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텍스 머피 시리즈의 1편인 비열한 거리(한국 정발명 사립탐정)를 해보게 되었습니다.
최근 옛날 게임과 현대 게임성의 차이에 있어서 큰 변경점이라고는 "편의성" 말고는 없다는 말을 한 적이 있는데, 비열한 거리를 플레이하면서 그 점을 확실하게 느꼈습니다.
게임 자체를 크게 나누면
탐색 파트-특정 공간에서 탐색을 해서 자료와 키아이템 등을 수집.
대화 파트-특정 인물과 키워드를 통해서 인물 정보와 위치 정보등을 얻고, 스토리 진행등을 담당.
액션 파트-단순한 슈팅 게임.
이동 파트-스피더라는 탈 것을 이용해 샌프란시스코와 캘리포니아주 전역을 대화, 탐색을 통해서 얻은 네비게이션 코드 등을 사용해 이동.
이라는 형태를 가지고 있습니다.
근데, 이게 다시 한번 돌아다보면, 최근 나오는 액션 어드벤처 게임들의 구성과 거의 완벽하게 일치하고 있다는 점을 알 수 있습니다. 특히 RPG와 어드벤쳐를 표방하는 게임들은 죄다 여기에 추가적인 기능들이 들어가 있을 뿐, 이미 게임 시스템은 여기에서 완성되고, 이후에는 단지 기술적 발달로 인한 표현력의 증가+게임 외적인 부분을 시스템의 발달로 게임 내에 구현이라는 차이 말고는 찾을 수가 없을 정도로요.
나무위키 등지에서 이 게임에 대한 정보를 찾아보면 항상 나오는 말은 "어렵다" 입니다.
대부분의 경우 이 어려움은 게임 자체의 불합리성보다는 "불친절함"에서 기인하는 점이 큽니다. 요즘 게임과는 다르게 위치 정보를 직접 기록해서 입력해야 하고, 인물과의 대화에서 키워드를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 직접 알아낸 정보들을 키보드로 입력을 해가면서 플레이 해야 한다는 점 때문이죠. 그 때문에 저도 플레이 할때는 스프레드시트까지 이용을 해야 할 정도였습니다만, 오히려 이쪽이 직접 탐정이 되어 정보를 수집한다는 기분을 더 강하게 느끼게 만들더군요.
이후 이런 점들은 나름대로의 강점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후속작 화성의 비망록 Martian Memorandum 에서는 대거 변경되어 이동과 대화는 키워드 선택식으로, 액션 파트는 아예 삭제해 게임성 자체의 완전변신을 꾀합니다.
탐색 파트에는 힌트를 적극적으로 제공하여 과거 수많은 어드벤쳐 게임들이 사람들을 빡치게 만들었던 숨은 그림 찾기 부분을 회피한 것은 확실한 장점이라고 할 수 있겠고, 이후 탐색 파트를 3D로 제공하며 텍스 머피 시리즈의 전형을 만든 죽음의 달빛 아래서 Under the Killing Moon 에서는 1편의 모습은 찾아 볼 수도 없게 되었죠.
옛날 게임을 다시금 해보면서 느끼는 것은, 최신 게임들은 오히려 화려한 화면 속에서 판매량이라는 점에만 집중해 게임의 외적인 면을 키워오기는 했어도, 내적인 변화에는 오히려 실패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오히려 옛날 게임에서 더 도전감을 느끼고, 자유도를 느낀다는 점이 더더욱 그런 기분을 들게 만드는군요.
앞으로 남은 게임은 죽음의 달빛 아래서, 판도라 디렉티브, 오버시어, 테슬라 이펙트 입니다. 플레이 감각 자체보다는 사람들이 기억하는 텍스 머피의 전형인 스토리와 내러티브가 더 중요한 게임들이죠. 대체 무엇이 사람들이 텍스 머피를 기억하게 만들었는지를 확인하러, 저는 다시 텍스 머피가 되러 떠납니다.
사족으로 비열한 거리에 대한 스토리는 얄굿게도 현재 한국의 상황을 되돌아보게 만드는 스토리를 가지고 있습니다.
