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부터 쭈욱 의아하게 생각하던 부분입니다. 어떤 확정적인 데이타를 모아본 적이 없기 때문에, 주로 경험적인 측면에서 느낀 경향성이었기 때문에 이것을 주제로 글을 써보는 것에 대해 조금 주저했었습니다만...

세계적 통신망의 구축과 함께 본격적으로 온라인겜의 시대가 찾아온 이래 정말로 오래동안 이런저런 게임들을 즐겨왔군요.. 한국에서 서비스하는 것들은 물론, 한국에 출시되지 않은 게임은 신용카드로 질러서 북미나 유럽서버까지 들어가서 즐기기도 했고 말이죠.

그런데, 그럴 때 마다 눈에 띄는 한국게이머들만의 독특한 '성향' 하나가 있는데, 그것은 다름아닌 "자기 캐릭터명"을 짓는 그 '작명방식'이었습니다. 아니, 보다 정확하게 말하자면 "자기 캐릭터에 '이름'을 지어주지 않는" 성향이라고나 할까요. 무슨 말인고 하니, 한국의 온라인 게이머들은 자기 캐릭터에 고유한 '이름'을 붙여주는 경우가 외국에 비해서는 상대적으로 꽤나 드물다는 것입니다.

미국이나 유럽의 게이머들의 경우, 보통 '이름'을 지어줍니다. '스티브' 라든지 '로버트' 라든지 '죤'이라든지... 평범한 자기 이름을 그대로 캐릭터명으로 삼는 것에서부터, 보다 거창하게는 '제우스'처럼 신화의 神名을 따다 붙이는 경우라든지, 성서적 모티브를 따서 '메타트론'과 같은 천사의 이름을 붙여준다든지, RP 쟝르소설의 캐릭터명을 따 '드리즈트'라는 소설의 등장인물의 이름을 붙여주는 등... 그것도 아니면 '우랄랄라' 같은 식으로 자기가 생각해서 만들어낸 이름을 붙이는 경우가 보통이지요. 어찌 되었건 분명한 것은, 그들이 자기 캐릭터에 붙이는 이름은 어떤 고유명사나 일반명사가 아닌, '이름'을 나타내는 것 외에는 아무런 다른 목적이 없는 '이름'입니다.

그런데, 한국 게이머들의 경우.. 무슨 이유에서인지 이러한 '이름'을 붙여주는 것에 대해 뭔가 저항을 느끼는게 아닌가 싶을 정도로 고유한 '이름'이 붙는 경우가 드물더군요.

예컨데, 한국에서 캐릭터명을 만드는 가장 흔한 방식은 주로 ' XX <클래스명> ' 의 형식을 띄게 됩니다. 만약 그 게임에 '전사' 라든지 '마법사'라는 직업이 있다면, 그 전사의 이름은 '최강전사', '후잡전사', '낼름전사'라는 식이 되고, 마법사의 이름은 '망할냉법', '화염마법짱' .... 등 등, 뭐 대충 누구에게나 익숙한 그런 종류의 '이름'이지요. 이런 것이 아니면, 대충 캐릭터를 작성하는 그 당시의 유행어라든지 - '여자라서햄볶아요' 는 아주 유명한 케이스고요 - , 그것도 아니면 비속어나 음란한 계통 등, 어느 경우가 되었건 '이름'이 사용되는 경우는 많지가 않습니다.

물론, 절대적으로 그렇다는 것은 아닙니다. 서양의 게이머들 중에서 '이름'이 아닌, 웃기는 단어의 조합 등을 사용하는 사람들도 있고, 반면 한국의 게이머들 중에서도 '고유명'을 하나 만들어 사용하는 사람들도 없지 않습니다. 하지만, 커다란 경향성 면에서 볼 때 한국의 게이머들은 자기 캐릭터에게 진정한 '이름'을 붙여주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그것은 취향의 문제인 만큼 비난이나 비판거리가 되지는 않겠으나, 의아함을 자아내기는 충분하다고 생각합니다.

왜 그런 것일까요?

서양인들이라고 해서 모두 TRPG의 '전통'이 자리잡고 있는 것도 분명 아닐 것입니다. 게임을 게임으로 즐기지 무슨 RP 까지 하느냐.. 생각하는 사람들은 서양에도 충분히 많습니다. 하지만 그들은 적어도, 자신의 분신으로써 캐릭터를 만들 때 거기에 하나의 정체성을 부여하기 위한 최초의 수단으로 가능한한 고유한 '이름'을 붙여주는 편입니다.

또, 판타지나 RP 쟝르에 대한 한국인들의 인식이 그다지 깊은 것은 아니라고 할지라도, 그것만이 그러한 경향성의 이유가 될 것 같지는 않다는 생각도 들고요. 캐릭터명에 '최 아무개' 라든지 '김 아무개', '이철이 장삼이' 같은 식으로 동양식/한국식 이름을 붙이는 경우가 극히 드문 것은 어쩔 수 없이 그 이름들이 (대개는) 서양풍/중세풍 판타지에 어울리지 않기 때문이라고 해도, '무차별전사' 니 '최강스크래퍼' 라는 식의 이름조차도 아닌 캐릭터명 또한 '어울리지 않는' 것은 마찬가지거든요.

참으로 의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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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스
"유럽에 하나의 유령이 출몰하고 있다. 공산주의라는 유령이."

데리다"아닙니다. 우리를 고통스럽게 하는 것은 바로 당신의 유령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