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아웃 얘기가 나온 김에.. 
다른 곳에 올렸던 글 몇개 끌어와보겠습니다. 
분량이 좀 길고 포멧이 여기랑 잘 안맞고 지금 다시 읽어보니 게임을 하지 않는 분들은 조금 이해하기 힘들 용어들도 섞여있군요. 
그래도 전반적으로 "폴아웃은 이런 작품"이라는 걸 알 수는 있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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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역사상 최고의 세계관이라면 저는 역시 폴아웃을 꼽습니다. 
폴아웃의 세계관은 현재 우리가 살아가는 세계와 묘한 연관성을 가지면서도 상상의 제약이 없는 넓은 확장성을 갖고 있죠. 
그리고 무엇보다 인류에 대한 고찰과 반성, 그리고 유머가 들어있습니다. 

이미 폴아웃에 대해 훤히 꿰고 있는 고수 분들도 많겠지만, 
고전 폴아웃을 접해보지 않은 분들이나 영어에 대한 접근이 힘든 분들도 많으리라 생각되어 
여력이 닿는대로 폴아웃 세계관에 대해 간략히 정리를 해보려고 합니다. 
내용은 주로 폴아웃 위키 번역이며 개인적으로 추가하는 내용은 괄호처리 하겠습니다. 


1. 웨이스트랜드? 

폴아웃 세계관의 첫번째 내용은 폴아웃 게임의 뿌리에 해당하는 웨이스트랜드에 관한 것입니다. 

폴아웃 세계의 스타트를 끊은 것은 1997년의 폴아웃 1이었습니다. 
하지만 그 뿌리는 사실 훨씬 이전으로 거슬러올라갑니다. 바로 1987년의 웨이스트랜드(Wasteland)라는 게임이죠.  
인터플레이 사가 제작하고 EA에서 유통한 이 게임은 
핵전쟁 이후의 황무지를 배경으로 한 롤플레잉 게임이라는 점에서 폴아웃과 굉장히 많은 부분을 공유합니다. 

1-01.jpg
- 웨이스트랜드 게임의 표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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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투화면의 스샷입니다. 

- 전반적인 게임 플레이는 요렇습니다. 지금보면 유치하기 짝이 없지만 
  저 시절 우린 겔러그나 테트리스를 갖고 놀았다는 걸 감안하고 보면 음.. 대단한 것이죠.  



2. 웨이스트랜드의 스토리 

대체 웨이스트랜드는 어떤 내용이었을까요? 

웨이스트랜드는 출시시점으로부터 10년 뒤의 미래인 1998년을 배경으로 하고 있습니다.  
(웨이스트랜드가 출시된 1987년은 아직 소련이 건재하여 미국과 냉전을 벌이던 시절입니다. 
따라서 지금과 달리 핵전쟁의 공포가 실제로 존재하던 그런 시절이죠.) 

미국의 강력한 우주스테이션인 시타델이 1998년 3월 본격 가동을 준비함에 따라 
소련은 시타델이 중립국들을 위협하는 군사기지라는 비난을 쏟아내고 양대 군사강국 사이에 긴장이 고조됩니다. 
마약전쟁(1987-1993)을 거치며 세워진 중남미의 친미정권들은 일제히 미국과 나토를 지지하고 
아프리카 역시 미국에 대한 지지를 선언하죠. 
그러나 남은 대부분의 중립국들은 미국을 비난하는 소련의 대열에 합류합니다. 
그리하여 불과 6주만에 스위스, 스웨덴, 아일랜드를 제외한 전 세계가 소련과 미국의 양대세력으로 갈리게 됩니다. 

그런데 가동을 2주 앞둔 시타델 스테이션이 갑작스럽게 원인모를 구조신호를 내보냅니다. 
그리고 이 메세지가 전송된 직후 지구 궤도의 인공위성 대부분이 가동정지되어버립니다. 
인공위성을 상실한 강대국들은 순식간에 장님 신세가 됩니다. 

