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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환 연대기: 기시감은 저자의 과학과 철학에 대한 깊이 있는 생각을 상상 과학이라는 언어로 재단하여 완성한 SF 소설이다. 게이츠라는 우주선을 시작으로 미지의 세계에서 펼쳐지는 삶의 이야기를 통해 인간과 인공지능의 존재, 나아가 인간과 생명의 미래에 대한 이야기를 그려나가고 있다.


책 속으로...
인공적으로 만드는 석양이 잘 꾸며진 정원과 가로수를 붉게 물들였다. 하지만 태양은 이미 오래 전에, 거리라고 하기도 어려운 저편으로 사라졌다. 어차피 마찬가지기는 하다. 타키온 드라이브가 시작되는 순간 빛은 존재하지 않는다. 설령 태양이 바로 옆에 있다 해도 빛이 우주선을 따라오지 못한다. 타키온 드라이브의 우주에서 빛은 존재가 아니라 단순히 어둠의 부재에 불과하다.

그것이 타키온 드라이브다.

타키온 드라이브는 그 본질상 초광속으로 움직이지 않을 수 없다.

말 그대로, 빛보다 빨리 움직여야만 한다.

그것이 타키온 드라이브의 운명이고 결론이다.

(중략)

-본문 중


줄거리
  인간이 항성간 여행을 자유로이 할 수 있게 된 먼 미래. 지구환이라는 구조물이 지구를 둘러싸고 우주로 뻗어 있는 독특한 세계에서 이야기는 시작된다. 상온 핵융합을 위한 가속기를 위해서 만들었던 지구환... 하지만, 토성의 고리처럼 마치 지구와 우주를 가르듯 펼쳐진 그 고리는 애초의 목적을 넘어, 더욱 큰 가능성을 향해 나아가고 있었다.

  그리고 그런 지구환의 한 곳에서 건조되고 있던 거대한 민간 외교선 게이츠. 자신을 로가디아라고 부르는 독특한 인공 지능에 의해 통제되고 보호되는 그 배는 외교 사절이라는 목표를 내세우고, 하지만 실제로는 극소수의 사람에게만 알려진 어떤 목적을 띄고 우주로 나아간다.

  타키온 드라이브를 이용해서 어느 곳, 그리고 어느 시점에든 자유롭게 항해할 수 있는 우주선…. 하지만, 예기치 못한 사고로 수많은 실종 사건이 일어나면서 이야기는 극적인 전개를 맞이한다….


출판 : 청어람
가격 : 각권 9,500원
작가 : 이재창
발매 : 2008년 3월


리뷰

게이츠, 우주로 향하는 문이라는 이름의 우주선을 중심으로, 그리고 우주 저편 미지의 세계에서 이야기가 전개된다는 점에서 이 작품은 ‘우주 저편의 미지’를 다룬 ‘스타트랙’을 연상케 한다(어쩌면 ‘배틀스타 갤럭티카’나 ‘마크로스’, 혹은 ‘라마와의 조우’를 떠올리는 이들도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모험과 그 과정에 초점을 맞춘 ‘스타트랙’과는 달리, 이 작품은 인간과 인간, 그리고 인공지능이나 미지의 ‘존재’들이 서로 만나고, 관계를 발전시켜나가는 과정에 눈길을 두고, 그들의 내면이나 존재에 대한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는 점에서 큰 차이가 있다.
밖이 아닌 안, 허상이 아닌 본질에 중점을 둔다는 점에서 이 작품은 철학적 향기가 깊이 스며들어 있으며, 동시에 현실적인 갈등의 드라마를 충실하게 연출한다.

이 작품은 SF로써 갖추어야 할, 개연성 있는 과학적 배경과 설정을 통해 이야기를 이끌어나간다. 게이츠의 승무원들이 겪는 사고와 갈등은 타키온 가속이라는 설정과 깊이 연관되어 있고, 그들을 보호해주어야 할 로가디아의 기묘한 행동과 문제 역시 이러한 상황과 인공 지능의 특성에서 비롯되었다는 전개는, 로봇공학 3원칙 만으로 마치 추리 소설을 풀어나가듯 이야기를 구성하는 아이작 아시모프 등 하드 SF 작가의 솜씨를 엿보게 한다.

하지만, 이 때문에 따로 공부를 하거나 머리 싸매고 메모를 할 필요가 없다는 점이 마음에 든다. 이 작품의 가장 큰 매력으로서 ‘지구환 연대기’라는 작가 만의 독창적이고 개성적인 세계와 설정이 등장하는데(게임 아카데미에서 세계관과 설정을 만드는 법을 가르치는 본인의 입장에선 좋은 예제라고 하겠다.), 별도의 주석이나 장황한 설명이 필요없이 이야기의 흐름을 통해서 차근차근 제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작가 자신이 서문에서 밝혔듯이, 다양한 SF 작가와 작품의 도움으로 완성되었음에도 이 작품에선 상당히 생소한 용어나 이름들이 많이 등장하는데, 그중에서도 환오름 같은 우리말 용어가 많은 것을 보면 자신 만의 언어를 찾고자 노력한 모습을 느낄 수 있다.
SF, 즉 상상 과학 소설이 독특한 상상력을 과학이라는 언어를 통해 제시하는 장르라면, 이 작품은 충분히 좋은 SF로서 받아들여질 수 있을 것이다.

좋은 작품을 읽을 때 따로 해설이 필요치 않듯 이 책을 읽을 때 독자들에게 필요한 것은 단지, ‘한 편의 영화를 감상하듯’ 편한 마음으로 천천히 페이지를 넘기는 일이 아닐까 한다. 1,2권 합쳐 1,200쪽 가까운 분량이라 조금 어렵게 느껴질지도 모르지만, 흐름을 따라가는 만으로 충분히 감동과 재미를 느낄 수 있기에.


저자 소개

저자: 이재창
76년생.
동국대학교에서 건축과 철학을 공부한 그는 PC통신 천리안의 SF동호회 '멋진 신세계'의 부운영자를 지냈고, 이후에는 국내 최대의 SF 팬 사이트, JoySF클럽에서 운영진으로 활동했다.
현재는 게임 기획 일을 하며 지구환 연대기 중 하나인 '지구환 연대기: 지구환'과 '지구환 연대기: 바빌론'을 Joysf.com에서 연재 중.
profile
과거를 아는 이는 현재를 이끌어가고 미래를 알 수 있다고 합니다.
역사와 SF... 어딘지 어울리지 않을 듯 하지만, 그럼 점에서 둘은 관련된게 아닐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