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가 아파...."
홉스는 오늘따라 항상 자랑거리였던 자신의 잡화점에서 뭔가 낮설은 느낌을 느꼈다. 너무나 평화롭고 조용한 오후였기에 그는 더욱더 짜증스러워졌다.
홉스는 등받이가 없는 둥근 의자에 힘없이 털썩 주저앉았다. 지난 몇년간 난 무었을 했던 것일까? 내 인생은 이대로 아무 목적없이 나아가게 되는 것일까? 무언가 내 인생을 지탱해줄 어떤... '주인'은 없는 것일까?

그날 - 평온한 시저스 노크의 오후엔 유난히도 많은 사람들이 홉스와 같은 무력감을 느끼고 있었다.


'이제 어떻게 한다...'
멀찍이 떨어져서 보아도 한눈에 알수 있었다. 시저스 노크는 신디게이트에 의해 완전히 점령되어 있었던 것이다.
'되돌아 가나?'
그러나 젠탄이 돌아갈 곳은 없었다. 마스터 일렌느 - 젠탄의 입장에서 마스터 타시안의 후계자는 부룬가드가 아닌 일렌느였다.- 가 정상적으로 사고하고 생각할수만 있어도 일렌느야 말로 타시안의 정통 후계자임을 내세워 몸을 비벼볼 만한 지부가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노예칩이 이식되어진 마스터를 받아들일 신디게이트 무사란게 과연 있을 것인가...
'내가 있잖아...?'
기운이 빠진다. 젠탄의 충성은 어쩌면 허공을 향한 것인지도 모르는 것이다. 한 개인에 대한 충성보다는 신디게이트 자체에 대한 충성을 앞세우는 무사들의 도덕률에 비추어 보면 젠탄은 충성을 넘어 광적인 집착을 보이고 있는지도 몰랐다.
젠탄은 다시 한번 멀리 시저스 노크를 바라보았다. 저멀리 건물 사이로 꿈틀대고 있는건 한눈에 보아도 중량급의 배틀맥들이였다. 봉인된 군대라는것이 어떤 것인지는 몰라도, 과연 부룬가드의 배틀맥 부대보다 강한 것일까?
젠탄의 눈은 어딘가 봉인된 군대의 흔적이 있을지를 찾고 있었다. 그러나 신디게이트 중앙이 나서서 그렇게 철저히 조사했는데도 나타나지 않은 봉인된 군대였다. 젠탄이 아무리 뛰어난 무사라 해도 봉인된 군대가 그렇게 쉽게 찾아질수는 없는 노릇이였다.
'과연 '열쇠'를 가져가면 찾을수 있는 것일까?'
사실, 아무리 마스터 타시안이 일렌느와 함께 시저스 노크로 가서 봉인된 군대를 깨울것을 유언했다고 해도 일렌느와 또 일렌느만이 작동할수 있다는 '열쇠'를 가져간다고 해서 봉인된 군대가 발견될 것이가 또한 의문이였다. 신디게이트 중앙의 조사 영역은 시저스 노크를 중심으로 반경 30Km 지하 100m 에 걸쳐 있었다. 그 영역안엔 어떠한 군사적 시설도 발견되지 않았는데, 과연 봉인된 군대라는것이 존재하기나 하는 것일까.
'만일... 없다면?'
생각하기도 싫은 일이였지만, 대비하지 않으면 안될 일이였다. 만일, 봉인된 군대라는 것이 다만 마스터 타시안이 말년의 광기에 휘말려 만들어낸 그저 신기루와 같은 것이라면, 그는 어떻게 해야 하는 것일까.
젠탄은 신디게이트 중앙의 눈을 피해 변두리 지역에 정착한 자신의 모습을 상상해 보았다. 하긴 선대 마스터의 따님을 모시고 조용히 사는것 역시 괜찮을 지도 모르지. 그렇지만 젠탄은 그 선대 마스터의 따님이 노예칩의 영향하에 있는 모습은 정말 보기 싫었다.
그러면, 현 마스터 부룬가드를 인정하고 항복할까? 젠탄은 이내 머리를 저었다. 부룬가드라면 아무리 항복을 한다 해도 젠탄과 일렌느는 형장의 이슬이 되어 사라질 뿐이다.
'하는수 없지. 기회를 봐서 잠입할 밖에'
젠탄은 자신들이 절벽위에 놓인 구름다리를 건너고 있다고 생각했다. 한 걸음 옮길 때마다 한 조각씩 무너지는 구름다리를...


211.51.77.109 전홍식 (pyodogi@spacefantasy.com) 09/22[05:51]
앞으로의 내용이 기대되는 재미있는 작품이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