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수 8
아침에 등교하여 교실에 도착하자 아무것도 걸려있지 않던 뒷자리 책상에 가방이 걸려 있는 것이 보였다.
담임이 그 쪽 자리만 자리를 교체한 것이 아니라면 아현이 등교했을 것이 분명했다.
가만히 내 자리에 앉아서(혹은 약간 초조하게) 멍하니 있자니 익숙한 발소리가 들렸다.
고개를 돌려 뒤를 바라보니 그림자 진 느낌의 아현의 표정이 눈에 먼저 들어왔다.
“오랬만.”
아무렇지 않은 척 한 쪽 손을 들며 인사했다.
“......응.”
예전과 다르게 기운이 빠진 너무나 조용한 반응.
“....많이 아펐냐?”
그대로 엎드린 채 아현이 내 말에 반응하고 있지 않다고 생각되어 몸을 돌릴 때 작은, 엎드려 있어서 더욱 더 작게 들리는 아현의 목소리가 가냘프게 귀에 울렸다.
“........아니, 뭐.....아펐던 거 겠지.”
에매한 대답이었다. 그러나 난 아현의 어두운 분위기에 더 이상 말을 걸 수 없었다.
나도 조용히 앞을 바라본 채 멍하니 있을 수 밖에 없었다.
곧 종이 울리고 아침 조회에 담임이 들어왔다.
담임은 한번 교실을 둘러보다 아현을 보자 미묘하게 미간을 찌푸렸다.
“정아현, 나와.”
굳은 표정으로 담임 선생은 아현을 교탁으로 불렀다.
뒷자리에서 아현이가 일어나는 소리가 들렸다. 조용하게 일어서는 소리에서 왠지 금방이라도 쓰러질 것 같다는 느낌을 받는 건 나뿐 인가, 라는 생각이 들었다.
짝!
담임 선생의 손이 아현의 뺨을 때리는 소리가 교실 전체에 울렸다.
그 소리에 교실 분위기는 겨울철 강물에 빠진 것 처럼 단번에 가라앉아버렸다.
“칠판에 손 짚고 엎드려.”
담임은 아현이 교탁으로 나가자 아무런 말도 없이 다짜고짜 뺨을 때린 뒤 전후 사정 이야기 할 기회도, 들으려하는 시도조차 하지 않고 그대로 아현을 때리려 하고 있었다.
담임이 아현을 때린 이유는 무엇인지 나는 알 수 있었다. 그건 나만 아니라 이 교실에 있는 모든 학생들 역시 알고 있을 것 이다.
며칠 전에 있었던 오토바이 사건.....그것 때문 일 것이다.
하지만 그건 아현이의 잘못은 아니었다. 오히려 아현은 피해자 였다. 그러나 그걸 증명할 방법은 없었고 학생 주임과 담임은 진짜 잘못을 저지른 것이 누구인지 밝혀낼 생각보다는 그저 드러난 한명을 체벌함으로서 학생들을 억누르는 것이 해결이라고 밖에 생각하지 못했다.
짝!
담임이 가지고 다니는 긴 몽둥이가 아현의 허벅지를 때리는 소리가 무겁게 교실에 울렸다.
처음부터 끊어질 것 같았던 아현은 아무런 소리도 내지 않고 맞은 부위에 손을 가져간 상태로 그 자리에 주저앉았다.
아현의 몸이 떨리는 것이 눈에 보였다. 소리를 내고 싶어도 소리를 낼 수 없는 상태인 것 처럼 보였다.
“아침 조회시간 얼마 안 남았다, 수업 시작하기 전에 다 안 맞으면 종례 때 두배로 더 맞는다.”
교육에 대해서는 모른다. 매가 필요 없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러나 눈앞에 보이는 것이 진정한 가르침인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학교, 그리고 선생들은 학생들을 교육시키기 보다 잘 관리하여 문제없이 졸업시키고 입시에 성공하는 것이 목표다. 회사원들이 매출을 올리는 것 처럼 선생들 역시 반 평균이 올라가고 자신의 관리하에 있는 학생들이 수도권의 좋은 대학에 들어가게 하는 것이 목표일 뿐, 자신들이 배운, 그리고 자신들이 옮다고 생각하는 것들을 가르치려고 하지 않는다. 이해 시켜 따라오게 하는 것이 아니다.
