늘어난 거라고나 할까?"

-즉 실전 경험이란 거군요?

"그래, 이건 깔나리 스타파이터 훈련소나 쓸데없는 전투교본에도
없는 내용이니까 잘 기억해뒀다가 나중에 분대원들에게도 가르쳐 주도록 해."

스타 파이터 교관들이 들었다면 길길이 날뛸 소리를 태연히 내뱉으면서 걸오는 레이더 화면을 주시했지만 아직까지는 별다른 이상이 없었다. 하긴 이런 우주 쓰레기더미 속에서 레이더가 제 기능을 하길 바라는 것은 무리였다.
만약 장거리 미사일 전투를 위한 4번 모드의 치두남이었다면 이런 곳에서도 뛰어난 탐색능력을 발휘하겠지만 아쉽게도 해당되는 부품인 갈규스의 레이더를 바꿔 달 시간적인 여유가 없었다.

'음, 적의 활동이 아직 크지는 않은 건가.
하지만 사령부에서 내려온 정보니만큼 그 정확도는 확실할 텐데.'

어느덧 둘의 정찰임무는 거의 끝나갈 무렵이 되었다. 담프사 궤도기지의 평상시 정찰대라면 지금까지 기지와 수 차례 통신을 나누었겠지만 이번 작전은 비밀리에 행하는 것이고 또한 이런 난지도에선 통신이 제대로 되지 않았기에 걸오와 테테루는 짜인 시간과 스케줄을 따라 움직이고 있었다.

-소대장님 이제 곧 귀환시간입니다.

"알았다."

정해진 시간이 되자 항법화면에 다음 이동점이 표시 되었고 걸오와 테테루는 그에 따라 방향을 변경해 나갔다. 그런데 바로 그 때, 치두남의 레이더가 무엇인가를-단순한 운석이나 쓰레기 더미가 아닌 것을 감지했다. 바로 스타파이터용 방어막 반응이었다.

"테테루! 3시 방향에 적기다!"

-예! 저도 방금 보았습니다.

"기지로 즉시 연락을 해!"

그와 동시에 치두남과 소언파이터의 무장포드에서 미사일 크기의 무인 연락정이 발사되었고 이것들은 방금 치두남과 소언 파이터가 받아들였던 정보를 가진 채 기지로 날아갔다.
탐지된 적기는 3대로 모두 바톨이었다.  

“테테루, 내 뒤로 사선대형으로 붙어라! 적은 아직 우리를 발견하지 못한 것 같다.”

2대3, 적기가 모두 요격기이고 이쪽이 전투기란 것을 감안한다 하더라도 테테루의 실전실력을 전혀 가늠할 수 없는 걸오로썬 내심 불안하기만 했다.

-삐이이이익

걸오의 헬멧 내 이어폰으로 마치 독수리의 지저귐 같은 하볼인 특유의 목소리가 들렸다.

'이 녀석 흥분한 건가? 아니, 겁먹은 건지도.'

걸오는 자신의 무장상태를 다시 한번 점검했다. 플라스마 건과 레일 건은 완전 충전된 채 발사될 순간만을 기다리고 있었고 무장 포드에는 화상추적 미사일과 레이더 추적미사일이 전량 채워져 있었다.
조금 더 접근하자 적들도 이 쪽을 발견했는지 속도를 올리며 흩어지기 시작했다. 그러나 놈들은 단순한 산개가 아니라 흩어진 후 정찰조를 역포위 하려고 했다.

바톨은 함에서 긴급사출 되어 방어선을 구성하는 근거리 요격기로서 대개의 경우 장거리 미사일 무장이 없다. 다만 에너지 병기 쪽에는 충실하여 요격기치고는 드물게 이온건과 레이저건의 2가지 병기를 장착하고 있어서 근접전 화력은 연방의 요격기를 능가하고 있었다.
때문에 이렇게 부득이한 장거리 전투를 한다면 이렇게 서로가 서로의 희생양이 되며 적과의 거리를 좁혀나간다.

‘아주 바톨스럽군.’

허나 아쉽게도 걸오의 눈에 그들의 수가 훤히 보였다. 바톨의 기동성이라면 순식간에 대형을 형성해서 정찰조를 역습할 것이다. 그렇다면 대형을 형성하기 전 흩어졌을 때 쳐야 한다.

“목표 설정한다. 내가 1번 목표, 테테루 넌 2번이다.”

-넵!

걸오의 화기제어 시스템은 3대의 목표 중 2대를 지정하여 하나를 치두남에게, 다른 하나를 테테루의 소언에게 배정했다.

--삐삐삐삐---

곧 이어 걸오의 헬멧 속 이어폰으로 익숙한 전자음이 울려 퍼졌다. 이는 치두남의 화기제어 시스템이 적기를 조준하여 그 정보를 미사일에 전송완료 했다는 것을 뜻한다.
그러나 걸오는 바로 발사하지 않고 미리 점 찍어 두었던 위치로 이동하여 쓰레기 더미가 어느 정도 치워져 화선이 확보되자 방아쇠를 당겼다. 치두남의 무장포드에서 두발의 레이더 추적 미사일이 발사되었고 뒤이어 소언의 무장포드에서도 두발의 미사일이 발사되었다.

"테테루! 세 번째에게 미사일 쏘는 것은 무시하고 일단 접근해!"

걸오의 일갈에 테테루는 각오를 단단히 하고 속도를 높였으나 그의 대장은 한술 더 떴다.
이런 엉망진창인 쓰레기더미 속에서도 애프터 버너까지 켠 채 돌격하고 있는 게 아닌가! 그러면서 피할 건 다 피하고 있었으니 테테루는 하볼인인 자기도 흉내 낼 수 없는 걸오의 비행솜씨에 감탄하고 싶었지만 지금은 자기 앞가림을 하기에도 급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