패닉 상태에 빠진 미-소 양국은 상대가 선제공격을 해올지 모른다는 두려움 속에 
그들이 보유한 핵무기의 90퍼센트를 쏘아올리고 지구상의 모든 국가들이 쓸려나갑니다. 

핵전쟁이 발발한 바로 그 때 미국 남서부 사막지대에서는 한 공병부대가 작업중이었습니다. 
이들은 네바다에 위치한 연방정부의 새 교도소 인근에 다리를 건설하는 중이었습니다. 
핵공격이 시작되자 이들 군인들은 방사능 피폭을 피하기 위해 죄수들을 사막으로 내쫓고 교도소에 몸을 숨깁니다. 
수 주가 지난 뒤 군인들은 인근의 생존자 집단들을 불러들입니다. 
처음에 이들 생존자 그룹들은 서로를 불신하지만 인류재건이라는 목표를 위해 곧 협력관계가 수립되고 
교도소를 중심으로 한 마을은 자리를 잡기 시작합니다. 훗날 이들은 '레인저 센터'라는 이름으로 불리우게 됩니다. 

한편 군인들에 의해 교도소에서 쫓겨난 죄수들 역시 핵전쟁에서 살아남았습니다. 
이들은 레인저센터가 원래 자신들의 소유임을 주장하며 끊임없이 공격을 가해오지만 
레인저센터는 번번이 이들의 공격을 격퇴합니다. 

처음에 자신들이 유일한 생존자인줄 알았던 레인저센터 주민들은 점차 사막 건너편에 다른 생존자들이 있음을 깨닫습니다. 
플레이어는 바로 이 시점에서 레인저센터의 수호자 집단인 데저트레인저의 역할을 수행합니다. 

게임을 시작하면 플레이어에게 인근 지역을 조사해 주민들의 생존을 위협하는 문제를 해결하는 임무들이 주어집니다. 
늘 그렇듯, 임무는 점점 복잡해지고 동료와 적이 늘어납니다. 그리고 마침내 플레이어는 
지구상에 생존한 모든 생물을 사이보그로 대체하고자 하는 인공지능의 음모와 마주치게 됩니다.  
결국 플레이어는 인공지능의 본체가 위치한 Base Cochise를 파괴하여 인류를 구하게 되죠. 


3. 웨이스트랜드와 폴아웃의 연결점들 

개략적인 줄거리만 훑어봐도 폴아웃 잔상이 많이 보입니다. 
그러나 게임 내용을 자세히 뜯어보면 웨이스트랜드와 폴아웃은 같은 혈통을 잇고 있다는 것이 더 분명해집니다. 
인터플레이는 1997년 폴아웃을 제작하면서 리메이크에 가까울 정도로 웨이스트랜드로부터 많은 것들을 차용해왔기 때문이지요. 


- 브라더후드 오브 스틸 : 웨이스트랜드에는 가디언스라는 NPC집단이 등장합니다. 이들은 플레이어에게 적대적이며 과학기술만을 신봉하는 사악한 집단입니다. (어찌하다보니 폴아웃 시리즈에선 착한 이들로 변모했습니다만, 웨이스트랜드에선 그저 좋은 무기를 떨구는 악당들일 뿐입니다.) 

- 파워아머 : 웨이스트랜드에서는 "가디언스"의 "시타델"이라는 곳에서 파워아머를 손에 넣을 수 있습니다. 

- 데스클로 : 웨이스트랜드에는 새도우클로라는 괴물이 등장합니다. 쉐도우클로는 사막에 사는 이구아나(도마뱀의 일종)가 방사능 돌연변이를 일으킨 괴물입니다. (흥미로운 점은 폴아웃 게임에 이구아나라는 생물이 등장하지 않는다는 점이죠. 쥐, 바퀴벌레, 파리, 두더쥐, 게는 있어도 이구아나는 없습니다. 그런데 더 흥미로운 점은 필드에 이구아나가 한마리도 없음에도 불구하고 "이구아나 구이"라는 음식은 흔하다는 점입니다. 자 이 음식의 재료는?) 