동물들의 세계 처럼 강한, 혹은 상위의 위치에서 힘으로 억압하여 다수의 무리를 자신의 룰로 밀어넣는 것 이다. 지금처럼 말이다.
“아주 선생 말이 말처럼 들리지 않는구나?”
선생은 학생이 아닌 범죄자를 대하는 것 처럼 아현의 머리를 잡고 억지로 일으킨다.
눈가와 미간에 피가 쏠리는 것이 느껴지며 난 나도 모르게 힘을 선생에게 뻗었다. 언제나처럼, 몇 번이나 해보았지만 선생의 몸에 힘은 영향을 줄 수 없었다. 선생의 몸을 손상시키는 것에 집중하고 있었던 것 때문인지 바위에 물이 튀는 것 처럼 힘은 이리저리 분산되었고 갑작스러운 힘의 분산에 난 미처 그 힘들을 제대로 제어하지 못했다.
콰직!
“응?”
먼저 영향이 나타난 것은 선생의 손에 들려있던 몽둥이 였다.
뭐에 부딪혀서 부러진 것도 아니고 가만히 들고 있던 몽둥이가 저절로 두동강이 나자 선생은 기이하다는 눈길로 자신의 손에 들려있는 남은 몽둥이를 바라보았다.
“이거 만든 지 얼마 안 되었는데....”
선생이 부러진 단면을 보며 의아하게 고개를 갸우뚱 거리는 사이, 교탁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선생을 비롯한 학생들의 시선이 교탁으로 쏠렸다.
교탁에 쏠린 시선들이 기이함에서 불안함으로 변환하는 타이밍에 맞춰 교탁이 터져버렸다.
미처 손 쓸 사이도 없이 몇몇의 교탁 파편들이 교실 여기저기로 날아갔고 교탁의 파편에 머리를 맞은 학생들 두 세명이 나왔다. 갑작스러운 일에 선생을 비롯한 교실에 있는 학생들이 우왕좌왕 하는 사이 유리창이 흔들렸다.
난 그대로 조용히 앉아있었다. 저번의 밤과 같은 폭주였다. 난 충분히 멈출 수 있지만 그러지 않았고 그러기 싫었다.
선생에 대한 혐오, 반 전체의 힘에 억눌려 사는 한심한 주변의 인간에 대한 분노를 조금이나마 풀고 싶었다.
“으..으아아아!”
우리 동네에 살던 녀석들은 지난 밤의 폭주 상태를 떠올린 모양인지 얼굴들이 파랗게 질렸고 한 녀석은 흔들리는 유리창을 보자 겁에 질려 비명을 지르고 교실 바깥으로 도망치려고 했다.
그 녀석을 시작으로 우리 반 전체에 혼란이 퍼졌다.
모든 학생들이 도망치기 위해 입구로 몰려들었다. 그때를 맞춰 교실의 모든 유리창들이 박살나며 이리저리 튀었다.
“아악!”
깨어져 사방으로 튀어나간 유리 파편에 한 한생의 등이 찔렸다. 상처가 깊은 지 얕은 지 알 수 없었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유리에 찔린 부분에서 피가 배어나와 두터운 교복 외투를 적시는 것이 보였다.
그 비명과 피가 학생들을 더욱 더 혼란스럽게 만들었고 선생은 뒤늣게 서야 학생들을 진정시키기 위해 버둥거렸다.
“이 멍청한 새끼들! 위험하다니깐! 말이 안들리냐!”
선생은 가축을 몰아대듯 학생들을 때리며 진정시키려 했지만 한번 주위로 퍼진 공포는 사그러들 줄 몰랐다.
깡.
고의적으로 방치된 폭주하는 힘은 교실들을 연결하고 있던 도시가스 파이프 까지 영향을 미쳤다.
단단하게 용접으로 붙어있던 파이프의 용접부분이 동강나며 가스가 새어나오는 소리가 이미 공포로 가득한 교실에 더욱 더 많은 공포를 들이 부었다.
이번에는 선생 역시 공포스러웠는지 선생은 자기가 직접 학생들을 밝고 타고 넘어 복도로 도망가려 했지만 여의치 않자 3층인 교실에서 창문을 열고 뛰어내렸다. 무거운 고깃덩이가 아스팔트 바닥에 내쳐지는 소리와 비명소리가 동시에 울렸고 우왕좌왕 하던 몇몇 녀석들은 보통 때는 담임의 말 이라고는 들을 생각도 하지 않았지만 공포 때문인지 담임처럼 창문 바깥으로 뛰어내렸다.
