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려한 문양의 은빛 풀 플레이트 메일을 걸치고 양손에 장검을 한자루씩 든 기사 한명이 눈앞에 서 있는 2.6미터 가량의 거대한 강철 골렘을 향해 소리질렀다. 악마가 들린 이 골렘은 이미 마을 수십개를 초토화시켰고 수백명의 사람을 죽였다(고 소문이 돌았다.).

"덤벼라 이 악마! 태양신 아론의 이름아래 널 처단하겠다!!"

기사가 가진 두자루의 검에서 불꽃이 치솟아 올랐다. 그러나 그 광경을 무덤덤하게 지켜보는 강철골렘은 가운데 손가락을 들어보이며 어처구니 없을정도로 따분한(혹은 무지하게 지겨워보이는) 톤으로 대답했다.

"이거나 드세요."

그 직후 강철골렘이 손에 쥐고 있던 무엇인가를 집어던졌다. 그것은 쏜살같이 튀어나가 기사의 투구를 강타했고 깡통 찌그러지는 소리와 함께 단단한 투구가 종이 구겨지듯 찌그러졌다. 골렘이 던진 짱돌에 정확하게 이마를 얻어맞은 젊은 성기사는 뒤로 튕겨져 나가며 정신을 잃었다. 널브러진 그를 잠시 바라보다 한숨을 푹 내쉬던 골렘은 원래 가려던 길을 계속 가기 시작했다.

"돌겠네. 이상희끄무레하게 생긴 괴물들은 계속 달려들지, 탄약은 떨어져 가지, 설상 가상으로 이 행성의 인간들까지 날 공격하고 있잖아. 제엔장. 너무 상큼해서 눈물이 다 나오는데?"

제 791 기술시험부대소속 김택근 하사는 투덜거리며 강화복 현황을 다시금 확인했다. 점프젯 추진제는 오래전에 다 써버렸고 자신이 가진 화기는 지금 왼손에 들고있는 통합화기와 자체 무장인 어깨 미사일뿐. 등부분의 대형 하드포인트에는 중화기나 보조장비대신 부스터 비슷하게 생긴 큼지막한 짐짝만을 장착하고 있었다. 사실 이 짐짝이 이 황당한 사태를 제공한 원인이다.

"개인용 허수우주 도약장치 같은게 제대로 작동할리가 없지. 으휴"

뒤늦은 불평에 한탄이지만, 원래 실험 계획대로라면 자신은 해동청 우주항 국방연구소에서 한라봉 우주항 국방연구소 분원에 ISD(*주1)로 도착했어야 하지만 결과는 시궁창이었다. 뜬금없이 괴이한 행성으로 떨어져 버린것이다. 당황한 택근은 모든 통신채널으로 구조신호를 보냈지만 아군 함대는 커녕 동맹군 함대의 신호조차 잡을수 없었다. 그는 완벽하게 조난당해버린 것이다.

"이젠 에너지까지 간당간당하네... 충전으로 전환하고 오늘은 그만 움직일까. 바보같은 원주민 녀석들 추격도 뿌리친것 같은데..."

택근은 큰길을 벗어나 숲속으로 들어갔다. 얼마나 들어갔을까, 그의 앞을 높은 절벽이 막아섰고 그는 절벽 여기저기를 살피며 동굴을 찾았으나 그가 원하는 크기의 동굴은 존재하지 않았다. 결국 택근은 한숨을 내쉬며 양팔의 플라즈마 검을 사출시키더니 즉석에서 절벽을 '썰어내기' 시작했다. 바위를 얼마간 자르고 부쉈을까, 곧 그가 원하는 크기의 동굴이 만들어졌다. 플라즈마로 절벽을 파들어온 탓에 동굴 내부온도는 안봐도 알수준.

"루크..? 생명유지장치만 빼고 모든기능 중단하고 중성미자 수집개시."

-알겠습니다. 중성미자 수집 개시. 에너지 완전충전까지 75일 13시간 45초가 걸립니다.

