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수 11
상황은 여전히 그들에게 불리하기만 했지만 더글라스는 여유를 잃지 않는다.
“헷! 바론이라고? 골동품이잖아 그거.”
바론은 과거 우주대전 당시 하임 동맹에 의해 만들어진 기종이었지만 레탈아머라 분류해야 할지 의문이 들 정도로 조잡한 기체였다. 엔진은 핵융합을 쓰고 있었고 장갑은 일반 열화탄두에도 뚫릴 정도로 압력과 열에 약했다. 이후 II형이 등장하며 다소 개선되었지만 여전히 동시대에 등장한 라우렌 초기형과는 비교조차 할 수 없었다. 멕뮤리 소령이 뒤따라 출격하며 그의 비아냥에 동조한다.
“그래도 잉그램도 끼여 있으니, 상대해볼만 하지 않겠습니까? 라우렌 2A2 131번기 출격하겠다.”
반대편의 게이트에서는 시온과 렌 그리고 란돌이 이미 차례로 출격을 마친 상태였다. 렌과 란돌의 기체는 앞의 세명과는 달리 두툼한 장갑을 겨울 코트처럼 껴입고 있어 다소 위압적인 풍채를 지니고 있었다. 그 밖에 냉각장치가 달린 대구경 라이플 그리고 여분의 카트리지를 장비하고 있는 둘은 레그넘의 최종 방어를 책임질 것이다. 순풍에 돛 단듯 거침없이 나아가는 그들이지만 한 치 앞 길은 어둡기만 하다. 비장한 각오로 저마다 뜨겁게 포효하는 거인의 고삐를 틀어잡고 일방통행이 될 지도 모를 고요하고도 거친 바다를 헤쳐나간다.
“레탈아머 전기 출격 완료했습니다.”
“토르 1차 장전 발사. 목표 적 전함. 1번부터 8번까지는 정면의 세턴급, 9번부터 12번까지는 우현의 넵튠급, 나머지는 좌현을 노린다. 5초후 2차 장전분 발사. 적 레탈아머 편대와의 예상접촉 지점에서 자폭시켜라."
레탈아머 편대가 출격하자마자 함장의 다음 명령이 내려졌다. 그의 말이 끝남과 동시에 푸른 불기둥을 줄기차게 뿜어내며 솟아오른 수십발의 미사일은 저마다 세팅된 목표를 찾아 어지럽게 산개한다. 모함을 향해 달려드는 미사일 무리를 확인한 적 레탈아머들은 즉시 사격을 가해 그들을 차례차례 격추시켰다. 각종 첨단 센서, 뮤니언의 정보처리 능력, 엘시스의 미세한 컨트롤로 인해 그러한 핀포인트 사격은 레탈아머의 필수조건이 되어 있었다.
허나 응당 화염을 토해내며 산화할 줄 알았던 미사일에서 눈부시게 하얀 빛과 눈에는 보이지 않는 펄스파가 쏟아져나온다. 격추당할 걸 예측하고 있던 발데브 함장은 미리 발광탄과 전자탄을 내장시켜 선수를 쳤던 것이다. 비록 일초라도 효용이 있을지 의문이지만 그 찰나의 틈을 타 두번째 미사일 떼가 적 레탈아머들을 향해 맹렬히 치솟았다.
곧 발광탄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을 만큼 밝은 태양이 그들 앞에 나타난다.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높은 복사열과 강한 전자파가 거센 파도처럼 그들을 덮쳤다. 그 특이한 폭발의 종류를 눈치챈 적들은 냅다 꽁무니를 빼기 시작한다. 초장부터 다량의 수소폭탄을 쏟아 부은 대범한 계획에 적들은 우왕좌왕하고 있었다.
"잡았다!"
미리 멀찌감치 떨어져 숨을 죽이고 관찰하고 있던 렌은 방향감을 상실한체 우왕좌왕하고 있는 적을 발견하고 소리쳤다. 장신의 총열을 타고 순식간에 날아간 그녀의 플라즈마탄이 잉그램의 복부를 꿰뚫는다. 그들에게 있어선 지금이 생사를 판가름할 가장 중요한 순간이었다. 방사능의 장막이 걷히고 치열한 접전이 되면 더 이상 이렇게 화려한 지원은 기대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더글라스를 위시한 라우렌들과 레그넘은 거리고 장갑이고 따질 것 없이 한계에 다다를 때까지 마구 탄을 퍼붓기 시작했다. 포구에서는 뜨거운 에너지탄들이 쉴 세 없이 작열하고 발사체에서는 각종 미사일들이 정신없이 날아올랐다. 지나가는 길 위에 있는 모든 걸 남김 없이 쓸어버리려는 듯 알록달록한 빛무리와 구름들이 주변을 가득 메운다. 그러나 그러한 죽음의 늪을 헤치고 조그마한 미사일들이 점점이 빠른 속도로 다가오는게 보였다. 레그넘과 교신한 제시카가 즉시 보고한다.