그렇게 혼란스러운 교실의 모습을 보며 마음속의 분을 풀던 나는 교탁에 공포에 휘말려 혼란스러워 하는 아이들과 떨어져 도망갈 생각조차 하지 못하고 몸을 떨며 눈물을 그렁하게 떨구는 아현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그제서야 난 아차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미 내 힘으로 인해 공포감을 느꼈던 아현에게 이런상황을 다시 겪게 만드는 것이 얼마나 무책임한 것 인지.
당황스러운 마음에 우선은 난 아현에게 다가갔다.
“아현아? 괜찮아?”
웅크리고 몸을 떨며 눈물만 흘리는 아현에게 다가가 말했지만 아현은 내 이야기에 대답할 상황이 아닌 듯 했다.
“괜찮을거야, 다른 녀석들은 몰라도 넌 괜찮을 거야, 그러니까.....”
누나가 예전에 내가 공포영화를 보거나 치과를 가거나 사나운 개가 근처에 있을때, 무서워 할 때 하던 것 처럼 아현의 머리를 스다듬으며 진정시키려 아현의 머리를 만지려 했지만 순간 무책임하게 다시 아현이를 공포로 몰아넣은 자신에 대한 혐오로 인해 내가 아현이를 만져봐도 되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한층 더 떨리는 아현이를 보자 자연스럽게 손이 아현의 머리로 향했다.
“괜찮아....그러니까 울지마.....내가 넌 어떻게든 지켜줄게.”
막상 말할 때는 몰랐지만 말한 뒤에, 한 참 뒤에 내가 아현이에게 한 말을 다시 떠올리니 낮간지럽고 가증스럽다는 느낌이 들었다.
아현이가 내말을 듣고 진정되는지 안 되는지 알 수 없지만 어찌 되었든 가스가 새어나오는 이런 곳에 아현이를 그냥 놔둘 수는 없었다.
교실을 두 출입구를 보자 정말 가관이었다. 사람의 몸으로 가득 끼어있는 두 출입구를 보자 인간에 대한 혐오가 살짝 느껴졌다.
슬슬 폭주하는 힘을 진정시켜야 한다고 생각하고 살짝 힘을 조절하자 예전과 달리 힘은 너무나 쉽게 폭주를 멈추고 내 의식 하에 관리되었다.
폭주는 끝났지만 교실에 깔린 공포는 멈추지 않았고 점점 새어나오는 가스에 난 초조해졌다.
‘에라 모르겠다.’
교실출입구 가운데에 벽에 금이 가며 창틀과 벽 근처에 있던 책상들이 엎어졌다. 갑작스러운 벽의 요동에 아이들은 더욱 더 공포에 날뛰었고 친한 척 하던 녀석들조차 서로를 버리고 어떻게든 살겠다고 발버둥 치는 장면이 내 눈을 찌푸리게 했다.
난 힘을 써서 출입구 가운데 벽을 뚫어놓고 그곳으로 아현이를 데리고 나왔다.
아현이를 부축하여 데리고 나가려 했지만 그러다가는 공포로 혼란에 휘둘리는 아이들에게 휩쓸릴 것 같아 아현이를 엎고 바깥으로 나갔다.
옆 교실에는 이미 선생과 학생 모두 제대로 도망친 듯 하지만 옆교설 건너의 교실은 그저 교사가 복도로 나와 멀뚱히 바라보고만 있었다. 나는 그 선생에게 가스가 새어나온다는 말을 하자 그제서야 선생은 아이들을 바깥으로 대피시켰고 그때 학교 방송에서 전교생 대피시키는 안내 방송이 나왔다.
내가 아현이를 엎고 교실로 나오자 이미 운동장은 대피한 학생들로 가득히 모여 있었다.
아현이를 엎고 우선은 양호선생을 찾아갔다.
“으아아악!!!!!”
“아퍼...”
“엄마~~~!!!!!!!! 엄마아!!!!!!!!!!!”
“성생님 좀 어떻게 해봐요! 존나 아퍼요!! 아이 시팔!”
양호 선생은 3층에서 뛰어내려 다친 담임과 학생들을 봐주고 있었다.