무뚝둑한 인공지능의 보고. 말이 좋아 '무한동력' 이지 강화복의 자체 수집장치로는 이정도가 한계다. 그렇다고 완전충전까지 75일여를 한가롭게 죽치고 있을 형편도 안되는 상황. 결국 택근은 약 열시간정도를 충전하고 다시 움직이는 식의 임시방책만을 상요하고 있었다. 그러면서도 에너지는 최대한 절약해 나갔기때문에 아주 미약하나마 에너지는 모이고 있는 상태.

"제엔장 내 팔자야."

그는 강화복을 벗지 않은채로 그냥 뒤로 벌렁 드러누웠다. 하지만 등에 달린 강화복 덩치만한 커다란 개인용 ISD가 지면에 걸리면서 뒤로 드러누웠다기 보단 25도가량 비스듬하게 누워버린 꼴이 되어버렸다. 그리고 택근은 그상태 그대로 불평불만을 늘어놓기 시작했다.

"그 돼지머리 괴물들이나 날개달린 도마뱀같은 요상망측한 짐승들이야 그냥 날려버리면 되지만 원주민들이 문제란 말야. 대체 왜 날 못잡아 먹어서 안달하는 걸까? 혹시 넌 이유를 아냐 루크?"

-오류. 무엇을 원하시는지 정확하게 판단할수 없습니다. 다시 질문해 주십시오.

".....너한테 물어본 내가 죽일놈이다."

택근은 한숨을 내쉬며 그대로 조용히 눈을 감았다. 그리고는 그대로 얕은 잠에 빠져들었다. 어떻게 쫒아왔는지 택근이 숨어있는 동굴로 쳐들어온 돼지머리 괴물 몇이 조악한 돌도끼로 강화복을 후려갈기고 있었지만 이 행성의 기술력으로는 도저히 파괴할수 없는 이 강화복의 인공지능은 착용자의 단잠을 깨우기 싫다는듯 아무런 경고조차 해주지 않고 묵묵히 자기 할일만 해 나갔다.

돼지머리 여섯개가 열 두개가 되고 스물 두개가 되며 돌도끼가 자기들이 만들어낸 조악한 청동검에서 인간들에게서 빼앗은 철제 워해머가 되었지만 무게가 1.5톤 가량 나가는 묵직한 강화복은 흠집조차 나지 않은채 요지부동이었다.

약 열시간후, 서른 일곱으로 불어난 돼지머리가 한 남자의 짜증섞인 괴성과 함께 모조리 플라즈마에 구워저 즉석 바베큐가 되어버렸다는 사실은 구태여 자세하게 서술하지 않아도 될것이다.

 

불운한 사나이는 구조대만 애타게 기다리며 그날도 사람들의 시선을 피해 도망다니고 있었다.




*주1)ISD - Imaginary Space Drive(r) : 게일리니안들의 초광속 항행술인 허수우주(허수공간)를 이용한 도약, 또는 그것을 위한 장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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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지대로 정신줄 놓고 끄적거려봅니다. (글쟁이들이 해선 안될 첫번째 덕목인 주석달기까지 쓰면서 말이죠... 덜덜덜)
반쯤 졸면서 쓴 글이라 시궁창을 넘어 막장으로 치닫는 전개.... 캬 좋아요... -_- (좋긴 뭐가 좋다는 건지...)

근데 개인적으론 강화복 입은 미래 보병이 판타지 세계에 혼자 뚝 떨어지는 어처구니 없는 이야기를 종종 머릿속에서 만들어 내곤 합니다.
물론 혼자서만 낄낄대다가 잊어버리지만요.


이번엔 큰맘먹고 써보기 시작했는데 저도 모르게 이야기가 산으로 가버리는 바람에 얼렁뚱땅 끝내버렸습니다 ;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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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이츠 Ver. 2.0 작업중.... 언제 끝날지는 아무도 모릅니다..;