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안인 가족사 

 54화)  뱀.


일찍 기상하여 동문으로 나서도 제일 먼저 듣게 되는 건
인사가 아니라 저들의 철구 발사음 이다.

-투쿵- -퍼컹- -슈우우우우우우웅-  기계 처럼 정확하게
반복 되고 있어.

당주전을 나와 마을과 영내 둔전을 지나며 병졸들을 쳐다
보면 얼굴과 옷에 흙을 뒤집어 쓴 채 잠이 덜 꺤 눈으로
나를 보며 겨우 인사한다.

집들은 파괴 되어 반쯤 타버렸고, 초소들도 철구 들이
날아와 모두 정확히 부셨는지 솟아 오른 것들은 일체
보이지 않는다.


더럽다. 기분이 더러워. 난 아직 숨이 덜 끊어 졌는데
날 사냥한 야수가 내 살을 음미하듯 즐기며 느리게
죽이는 듯 한 기분이야.


오늘 아침 궁수 200기가 우물 물을 마시고 즉사 했고
성내 주술사들도 부상이 심해져 죽어 버렸다. 수도의 물
은 모두 황색으로 변했고 저들은 끊임없이 대포로
시체와 오물을 발사 했다. 이것들은 시큼한 썩은 나물 냄
새를 냈고 금방 질병을 일으켰다.


성 총안대에 서서보초들과 적 군세를 보아도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 성문이 열리면 미칠듯이 검은 장대비가 쏟
아져 내 병졸을 정확히 죽인다.  출전 의지를 발새 시
킬 수가 없어.

저놈들은 공성전 보다 오히려 정신적인 고문과 공포를 즐
기는 듯 하다.

난 계속 약자의 변명만 하고 있어. 저들은 우리를 죽일 줄
알어. 한 두번 해본 솜씨가 아니야.


죽음은 착실히 다가 오고 있고 애루의 끝도 다가오고 있다.
전쟁수행의 기능을 잃은 애루는 발가 벗은 채 적에게
강간 당하고 있다.

 

2.

"적이 전서를 가져 올 모양입니다!"


부셔져 지붕이 반이 날라간 당주전에서 졸든 중에 저말에
나는 눈을 떴다.
날 깨운 기병은 '희망'을 가지고 있었다. 그러나 내 맘은
어눌하고 무거 웠다.
적의 정체를 여태 파악도 못했는데 전서(戰)따위에 무슨
희망을 거냔 말이다.

저런 감정에 고함을 지르는 병졸들에게 무력감이 느껴져.


힘없이 무거운 다리를 글고 군견을 타고 동문 총안대에 오르니
저 멀리 3기의 군마를 탄 남자가 우리를 보고 있었다.
백기를 제일 높이 들고 화담을 준비하는 저들에게 내가 할
말이나 있을 까나. 무조건 복종? 저놈들의 가죽신을 빨아야 해?


호위기로 야라심 부녀를 데리고 그들 앞으로 천천히 갔다. 가까
이 갈수록 맡아 본적이 없는 냄새가 났다. 벼슬아치들일 거야.
신분은 무사겠지. 군견을 멈추니 그들은 나를 천천히 바라
보았다.

"안녕하십니까."

공용어로 합장하며 인사했으나 받지 않는다. 그들의 굳게 다문
입술과 찢어진 눈에서 뿜어져 나오는 붉은 색. 키는 작으나
굵은 목과 큰 오른 팔에게서 엄격함이 느껴 진다.


"%$%@@..%%%$.."


어? 아울말이 아니야. 전혀 들어 본적이 없어. 3명중 대장놈이
내게 삿대질을 하며 아까 말을 반복한다. 나머지 놈들과 달리
단궁을 등에 매고 짧은 편곤과 둔기를 차고 있는데 굳은 기름
냄새가 진하다. 두발과 복장 모두 깔끔하고.. 분명 유력 토호
나 귀족 일 것이다.


"아울 고어(古) 입니다." 라칸이 내게 말했다.


"저들 말이 들려?"


"아뇨.."

라칸이 힘없이 대답한다. 남자는 나를 똑바로 보고 계속 화
를 내고 있었다. 말투는 정중했으나 인상은 화가나 있었다.
분노하고 있었으나 질문 하지는 않았다. 염소 수염의 그 자는
고개를 반쯤 올린 채 눈을 가늘게 뜨며 다시 입을 열었는데
'어적' 이라는 단어를 말했다. 나는 깜짝 놀랐다.


"어적?"

 놀라서 튀어 나온 말. 그러나 그놈들은 여전히 자기 할말
을 계속 하고 있다.

 

"그럼 이만."

 

세 놈중 대장놈이 내게 공용어로 인사하고 말을 돌렸다.
여전히 나는 추측 할 수 없다. 어적과 내 관계를 안다고
쳐도 혹시 내가 당하는 이 일의 근원이 어적 때문인가?
그럼 저들은 누구 일까.  저들 중 하나가 내게 큰 가마니
를 던지고 돌아 갔다.

"뭐지.."


라칸이 중얼 거리며 군견서 내려 가마니를 열자 그 안에
는 이토란과 마게의 가죽이 들어 있었다.


전사자의 얼굴 가죽이 아니다. 그들의 가죽이다. 피와 점
액이 아직도 떨어지는 그 가죽은이토란과 마게의 전신 가죽
이였다. 
구역질이 났다. 체면이고 뭐고 없었다. 칼은 척추 부터 들
어가 팔을 제외하고 복부와 얼굴을 들어 냈고 안면과 피
부의 뒤 틀림으로 보아 살아 있는 채로 가죽을 들어 낸
거 같아.


힘이 없다. 모든게 무력해. 당주전으로 들어가자 전령들이
'여왕이 계속 고함을 지르고 대변을 질러 지하 감옥으로
감금 시켰다' 라고 보고했다.

나도 지금 그러고 싶은 심정이다..................

 


                                1부 완.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