“으아아아앙~~”
거기에 혼란에 빠져 패닉 증상을 보이는 우리반 아이들 역시 몰려들어 있어 굉장히 바뻐보였다.
“저기 양호선생님!”
“왜!”
양호 선생은 약간 히스테릭한 목소리로 소리치며 날 돌아봤고 엎혀있는 아현이를보자 내 쪽으로 달려왔다.
“어디 다친거야?”
양호 선생은 아현이를 이리저리 살펴보며 내게 물었다.
“아니요, 어디 부딪히거나 다친데는 없어요.”
“후.....단순한 패닉이구나......다행이네..”
양호 선생은 아현이에게 외상이 없다는 것을 확인하자 몸을 돌려 다른 다친 학생들이 있는 곳으로 가려고 했다.
“선생님 아현이는요!?”
나가 약간 당황하여 선생님을 붙잡자 선생은 날카로운 목소리로 말하며 째려보듯 날 바라봤다.
“야, 지금 주변 안 보이니? 얘 보다 더 많이 다친 사람 많아! 지금 바뻐!”
양호 선생의 분위기에 눌려 아무 말 하지 못하는 사이 양호선생은 다시 외상이 있는 학생들이 모여 있는 곳으로 갔다.
어떻게 해야 할지 몰랐고 이제 어느 정도 안전하다고 생각되어 난 아현이를 내려놓으려 했다.
꽈악.
아현이를 내려놓으려 했지만 아현이가 아이가 교복 등쪽을 꼬옥 쥐었다. 아현이가 내 옷을 강하게 쥐어 잡자 마음속 한 가운데에서 쑤시는 듯한 것이 느겨졌다. 하지만 그게 죄책감인지, 아니면 다른 감정인지는 알 수 없었다.
생각지도 못했던 아현이의 반응에 난 약간 당황하며 한 동안 서 있다가 그 자리에 주저앉았다. 아현이가 내 등에 눈을 비벼 눈물을 닦는 감촉을 느끼며 귀엽다는 생각을 잠시 했다.
담임이 그 쪽 자리만 자리를 교체한 것이 아니라면 아현이 등교했을 것이 분명했다.
가만히 내 자리에 앉아서(혹은 약간 초조하게) 멍하니 있자니 익숙한 발소리가 들렸다.
고개를 돌려 뒤를 바라보니 그림자 진 느낌의 아현의 표정이 눈에 먼저 들어왔다.
“오랬만.”
아무렇지 않은 척 한 쪽 손을 들며 인사했다.
“......응.”
예전과 다르게 기운이 빠진 너무나 조용한 반응.
“....많이 아펐냐?”
그대로 엎드린 채 아현이 내 말에 반응하고 있지 않다고 생각되어 몸을 돌릴 때 작은, 엎드려 있어서 더욱 더 작게 들리는 아현의 목소리가 가냘프게 귀에 울렸다.
“........아니, 뭐.....아펐던 거 겠지.”
에매한 대답이었다. 그러나 난 아현의 어두운 분위기에 더 이상 말을 걸 수 없었다.
나도 조용히 앞을 바라본 채 멍하니 있을 수 밖에 없었다.
곧 종이 울리고 아침 조회에 담임이 들어왔다.
담임은 한번 교실을 둘러보다 아현을 보자 미묘하게 미간을 찌푸렸다.
“정아현, 나와.”
굳은 표정으로 담임 선생은 아현을 교탁으로 불렀다.
뒷자리에서 아현이가 일어나는 소리가 들렸다. 조용하게 일어서는 소리에서 왠지 금방이라도 쓰러질 것 같다는 느낌을 받는 건 나뿐 인가, 라는 생각이 들었다.
짝!
담임 선생의 손이 아현의 뺨을 때리는 소리가 교실 전체에 울렸다.
그 소리에 교실 분위기는 겨울철 강물에 빠진 것 처럼 단번에 가라앉아버렸다.
“칠판에 손 짚고 엎드려.”
담임은 아현이 교탁으로 나가자 아무런 말도 없이 다짜고짜 뺨을 때린 뒤 전후 사정 이야기 할 기회도, 들으려하는 시도조차 하지 않고 그대로 아현을 때리려 하고 있었다.
담임이 아현을 때린 이유는 무엇인지 나는 알 수 있었다. 그건 나만 아니라 이 교실에 있는 모든 학생들 역시 알고 있을 것 이다.
며칠 전에 있었던 오토바이 사건.....그것 때문 일 것이다.