「더글라스! 적의 순항미사일들을 포착했어요. 총 42발 확인. 레그넘으로부터 요격 미사일 발사 예통 접수. 예상 격추지점 노벰버 시에라 오스카 일대.」
함장의 의도를 바로 눈치챈 더글라스는 즉시 편대원들에게 명령한다.
"우유(란돌), 칵테일(렌)은 현재 위치에서 날아오는 미사일들을 격추시켜라. 나머지는 전방 대원들은 최대 속력으로 후퇴, 스위퍼 앞에서 대열을 갖춘다. 서둘러!"
잠시 후 레그넘에서 발사된 수십발의 요격 미사일이 적 순항 미사일들을 향해 뿔뿔이 흩어졌다. 그들 사이에 파고들어간 요격 미사일들은 작열하면서 수많은 자탄들을 우주에 뿌리고 폭발하는 자탄들은 빼곡히 박힌 석류알처럼 주변을 붉게 물들인다. 일순간에 터지는 모습은 흡사 장대한 불꽃놀이를 보는 듯 했다. 그리고 그 장대한 불꽃놀이는 다시 대낮보다 밝은 빛무리들로 뒤덮이며 화려한 종말을 맞이한다. 적들이 발사한 미사일 중에도 원자폭탄 계열의 탄두가 장착된게 있었던 모양이다.
발데브 함장과 아서 소령의 선견지명 덕에 위험을 피한 라우렌 편대는 재빨리 후퇴하여 새로운 방어선을 형성했다. 원자폭탄의 열기가 사그러질 때 쯤 광채들 틈사이로 조그마한 점들이 어지럽게 나선을 그리며 다가오는게 눈에 띄었다. 시온은 육중한 방패를 들어 앞을 가린 채 무쇠처럼 차갑고 묵직한 라이플을 치켜들었다. 뜨겁게 달구어진 전장의 열기 속에 흥분된 가슴을 억누르며 티더가 보내오는 예측경로를 향해 방아쇠를 당긴다.
번뜩임과 함께 눈 앞에서 사라진 초탄은 적을 스치듯 지나쳐 버린다. 허나 시온은 이에 실망하지 않고 천천히 후퇴하며 계속 방아쇠를 당겼다. 다른 방향에서는 아서와 멕뮤리 소령이 역시 시온처럼 적을 경계하며 방위선을 좁혀가고 있었다. 적들을 레그넘의 유효사거리까지 유인하려는 의도에서 였다. 잠시 후면 레그넘이 적함들의 추적을 뿌리칠 것이고 모함과 차츰 멀어지는 적 레탈아머들은 결국 후퇴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전투가 한창 무르익어 갈 즈음, 티더는 우측방면에서 어떤 빛의 파장을 읽어냈었다. 처음에는 그저 먼 곳에 있는 별이려니 생각했지만 잠시 후 결코 그렇지 않다는 걸 알아냈다. 그 방위에 놓인 별 따위는 그녀의 기억에 없었던 것이다. 무수히 쏟아지는 포탄과 미사일로 정신없는 와중에도 계속 신경쓰인 그녀는 결국 추적해보기로 마음 먹었다. 틈틈이 파장의 근원을 조사하던 그녀는 결국 거리를 산출하기에 이르고 뭔가 심상치 않음을 깨달았다. 근원까지의 거리는 천문 단위로 1.67AU(약 2억 4천만 km), 지구를 제외한 그 어떤 혹성보다 가까이에 있었다. 반사광만으로는 크기와 질량을 알아내기에 다소 무리가 있었지만 적어도 일개 하임 정도의 크기가 아님은 한 눈에 알 수 있었다. 그러한 사실은 레그넘의 브리지에도 빠르게 전파되었다.
"뭐라고?!"
관측반의 보고를 받던 리 부함장은 자기도 모르게 소리쳤다. 빗발치는 포화 속에서 이무 수행으로 여념이 없던 일부 장병들의 이목이 그녀에게 집중되었다. 각종 키를 두드리는 소리와 교신, 보고 등으로 소란스럽던 브리지가 한순간 조용해진다. 함장은 그녀의 놀람따위 기다려줄 여유도 없다는 듯 재빨리 확인한다.