스포일러로 드래그하면 보이게 변경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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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열한 거리의 스토리는 단순히 한 과학자의 죽음이 자살인지 타살인지에 대한 것으로 시작하지만, 그 뒤에는 사람들의 머리에 칩을 심어서 전 세계인을 감시하고, 행동을 제어하여 범죄와 테러가 없는 완벽한 세계를 만드려는 음모를 접하게 된다는 것입니다. 꼭 현대 한국에서 국가의 보안을 위한다는 이유로 국민의 자유를 침해하려는 모습과 겹치죠. 그 때문에 게임 자체에 더욱 몰입하게 된 것은 아닌가 싶기도 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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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 work and all play make me a
crazy boy. No work andall play makles me a crazy boy.
No work and all play make me a crazy boy. No work a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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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 work and al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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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일러 얼럿!
···근데, 나온지 20년이 다 되어가는 게임도 스포일러 얼럿이 해당 될까요? ^_^a;;;
3편까지 해보고 나니까 이 사람들이 원하는 게임의 방향성이라는게 어떤식으로 변했는지 알 수 있겠더군요.
1편에서는 액션 섞인 어드벤쳐물, 그러니까 현대 어드벤쳐물과 거의 똑같은 방향성이었던게 2편에서는 액션은 죽이고 미친듯한 숨은그림찾기 수준의 포인트 앤 클릭으로 변화했지만, 1편에 있었던 뇌물로 회유Bribe, 폭력으로 협박Threaten이 3편에서는 단서에 대한 대화 이전에 3가지 선택지로 대화를 진행하도록 변화하고, 1편부터 있었던 실사같은 캐릭터와 PC 스피커에서 사람 목소리가 나오도록까지 할 정도의 열정이 결국은 3편에 가서는 당시 어드벤쳐물의 약속과도 같은 인터렉티브 무비가 되었더군요.
그만치 스토리텔링과 텍스머피라는 캐릭터가 중요한 시리즈였기에 테슬라 이펙트의 킥스타트가 성공 할 수 있을만치 많은 팬들의 사랑을 받았다는건 알겠더군요.
하지만, 플레이는 아직 오버시어 초반입니다. 테슬라 이펙트는 실행만 해봤는데, 또 얼마나 변화가 있을지 두 눈으로 확인해봐야죠.
'비열한 거리'라는 제목은 레이먼드 챈들러애게서 따온 것 같습니다. 사립탐정 필립 말로가 하드보일드하게 나오는 소설들을 썼죠. 그건 그렇고, 추억이 새록새록 피어나는 게임이군요. 저는 해당 게임을 못 해봤지만, <공포의 저택>이나 <인디아나 존스>나 <제임스 본드> 등을 해봤습니다. <고블린> 같은 게임도 재미있었고요. 물론 이런 게임들은 <비열한 거리>보다 난이도는 낮습니다. 그래도 고전 어드벤처 게임으로서 한 자리를 차지할만하죠.
요즘 게임과 비교하면, 이런 게임들의 가장 큰 특징은 아마 텍스트의 위상일 겁니다. 그러니까 텍스트가 다른 요소들을 죄다 잡아먹을 정도로 압도적입니다. 사실 그래픽은 보조 메뉴이고, 각종 텍스트가 주된 메뉴 같습니다. 그래픽은 어디까지나 분위기를 잡아주고 환기시키는 역할에 가깝다고 할까요. 하지만 요즘처럼 그래픽 기술이 발달한 시대에 누가 화면 앞에서 텍스트를 줄줄 읽고 싶어할까요. 영상 매체 때문에 소설책의 비중이 떨어진다고 하던데, 게임에서도 다를 바 없는 듯합니다. 옛날에도 비슷한 이야기를 했지만, 사람은 시각적인 동물이고, 당연히 텍스트보다 동영상을 선호합니다. 당연히 어드벤처 게임의 텍스트도 달라질 테고, 그 결과 작금의 액션 어드벤처들이 등장했겠죠. 그나마 텔테일 게임 등도 읽는 것보다 보여주기 위주입니다.