하지만 그건 아현이의 잘못은 아니었다. 오히려 아현은 피해자 였다. 그러나 그걸 증명할 방법은 없었고 학생 주임과 담임은 진짜 잘못을 저지른 것이 누구인지 밝혀낼 생각보다는 그저 드러난 한명을 체벌함으로서 학생들을 억누르는 것이 해결이라고 밖에 생각하지 못했다.
짝!
담임이 가지고 다니는 긴 몽둥이가 아현의 허벅지를 때리는 소리가 무겁게 교실에 울렸다.
처음부터 끊어질 것 같았던 아현은 아무런 소리도 내지 않고 맞은 부위에 손을 가져간 상태로 그 자리에 주저앉았다.
아현의 몸이 떨리는 것이 눈에 보였다. 소리를 내고 싶어도 소리를 낼 수 없는 상태인 것 처럼 보였다.
“아침 조회시간 얼마 안 남았다, 수업 시작하기 전에 다 안 맞으면 종례 때 두배로 더 맞는다.”
교육에 대해서는 모른다. 매가 필요 없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러나 눈앞에 보이는 것이 진정한 가르침인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학교, 그리고 선생들은 학생들을 교육시키기 보다 잘 관리하여 문제없이 졸업시키고 입시에 성공하는 것이 목표다. 회사원들이 매출을 올리는 것 처럼 선생들 역시 반 평균이 올라가고 자신의 관리하에 있는 학생들이 수도권의 좋은 대학에 들어가게 하는 것이 목표일 뿐, 자신들이 배운, 그리고 자신들이 옮다고 생각하는 것들을 가르치려고 하지 않는다. 이해 시켜 따라오게 하는 것이 아니다.
동물들의 세계 처럼 강한, 혹은 상위의 위치에서 힘으로 억압하여 다수의 무리를 자신의 룰로 밀어넣는 것 이다. 지금처럼 말이다.
“아주 선생 말이 말처럼 들리지 않는구나?”
선생은 학생이 아닌 범죄자를 대하는 것 처럼 아현의 머리를 잡고 억지로 일으킨다.
눈가와 미간에 피가 쏠리는 것이 느껴지며 난 나도 모르게 힘을 선생에게 뻗었다. 언제나처럼, 몇 번이나 해보았지만 선생의 몸에 힘은 영향을 줄 수 없었다. 선생의 몸을 손상시키는 것에 집중하고 있었던 것 때문인지 바위에 물이 튀는 것 처럼 힘은 이리저리 분산되었고 갑작스러운 힘의 분산에 난 미처 그 힘들을 제대로 제어하지 못했다.
콰직!
“응?”
먼저 영향이 나타난 것은 선생의 손에 들려있던 몽둥이 였다.
뭐에 부딪혀서 부러진 것도 아니고 가만히 들고 있던 몽둥이가 저절로 두동강이 나자 선생은 기이하다는 눈길로 자신의 손에 들려있는 남은 몽둥이를 바라보았다.
“이거 만든 지 얼마 안 되었는데....”
선생이 부러진 단면을 보며 의아하게 고개를 갸우뚱 거리는 사이, 교탁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선생을 비롯한 학생들의 시선이 교탁으로 쏠렸다.
교탁에 쏠린 시선들이 기이함에서 불안함으로 변환하는 타이밍에 맞춰 교탁이 터져버렸다.
미처 손 쓸 사이도 없이 몇몇의 교탁 파편들이 교실 여기저기로 날아갔고 교탁의 파편에 머리를 맞은 학생들 두 세명이 나왔다. 갑작스러운 일에 선생을 비롯한 교실에 있는 학생들이 우왕좌왕 하는 사이 유리창이 흔들렸다.
난 그대로 조용히 앉아있었다. 저번의 밤과 같은 폭주였다. 난 충분히 멈출 수 있지만 그러지 않았고 그러기 싫었다.
선생에 대한 혐오, 반 전체의 힘에 억눌려 사는 한심한 주변의 인간에 대한 분노를 조금이나마 풀고 싶었다.
“으..으아아아!”
우리 동네에 살던 녀석들은 지난 밤의 폭주 상태를 떠올린 모양인지 얼굴들이 파랗게 질렸고 한 녀석은 흔들리는 유리창을 보자 겁에 질려 비명을 지르고 교실 바깥으로 도망치려고 했다.