"뭔가?"
"예, 그게… 약 1.7AU 떨어진 위치에서 소혹성 규모의 천체를 관측했다고 합니다. 예상궤도는 지구와 유사, 좌표는 태양 반대편, 도플러 계산(*주1)결과 1년을 주기로 태양을 공전한다고 합니다."
로첸은 잠시 뜸을 들인 후 별 것 아니라는 듯 그녀의 말을 받았다.
"적의 본거지로군. 단순한 기지 이상이겠지."
지구와 정반대편 위치, 태양과 지구 인력의 중화점이며 언제나 태양에 가려 지구에서는 관측이 불가능 곳이다. 여태껏 빛의 반사를 통재하는 스텔스 기술로 지구연방의 이목을 속여왔으리라.
"살아 돌아가야 할 이유가 한가지 더 늘었을 뿐이다. 지금은 위기상황에서 벗어나는 데만 총력을 기울여라. 흐트러진 순간 사신은 다가온다!"
방해전파가 난무하는 전장에서 몇 억 킬로미터나 떨어진 지구까지의 교신은 불가능했다. 가까스러 얻은 중요한 첩보도 지금 위기에서 벗어나지 못한다면 싸늘한 우주의 먼지와 함께 사라질 뿐이다. 다행히 레탈아머 편대들이 착실히 저지선을 형성해준 덕분에 희망의 서광이 그들을 비추는 듯했다. 그러나 그들은 적의 또 다른 내막을 아직 모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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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1: 도플러 계산: 본래 빛의 파장(여기서는 태양)과 측정된 물체에서 나오는 파장의 차이를 통해 물체의 이동속도를 계산하는 방법.
앞에 부분 또 손 본다고 시간 좀 잡아 먹었습니다. 기본 내용은 변화없습니다만 글쓰는 실력을 다듬기 위해서랄까요. 어차피 연습삼아 쓰는 것도 있고해서 자주 그렇게 할 것 같네요. 소재가 너무 많아 흐름을 이해하기 어렵다는 분이 계시던데, 여러분은?
(계속)
“헷! 바론이라고? 골동품이잖아 그거.”
바론은 과거 우주대전 당시 하임 동맹에 의해 만들어진 기종이었지만 레탈아머라 분류해야 할지 의문이 들 정도로 조잡한 기체였다. 엔진은 핵융합을 쓰고 있었고 장갑은 일반 열화탄두에도 뚫릴 정도로 압력과 열에 약했다. 이후 II형이 등장하며 다소 개선되었지만 여전히 동시대에 등장한 라우렌 초기형과는 비교조차 할 수 없었다. 멕뮤리 소령이 뒤따라 출격하며 그의 비아냥에 동조한다.
“그래도 잉그램도 끼여 있으니, 상대해볼만 하지 않겠습니까? 라우렌 2A2 131번기 출격하겠다.”
반대편의 게이트에서는 시온과 렌 그리고 란돌이 이미 차례로 출격을 마친 상태였다. 렌과 란돌의 기체는 앞의 세명과는 달리 두툼한 장갑을 겨울 코트처럼 껴입고 있어 다소 위압적인 풍채를 지니고 있었다. 그 밖에 냉각장치가 달린 대구경 라이플 그리고 여분의 카트리지를 장비하고 있는 둘은 레그넘의 최종 방어를 책임질 것이다. 순풍에 돛 단듯 거침없이 나아가는 그들이지만 한 치 앞 길은 어둡기만 하다. 비장한 각오로 저마다 뜨겁게 포효하는 거인의 고삐를 틀어잡고 일방통행이 될 지도 모를 고요하고도 거친 바다를 헤쳐나간다.
“레탈아머 전기 출격 완료했습니다.”
“토르 1차 장전 발사. 목표 적 전함. 1번부터 8번까지는 정면의 세턴급, 9번부터 12번까지는 우현의 넵튠급, 나머지는 좌현을 노린다. 5초후 2차 장전분 발사. 적 레탈아머 편대와의 예상접촉 지점에서 자폭시켜라."
