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타록이 시저스 노크에 도달한 것은 새벽 여명이 황량한 사막위로 타오르기 시작할 무렵이였다. 시저스 노크 외곽지역에 MFB를 세우고, 신타록은 휘하의 무사들로 하여금 시저스 노크의 정황을 정찰하고 돌아올것을 명령하였다. 이렇게 가까이까지 신타록의 배틀맥들이 전진해 왔는데도, 게다가 MFB를 위시한 야전 기지를 설치한 지금 이 순간까지도 부룬가드들의 움직임은 없었다. 하다못해 이 근방엔 정찰중인 제너 한두대조차 없었다.
"이래서야 기껏 설치한 PPC들을 시험해볼수가 없잖아."
게리슨이 웃는 얼굴로 무언가 말을 하려다가, 신타록의 진지한 얼굴을 보고선 낭패스런 표정을 지어보였다.
"자네의 카타펄트 역시 이제는 녹이 슬 지경일텐데 말이야."
"정비반 친구들이 하도 갈고 닦아 놔서 제 카타펄트는 장갑을 조금 잘라내다가 은쟁반 대신으로 써도 좋을 정도로 깨끗합니다." 게리슨이 한마디 툭 쏘았다. 그리고선 고개를 돌려 멀리 시저스 노크쪽을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만일 오늘 저녁식사에 마스터 부룬가드도 초대하실 요량이시라면 카타펄트로 멋진 식기세트를 만들어 드리죠."
신타록이 피식 웃었다. 언제나 그렇듯, 게리슨은 말을 빙글빙글 비꼬아가면서도 핵심은 놓치지 않고 있었다.
"저 침묵. 난 저 침묵이 맘에 안들어."
"저는 그 침묵의 의미를 모릅니다."
"나는 알거라고 생각하나?"
"적어도 칼린 사매는 알고 있겠죠."
신타록 지부의 무사들 사이에서는 칼린은 '신타록의 눈동자'라는 명칭으로까지 불리고 있었다. 무언가 사건이 벌어지고 그곳에 칼린이 있었다면, 그 사건의 당사자는 몇분도 채 지나지 않아 신타록의 호출을 받아야 했다. 칼린이 알게되는 모든 사실들을 신타록은 거의 실시간으로 알게 되는 것이였다. 그만큼이나 칼린은 신타록의 충실한 정보원이였다.
'칼린이 봉인된 군대를 찾아낼까?'
칼린은 그녀의 날카로운 언월도실력 만큼이나 영리한 여자였다. 그녀라면, 일렌느 일행을 안심시키고 그들과 함께 봉인된 군대를 찾아낼수 있을 것이다. 게다가 칼린은 지금 전 우주에서 가장 무시무시한 여자와 동행하고 있는 것이다. 적으로서가 아니라 아군으로서...
'허나 만약 봉인된 군대가 내 예상대로 그것이라면...'
신타록은 메이가 자신의 막사안으로 걸어들어오던 그 밤을 결코 잊지 않고 있었다. 탈란토스 공방전이 지루한 소모전으로 변해 있을때, 신타록은 사라몬이 도살꼬마라고 부르면서도 받들어 마지않는 한 여자 용병에 대해 알게 되었다. 사라몬 용병단처럼 돈에 자신의 검을 팔아넘긴 용병단이 이렇게까지 강한 전투력을 가지기 위해서는 그들중 누군가 구심점이 있어야 했고, 탈란토스에서 그 구심점은 사라몬 용병단의 오너인 키엔 벨사다 사라몬이 아니라 바로 그 '도살꼬마'였다. 수많은 워 햄머 트루퍼 무사의 희생을 댓가로 신타록은 그 도살꼬마의 행방을 추적해 낼수 있었고, 성공적으로  도살꼬마와 그녀가 이끌던 별동부대의 주둔지에 대규모 습격을 감행할수 있었다. 아무리 도살꼬마와 별동부대가 뛰어난 실력을 가지고 있었다고 해도, 신타록의 제우스를 위시한 배틀맥 랜스를 상대할수는 없었다. 별동부대는 괴멸되었고, 신타록은 그녀때문에 죽어야 했던 수많은 워 햄머 트루퍼들을 생각하며 무자비하게 제우스의 발바닥아래 그녀를 짖이겨 버렸었다. 그러나 며칠후, 사라몬 용병단의 손실을 우려해 키엔 벨사다 사라몬이 보낸 평화 사절을 보고선 신타록은 공포에 사로잡히지 않을수 없었다. 신타록의 막사안으로 귀찮은 심부름이라도 온듯한 발걸음으로 터벅터벅 걸어들어온 그 사절은 다름아닌 도살꼬마였던 것이다. 아직 제우스 맥의 발바닥엔 그녀의 내장과 피가 잔뜩 엉겨붙어있었음에도.
그 도살꼬마에 대한 경외감과 공포 때문에라도 신타록은 평화 협정서에 사인하지 않을수가 없었다. 아니, 공포라기 보다는, 어떻게 해서는 도살꼬마를 손에 넣어야 한다는 조바심이였을 것이다. 신타록은 협정의 조건으로 도살꼬마를 요구했고, 얼마 지나지 않아 도살꼬마를 움직이기 위해서는 단지 그녀에게 돈을 보여주기만 하면 된다는것을 알수 있었다. 신타록이 헤븐리 더스트 사업의 일부를 도살꼬마에게 넘겨주고서 얻은 이익은 도살꼬마가 헤븐리 더스트의 판매실적을 급상승시켜 주었다는 것 뿐만이 아니였다. 침대 위에서 도살꼬마는 열정적인 연인이였고, 그때 알아낸 도살꼬마의 과거는 신타록이 야망의 순간을 준비하는데에 결정적인 것이였다.
'봉인된 군대가 예상대로 그것이라면...' 아마도 칼린을 잃게 되겠지. 그러나, 예상대로 그것이라면, 아이탈록스뿐 아니라 유니온 우주 전체를 넘볼수 있을지도 모른다. 신타록은 고개를 절래절래 흔들었다. 야망엔 무엇이든 제물이 필요한 것이다.
신타록은 야전기지에서 한창 오우섬을 정비중인 MFB를 내려다 보았다. 신타록이 몰고 온 MFB엔 모두 커다란 접시모양의 구조물이 달려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