당연히 '대놓고 보여주기'보다 '간접적인 읽기'가 더 어려울 겁니다. 특히 힌트를 빡빡한 텍스트 속에서 찾아야 한다면, 더욱 그럴 테고요. 요즘 추리/수사 게임은 어떨지 모르겠습니다. 셜록 홈즈 게임 등도 꾸준히 나오던데, 안 해뵈서 잘 모르겠어요. 하지만 옛날 <고블린>처럼 눈알이 빠지도록 단서를 찾고 클릭하는 개념은 아닐 듯합니다. 한때 인엑자일도 키워드 입력을 강조했지만, 정작 <웨이스트랜드 2>는 그냥 선택문 유형이었죠. 그래도 일부 소규모 게임이나 킥스타터 게임은 여전히 압도적인 텍스트로 승부합니다. <태양 없는 바다>가 좋은 사례 아닐지…. 어느 장르나 그렇겠지만, 어드벤처나 롤플레잉은 이처럼 일반 타이틀과 소규모 타이틀의 차이가 커질 것 같아요. 그게 뭐 나쁜 건 아니고, 각자 취향에 맞게 고르면 되겠죠.
그리고 보니까 <공포의 저택>의 제작진이 킥스타터 게임을 하나 만드는 중이더군요. <심블 위드>라고 하는데, 그래픽부터 분위기까지 (일부러) 쌍팔년도 스타일입니다. 요즘에도 유저들이 그런 게임을 원하는 것 같습니다.
과거 많은 게임들이 텍스트에 의존했던건 스토리텔링을 할 방법이 그거 말고는 생각이 안났거나 시스템이 받쳐주지 않았기 때문이지, 텍스트가 다른 모든 연출을 뒤로 할 정도로 압도적으로 뛰어난 문화이기 때문은 아닙니다.
당장 비열한 거리가 당시 사람들을 가장 놀라게 만든건 PC 스피커를 통해 "육성음성"이 나온다는 점이었으니까요. 그 마처도 딸랑 대사 몇줄이긴 하지만, 다음편에는 모든 캐릭터가 음성대사가 추가, 그 다음편은 아예 인터랙티브 무비로 변화했으니까, 애초에 텍스 머피 시리즈는 텍스트는 스토리텔링의 한 방편으로 밖에 생각을 안했다는 뜻이 됩니다.
확실히 단순무식하긴 하지만 애니메이션으로 오프닝을 보여줬던 고블린 시리즈를 생각하면 텍스트가 많긴 하지만, 고블린 시리즈 뺨치게 눈이 빠져라 배경을 뒤져야 하는건 배경이 3D로 바뀐 최신작조차도 그런걸요. 단지 다른 게임들은 과거 어드벤처 게임들의 문제를 그대로 답습하는 멍청한 짓을 하지 않고, 대신 지도에 위치까지 찍어주고, 주워야 할 아이템을 반짝반짝 표시까지 해주죠. 그렇게 해서 난이도는 대폭 낮췄지만, 대신 모든 게임이 콜 오브 듀티처럼 느껴지기 시작한건 어쩔 수 없다고 봐야죠.
그나마 중요한 스토리텔링으로 치면 오히려 3편은 1, 2편에 비하면 퇴보해버렸죠. 제작비가 영화 몇편을 찍을 돈이 들었을테니까, 그만치 가지치기를 하는 수 밖에 없었고, 결국 전체적인 이야기는 황당무계하고 진행에 무리수가 많이 들어갈 수 밖에요. 뒤로 가면서 4편에서는 최소한 내러티브라는건 존재하고, 5편은 아예 1편 리메이크나 마찬가지지만요.
인디 게임에서 텍스트가 많이 쓰이는건 순서가 반대인거 같습니다. 옛날에 게임 만들때나 지금이나 마찬가지로, 인간은 그냥 행동으로, 조형으로, 말과 글로 순으로 설명하는게 빠르지만, 컴퓨터는 글, 소리, 그림, 동영상 순으로 표현하기가 어려워 집니다. 그만치 인디게임에서는 스토리를 중시하려고 하면 할수록 제작비가 줄어드는 텍스트를 파는 수 밖에요.
왜 적은 텍스트로 많은 감성을 담는 인디게임들인 리사, 다크 앨리, 동굴 이야기, 아이작의 번제, 브레이드(이건 좀 애매한가요?)등이 사람들 입소문으로 팔리고, 저니, 오리 같이 대사 한마디 없이도 대작 게임을 제작하는지 보면 텍스트는 게임에 있어서는 한가지 문법일 뿐이라고 생각합니다.