그 녀석을 시작으로 우리 반 전체에 혼란이 퍼졌다.
모든 학생들이 도망치기 위해 입구로 몰려들었다. 그때를 맞춰 교실의 모든 유리창들이 박살나며 이리저리 튀었다.
“아악!”
깨어져 사방으로 튀어나간 유리 파편에 한 한생의 등이 찔렸다. 상처가 깊은 지 얕은 지 알 수 없었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유리에 찔린 부분에서 피가 배어나와 두터운 교복 외투를 적시는 것이 보였다.
그 비명과 피가 학생들을 더욱 더 혼란스럽게 만들었고 선생은 뒤늣게 서야 학생들을 진정시키기 위해 버둥거렸다.
“이 멍청한 새끼들! 위험하다니깐! 말이 안들리냐!”
선생은 가축을 몰아대듯 학생들을 때리며 진정시키려 했지만 한번 주위로 퍼진 공포는 사그러들 줄 몰랐다.
깡.
고의적으로 방치된 폭주하는 힘은 교실들을 연결하고 있던 도시가스 파이프 까지 영향을 미쳤다.
단단하게 용접으로 붙어있던 파이프의 용접부분이 동강나며 가스가 새어나오는 소리가 이미 공포로 가득한 교실에 더욱 더 많은 공포를 들이 부었다.
이번에는 선생 역시 공포스러웠는지 선생은 자기가 직접 학생들을 밝고 타고 넘어 복도로 도망가려 했지만 여의치 않자 3층인 교실에서 창문을 열고 뛰어내렸다. 무거운 고깃덩이가 아스팔트 바닥에 내쳐지는 소리와 비명소리가 동시에 울렸고 우왕좌왕 하던 몇몇 녀석들은 보통 때는 담임의 말 이라고는 들을 생각도 하지 않았지만 공포 때문인지 담임처럼 창문 바깥으로 뛰어내렸다.
그렇게 혼란스러운 교실의 모습을 보며 마음속의 분을 풀던 나는 교탁에 공포에 휘말려 혼란스러워 하는 아이들과 떨어져 도망갈 생각조차 하지 못하고 몸을 떨며 눈물을 그렁하게 떨구는 아현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그제서야 난 아차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미 내 힘으로 인해 공포감을 느꼈던 아현에게 이런상황을 다시 겪게 만드는 것이 얼마나 무책임한 것 인지.
당황스러운 마음에 우선은 난 아현에게 다가갔다.
“아현아? 괜찮아?”
웅크리고 몸을 떨며 눈물만 흘리는 아현에게 다가가 말했지만 아현은 내 이야기에 대답할 상황이 아닌 듯 했다.
“괜찮을거야, 다른 녀석들은 몰라도 넌 괜찮을 거야, 그러니까.....”
누나가 예전에 내가 공포영화를 보거나 치과를 가거나 사나운 개가 근처에 있을때, 무서워 할 때 하던 것 처럼 아현의 머리를 스다듬으며 진정시키려 아현의 머리를 만지려 했지만 순간 무책임하게 다시 아현이를 공포로 몰아넣은 자신에 대한 혐오로 인해 내가 아현이를 만져봐도 되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한층 더 떨리는 아현이를 보자 자연스럽게 손이 아현의 머리로 향했다.
“괜찮아....그러니까 울지마.....내가 넌 어떻게든 지켜줄게.”
막상 말할 때는 몰랐지만 말한 뒤에, 한 참 뒤에 내가 아현이에게 한 말을 다시 떠올리니 낮간지럽고 가증스럽다는 느낌이 들었다.
아현이가 내말을 듣고 진정되는지 안 되는지 알 수 없지만 어찌 되었든 가스가 새어나오는 이런 곳에 아현이를 그냥 놔둘 수는 없었다.
교실을 두 출입구를 보자 정말 가관이었다. 사람의 몸으로 가득 끼어있는 두 출입구를 보자 인간에 대한 혐오가 살짝 느껴졌다.
슬슬 폭주하는 힘을 진정시켜야 한다고 생각하고 살짝 힘을 조절하자 예전과 달리 힘은 너무나 쉽게 폭주를 멈추고 내 의식 하에 관리되었다.
폭주는 끝났지만 교실에 깔린 공포는 멈추지 않았고 점점 새어나오는 가스에 난 초조해졌다.