레탈아머 편대가 출격하자마자 함장의 다음 명령이 내려졌다. 그의 말이 끝남과 동시에 푸른 불기둥을 줄기차게 뿜어내며 솟아오른 수십발의 미사일은 저마다 세팅된 목표를 찾아 어지럽게 산개한다. 모함을 향해 달려드는 미사일 무리를 확인한 적 레탈아머들은 즉시 사격을 가해 그들을 차례차례 격추시켰다. 각종 첨단 센서, 뮤니언의 정보처리 능력, 엘시스의 미세한 컨트롤로 인해 그러한 핀포인트 사격은 레탈아머의 필수조건이 되어 있었다.
허나 응당 화염을 토해내며 산화할 줄 알았던 미사일에서 눈부시게 하얀 빛과 눈에는 보이지 않는 펄스파가 쏟아져나온다. 격추당할 걸 예측하고 있던 발데브 함장은 미리 발광탄과 전자탄을 내장시켜 선수를 쳤던 것이다. 비록 일초라도 효용이 있을지 의문이지만 그 찰나의 틈을 타 두번째 미사일 떼가 적 레탈아머들을 향해 맹렬히 치솟았다.
곧 발광탄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을 만큼 밝은 태양이 그들 앞에 나타난다.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높은 복사열과 강한 전자파가 거센 파도처럼 그들을 덮쳤다. 그 특이한 폭발의 종류를 눈치챈 적들은 냅다 꽁무니를 빼기 시작한다. 초장부터 다량의 수소폭탄을 쏟아 부은 대범한 계획에 적들은 우왕좌왕하고 있었다.
"잡았다!"
미리 멀찌감치 떨어져 숨을 죽이고 관찰하고 있던 렌은 방향감을 상실한체 우왕좌왕하고 있는 적을 발견하고 소리쳤다. 장신의 총열을 타고 순식간에 날아간 그녀의 플라즈마탄이 잉그램의 복부를 꿰뚫는다. 그들에게 있어선 지금이 생사를 판가름할 가장 중요한 순간이었다. 방사능의 장막이 걷히고 치열한 접전이 되면 더 이상 이렇게 화려한 지원은 기대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더글라스를 위시한 라우렌들과 레그넘은 거리고 장갑이고 따질 것 없이 한계에 다다를 때까지 마구 탄을 퍼붓기 시작했다. 포구에서는 뜨거운 에너지탄들이 쉴 세 없이 작열하고 발사체에서는 각종 미사일들이 정신없이 날아올랐다. 지나가는 길 위에 있는 모든 걸 남김 없이 쓸어버리려는 듯 알록달록한 빛무리와 구름들이 주변을 가득 메운다. 그러나 그러한 죽음의 늪을 헤치고 조그마한 미사일들이 점점이 빠른 속도로 다가오는게 보였다. 레그넘과 교신한 제시카가 즉시 보고한다.
「더글라스! 적의 순항미사일들을 포착했어요. 총 42발 확인. 레그넘으로부터 요격 미사일 발사 예통 접수. 예상 격추지점 노벰버 시에라 오스카 일대.」
함장의 의도를 바로 눈치챈 더글라스는 즉시 편대원들에게 명령한다.
"우유(란돌), 칵테일(렌)은 현재 위치에서 날아오는 미사일들을 격추시켜라. 나머지는 전방 대원들은 최대 속력으로 후퇴, 스위퍼 앞에서 대열을 갖춘다. 서둘러!"
잠시 후 레그넘에서 발사된 수십발의 요격 미사일이 적 순항 미사일들을 향해 뿔뿔이 흩어졌다. 그들 사이에 파고들어간 요격 미사일들은 작열하면서 수많은 자탄들을 우주에 뿌리고 폭발하는 자탄들은 빼곡히 박힌 석류알처럼 주변을 붉게 물들인다. 일순간에 터지는 모습은 흡사 장대한 불꽃놀이를 보는 듯 했다. 그리고 그 장대한 불꽃놀이는 다시 대낮보다 밝은 빛무리들로 뒤덮이며 화려한 종말을 맞이한다. 적들이 발사한 미사일 중에도 원자폭탄 계열의 탄두가 장착된게 있었던 모양이다.
발데브 함장과 아서 소령의 선견지명 덕에 위험을 피한 라우렌 편대는 재빨리 후퇴하여 새로운 방어선을 형성했다. 원자폭탄의 열기가 사그러질 때 쯤 광채들 틈사이로 조그마한 점들이 어지럽게 나선을 그리며 다가오는게 눈에 띄었다. 시온은 육중한 방패를 들어 앞을 가린 채 무쇠처럼 차갑고 묵직한 라이플을 치켜들었다. 뜨겁게 달구어진 전장의 열기 속에 흥분된 가슴을 억누르며 티더가 보내오는 예측경로를 향해 방아쇠를 당긴다.