특히나 산업이라는 점에서 수출하는데 번역이라는 추가적인 비용이 들어가야 한다는 점이 더더욱 말이죠.
사실 요즘은 나오는 게임들이 너무 많아서...재작년에 한 해간 스팀에 등록된 게임들만 1800개고 작년 상반기에만 1500개 정도가 나왔습니다. 제작비가 갈수록 올라가는지라 AAA나 A급 타이틀은 별로 늘어나지 않았지만 어렸을 적에 게임 신나게 해보고 나도 나만의 아이디어로 멋진 게임 만들 거야! 하는 개발자 세대들이 엄청나게 생겨난지라 저예산 인디들이 굉장히 많아졌죠.
물론 모든 것의 90%는 쓰레기듯이 개중에서도 옥석이 갈리고, 대부분이 제작비가 없어서 구시대풍의 그래픽과 작은 스케일을 자랑하는 물건들이지만, 언더테일 같은 것처럼 게임성도 단순한 구시대의 답습만은 아닌 것들도 제법 많이 있죠. 일관적으로 요즘 게임들은 다 그렇다고 말하기는 좀 어렵다고 봅니다.
확실히 그렇긴 합니다. 제가 무슨 분신술을 쓸 줄 알아서 모든 게임을 다 해보는 것도 아니고, 결국은 제가 재밌게 했으니까 기억에 남은 게임들이 비슷한 것들이었던거지, 모든 게임이 그렇게 되어간다고 하는건 비약이 심했네요.
장르라는게 그냥 역사의 과정에서 필요에 의해서 생기는 수명이 짧은 분류 정보가 아닐까 싶어요.
처음에는 장르라고 나누기도 뭣 할 정도로 생산량이 적으니까 그냥 뭉뚱그려 게임이지만, 나중에 가서는 각각의 특성을 보이는 것들이 나오면서 액션이니, 어드벤쳐니 하는 장르의 분류가 일어나고, 기술의 발전과 시간이 지남에 따라 생산량이 더 늘어나 장르문법을 따름에 있어서 새로운 발전의 한계에 봉착하면 장르파괴나 통합이 일어나거나, 혹은 바닥부터 다시 시작하는거죠. 문화역사로 치면, 프리미티브로 시작하고, 고딕에 들어간다음, 뉴웨이브나 안티고딕이 등장하는 식이랄까요.
이런식으로 보니까, 지금 게임 산업은 너무나도 빠른 속도로 발전하고 변화해서, 수백, 수천년의 역사를 가지고 변화해온 예술역사를 게임 장르라는 이름으로 압축해서 보여주고 있는건 아닌가 싶어요.
와~ 텍스 머피!!! 우리의 크리스 존스... 오랫만에 들어보네요.
<비열한 거리> 나올 당시는 전 어렸을때라 잘 몰랐고 제대로 재미를 느낀건 <언더 어 킬링 문>부터 였어요.
<판도라 디렉티브>와 그 후속작인 동시에 1편의 리메이크 작이기도 한 <오버시어>는 국내 정발 안되서 무척 아쉬웠었죠. 물론 이제는 고그나 스팀에서 쉽게 구할 수 있지만요.
그리고 16년뒤의 후속작 <테슬라 이펙트>가 나왔을때는 어찌나 반가웠던지...(해보신 분은 아시겠지만 <오버시어> 엔딩이 후속작을 예고하면서 끝나죠.) 무엇보다 감격했던건 당시에 출현했던 실사 배우들이 나이들어 그대로 출현한다는 점이었죠...
요즘은 이런 게임이 나오기가 참 힘든 시대이기도 하지만, 되려 요즘 시대의 한 축을 이루는 크라우드 펀딩 시스템 덕택에 후속작이 나올 수 있었단 사실이 참 재밌게도 느껴집니다.
덕분에 저 역시 텍스 머피가 되었던 때를 떠올리게 되었네요.
3차세계 대전 이후의 황폐함과 부조리함 속에 유머와 위트를 간직한 2040년대로 즐겁게 다녀오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