- 에너지 웨폰 : 웨이스트랜드와 폴아웃이 상당히 많이 겹칩니다. 레이저라이플, 레이저피스톨, 파이어랜스 등등등.. 

- GECK(Garden of Eden Creation Kit) : 웨이스트랜드에는 가든오브리버스라는 곳이 존재합니다. 어윈 존 핀스터라는 인물이 만든 가든오브 리버스는 "에덴동산(Garden of Eden)과 같은 환상적인 신의 창조물(Creation)을 보여주기 위한 곳"이라고 되어있습니다. GECK라는 명칭이 어디에서 온 것인지 짐작하게 해줍니다. 

- 구울 : 웨이스트랜드에는 사막거주자, 드룰, 핏구울, 쉠블러구울, 무척추구울, 나이트스크리머, 나이트 테러 등 다양한 방사능 변이 인간들이 나옵니다. 폴아웃 시리즈의 구울과 거의 일치하죠. 

- 워터칩 : 폴아웃1 스토리의 핵심인 워터칩이 웨이스트랜드에도 나옵니다. 웨스트랜드에서 유저가 받는 첫번째 퀘스트가 바로 하이풀이라는 지역의 워터펌프를 고치기 위해 워터칩을 찾으라는 것입니다. 폴아웃1의 메인 퀘스트는? 볼트의 고장난 워터펌프를 고치기 위해 워터칩을 찾아오라는 것이죠. ㅎㅎㅎ

- 그 밖에 수많은 고유명사, 스킬, 집단들이 웨이스트랜드와 직간접 연결고리를 갖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폴1에서 주인공 동료인 티코는 자기 할아버지가 데저트 레인저 출신이라는 언급을 합니다. 정크타운은 세비지빌리지에서 이름만 바꾼 것이고 작스(Zax)는 벡스(Vax)라는 로봇동료의 닮은꼴입니다. 휴이,듀이,루이의 독택이 나오는 머셔너리 동굴은 폴2와 웨이스트랜드에 모두 등장합니다.  

- 인터플레이로부터 바통을 넘겨받아 폴아웃3와 뉴베가스를 제작한 베데스다와 옵시디언 역시 의도적으로 웨이스트랜드의 컨텐츠를 가져다 사용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폴3의 원자교단(Children of Atom)은 웨이스트랜드에 등장하는 "버섯구름의 시종들"이라는 광신도 집단의 패러디입니다. 폴3에서 모이라가 주는 퀘스트인 "황무지 서바이벌가이드"라는 책은 다름아닌 웨이스트랜드 게임의 가이드북 이름이죠. 뉴베가스에 등장하는 매니 바르가스(Manny Vargas)라는 인물은 아마도 웨이스트랜드에서 주인공 동료인 스네이크 바르가스의 후손일 것으로 추정되며 폴3의 쓰리독과 뉴베가스의 라울이 언급하는 토스터를 고쳐야 한다는 얘기는 웨이스트랜드에 나오는 스킬에 대한 패러디입니다. 

- 옵시디언은 뉴베가스를 제작하면서 웨이스트랜드의 스토리가 폴아웃 시리즈와 자연스럽게 연결된다는 암시를 주기까지 합니다. 그 좋은 예가 데저트레인저입니다. 폴아웃 뉴베가스에서 모하비아웃포스트라는 장소에 가보면 동부로 진출하던 NCR이 모하비에서 데저트레인저와 만나 동맹을 맺었다는 내용의 기념물이 있습니다. 웨이스트랜드를 모르고 보면 데저트레인저라는 집단이 뜬금없이 등장한 것처럼 보입니다. 그러나 앞서 언급한 것처럼 데저트레인저는 <웨이스트랜드>의 주인공이 속한 집단 이름입니다. NCR이 당도하기 전까지 사막의 질서를 수호하던 자들... 그것이 바로 데저트레인저인 것이죠. 

참 많은 것을 연상시키지 않습니까? 


# 다음 내용은 폴아웃1에서부터 뉴베가스에 이르기까지 지금까지 폴아웃 세계관으로 어떤 작품들이 출시되었나 살펴보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