번뜩임과 함께 눈 앞에서 사라진 초탄은 적을 스치듯 지나쳐 버린다. 허나 시온은 이에 실망하지 않고 천천히 후퇴하며 계속 방아쇠를 당겼다. 다른 방향에서는 아서와 멕뮤리 소령이 역시 시온처럼 적을 경계하며 방위선을 좁혀가고 있었다. 적들을 레그넘의 유효사거리까지 유인하려는 의도에서 였다. 잠시 후면 레그넘이 적함들의 추적을 뿌리칠 것이고 모함과 차츰 멀어지는 적 레탈아머들은 결국 후퇴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전투가 한창 무르익어 갈 즈음, 티더는 우측방면에서 어떤 빛의 파장을 읽어냈었다. 처음에는 그저 먼 곳에 있는 별이려니 생각했지만 잠시 후 결코 그렇지 않다는 걸 알아냈다. 그 방위에 놓인 별 따위는 그녀의 기억에 없었던 것이다. 무수히 쏟아지는 포탄과 미사일로 정신없는 와중에도 계속 신경쓰인 그녀는 결국 추적해보기로 마음 먹었다. 틈틈이 파장의 근원을 조사하던 그녀는 결국 거리를 산출하기에 이르고 뭔가 심상치 않음을 깨달았다. 근원까지의 거리는 천문 단위로 1.67AU(약 2억 4천만 km), 지구를 제외한 그 어떤 혹성보다 가까이에 있었다. 반사광만으로는 크기와 질량을 알아내기에 다소 무리가 있었지만 적어도 일개 하임 정도의 크기가 아님은 한 눈에 알 수 있었다. 그러한 사실은 레그넘의 브리지에도 빠르게 전파되었다.
"뭐라고?!"
관측반의 보고를 받던 리 부함장은 자기도 모르게 소리쳤다. 빗발치는 포화 속에서 이무 수행으로 여념이 없던 일부 장병들의 이목이 그녀에게 집중되었다. 각종 키를 두드리는 소리와 교신, 보고 등으로 소란스럽던 브리지가 한순간 조용해진다. 함장은 그녀의 놀람따위 기다려줄 여유도 없다는 듯 재빨리 확인한다.
"뭔가?"
"예, 그게… 약 1.7AU 떨어진 위치에서 소혹성 규모의 천체를 관측했다고 합니다. 예상궤도는 지구와 유사, 좌표는 태양 반대편, 도플러 계산(*주1)결과 1년을 주기로 태양을 공전한다고 합니다."
로첸은 잠시 뜸을 들인 후 별 것 아니라는 듯 그녀의 말을 받았다.
"적의 본거지로군. 단순한 기지 이상이겠지."
지구와 정반대편 위치, 태양과 지구 인력의 중화점이며 언제나 태양에 가려 지구에서는 관측이 불가능 곳이다. 여태껏 빛의 반사를 통재하는 스텔스 기술로 지구연방의 이목을 속여왔으리라.
"살아 돌아가야 할 이유가 한가지 더 늘었을 뿐이다. 지금은 위기상황에서 벗어나는 데만 총력을 기울여라. 흐트러진 순간 사신은 다가온다!"
방해전파가 난무하는 전장에서 몇 억 킬로미터나 떨어진 지구까지의 교신은 불가능했다. 가까스러 얻은 중요한 첩보도 지금 위기에서 벗어나지 못한다면 싸늘한 우주의 먼지와 함께 사라질 뿐이다. 다행히 레탈아머 편대들이 착실히 저지선을 형성해준 덕분에 희망의 서광이 그들을 비추는 듯했다. 그러나 그들은 적의 또 다른 내막을 아직 모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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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1: 도플러 계산: 본래 빛의 파장(여기서는 태양)과 측정된 물체에서 나오는 파장의 차이를 통해 물체의 이동속도를 계산하는 방법.
앞에 부분 또 손 본다고 시간 좀 잡아 먹었습니다. 기본 내용은 변화없습니다만 글쓰는 실력을 다듬기 위해서랄까요. 어차피 연습삼아 쓰는 것도 있고해서 자주 그렇게 할 것 같네요. 소재가 너무 많아 흐름을 이해하기 어렵다는 분이 계시던데, 여러분은?
(계속)
이름 없는 괴물이 아그작
아그작 아그작
나의 날개는 그렇게 부서졌다.
나는... 누구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