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조금씩 읽고 있는 책인데,
문학평론가인 조성면 교수가 쓴 「대중문학과 정전에 대한 반역」(소명출판, 2002년)이란 책에서
왜 'Science Fiction'이 '공상과학소설(空想科學小說)'이라는 명칭으로 불리게 됐는지 나와있습니다.

'Science Fiction'이라는 명칭은 과학소설 전문잡지 <Amazing Stories>를 창간한 휴고 건즈백(Hugo Gernsback)이 1923년에 최초로 사용했다고 합니다.

20세기에 걸쳐 서양에서 SF는 상업적으로 성공하면서 대중적인 문학 장르로 자리잡았고,
일본에선 1960년 처음으로 SF전문잡지 <SF 매거진>이 간행됩니다.
이 잡지는 미국의 <The Magazine of Fantasy and Science Fiction>을 거의 복사하다시피 한 내용입니다.
<SF 매거진> 측은 자사의 잡지를 홍보하고 미국의 SF를 계승하고 있다는 것을 내세우기 위해 표지 상단에 '공상과학소설'이라는 소제목을 달았습니다.
우리나라에서 'Science Fiction'을 '공상과학소설'이라고 번역한 것은 이를 그대로 차용해 온 결과죠.

즉, '공상과학소설'은 'Science Fiction'을 뜻하는 게 아니라,
'Fantasy [[B]]and[[/B]] Science Fiction'이라는 뜻의 '공상[[B]]과[[/B]] 과학 소설'에서 'Fantasy'만 잘라먹고 잘못 번역한 셈입니다.

저자는 이러한 원인이 그저 번역상의 사소한 오류만이 아니라,
주류 문학계가 SF를 하찮게 취급하면서 제대로 된 연구와 논의가 이뤄지지 않은 탓이라고 비판합니다.

어쩌면 '공상(空想)'이라는 단어가 주는 부정적인 느낌이 SF라는 '하찮은' 하위문학에 잘 어울린다고 생각해서 이런 잘못된 번역을 그대로 용인해 온 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듭니다.
必. Love & Peac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