‘에라 모르겠다.’
교실출입구 가운데에 벽에 금이 가며 창틀과 벽 근처에 있던 책상들이 엎어졌다. 갑작스러운 벽의 요동에 아이들은 더욱 더 공포에 날뛰었고 친한 척 하던 녀석들조차 서로를 버리고 어떻게든 살겠다고 발버둥 치는 장면이 내 눈을 찌푸리게 했다.
난 힘을 써서 출입구 가운데 벽을 뚫어놓고 그곳으로 아현이를 데리고 나왔다.
아현이를 부축하여 데리고 나가려 했지만 그러다가는 공포로 혼란에 휘둘리는 아이들에게 휩쓸릴 것 같아 아현이를 엎고 바깥으로 나갔다.
옆 교실에는 이미 선생과 학생 모두 제대로 도망친 듯 하지만 옆교설 건너의 교실은 그저 교사가 복도로 나와 멀뚱히 바라보고만 있었다. 나는 그 선생에게 가스가 새어나온다는 말을 하자 그제서야 선생은 아이들을 바깥으로 대피시켰고 그때 학교 방송에서 전교생 대피시키는 안내 방송이 나왔다.
내가 아현이를 엎고 교실로 나오자 이미 운동장은 대피한 학생들로 가득히 모여 있었다.
아현이를 엎고 우선은 양호선생을 찾아갔다.
“으아아악!!!!!”
“아퍼...”
“엄마~~~!!!!!!!! 엄마아!!!!!!!!!!!”
“성생님 좀 어떻게 해봐요! 존나 아퍼요!! 아이 시팔!”
양호 선생은 3층에서 뛰어내려 다친 담임과 학생들을 봐주고 있었다.
“으아아아앙~~”
거기에 혼란에 빠져 패닉 증상을 보이는 우리반 아이들 역시 몰려들어 있어 굉장히 바뻐보였다.
“저기 양호선생님!”
“왜!”
양호 선생은 약간 히스테릭한 목소리로 소리치며 날 돌아봤고 엎혀있는 아현이를보자 내 쪽으로 달려왔다.
“어디 다친거야?”
양호 선생은 아현이를 이리저리 살펴보며 내게 물었다.
“아니요, 어디 부딪히거나 다친데는 없어요.”
“후.....단순한 패닉이구나......다행이네..”
양호 선생은 아현이에게 외상이 없다는 것을 확인하자 몸을 돌려 다른 다친 학생들이 있는 곳으로 가려고 했다.
“선생님 아현이는요!?”
나가 약간 당황하여 선생님을 붙잡자 선생은 날카로운 목소리로 말하며 째려보듯 날 바라봤다.
“야, 지금 주변 안 보이니? 얘 보다 더 많이 다친 사람 많아! 지금 바뻐!”
양호 선생의 분위기에 눌려 아무 말 하지 못하는 사이 양호선생은 다시 외상이 있는 학생들이 모여 있는 곳으로 갔다.
어떻게 해야 할지 몰랐고 이제 어느 정도 안전하다고 생각되어 난 아현이를 내려놓으려 했다.
꽈악.
아현이를 내려놓으려 했지만 아현이가 아이가 교복 등쪽을 꼬옥 쥐었다. 아현이가 내 옷을 강하게 쥐어 잡자 마음속 한 가운데에서 쑤시는 듯한 것이 느겨졌다. 하지만 그게 죄책감인지, 아니면 다른 감정인지는 알 수 없었다.
생각지도 못했던 아현이의 반응에 난 약간 당황하며 한 동안 서 있다가 그 자리에 주저앉았다. 아현이가 내 등에 눈을 비벼 눈물을 닦는 감촉을 느끼며 귀엽다는 생각을 잠시 했다.
만화 스토리 작가 지망의 인간 입니다.
그렇게 붙임성이 좋은 성격은 아니지만 다른분들과 MSN 메신저 같은 걸로 자주 대화도 나누어 보고 싶습니다.
SF에 대해 그리 많은 지식을 가지지는 않지만 정말 좋아합니다.
메신저로 제 부족한 점을 채워주시는 분이라면 정말 감사하겠습니다.
나중에 SF...거의 SF적인 스토리를 쓰고 싶습니다.
어느 정도 정통 SF팬들과 좀 대중적인 취향의 사람들이 다 좋아할 수 있는 스토리를 만들어 보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